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44화
"……다시 말해 주시겠습니까?"
진호의 표정이 심각하다.
그에 커피를 내려놓던 핫산은 긴장을 할 수밖에 없었다.
'언제나 여유로우신 대표님이 이렇게나 놀라다니……'
큰일이 생긴 건 아닌지 걱정이든 그는 핸드폰을 꺼내 언제든 비서팀에 연락할 준비를 했다. 진호가 명령을 내린 순간 바로 이행할수 있도록 말이다.
그런 핫산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진호는 전화에 집중을 하고 있었다.
-저희 셋의 지분을 모두 사 주실 수 있냐 말씀드렸습니다, 대표님.
철렁 심장이 내려앉는 말이지만, 참 바랐던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마냥 기뻐할 순 없었다.
'총매출 천억 돌파……'
기업 가치가 예전과 비교할 수가 없다. 지분 매입에 돈을 얼마나 써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흐음.'
하지만 걱정은 없다.
-대표님?
"알겠습니다. 대신 제게 한 달만 시간을 주시겠습니까? 펄 게이트의 기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해 인수하려면 인수 합병팀을 조직할 필요가 있으니 말입니다."
-……예에?
진호는 눈을 껌뻑였다.
"왜 그렇게 놀라시죠?"
-아, 아니 저흰 그냥 이대로 회사를 넘겨도…….
"무슨 헛소리를 하는 겁니까?"
순간 혹한다.
솔직히 사람으로서 이런 제안을 받았는데, 안 좋은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
아무리 도움을 몇 번 줬다지만, 총매출 천억 달성이란 성공은 오직 그들이 죽도록 노력한 결과였다.
악마의 유혹을 뿌리친 진호는 단호하게 말했다.
"곽 대표님을 비롯한 창립 멤버세 분 모두 계속 함께 일해 주신다는 조항을 넣는 조건으로, 제게 한 달만 시간을 주신다면 꼭 제값에 인수하겠습니다."
왜 펄 게이트를 지금까지 욕심냈겠는가.
왜 예상 기업 가치가 천문학적임에도 굳이 지금까지 기다리고, 제값을 치르며 인수하려고 하겠는가.
바로 곽종훈을 비롯한 세 명의 개발자 때문이다.
바로 그들의 뛰어난 감각 때문이다.
결코 돈으로 살 수 없는 재능.
그들이 없는 펄 게이트는 인수할가치가 없었다.
"그러니……"
-아니요.
"예?"
단호한 거부에 진호의 눈빛이 싸늘하게 식었다.
'설마 은퇴를 하려는……'
-대표님께서 말하신 기업 가치라는 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에 만 분의 1만 받겠습니다.
"곽 대표님!"
-저, 아니 저희 그렇게 염치없는 놈들 아닙니다. 저희가 힘들 때 손을 내밀어 주신 것도 이 대표님이고, 이렇게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대표님 덕분입니다. 부디 저흴 쓰레기로 만들지 말아 주십시오. 만 분의 1과 전직원 고용 승계의 조건으로 한 달 뒤에 뵙겠습니다. 그럼.
"곽 대표님! 여보세요!"
달칵!
진호는 통화가 끊긴 핸드폰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아니."
누군가에게 책임을 미루고 싶을 때 사람들이 흔히 쓰는 말버릇 '아니'.
하지만 지금만큼은 그 말을 쓸 수밖에 없었다.
"아니, 어떻게 사람이 돈을 싫어할 수 있지?"
'……와, 진짜 돌겠네.'
진호는 가만히 서있는 핫산을 보았다.
"핫산, 만약 누군가 당신에게 당신이 여태껏 노력한 대가로 천억과 천만 원을 줄 테니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어쩌겠습니까?"
"……제 노력의 대가로 말입니까?"
"예."
"일은 계속 할 수 있는 겁니까?"
"천억이 생기면 자신이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해도 되는데요?"
'이게 고민할 거린가?'
진호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내가 왜 [스킬: 블랙 펄의 선장]을 택했는데?'
여유를 가지고 스토리를 진행, 아니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였다.
[스킬: 블랙 펄의 선장]을 현실에서 얻은 후 주식에 몰입했던 것도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벗어나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을 때 할 수 있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왜일까.
'핫산이 왜 고민을 하는지 알 것 같아……'
진호의 이런 생각을 알아차렸는지, 아님 마침 고민을 끝낸 건지 핫산은 상쾌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10억에 평생 고용 보장이면 하겠습니다."
"……풋! 그래요?"
"예. 솔직히 왕족의 비서가 되는 게 제 꿈이었습니다."
푸하핫 웃음을 터트린 진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곽 대표도 이와 비슷한 생각일까.'
