외전 48화
목소리 깡패 이설아! 컴백 일주일 60만 장 돌파!
이설아, 일주일 동안 음원 차트1위. 줄 세우기!
게임에서 이어지는 현실 성공기!
연예인 마케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다!
가창력에 숨겨진 허당미? 인간 이설아.
뮤직비디오 몰래카메라 2천만 뷰 돌파!
대박이었다.
HU컴퍼니 엔터-가수 파트 직원들은 만세를 외쳤고, 난생 처음 1위를 하게 된 이설아는 주저앉아 눈물을 흘렸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짝짝짝짝짝!
"정말 열심히 하겠습니다, 대표님!"
"예.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곽 이사님."
우해진 부장을 비롯한 과장들이 예상외의 능력을 발휘해 준 덕분에 펄 게이트를 무사히 인수 합병을 할 수 있게 됐다.
"이렇게 합류하시게 됐는데, 차기 작으로는 어떤 게임을 만드실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곽종훈은 눈을 빛냈다.
"FPS게임입니다!"
"FPS요?"
"예. 마치 현실과 같은 배틀로얄식 FPS. 전 세계에서 모인 100명의 플레이어가 거대한 섬에 갇혀 생존을 하고, 서로를 죽이는 그런 게임입니다."
곽종훈과 다른 창립자 두 명이 만들고 싶었던 대규모 게임.
원하는 걸 구현하기 위해선 얼마가 들지 알 수 없었던 대규모 게임이자 꿈을 드디어 제작할 수 있다는 것에 곽종훈은 흥분할 수밖에 없었다.
짧은 설명이지만, 그 무지막지한 스케일을 깨달은 진호는 재밌다는 듯 웃었다.
"호오-. 그거 재밌겠네요. 현실과 타협하지 못하도록 최대한 서포트하도록 할 테니, 자금과 기술 걱정마시고 완벽하게 완성시켜 주십시오."
"……예─!"
HU컴퍼니에 새로운 날개가 달리는 순간이었다.
* * *
-정말 이렇게 쉬엄쉬엄해도 돼요?
하루에 많아야 두 개의 스케줄만 소화한다. 그것도 10일에 하루씩은 무조건 쉰다.
물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하기에 그녀는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걱정 마요. 설아 씨는 충분히 돈을 벌어 주고 있으니까요."
-정말요? 아닌 것 같은데…….
"음. 지금 정산을 해도 설아 씨 명의로 60억짜리 건물을 살 수 있다고 말하면 그 쓸데 없는 걱정이 덜어질까요?"
-……어, 얼마요?
"60 억이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네 탕, 아니 하루에 열 탕씩 뛰어도 됩니다! 굴려만 주세요!
"이 세상 제일 쓸데 없는 걱정이 연예인 걱정이라죠? 우리 길게 보고 몸 관리, 멘탈 관리 합시다. 설아 씨가 걱정하는 그 물은 언제든 들어오게 할 테니까요."
-……사랑해요.
"푸핫! 저도요. 그럼 오늘도 파이팅입니다."
-대표님도요! 쪽!
히죽 웃은 진호는 핸드폰을 갈무리하며 핫산을 보았다.
"인수 합병 때 모집했던 그 사람들이 입사를 희망한다고요?"
한때 기업 사냥꾼으로서 명성을 떨쳤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실직자가 되어 버린 그들.
현장과 결과의 단맛을 본 그들은 마치 마약에 중독된 듯 강렬하게 일을 갈구하고 있었다.
"예. 그렇지 않아도 사내에 회계및 예산 집행부서가 필요하기에 고민해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흠. 기업 사냥꾼이 예산 집행을 담당한다라……. 재밌겠네요."
인수하려는 기업의 머리털 하나까지 파악하는 게 기업 사냥꾼이다. 돈에 관한 감각은 타의 추정을 불허한다고 봐야 했다.
"그러면?"
"예. 다시 불러 모으시고, 사무실을 만들어 주세요. 회계 부서도 제대로 뽑으시고요."
