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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421화 (421/424)

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 외전 47화

"후우."

분장을 받는 이설아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만지면 베어 버릴 듯 날카롭다.

'실수해선 안돼. 절대 안돼.'

너무나도 많은 돈과 인력이 들어간 컴백 프로젝트다. 실패하면 예전처럼 단 두 명만 망하고 마는 게 아니었다.

진호의 기대도 배신할 수 없었다.

이런 막대한 부담감이 그녀의 정신을 압박하고 있었다.

그렇게 점점 더 날카로워지는 이설아의 모습에 미간을 찌푸린 정구호가 서슴없이 다가섰다.

"괜찮냐?"

"……네, 괜찮아요."

"부담스러워?"

"……네."

"그럼 이거 봐."

정구호는 핸드폰으로 음원 사이트에 접속해 보여 주었다.

이설아의 눈동자가 살짝 떨렸다.

"보이지? 15위에 미아 있는 거."

"네."

"지난 몇 주 동안 다른 노래들도 모두 차트인 한 거 기억나지?"

이설아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톱스타 메이커의 성공으로 1집부터 3집까지의 곡들이 모두 차트인했다. 개중 타이틀곡들은 20위권안에 안착했다. 그때, 정구호와 이설아는 서로를 끌어안으며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설아야, 넌 이미 이번 컴백 앨범제작에 들어간 돈의 3분의 1은 회수시켰어. 그런데 활동 기간 동안 나머지 돈을 회수 못할 것 같아?"

"……회수하는 게 문제가 아니잖아요."

성공하는 게 문제다.

파악!

"윽?"

고개가 뒤로 젖혀졌던 이설아는 이마를 잡으며 이게 무슨 짓이냐는 듯 정구호를 노려보았다.

정구호는 그런 설아를 진지하게 바라봤다.

"설아야, 넌 내가 아는 최고의 가수야. 그동안 내가 못나서 성공을 못 시켜 준 것뿐이야. 그래서 내가 얼마나 속상했는지 아니? 얘한테 족쇄가 되면 안 되는데, 절대 안되는데……. 저 날개를 붙잡고 있으면 안 되는데……. 그런데 함께 끝까지 가고 싶은데……"

"사장님……"

둘은 잠시 예전으로 돌아갔다.

공기가 텁텁한 지하 사무실에서 새우 과자를 앞에 두고 소주를 기울이며 성공하자 외치던 그때로 말이다.

"그런데 난 이젠 족쇄가 아니야. 여기에 있는 스태프들을 봐."

어두컴컴했던 지하실이 눈앞에서 사라지고, 이쪽을 바라보는 십여명의 스태프들이 눈에 들어왔다.

"회사에 있는 직원들까지 네 성공을 위해 움직이고 있어. 대표님이 모은 우리 엘리트 베테랑 직원들 모두가 널 서포트하고 있어. 이나라 최고의 직원들이 내가 아는 최고의 가수 이설아를 서포트하고 있다고!"

정구호는 이설아의 어깨를 잡았다.

회한과 후회, 희망과 기대가 섞인 두 눈이 붉게 달아올랐다.

"이젠 날아오르자, 설아야. 이젠 날아올라도 돼."

부르르!

이설아의 두 눈도 달아올랐다.

그러나 그녀는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푸후우. 네, 괜찮아요. 괜찮아졌어요."

"그래. 그래야 내 가수지. 그럼 난 나가 있을게."

정구호는 이설아가 의상을 갈아입을 수 있도록 대기실을 나섰고, 차지혜가 얼른 그 뒤를 따랐다.

"대단하시군요."

'대표님이 왜 이 사람을 남겨 뒀나 싶었는데……'

자신들은 끼어들기조차 힘든 짙은 유대감.

진호가 실무조차 제대로 모르는 이 사람을 남겨 두다 못해 최고직에 임명한 건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하하. 서로 많은 일을 겪어 왔으니까요. 그럼 전 세트 좀 점검하러 가겠습니다."

정구호는 도망치듯 세트장으로 향했고, 차지혜는 그런 정구호를 보며 눈을 빛냈다.

"할 땐 한다라……. 외모랑 성격이 너무 순한 것 같지만……"

입맛을 다시는 그녀의 두 눈이 먹이를 노리는 암사자의 그것처럼 변했다.

"안녕하세요! 잘 부탁드립니다!"

이설아의 밝고 커다란 목소리가 촬영장을 쩌렁쩌렁 울린다.

스태프들은 컨디션이 좋은 듯한 그녀의 모습에 다행이라고 웃으며 인사를 받아 주었다.

"안녕하세요."

꾸벅.

이설아는 말없이 고개만 까딱이는 마시멜로 인형의 모습에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곤 허리를 깊게 숙이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꾸-벅!

마시멜로 인형은 그제야 허리까지 숙였다.