평생 다른 것 하나 신경 쓰지 않고 오직 개발자로 살고 싶다는 그런 꿈 말이다.
그럴 확률이 높다.
그게 아니면 굳이 자신의 그늘밑으로 들어올 이유가 없을 테니 말이다.
"알겠습니다. 나가 보시고 30분후에 다시 들어와 주십시오. 그땐 비서실 전원과 함께 말입니다."
"……예!"
굳은 얼굴의 핫산이 나가자 진호는 담배를 물며 전 세계 증시창을 켰다.
그렇게 30분이 흐른 후 진호의 프린터가 찌직찌직 소리를 내며 종이들을 토해 내기 시작했다.
똑똑똑!
"기다리세요. 곧 나가겠습니다."
프린터가 토해낸 종이 뭉치를 들고 사무실을 나선 진호는 굳은 얼굴의 비서들을 일견하며 주식-해외 파트의 사무실로 향했다.
탕탕!
"……헉! 대표님!"
"대표님!"
진호는 우해진 부장을 불러 프린트 물을 넘겨주었다.
"이건…… 뜨허억?"
첫 장만 봤는데도 경악하는 우해진에게서 시선을 거둔 진호는 주식-해외 파트의 직원들을 응시했다.
"지금 우해진 부장님 손에는 앞으로 3주 동안 전 세계 증시가 어떻게 움직일지에 대한 동향이 들려 있습니다. 매도 타이밍, 매수타이밍, 선물 거래 등 아마 90퍼센트 이상 맞을 겁니다."
"크헉!"
"컥!"
진호는 경악하는 그들을 보며 싱긋 웃었다.
"지금 쯤이면 업무에 모두 적응했을 거라고 봅니다. 제 첫 번째 오더입니다. 앞으로 3주 드리겠습니다. 최대한 버십시오. 알겠습니까?"
"……예!"
"우 부장님! 자료 좀 넘겨주세요!"
"누가 부장님 손에서 저 자료 뺏어서 복사 좀 해!"
"자-. 우리 부장님, 착하죠?"
진호는 뒤집어지는 해외 파트를 일견하며 비서들을 보았다.
"핫산."
"예, 대표님!"
"인수 합병팀을 조직하시고, 타워펠리스 최상층급 주거 시설 및 그에 준하는 가치의 상가 시설 6채……"
진호는 이후로도 계속 말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펄 게이트창립자 세 명의 대학학과에 기부금 5억씩 해 주시고, 전국에 게임개발 관련 학과라든지 아카데미 목록을 만들어서 가져다주세요. 제 이름을 얼마든지 쓰셔도 됩니다. 얼마나 걸리겠습니까?"
"……3주만 시간을 주십시오. 인수 합병팀은 2주 안에 조직하겠습니다. 그럼."
진호는 잔뜩 굳은 얼굴로 돌아서는 비서들을 바라보다 사무실로 향했다.
"돈을 많이 써야 하는 것보다 찝찝한 게 어떤 물건을 제값 주지 않고 사는 거지."
'노동의 대가가 펌하받는 더러운 기분은 이미 옛날에 질리도록 느꼈으니까. 돈을 안 받겠다고?'
그럼 다른 것으로 주면 되었다.
진호는 그제야 후련한 미소를 지었다.
* * *
이설아는 이제 컴백의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달콤해서 너무 좋아-.
연습실의 창문 안. 해맑게 웃는 이설아가 구슬땀을 흘리며 귀엽게 몸을 흔든다. 땀 때문인지 몸에 달라붙는 박시한 티셔츠가 갈증을 불러일으킨다.
늘어지는 입술을 추스른 진호는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이게 되긴 되는 군요."
얼마 전 처음으로 이설아의 춤을 본 순간 진호는 좌절했다.
예능에 특화된 저주받은 몸뚱이.
솔직히 그걸 목격한 순간 진호는 컴백 일정을 반년 뒤로 미뤄야겠다고 다짐했었다.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진호는 진심을 다하여 말했다.
각목도 누나 할 몸뚱이를 사람으로 만들었으니, 그간의 수고는 굳이 듣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차지혜 부장은 울컥 달아오른 눈가를 매만졌다.
"아니에요. 모두 설아가 이 악물고 노력해 준 결과예요. 의외로 리듬감이 있더라고요, 쟤가."
-꺄아악! 마, 망가진다! 망가져!
순간 먹먹해진 귀를 후빈 진호는 어느새 바닥에 앉아 트레이너에 의해 강제적으로 양다리가 찢기고 있는 그녀를 가리켰다.
몸에 젖산이 쌓이는 것과 부상을 방지하고자 쉬는 시간마다 하는 마사지와 스트레칭이었다.
"저런 데도요?"