"아, 알겠습니다!"
비서의 말을 이렇게 잘 들어주는 고용주가 또 있을까.
어렸을 때부터 바랐던 그 꿈을 이루게 되자 핫산은 감격할 수밖에 없었다.
진호는 그 모습을 보며 싱긋 웃었다.
'가상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렸을 때, 그들은 펄 게이트의 기업 가치를 7분의 1까지 깎아 버렸지.'
같은 편임에도 그때 얼마나 섬뜩했는지 몰랐다.
이런 돈 귀신들마저 실직자가 되는 걸 보면, 정말 실업난이 심각한 것 같았다.
'그나저나 이제야 좀 기업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되는 건가?'
아직도 여전히 부족한 점은 있지만, 이제는 그때 그때 얻어도 충분했다.
"다음 스케줄은 뭐죠?"
"오후 1시에 장영진 감독과 미팅및 점심식사가 있습니다."
"아, 그렇지 참."
시계를 본 진호는 몸을 일으켰고, 핫산은 고개를 숙였다.
"바로 차량을 준비시키겠습니다."
몇 십억, 백억은 우습게 다루고, 온갖 로비를 받는 게 영화감독이다. 하지만 그런 그라도 이곳은 감히 올 수 없는 최고급 한식당이었다.
'내가 운암정에서 식사를 다 해보네……'
정재계 유명 인사들만 찾는다는, 그런 그들조차도 예약을 하지 않으면 식사를 할 수 없다는 한식의 자존심 운암정.
방금 전 옆방으로 JC그룹 회장이 들어가는 걸 본 장영진은 뻣뻣하게 굳어 움직일 수가 없었다.
똑똑.
"손님께서 도착하셨습니다."
"예, 예!"
후다닥 일어난 장영진은 열리는 문을 통해 들어오는 진호를 보곤 살짝 놀랐다.
'생각했던 것보다 몸이 더 탄탄하구나.'
마치 김호동을 보는 것 같다.
"늦었습니다. 이진호입니다."
"아, 아닙니다! 제가 일찍 온 겁니다. 장영진입니다."
명함을 주고 받은 그들은 자리에 앉았고, 곧바로 음식이 나왔다.
'오.'
쌉쌀하고 고소한 전복죽에선 프랜차이즈 죽집과는 차원이 다른 고급스러운 맛이 느껴졌다. 어렵사리 예약한 최고 급한식집이라서 그런 지도 몰랐다.
'운암정이 이런 맛이구나.'
리셋 라이프 한식 스킬을 얻기 위해선 꼭 취직해야 하는 운암정.
진호는 지금 이 상황이 무척이나 즐거웠다.
"크흠. 저를 고문으로 영입하고 싶으시다고 들었습니다."
간단한 인사치레를 나눈 후 바로 들어온 질문에 진호는 잠시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제가 DVD방 사업을 하려고 합니다. 한번 읽어 보시죠."
진호는 들고 온 사업 계획서를 내밀었고, 그걸 살핀 장영진은 눈을 부릅떴다.
"이, 이건?"
정말 새로운, 하지만 영화를 사랑하는 영화인으로서는 꼭 있으면 싶은 그런 방식의 사업이었다.
"대체 왜 그렇게 변질됐는지는 모르겠지만, 모텔의 대체제가 된 DVD방을 양지로 끌어 올리는 사업입니다. 영화를 보고 싶은데 영화관을 가기 싫거나 홈서비스로 보기 싫은 싱글족들, 지나간 영화를 제대로 된 환경에서 보고 싶은 사람들, 친구나 커플들끼리 웃고 떠들며 음식과 술까지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공간."
미니 영화관 내지 미니 멀티플렉스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내용이었다.
"그리고 전 여기서 얻어지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콘텐츠를 제작할 예정입니다."
"코, 콘텐츠말입니까? 호, 혹시……"
"예. 영화입니다. 그리고 드라마, 예능 등 콘텐츠라 부를 수 있는 모든 걸 제작할 예정입니다."