"히히. 오늘 잘 부탁해요! 파이팅!"

마시멜로 인형이 손을 흔들자 활짝 웃은 그녀는 얼른 한 세트에 놓인 침대로 향했다.

감독은 그녀에게 다시 콘티를 보여 주었다.

"기지개를 펴면서 일어나 창밖 바라보다가 침대를 빠져나와서 마시멜로 인형을 껴안고, 인형 씨는 이때까지 진짜 인형처럼 가만히……"

감독은 상세하게 행동 하나하나를 주문했고, 이설아와 마시멜로 인형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롱테이크로 한 번에 가는 거예요?"

"네. 여기 카메라들 보이죠?"

여섯 대의 카메라가 그녀를 집중 조명하고 있다.

영화에서나 쓸 법한 커다란 카메라. 이 뮤직비디오에만 3억이 투자되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바스트, 풀 모두 한꺼번에 갈 겁니다."

"……무조건 한 번에 갈 수 있도록 할게요."

"하하. 너무 긴장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럼 준비해 주세요."

고개를 끄덕인 이설아는 침대 안으로 들어갔고, 감독은 모니터 앞에 자리를 잡았다.

"자, 그럼 찍습니다! 카메라 롤!"

이어지는 감독의 외침에 사람들은 숨을 죽이고, 촬영 세트장엔 말랑말랑의 음악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후우우.'

눈을 감은 이설아는 몸과 얼굴에 힘을 빼며 자는 척 했다.

'나는 지금 자는 거다. 잘 하자. 잘 하자!'

'아, 얻었다.'

표정 좋습니다. 그대로 유지하시고……. 액션-!"

-말랑말랑

부스럭 뒤척인 그녀의 미간이 곧 일어나려는 듯 찌푸려진다.

"……끄응! 차!"

기지개를 펴고 일어난 그녀는 화창한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다 옆에서 있는 마시멜로 인형에 활짝 웃으며 침대를 빠져나왔다. 그리고 잘 잤냐는 듯 마시멜로 인형을 껴안았다.

'아, 따뜻해. 어젯밤도 날 지켜 준 거야?'

그녀는 뮤직비디오의 스토리를 머릿속에서 풀어내며 연기를 했다.

그 순간이었다.

스윽! 토닥!

'헉?'

"컷!"

음악이 멈추고, 촬영장에 정적이 내려 앉았다.

감독은 마시멜로 인형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설아 씨가 화장대로 향할 때 움직이라고 했잖습니까!"

인형은 꾸벅꾸벅 고개를 숙였고, 이설아는 한숨을 폭 내쉬었다.

"다시 가야 할까요?"

"……다시 갑시다."

기합이 빡 들어갔던 연기여서 그런지 작은 탈력감이 든 그녀는 다시 침대에 누웠다.

"카메라 롤! 표정 좋고! 액션!"

"끄응!"

침대를 빠져나온 그녀는 다시 고맙다는 듯 인형을 껴안았다. 그리고 다시 인형이 움직였다.

'악!'

"커엇! 이봐-!"

분위기가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 * *

'잘 하고 싶은데. 잘 해야 되는데.'

벌써 6번째 NG다.

세트장의 분위기는 개판이 된 지 오래였고, 이설아도 짜증이 올라오는 상태였다.

"잠시 저 좀 봐요."

그녀는 마시멜로 손을 잡고 세트장 한쪽으로 이끌었다.

그런 그녀는 몰랐다. 세트장에 숨겨진 작은 카메라 몇 대가 자신을 찍고 있고, 인형 속의 장난꾸러기가 가장 최상의 장소에서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는 걸 말이다.

'후우우.'

솟구친 화를 애써 누른 이설아는 인형의 손을 꼭 잡았다.

"저 정말 잘 해야 돼요. 배우님, 정말 부탁드릴게요. 네?"

너무도 간절한 목소리.

그러나 인형은 고개를 스윽 돌릴 뿐이었다.

울컥!

"배우님, 저 좀 봐요. 일단 그 인형탈 좀 벗고 이야기해요."

인형은 안 들리는 척 몸을 살랑 살랑 흔들었다.

화는 설움으로 변해 갔다.

"제발요. 네? 제발……. 돈 드릴까요? 제가 더 드릴게요!"

흔들흔들!

"…… 좀! 제발 속 시원히 이야기 해 달라고요! 뭐가 문제인지-!"

그녀는 결국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수 많은 사람들이 노력이, 진호의 바람이 이대로 무너지는 건가 싶어 눈물이 날 수밖에 없었다.

"제발요. 이번에 저 진짜 잘 해야 된다고요……"

'에고……. 쩝.'

진호는 이쯤에서 몰래카메라를 그만두기로 했다.

여기서 더 하면 사망이었다.

"문제는…… 아침에 인사 안 한거?"

