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42화
조심스런 손길이 진호의 얼굴을 터치하며 화장을 덧칠한다.
'커뮤니티 사이트의 화력이 대단하네.'
게임 발매 후 보름 만에 다운로드 수가 무려 200만을 돌파했다.
평점은 4.8로, 주로 10대에서 30대 초반 사이의 여성이 다운로드를 받았다.
'매출 500억 돌파.'
가장 싼 코스툼 아이템이 300원이고, 가장 비싼 아이템이 3, 000원인데도 불구하고 500억을 가볍게 돌파했다.
즉, 한 사람당 기본으로 2만 원 이상을 결제했단 소리다.
'모두 게임이 잘 빠진 덕분이겠지.'
스토리 작가들이 실화를 기반으로 하여 몰입감 있는 이야기를 짜내고, 대사 작가들이 달려들어 주옥같은 대사들만 써 내려갔다.
장편의 성공 드라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진호는 이 매출의 일등공신인, 캐릭터를 터치 시 나오는 대사를 녹음하면서 부끄러워 어쩔 줄 몰라하던 이설아를 떠올렸다.
'진짜 귀여웠지.'
안 하면 안 되냐고 울상을 짓던 그 얼굴은 볼수록 더 괴롭히고 싶어 질 정도로 치명적이었다.
"무슨 좋은 일 있으시나 봐요, 대표님."
스타일리스트의 질문에 진호는 정신을 차렸다.
"아닙니다. 갑자기 웃긴 일이 생각나서요. 그런데 멀었나요?"
"아니요. 이제 조금만 하면 끝나요. 그런데, 대표님…… 진짜 피부 좋으시네요. 아니, 어쩜 이렇게 모공 하나 없이 뽀송뽀송하고 말랑말랑 하죠? 어우, 지금 화장을 하지만 않았어도!"
방송국 전속 스타일리스트는 진호의 볼을 꼬집고 싶다는 욕망을 강하게 드러냈다.
"화장을 안 했어도 거부할 겁니다."
"치이-."
"하하. 참아 주세요."
눈을 흘긴 스타일리스트는 진호의 얼굴에서 살피다 고개를 끄덕였다.
"다 됐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스타일리스트는 할 말이 있는 듯 머뭇거리다가 이내 대기실을 빠져나갔고, 그에 핫산과 30대 중반의 히스패닉계 미녀가 다가왔다.
여성은 진호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대표님."
"……."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어느 왕족부인의 메이크업 아티스트였던 카밀라 카베스. 그녀는 진호의 얼굴을 다른 이에게 맡겼다는 것에 수치심마저 느끼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기색을 감지한 진호는 더 이상 말하지 않기로 했다.
"믿겠습니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절대 없도록 하겠습니다!"
고개를 숙인 카밀라 카베스가 물러나자 핫산이 입을 열었다.
"제 불찰입니다, 대표님."
"한국식 메이크업 기법은 세계에서도 손꼽히니 마냥 핫산이나 카밀라의 잘못이 아닙니다. 대신 앞으로는 지원을 아끼지 마세요. 결국 제가 믿을 만한 사람은 여러분들이니까요."
"……예!"
똑똑똑!
"들어가겠습니다, 대표님."
대기실의 문이 열리며 마이크가 달린 헤드셋을 낀 스태프가 들어왔다.
"이, 이제는 이동하셔야 합니다, 대표님."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된 겁니까? 알겠습니다."
'그렇게 겁먹지 않아도 되는데……'
몸을 일으킨 진호는 스태프의 안내를 받아 스튜디오로 향했다.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어두운 스튜디오. 진호는 뉴스를 진행하고 있는 여성 아나운서를 보며 눈을 빛냈다.
"내가 뉴스에 다 출연하네……. 진짜 성공했다, 이진호.'
그런 그에게 40대의 멀끔하게 생긴 남성이 다가왔다.
"처음 뵙겠습니다, 대표님. 인사가 늦었습니다. 홍성도입니다."
"영재 형에게는 이야기 많이 들었습니다. 이진호입니다. 제가 한참 어리니 말 편히 해 주십시오, 대표님."
그랬다. 이 중년인은 JTBS의 대표 이사였다.
"하하, 그러십니까? 아, 이쪽은……."
"한국인으로서 어찌 모를까요. 처음 뵙겠습니다, 김석희 사장님."
"하하. 예상보다 훨씬 더 훤칠하십니다. 김석희입니다."
진호는 선한 미소를 짓는 김석희를 보며 옅게 웃었다.
'올해 말 제이콘텐츠의 주가 하락의 주범은 이 사람이겠지.'
올해 말 JTBS의 지분을 다량으로 소유하고 있는 제이콘텐츠의 주가가 제법 크게 요동친다.