"……몸이 뻣뻣해도 춤은 얼마든지 출 수 있습니다. 아이돌 중에서도 그런 애들 많습니다. 아크로바틱한 춤만 추지 않으면 됩니다."
"아, 예. 알겠으니까 그렇게 정색하지 마세요."
헛기침을 한 차지혜가 물러서자 진호는 다시 이설아를 보았다.
"컴백 일정은 차질 없는 겁니까?"
이설아는 앞으로 2주 후, 늦가을에 드디어 컴백을 하게 된다.
컴백 타이틀곡의 장르가 댄스로 변하면서 재구성된 앨범의 분위기가 가을과 겨울에 어울렸기에 의도적으로 시기를 맞춘 것이다.
'살짝 늦는 감이 없잖아 있지만……'
열풍을 타고 인기몰이를 할 타이밍을 놓치는 거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일단 가스를 빼고 시작하는 것이기에 이 역시도 좋다고 할 수 있었다. 정말 설아를 좋아하는 팬들만이 반겨주는 것일 테니 말이다.
"예. 이젠 뮤직비디오와 사진 촬영만 하면 됩니다. 컴백 후 투입될 예능들도 모두 섭외를 완료한 상태입니다. 광고도 말입니다."
광고에 대해서는 참 할 말이 많았다.
'국내 100대 대기업 모두에서 콜이 오다니!'
그녀는 맹세코 들어온 광고를 골라야 하는 행복한 고민을 할 줄 몰랐다. 이제 설아는 컴백만 하면 톱스타다.
"그래요……. 알겠습니다. 이젠 안으로 들어가도 될까요?"
왜인지 다른 것에 신경을 파는 듯한 모습.
"……쿡! 들어가시죠."
"크흠."
애써 무시한 진호는 문을 열었다.
멈칫!
진호는 다시 문을 닫았다.
"……."
"푸흐흐! 참 향기롭죠?"
충격으로 일그러진 진호의 얼굴에 차지혜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환기 시스템과 공기정화 시스템을 확충하십시오. 예산은 무제한입니다."
"호호호호호!"
차지혜는 뒤에 숨기고 있던 냄새탈취제를 넘겨주었고, 진호는 다시 문을 열며 안으로 들어갔다.
치이이이익!
"……야아-!"
갑자기 열렸다가 닫힌 문에 의아해했던 이설아는 탈취제를 뿌리며 들어오는 진호의 모습에 폭발하고 말았다.
"에헤헤."
꽁냥꽁냥.
딱히 애정 표현을 하지 않는데 꽁냥꽁냥한 분위기가 풍긴다.
설아가 그저 진호의 손을 잡은 채 손가락 장난을 치고 있을 뿐인데 속이 뒤집어지는 꽁냥꽁냥한 분위기가 풍긴다.
'에이 씨!'
처음 진호가 설아와 사귀게 됐다는 말을 했을 때, 모든 직원이 축하해줬다.
수줍게 손을 잡고 나타나 발표를 하는 둘의 모습. 놀라기는 했어도 이미 둘의 달달한 썸을 느끼고 있었기에 축복해 주었다. 밖이 아니라 안에서는 얼마든지 애정을 나누라고 은근슬쩍 놀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사람 많은 곳에서 저따위 모습을 보이라는 소리는 아니었다.
처음 HU컴퍼니로 이직할 때 왜 그딴 곳으로 가냐며 결혼을 약속한 애인과 크게 싸운 후 헤어진 차지혜는 일그러지는 낯살을 애써 제어해야 했다. 그건 안무가와 마사지사, 피지컬 트레이너도 마찬가지였다.
"사내 연애는 금지입니다, 대표님."
"그런 조항을 만든 적 없습니다, 차 부장님."
"에이 씨."
진호는 씩 웃으며 이설아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움찔!
"땀 냄새 많이 나요, 대표님."
"괜찮아요. 안 나요."
"근데 아까는 왜 그랬는데요?"
순간 서늘하게 가라앉는 목소리에 진호는 히죽 웃었다.
"땀에 젖은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장난치고 싶었어요."
"한 번만 더 그러면 나 진짜 삐져……"
"아, 진짜 -!"
진호는 아 뜨거하며 물러섰고, 차지혜는 이를 갈며 설아를 보았다.
"뮤직비디오 버전으로 준비해."
"……네!"
방금까지 꽁냥꽁냥하고 훈훈했던 분위기는 단숨에 얼어붙었다.
진호와 차지혜는 뒤로 물러섰고, 이설아는 거울 앞에 섰다.
"저기 설아의 옆으로 선 안무가 자리에 하얀 마시멜로 인형이 설겁니다. 마시멜로 굿즈는 이미 시제품이 나온 상태입니다."
"역시 차 부장님. 빈틈이 없군요."
"감사합니다."