움찔!

이설아는 고개를 급히 들었다.

너무도 익숙한 목소리였다.

"……당신 누구야? 아니, 일단 그 탈 좀 벗어 봐요."

진호는 머리 부분을 잡고 고개를 저었고, 얼굴을 와락 일그러트린 이설아는 손을 뻗었다.

"벗어! 벗으라고! 벗어-!"

쿠당탕! 뽕!

"……."

이설아는 멍해졌다.

설마설마했는데, 진짜였다.

너무 놀라니 정말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아주 잠시였다.

우르르 주위에서 사람들이 뛰쳐 나왔다.

"푸하하하하!"

"크크크! 서프라이즈!"

"지금까지 몰래 카메라였습니다! 설아 씨! 여기 좀 봐 주세요-!"

설아는 멍하니 진호와 카메라를 번갈아 보았다.

진호는 슬그미니 그런 설아를 밀어내며 몸을 일으켰다.

"하하. 하이?"

부들부들!

고개를 푹 숙인 그녀의 몸이 떨렸다.

'……아, 진짜 화났다.'

"……거야. 죽여 버릴 거야."

꿀꺽!

진호는 슬그미니 몸을 돌려 발을 뗐다.

이럴 땐 일단 튀어야 했다.

'튀자.'

"그럼 전 이만!"

"진짜 죽여 버릴 거야-! 야아-!"

진호는 정말 진심을 다해 달려야했다.

이에 촬영장엔 웃음이 폭죽처럼 터졌고, 말랑말랑 뮤직비디오 2탄으로 올라간 이 몰래카메라 영상은 너튜브를 한바탕 뒤집었다.

* * *

이틀 만에 조회수 300만 돌파.

이설아는 큰 이슈를 받으며 데뷔를 하게 되었다.

"꺄아아!"

"이설아 파이팅!"

"설아야 여기 좀 봐 줘-!"

오늘 공개 음방에 출연하게 된 이설아는 쏟아지는 플래시 세례와 몰려든 팬들의 함성 소리에 어리벙벙해졌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날 보러……'

가슴이 떨리고 눈물이 왈칵 솟았다.

한편 주차장 쪽으로 해서 공개홀에 들어온 진호는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에 흐뭇이 웃었다.

"들어가시죠, 정 이사님."

"예, 대표님."

앞장서서 공개홀 안으로 들어온 정구호는 능숙하게 진호를 안내했다. 이설아가 들어올 출입구로 말이다.

'오-.'

사복 차림인 걸그룹들이 사람들에 섞여 돌아다니는 공개홀 대기실 복도는 별천지였다.

그러면 안 되는데도, 눈이 절로 돌아갔다.

'오오오! 와이즈다! 핑크 블랙도 있어-!'

"좋으셨겠습니다, 이사님."

자신도 모르게 나와 버린 본심.

"하핫. 아, 저기 설아가 오는군요."

진호는 저 멀리 양 볼이 상기되어 걸어오는 이설아를 발견하곤 미소를 지었다.

"야, 쟤다."

"아, 늙은이가 더럽게 시끄럽네."

한곳을 향한 악의 어린 말들. 복도가 삽시간에 악의로 가득 차자 삽시간에 표정이 싸늘해진 진호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보이네.'

대놓고 말하는 가수들뿐만 아니라 아무 말 없이 흥미롭게 바라보는 가수들의 눈빛이 하는 말도 읽힌다.

질투, 시기, 흥미 등 웃는 낯이란 가면 아래 숨겨진 여러 가지 감정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읽힌다.

'연신연왕을 얻었기 때문이겠지.'

그래서 더 짜증이 났다. 읽히기에 더 짜증이 났다.

"지, 진정하십시오, 대표님. 못난애들의 질투일 뿐……"

"아이고! 이진호 대표님-!"

복도를 쩌렁쩌렁 울리는 외침에 진호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의 고개가 돌아갔다.

"헉!"

"구, 국장님?"

갑작스런 예능국 국장의 등장에 마치 마법에 걸린 것처럼 몸과 마음이 딱딱하게 얼어붙은 기획사 관계자들과 방송국 관계자들 다급히 이진호를 보았다.

'어, 언제 여기에?'

기획사 관계자들은 방금 전 소속 가수들이 한 말을 떠올리곤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가수들도 방금전 자신들이 한 행동을 떠올리곤 하얗게 질렸다.

"오셨으면 연락을 해 주시지! 예능국 국장 차기원입니다!"

진호는 넙죽 고개를 숙이며 내미는 그의 손을 잡았다.

"처음 뵙겠습니다. 이진호입니다. 그리고 여기가 제 가수인 이설아씨입니다."

"허허, 실물이 훨씬 예쁘신 분이군요. 처음 뵙겠습니다, 가수님. 차기원입니다."