배임이나 횡령에 관한 소식은 없고, 드라마가 한두 작품 망해도 주가엔 큰 영향이 없기 때문에 범인으로 가장 유력시되는 건 JTBS의 간판이자 믿음의 상징인 김석희였다.
'믿음의 상징인 이 사람이 범죄를 저지르는 게 아니고서야 그렇게까지 요동치진 않을 테니까. 파도의 패턴도 다르고.'
분명 배임이나 횡령 등 기업 차원에서의 범죄가 일어났을 시와는 다른 패턴의 파도였다.
그래서 고민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괜히 불 필요한 일에 엮여서 귀찮아지는 건 질색이었으니까.
하지만 아직까진 전 국민에게 신뢰를 받고 있는 김석희이기에 진호는 JTBS에서 직접 회사까지 찾아와 부탁하자 출연을 결심했다.
'게임 홍보도 하고.'
솔직히 이게 가장 큰 목적이었다.
"시간이 된 것 같습니다. 이동하실까요?"
"아, 그러시죠."
진호와 김석희가 이동한 곳은 뉴스가 한창 진행 중인 스튜디오의 옆 스튜디오였다.
자리에 앉은 진호는 마지막으로 대본을 검토하며 물을 마셨다.
'후. 이거 의외로 긴장되네.'
에니멀 팜과 사람 극장을 통해 카메라에 익숙해졌다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던 것 같다.
'생방송이라서 그런가?'
말한 마디 삐끗한 순간 참 많은 피해자를 발생시킬 수 있는 생방송 뉴스. 괜스레 가슴이 답답하고 불안해진다.
그 탓에 진호는 질문 내역을 살피며 힐끔힐끔 자신을 곁눈질하는 김석희의 눈빛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진짜 입조심, 표정 조심하자! 아, 시작한다.'
"안녕하십니까. 김석희입니다."
정중한 인사를 시작으로 신뢰 있는 목소리로 멘트를 내뱉던 김석희가 옅게 웃었다.
"요새 가장 핫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죠? 고졸 신화, 개천에서 난용. 손대는 것마다 대박을 터트리는 미다스의 손. HU컴퍼니의 대표 이진호 씨를 모셨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이진호 씨."
'흡!'
진호는 옅게 웃었다.
"하하, 안녕하십니까. HU컴퍼니의 이진호입니다"
그렇게 진호의 생방송이 시작되었다.
뉴스는 화기애애하게 진행되었다.
김석희는 젠틀하게 질문을 했고, 진호도 무리 없이 대답을 했다.
가장 마음에 드는 건 역시나 게임에 관한 물음이었다.
진호는 성심성의껏, 아니 신나서 대답을 했다.
이 뉴스를 시청한 사람들이 궁금증에 게임을 다운받을 걸 생각하니 기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설아 씨! 떴어요, 떴어! 200만 명중 1000분의 1만 팬으로 돌아서도 엄청난 팬덤이 만들어지는 겁니다!'
이제 다음 단계를 진행할 수 있었다.
그렇게 예정된 시간까지 3분여의 시간을 남겨 뒀을 때, 김석희의 눈빛이 달라졌다.
흠칫!
'뭐지?'
"이진호 대표님의 행적을 되짚어보면 참 신기한 점이 많은데요. 대표님께서 국민들에게 처음 존재감을 드러낸 시기가……"
'음? 이건 이미 대답한……'
살짝 당황한 진호는 김석희를 보았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어 갔다.
"그러시는 와중에 타인에게 모범이 되는 일들을 많이 해내셨습니다. 그중 하나는 방금 전 말씀드린 무명 가수 이설아 씨와의 만남일텐데요."
'어라?'
"사실을 기반으로 제작된 톱스타 메이커의 스토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왜 굳이 엔터 종목투자의 첫 번째 아이템으로 이설아 씨를 택했는지 말씀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마치 먹이를 노리는 듯한 매의 진호의 입술이 살짝 틀어졌다.
'이거 봐라?'
눈은 분명 호의를 띠고 있지만, 그 안에서 악의가 느껴졌다.
진호는 빠르게 생각을 정리했다.
'이거 잘 하면?'
덫을 하나 더 놓을 수 있을 듯하다.
"음……. 그걸 말하려면 설아 씨와 처음 만났을 때부터 거슬러 올라가야 할겁니다."
"이설아 씨가 원룸 월세를 구하기 위해 왔다고 하셨죠?"
흥미를 머금는 눈에 진호는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예? 아니시라고요?"
"예, 그보다 훨씬 전입니다. 톱스타 메이커에서도 나온 장소중 한 곳에서 저와 설아 씨는 만난 적이 있습니다. 물론 설아 씨는 기억을 하지 못할 테지만 말이죠."
김석희의 눈빛이 더 짙어졌다.