번쩍! 부르르!
"그, 그럼 절 이 사업의 고문으로 영입하시려는 것도……"
"훗날 이 사업을 진두지휘할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들썩!
몸이 크게 흔들린 장영진은 그는 술을 연거푸 들이켰다.
"푸후. 그런데 왜 접니까? 저보다 더 잘난 감독들이나 제작자들도 있는데, 왜 하필이면 접니까?"
그런 사람들은 비싸고, 신설 사업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으로 영화를 제작하거나 딴짓을 하려 들게 뻔하기 때문이다.
굳이 말할 필요가 없는 이 속내를 꾹 눌러 삼킨 진호는 싱긋 웃었다.
"장영진 씨가 가장 적임자이기 때문입니다. 마이너부터 메이저까지 넘나드는 폭 넓은 영화관과 따뜻한 감성. 흠, 그리고 운명을 느꼈다고 해야 할까요?"
"우, 운명 말입니까?"
"예. 수 많은 후보 중에서 장영진 씨가 가장 끌렸습니다."
이건 진실이다.
장영진의 물음처럼 참 수 많은 영화 및 드라마 관계자들이 물망에 올랐고, 그중에는 명감독이라 불리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진호가 가장 강하게 끌린 건 장영진이었다.
"그런……"
장영진은 아연실색했다.
수천억 자본을 다루는 투자자 겸기업가가 운명이라는 낭만적인 단어로 사람을 뽑는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진호의 미소는 짙어졌다.
"장영진 씨, 아니 장 감독님."
"……예, 대표님."
"전 이 사업으로 돈 벌 생각 없습니다."
"……예?"
"즉, 이 사업을 통해서 나오는 모든 순수익을 장 감독님이 훗날 만들 영화에 투자해도 된다는 말입니다."
"……자, 잠깐 그 말은?"
"10년 후. 천억, 2천억."
"허업!"
"그 돈 모두 영화에 꼴아 박아도 된다는 말입니다."
장영진의 덜덜 떨리는 손이 다시 술잔을 잡아 갔다.
진호는 그의 잔에 술을 따라 주며 입을 열었다.
"감독님이 하시는 만큼 투자금이 늘어납니다. 하시겠습니까?"
이 질문에 답은 하나뿐이었다.
"……하겠습니다. 하게 해 주십시오."
말이 천억이지, 그 돈이면 할리우드 최고의 배우들과 CG를 범벅으로 칠한 최고의 블록버스터 영화를 만들 수도 있다.
감독으로 결코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었다.
진호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맺혔다.
"HU의 가족이 되신 걸 환영합니다, 장영진 이사님."
* * *
장영진의 합류로 미니 멀티플렉스 사업은 순풍에 돛을 편 듯 빠르게 진행되었다.
직원 구성부터 인테리어 2호점 부지 선정 등 장영진이 큰 힘을 발휘했다.
1호점은 대학로의 시네마천국이었고, 사업 초반 영화 수급은 JC 그룹을 통해 하기로 했다.
"배우 말입니까?"
"예. 제가 아는 몇몇 배우들이 HU컴퍼니를 원하고 있습니다. 여기 그 명단입니다."
"으흠?"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었지만, 그중 몇 명은 진호도 아는 유명 배우들이었다.
그래서 더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 그의 의문을 읽은 장영진이 설명을 덧붙였다.
"이설아 씨의 성공 스토리에 반해 버린 겁니다."
진호는 웃음을 터트렸다.
그렇지 않아도 이설아의 대 성공으로 인해 다른 아이돌 기획사들이 육성 게임 제작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참 따라 하기 잘 해.'
인간의 종특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참 웃겼다.
'흠. 배우 기획이라……'
순간 떠오르는 게 있었다.
굉장히 올드한 방식이지만, 또 잘 먹히기도 하는 기획이었다.
"감독의 눈으로 봤을 때, 이 중 가능성 있는 배우가 있습니까?"