"네, 네! 이, 이설아입니다!"

순간 혼이 나가 버릴 만큼 놀란 설아를 보며 피식 웃은 진호는 낯빛을 싸늘하게 가라앉혔다.

"국장님."

"예, 대표님."

"이렇게 환대해 주셔서 정말 감사하지만, 아무래도 저희는 다음에 들러야 할 것 같습니다. 애써 무대를 잡아 주셨는데, 정말 죄송합니다."

"예에?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저흴 반기지 않는 사람들이 꽤 있는 것 같아서 말입니다."

그렇게 말한 진호는 느릿하게 주위를 둘러보았고, 눈이 마주친 사람들은 다급히 고개를 숙였다.

'어떤 새끼들이!'

까드득!

속으로 이를 간 국장은 식은 땀이 맺히는 이마를 훔치며 억지로 웃었다.

"그, 그럴 리가요. 혹여 그런 사람이 있으면 제가 아주 따끔하게 혼을 내겠습니다!"

"……그러지 않으셔도 되는데요. 그냥 저희가 빠지면……"

"어헛! 이대로 가시면 저 섭섭함니다? 차라도 한잔하고 가셔야지요."

"흠. 그렇게까지 말하시니……"

"어허헛! 김 피디! 이 대표님과 여기 가수님을 대기실까지 안내해드려!"

"예! 국장님!"

다급히 뛰쳐나온 피디는 진호를 안내했고, 이설아는 멍하니 진호를 보았다.

"제가 여기 방송국 대주주예요. 여기뿐만 아니라 3사 지상파 방송국 모두."

"……네?"

이설아는 입을 떡 벌렸다.

한편 일부러 자리에 남은 국장은 분노가 가득한 눈으로 입을 열었다.

"다른 말 안 하겠습니다. 누굽니까."

"……."

짜증이 가득한 목소리에 사람들의 시선이 몇몇 이들에게로 모였다. 사람들의 시선을 받은 이들은 새파랗게 질렸다.

국장은 입술을 비틀었고, 끔찍한 공포가 복도에 내려앉았다.

* * *

'허헛. 앞으론 불편한 일 없을 겁니다.' 라고 말한 국장이 대기실을 나가자 이설아는 다급히 진호를 보았다.

"저, 정말 이래도 되는 거예요?"

"설아 씨가 신경 쓸 건 하나도 없어요."

"하지만……"

진호는 설아의 손을 잡았다.

"설아 씨. 당신을 공격하려는 사람을 봐주려는 바보가 되지 마세요."

"……다른 가수들에게 인사하고 올게요."

"다녀와요."

설아가 앨범을 들고 일어서자 정구호가 걱정 어린 표정을 지었다.

"이, 이래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억울하면 자기들도 지분을 확보하라 하던지요."

"대표님."

진호는 눈빛을 가라앉히며 정구호를 보았다.

"정 이사님. 소문 따위에 일희일비하는 사람이 설아 씨에게 도움이 될 것 같습니까?"

"……아닙니다."

"차 부장님 생각은요?"

"앞으로 좋은 인맥들이 설아에게 생길 겁니다. 오늘 소문을 들은 기획사들이 그렇게 만들 테니까요."

"어째서……"

차지혜는 피식 웃었다.

"저희가 절대 갑이기 때문입니다, 정 이사님. 배척보다는 비즈니스를 해야 할 절대 갑."

"아……"

차지혜는 진호를 보았다.

"그리고 눈치 빠르고 영리한 설아라면 그들 중에서 좋은 사람을 고를 겁니다."

"당연히 그러겠죠. 그러라고 이렇게 저의 위치를 보여준 거고요. 어설프게 이용하려는 것들은 쳐다볼 수조차 없도록."

"아……"

벌컥!

"다녀왔습니다……"

진호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왜 그런 표정이에요? 무슨 일있었어요?"

한 보따리 짐을 들고 돌아온 이설아가 넋을 놓고 있다.

'설마?'

진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어떤 소리라도?"

"아, 아뇨! 모두 너무 친절하게 반겨 줘서요……. 방금 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누군가는 대단한 대표라고 부러워하거나 골 때린다고 웃기도 했다.

진호는 풀썩 웃었다.

"거봐요. 내가 걱정할 거 없다고 했죠?"

이설아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 순간이었다.

똑똑똑!

"리, 리허설 10분 전입니다! 이, 이동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잔뜩 긴장한 스태프의 말에 진호는 이설아의 손을 잡아 일으켜 세웠다.

"가죠."

"꺄아악!"

"이설아 파이팅!"

리허설임에도 방청석에 앉아 방방 뛰는 이설아의 팬들.

'이제부터 시작이구나.'

이설아의 성공 인생이 말이다.

화들짝 놀란 이설아를 무대 위로 올려 보내는 진호의 입가에 진한 미소가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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