"호오. 무슨 상황인지 말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얼마든지요."
진호는 그때를 회상하였다.
"당시 저는 살을 뺀 기념으로 친구와 어느 아웃렛 백화점에 가게 됐습니다. 기성복 사이즈가 드디어 맞게 돼서 참 흥분했습니다."
"하하."
"그렇게 흥분한 마음으로 이것저것 옷을 고르던 도중 종업원의 뾰족한 외침이 매장을 울리게 됐습니다. 가시라니까요! 저희 브랜드는 협찬 따윈 안 해요! 좀 가세요, 가! 손님들께 피해 주지 말고! 이렇게 말이죠."
"아……"
"지금도 기억나는군요. 당시 기타를 등에 멘 설아 씨는 참 쩔쩔 맸었죠. 다시 한번 생각해 달라는 설아 씨의 말도 기억납니다. 그땐 참 신기하다 생각했습니다. 저렇게 예쁜 사람도 협찬을 받기 위해 고개를 숙이는구나."
"굉장히 자세하게 기억하시는군요?"
김석희가 물었다는 듯 눈을 빛냈다.
하지만 이미 그의 의도를 꿰뚫은 진호는 의뭉스럽게 웃었다.
"임팩트가 강했으니까요. 공장을 전전하던 제가 어디서 연예인을 볼 수 있있겠습니까?"
"하핫. 하긴 그렇겠군요."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 날, 드디어 공사가 끝난 제 첫 번째 건물에 설아 씨가 찾아온 겁니다. 방때문에 연락드렸는데요……"
"……인연이라고 생각하셨겠군요."
"예, 그랬습니다."
너무도 시원한 긍정에 김석희는 도리어 놀랄 수밖에 없었다.
"얼마 전 강렬한 임팩트를 남긴 사람이 첫 번째 건물의 첫 세입자로 찾아왔으니 당연히 인연, 아니 필연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죠."
"……아아."
'어딜.'
싱긋 웃은 진호는 말을 이어 갔다.
"그렇게 세입자와 건물주로 지내던 어느 날 설아 씨가 절 찾아왔습니다. 사장님, 죄송한데 보증금을 돌려주실 수 있을까요?"
진호의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 * *
"뭐?"
진호가 나온다는 말에 엔터- 가수 파트 모든 직원들과 함께 뉴스를 시청하던 이설아는 몸을 벌떡 일으켰다.
"아, 아웃렛이면 거기?"
지금도 기억난다.
컴백 활동에 쓸 의상을 협찬받고 자 두타몰에서부터 걷고 걸어 도착했던 그곳.
'거기서 처음 만났다니…… 그, 그리고 그걸 기억하고 있다니……'
갑자기 치미는 부끄러움에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주먹이 쥐어진다.
그녀 본인이 가장 힘들었을 때의 모습을 목격한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 자괴감은 아주 잠시에 불과했다.
-저렇게 예쁜 사람도…….
퍼드득!
이설아의 몸이 마치 물 밖으로 나온 물고기처럼 흔들렸다.
"예, 예쁘다니. 대, 대표님도 참……"
순간 직원들의 표정은 썩었지만, 이설아는 깨닫지 못했다.
-인연, 아니 필연이라고 생각할수밖에 없었죠.
'꺄-!'
-웰까. 왜 이렇게 예쁘고 노래도 이토록 잘 부르는 사람이 아직까지도 무명일까. 그때 생각하게 됐습니다. 흠. 투자해 볼까?
이설아는 깜짝 놀라 TV 속 진호를 보았다.
그건 엔터- 가수 파트 직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충동적인 생각으로 그런 돈을 투자하시게 됐다고?"
HU컴퍼니 엔터- 가수 파트 설립의 이유이기에 그들은 경악할 수 밖에 없었다.
"저, 정 이사님은 이걸 알고 계셨습니까?"
정구호는 다급히 고개를 저었다.
"처음 듣는 말이야!"
그들이 알고 있는 건 정구호가 진호에게 투자를 받으러 갔고, 진 호는 그의 간절함에 투자를 승인했다는 것이다.
"설아, 너는!"
"저, 저도요!"
-음? 제가 알고 있는 것과는 좀 다른 내용이군요.
사람들은 급히 TV를 보았다.
TV 속 진호는 씁쓸하게 웃고 있었다.
-그럴 테죠. 여태까진 설아 씨의 자존심을 위해 숨겨 둔 일이니까요.
-그렇다면?
고개를 끄덕인 진호가 고개를 돌려 카메라를 보았다.
마치 눈이 마주친 것 같자 이설아는 헛숨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흡?'
-예. 전 이미 설아 씨가 정구호 이사님의 하나뿐인 소속 가수인걸 알고 있었습니다.
쿵!