"가능성이라면…… 무명인 애들말입니까?"
"아무래도 그 편이 좋겠죠. 일단은 잘 생기고 예뻐야 하겠지만요. 연극 배우도 나쁘지 않고요."
장영진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 설마?"
"생각하시는 그게 맞을 겁니다. 길거리 캐스팅. 정확히는 길거리 캐스팅을 빙자해 SNS에서 인지도를 쌓아 팬덤을 형성시키는 거죠."
"그러니 무명으로……. 하핫!"
장영진은 혀를 내둘렀다.
'정말 대단하구나.'
이렇게 젊은 나이에 성공한 이유가 있었다.
"그렇다면 전 이 아이들을 추천하겠습니다."
순간 진호는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확신합니까?"
……꿀꺽!
"철저하게 뒷조사한 후 다시 올리겠습니다."
장영진이 나가자 진호는 다시 미니 멀티플텍스 1호점 인테리어를 검토했다.
마치 사진처럼 3D 입체 평면으로 꾸며진 인테리어는 진호의 마음을 흡족하게 했다.
"정말 잘 뽑혔네."
완벽한 미니 영화관이다.
마치 남자의 로망 같은 지하실 미니 영화관.
'이런 곳에서 설아 씨랑 꽁냥꽁냥 므흣하게 영화를 보면…… 으흐흐.'
입안에 고이는 침을 넘긴 진호는 생각난 김에 포털사이트에 이설아의 이름을 쳤다.
그리고 잠시 뒤 이를 악물며 내선 전화기를 들었다.
"예, 김보라 부장님. 제게 할 말이 있지 않습니까?"
-……죄송합니다.
"곧 도 변호사와 함께 내려갈 테니 정리해 두십시오."
전화를 끊은 진호는 도명안에게 전화를 하곤 엔터-가수 파트로 향했다.
저벅저벅저벅!
엔터-가수 파트의 모든 직원들이 일어서서 진호를 반겼다.
차가운 눈으로 그들을 둘러본 진호는 회의실로 향했고, 김보라는 황급히 프레젠테이션 준비를 했다.
"혀, 현재 설아를 향한 악플 현황입니다."
그랬다. 진호가 분노하는 이유는 바로 악플 때문이었다.
'죽어라'는 악를 축에도 못 끼는 참담한 악플들에 진호는 이를 갈수밖에 없었다.
"설아 씨는 알고 있습니까?"
"……예."
쿵!
'빌어먹을!'
화가 난다. 여자 친구의 마음이 썩어 가고 있는데도 알아차리지 못한 스스로에게 분노가 솟구친다.
"왜 대응을 안 한 겁니…… 후우. 왜 대응을 안 한 겁니까."
"……이런 일은 연예인에겐 비일비재한 일이라 다른 기획사들도 대응을……"
타앙!
진호는 잡아먹을 듯 김보라를 보았다.
"그딴 변명 따위를 듣자고 회의를 소집한 게 아닙니다. 그리고 그런 변명 따위를 하라고 부장이란 직함을 준 것도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회의실의 분위기는 너무도 무거워졌다.
통통.
"도명안입니다."
"들어오세요."
문을 열고 들어온 도명안은 정면의 스크린을 보곤 눈살을 찌푸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진호가 자신을 왜 호출했는지 깨달았다.
"고소입니까?"
"단 한 명도 남김없이 싹 다 고소하세요."
"대, 대표님!"
김보라뿐만 아니라 차지혜와 김상혁도 경악했다.
그러나 진호는 그들을 무시하며 도명안을 보았다.
"가능하겠습니까?"
"……드디어 저희 법무팀이 제대로 활약할 때가 온 것 같군요."
원룸 프로젝트로 인해 결성된 법무팀 총원 15명.
"만 명이든 10만 명이든 상관없으니까, 그로 인해 돈이 얼마가 들어도 괜찮으니까 싹 다 고소하십시오. 어리건 뭐건 선처 따윈 없습니다."
"예!"