차지혜는 스태프를 향해 손가락을 튕겼고, 곧 4집 타이틀 '말랑말랑'의 음악이 흘러나왔다.
-말랑말랑. 말랑말랑 해.
'……음?'
둘의 안무를 지켜보는 진호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 * *
참관을 마치고 복도로 나온 차지혜의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라 있다.
"정말 사랑스럽지 않나요, 대표님?"
참 대견하고 대견했다.
춤도, 연기도 전혀 할 줄 모르던 이설아가 이 짧은 시간 내에 귀엽게 춤을 추고, 사랑스럽게 표정 연기를 한다.
'설아는 연기에도 재능이 있어!'
이런 원석이 왜 지금까지 진흙속에 묻혀 있었는지 만날 의문이 든다.
특히 오늘은 더 그런 의문이 들 정도로 이설아는 빛나고 있었다.
'모두 대표님이 지켜보고 있어서 그런 거겠지.'
표정이 풍부하게 살아나는 설아를 보자니 괜스레 옆구리가 시릴 정도였다.
"아까 보셨죠? 대표님을 곁눈질 하면서 사랑스러운 표정을 짓는…… 대표님?"
"아, 예."
"…… 무슨 일 있으십니까?"
진호의 낯빛이 어둡다.
마치 끓는 화를 참는 듯한 모습.
움찔!
주먹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하던 진호는 결국 입을 열었다.
"그 설탕 덩어리 인형은 만날 설아 씨를 따라다니는 겁니까?"
"예. 설아와 함께 계속 무대에……"
뭔가 이상함을 느낀 차지혜는 이내 씩 웃었다.
"지금 질투하세요?"
맞다. 질투다. 설탕 덩어리에 안기고 안기며 웃는 설아를 보자니 복창이 뒤집어진다.
"……안무 변경 가능합니까?"
"안 됩니다. 주입식으로 가르치는 거라 지금 안무를 변경하면 모든 일정이 어그러집니다."
진호의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절대 안 된다.
이를 간 진호는 애써 마음을 다스리며 차지혜를 강렬하게 보았다.
"여성 댄서로 변경됩니까?"
안무를 변경할 수 없다면 인형탈쓸 놈의 성별을 바꾼다.
제아무리 비즈니스라도 설아가 남자에게 안기는 꼴은 볼 수 없다.
"……흠, 그건 문제없습니다. 그렇게 조치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올 연말 보너스 기대하셔도 좋을 겁니다.
"푸훗."
차지혜는 진호를 안쓰럽다는 듯 보았다.
많은 연예인 커플이 헤어지는 이유가 뭐던가.
수 많은 이유가 있지만, 그중 하나는 이렇게 자신의 애인이 이성과 비즈니스를 하는 모습에 질투심을 느껴서다.
'내가 케어해 드려야겠네.'
아무리 눈꼴 시려워도 그녀는 이 꽁냥꽁냥 커플을 지지하는 사람이었다. 마침 하나의 아이디어가 떠오른 그녀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대표님."
"네. 듣고 있습니다."
"뮤직비디오에 출연해 보지 않으시겠습니까? 대표님이 말하신 그설탕 덩어리 인형 역할로 말입니다."
진호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 * *
"뮤직비디오……. 인형 역할 연기……"
진호의 마음은 좀 심란했다.
"연기. 연기라……"
'나 때문에 촬영이 딜레이되면 어쩌지?'
심장이 답답해질 만큼 압박이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설아와의 뮤직비디오 촬영을 포기하고 싶진 않다.
추억을 남기고도 싶지만, 대중 매체와 너튜브 등을 통해 전 세계에 꽁냥꽁냥한 모습을 보일 수 있는 기회다.
어쩔 수 없는 비밀 연애라 답답했는데 '이 사람이 내 여자다, 이 사람이 내 남자다'라고 슬쩍 표현할 수 있는 기회다.
훗날 그녀가 팬들에게 다치지 않는 방향으로 열애 인정을 받으려면 지금부터 이렇게 포석을 깔아둬야 했다.
진호의 마음에 욕심이 들어차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나."
'얻자. 그 스킬.'
진호는 몸을 일으키며 전화기를 들었다.
"대학로에 갈 겁니다. 차 준비해주세요."
-예, 대표님.
그렇게 기세등등 대학로에 도착한 진호는 그대로 굳어 버렸다.
"어? 저, 저게 왜?"
골목길에 숨겨진 DVD방.
그 스킬의 1차 해금 조건 장소인 DVD 방.
앞으로 최소 5일은 나 죽었소 하고 숙식해야 되는 DVD방.
그게 문을 닫은 상태였다. 유리문에 임대 문의라는 쪽지가 붙은 채로 말이다.
"……헐?"
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