이설아는 순간 말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 * *
"허어. 정말 한 편의 드라마와 같은 이야기군요."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내용이 한 편의 드라마다.
'요리조리 빠져나간 건 아쉽지만……'
김석희는 아쉬운 마음을 감추며 클로징 멘트를 뱉었다.
"답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마무리할 시간이 된 것 같군요. 이진호 대표님, 마지막으로 주식을 하는 사람들, 그리고 대표님처럼 되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 한 말씀만 해 주시겠습니까?"
진호는 다시 카메라를 보았다. 그의 눈빛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분명 고졸 출신인 쟤도 저렇게 성공했는데, 나라고 성공 못하겠냐는 생각만을 가진 채 증시에 뛰어드는 분들이 있을 겁니다."
진호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런 생각이라면 절대 하지 마십시오. 주식은 하이리스크 마이너스 리턴. 수 많은 정보를 취합하고 검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않은 이상, 당신들은 당신들뿐만 아니라 소중한 가족의 삶까지 지옥으로 만들게 될 겁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JTBS의 김석희였습니다."
그렇게 카메라에서 불이 꺼지자 진호는 한숨을 길게 내뱉었다.
그리고 선하게 웃으며 다가오는 김석희를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하하. 오늘 정말 감사……"
"누굽니까?"
"…… 무슨 말씀이신지?"
"당신의 독단적인 결정입니까? 국민들이 알 권리? 아님 찔러 볼것 없는 저를 흠집 한번 내 보려는 놀부 심보?"
"……."
아까 당황했던 홍성도의 모습을 생각하면 이게 정답이었다.
당황하고 웃으며 다가오던 스태프들이 그대로 얼어붙었다.
진호는 무심히 김석희를 보았다.
"제가 참 얕보였나 봅니다."
진호 자신이 타의에 의해 스캔들에 휘말리는 것도 짜증 나는데, 하마터면 컴백을 앞두고 있는 이설아의 앞길에 재가 뿌려질 뻔했다.
담담히 사심을 지운 채 대응하지 않았다면, 이설아는 분명 엄청난 타격을 입었을 것이다. 여자 연예인에게 스캔들이란 남자보다 훨씬 치명적이니 말이다.
"……정말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아, 방금 전 질문에 대한 것이라면 깊게 사과드리겠습니다. 워낙 선남선녀이시다 보니 그만."
'능글맞네.'
피식 웃은 진호는 '그렇다고 치죠.' 라고 말한 뒤 몸을 돌렸다.
'기대하는 게 좋을 거야.'
제아무리 귀찮은 게 싫다고 해도 걸어온 싸움은 마다하지 않은 성격이니 말이다.
그런 그에게 하얗게 질린 홍성도가 다가왔다.
"대표님, 이번 일은……"
"대표님께서 의도하신 게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습니다."
"……제가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홍 대표님의 잘못도 아닌데 왜 사과를 하십니까? 전 괜찮습니다. 다만……"
"다만?"
어느덧 스튜디오 출입문 앞에 선 진호는 데스크에 앉아 이쪽을 빤히 보고 있는 김석희를 힐끔 보곤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은밀히 소문이 돌더군요. 믿음의 상징인 저분에게 먼지가 있다고요."
"……무, 무슨!"
"곧 수면 위로 튀어오를 테니 대비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여의도에서 노리고 있을 테니까요."
홍성도는 눈을 부릅떴다.
"여, 여의도라면?"
증권가. 그리고 국회.
여의도를 뜻하는 건 바로 그 두곳이다.
"아마 꽤 시끄럽게 될 겁니다. 그럼."
'내가 그렇게 만들 거니까.'
"대, 대표님!"
홍성도는 다급히 손을 뻗었지만, 진호를 잡지 못했다.
그렇게 남겨져 안절부절못하던 그는 이내 번뜩 떠오르는 게 있었다.
'설마 그걸 말하는 건가? 아님 그것 외에도 또 다른 게?'
홍성도는 흔들리는 눈으로 이제야 일어날 준비를 하는 김석희를 바라보다 얼굴을 쓸어내렸다.
"……돌겠군."
'정보를 가진 사람은 건드리는 게 아니라는 것쯤은 이미 알고 있을 양반이 대체 왜……'
분명 어떻게든 상대가 숨기고 있는 비밀을 파내려는 언론인으로서의 습관이 발동한 것일 테지만, 이번엔 상대가 무척이나 나빴다.
"후우. 어쩔 수 없는 건가."
이번 사태는 자업자득이다.
홍성도는 김석희를 버리기로 마음먹었다.
'그럼 준비해야겠군.'
한편 JTBS를 나선 진호는 핸드폰을 들었다.
"그럼 다음 스텝을 밟아 볼까?"
-설아 씨, 오늘 저녁에 술 한잔할래요?
진호의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가 맺혔다.
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