고개를 숙인 도명안이 나가자 진호는 하얗게 질려 있는 직원들을 보았다.
"김보라 부장."
"예, 예 대표님!"
"마케팅 및 홍보팀 증원을 무제한적으로 허락합니다. 이번 일에 확실히 대응하십시오."
김보라는 역풍을 맞을 수 있을 거라 외치고 싶었다.
하지만 증원을 무제한으로 허락한다고 했다. 즉, 어떻게든 이설아에게 피해가 없게 해결하라는 소리였다.
"……예, 알겠습니다! 대표님!"
진호는 다른 직원들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여러분. 내 가수입니다. 내 연예인입니다. 엔터-가수 파트가 소중히 다듬어 세상에 다시 내놓은 유일한 연예인입니다. 이런 거…… 솔직히 화나지 않습니까?"
……불끈! 까득!
"왜 화가 나지 않겠습니까."
방금까지 허둥지둥하던 김보라가 이를 갈았다.
마케팅 담당이었기에 더 볼 수밖에 없던 악플들과 그 악플에 괴로워하던 연예인들.
"하지만, 무작정 공격하면 연예인이 다칩니다."
차지혜도, 김상혁도, 정구호도 설움 섞인 한숨을 내뱉었다.
진호는 코웃음을 쳤다.
"그 연예인을 다치지 않게 하는 게 당신들이 할 일입니다. 정말 실망입니다."
"……죄송합니다."
"나가 보세요. 차 부장은 잠시 남으시고요."
죄인처럼 나가는 직원들을 보며 혀를 차던 진호는 불안해하는 차지혜 부장을 보았다.
"차 부장님. 만약 차 부장님이 이걸 핸들링 한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예?"
고개를 번쩍 든 차지혜는 진호의 진지한 눈빛에 이내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저라면 방금 대표님의 명령을 진행하는 것과 동시에 후속 조치도 취할 것 같습니다."
"후속 조치?"
"혹시 아이돌 팬클럽 간부들이 얼마나 영악한지 아십니까?"
진호는 눈을 빛냈다.
"계속해 보세요."
"대중들이 약간 오해를 하고 있는데, 마냥 그 아이돌에게 미쳐 있다고 팬클럽 간부가 되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다른 여타 팬들, 흔히 빠순이, 극성 사생팬들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냉정한 게 팬클럽 회장을 비롯한 최고 간부들입니다."
"그런 것치고는 관리를 안 하는 것 같더군요."
"자신들도 좋아하기 때문에, 그리고 귀찮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거대 팬덤의 회장 및 최고 간부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부자입니다. 부자가 아니면 그 직위를 유지하기가 힘듭니다."
"……아아,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그래서 그들을 끌어들이자는 소립니까?"
"그렇습니다. 탈덕한 아이돌 최고 간부들을 모아야합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팬클럽 관리의 모든 것을 맡겨야 합니다."
"너희 입맛대로 팬클럽을 운영해봐라? 대신 클린한 문화는 기본으로 깔고?"
"바로 그겁니다. 요새 팬들 예전같이 마냥 연예인만 빨지 않기 때문에 가능할 수 있습니다."
"……호오."
진호는 재밌다는 듯 웃었다.
"전 직장에서 생각했던 내용인가 보군요."
"……자금적 이유로 인해 서류심사에서 탈락하긴 했지만 말입니다."
"푸하핫!"
우리나라 기획사들 참 멍청하게 코앞만 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해 보십시오."
"도, 돈이 많이 들 겁니다. 그리고 그들을 끌어모으기 위해선……."
"얼마든 승인하겠습니다. 기획팀 증원도 무제한으로 허락하겠습니다. 어차피 그들이 다 돈으로 돌아올 테니 말입니다."
"가, 감사합니다!"
'아뇨. 오히려 제가 더 감사하죠.'
이런 인재가 자신에게 와 줘서 말이다.
그렇게 대중가요, 아니 연예계의 판도를 바꿀 신개념의 팬클럽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