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39화
스윽!
돌돌 말린 100만 원짜리 수표가 방긋 웃고 있는 돼지의 콧구멍 속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한 발 물러선 이혁우 회장이 합장을 한다.
"HU 컴퍼니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와아-.'
진호의 입이 수조 속 금붕어처럼 뻐끔뻐끔 벌어진다.
이혁우 회장뿐만 아니라 20대 기업 회장들, 정치인들, 각국 대사들도 돼지에게 돈을 꽂아 넣고 무궁한 발전을 기원했기 때문이다.
'왜! 아니, 왜! 이러지 않으셔도 되는데요-!'
청와대에서 고사식을 할지는 모르지만, 새 대통령이 청와대에 입성한다고 해도 보지 못할 진귀한 광경이다.
형, 누나, 동생의 아버님들이라 말릴 수도 없어서 미치고 팔짝 될 것 같지만 말이다.
"이, 이거 무궁한 발전을 못하면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는 거 아니에요?"
"저 돼지 입에 물린 수표만 모아도 내 연봉이겠는데?"
"쉿! 쉿!"
급히 입단속을 했지만, 진호는 듣고 말았다.
'지, 진짜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는 거 아냐?'
기업들과의 관계를 생각하면 그럴 리야 없겠지만은 그만한 압박감이 느껴졌다.
그렇게 살벌하면서도 어디서도 못 볼 고사식이 끝나자 진호는 기자들을 힐끔 보곤 내빈들에게 회사를 안내해 주었다.
"이곳이 앞으로 3개월 후 사우디로 떠날 건설팀이 쓰는 사무실입니다."
"오."
"호오."
말이 1, 500억 수주지, 대기업도 쉽지 않은 액수의 계약이다.
더욱이 진호와 무하마드 왕세자와의 관계를 생각하면 1, 500억 원플러스 알파가 될 게 분명 했기에 회장들은 최철규 이사에게 웃으며 먼저 악수를 청했다.
'스마트 도시의 키포인트는 이들이 될 것이다!'
스마트 도시는 아는 사람만 아는, 이번 무하마드 왕세자의 방한으로 국내 대기업들도 알게 된 사우디 도시건설 사업의 명칭이다.
그 예상 총액수만 해도 무려 7천억 달러.
회장들은 그중 티끌만큼이라도 더 수주를 받을 수 있다면 무슨 짓이든 할 각오가 되어 있었다.
"사우디에서 힘든 일 있으면 언제든 연락해요."
"힘든 일 있으면 저희 DH가 돕겠습니다."
"가, 감사합니다! 최, 최철규입니다! 영광입니다!"
회장들에게 인사를 받는 최철규는 혼이 빠졌지만 말이다.
고개를 절래절래 저은 진호는 그들을 5층으로 안내했다.
"이곳이 엔터 가수 파트입니다. 아직 소속 가수는 한 명인데……"
"아아-!"
'잉? 왜? 아니, 그보다 언제 올라온 거야?'
분명 그녀도 고사식에 참석했었는데 말이다. 축하 공연은 필요 없어서 그냥 참석만 했지만 말이다.
"보기만 하여도 울링! 생각만 하여도 울링. 수줍은 열아홉 살!"
"어이쿠."
"어허헛."
익숙한 노래라서 그런지 회장들의 입가에 웃음꽃이 핀다.
진호가 무슨 짓을 하건 웃을 준비를 하고 있어서가 아니라, 단 한 소절만 들어도 정말 그 시절 그때처럼 가슴을 울리는 목소리였기 때문이다.
진호는 진심으로 좋아하는 그들을 보며 편견을 많이 깰 수 있었다.
'막 클래식이나 들을 줄 알았는데……'
하지만 달리 생각해 보면 격동기 시절 국민들의 마음을 달랜 건 노래였다. 남녀노소 따질 것 없이 말이다.
진호는 잘 됐다는 듯 입을 열었다.
"오늘 저녁에 스케줄이 있다고 연습을 하고 있나 보군요. 한번 보시겠습니까?"
"그래도 될까? 가수분께 실례가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
"이 정도 헤프닝도 견디지 못하면 어떻게 가수라 할 수 있을까요."
그건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회장들은 진호의 뒤를 쫓았고, 문이 살짝 열린 연습실 앞에 선 진호는 문을 두드렸다.
쿵쿵쿵!
"네-!"
"들어갈게요, 설아 씨."
'어헛?'
본능적으로 무언가 느낀 회장들은 의미심장한 눈으로 진호의 뒤통수를 바라보았고, 그걸 눈치채지 못한 진호는 문을 열었다.
"무슨 일이…… 어?"
진호는 뒤따라오는 회장들을 보며 입을 떡 벌리는 이설아를 보며 히죽 웃었다.
'서프라이즈?'
"앞으로 좋은 노래 부탁드립니다."
"네, 넷!"
"아가씨 이름이 뭐라고요?"
"이설아입니닷!"
"허허. 그래요. 내 기억하고 음반나오면 꼭 살게요."
"가, 감사합니다!"
그렇게 무척이나 당황한 이설아를 회장들 및 내빈들에게 소개시킨 진호는 이후 다시 회사를 안내했다.
"허허. 번창하길 비마."
"좋은 소스 있을 때는…… 허흠."
"하하, 예. 감사합니다!"
어깨를 두드린 회장들과 내빈들이 모두 건물을 나서자 진호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 순간이었다.
툭!
"그건 끝까지 안 보여 주는 거냐. 서버룸."
"응? 아……"
진호는 피식 웃었고, 이영재는 미간을 좁혔다.
하지만 기업의 서버룸은 정말 극비이기 때문에 이 이상 재촉하지 않았다. 정작 묻고 싶은 건 다른 것이었으니 말이다.
"너희 서버 룸, 그 보안 프로그램이 적용된 거 맞지?"
"당연하죠."
진호는 보안 프로그램을 HU 컴퍼니에 적용시키기 전 일단 이영재에게 보여 줬다. SJ그룹에서 쓰는 보안 프로그램보다 더 좋을까 하고, 테스트해 보기 위해서 말이다.
그 결과는 바로 이것이었다.
"정말 그 보안 프로그램은 어디서 구한 건데? 말 안 해 줄 거냐?"
"그렇게 욕심나요?"
"내가 욕심나냐, 보안팀이 욕심내는 거지!"
SJ전자의 보안팀이 욕심을 낼 만큼 뛰어난 프로그램.
진호는 '주세요'하는 이영재를 보며 속으로 입맛을 다셨다.
'그거 일주일 만에 만든 건데…….'
일주일 내내 붙잡고 있긴 했지만 말이다.
"좀 알려 주라!"
보안팀이 말하길, 그 프로그램만 있으면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적은 인원으로 더 높은 레벨의 보안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고 했다. 그룹의 후계자로서 억만금이 든다고 해도 구입해야 할 물건이었다.
진호는 불이 붙은 그의 두 눈에 결국 양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알았어요. 대신 설치나 관리는 형 쪽에서 하는 걸로. 전 프로그램만 보내 드릴 거예요."
'이 기회에 빚이나 하나 얹지, 뭐.'
돈도 제값을 받을 것이다.
"에이……"
'아, 설마 그 팀이 만든 건가?'
그럴 확률이 높았고, 정말 그렇다면 더 이상 매달릴 수 없었다.
"오케이, 알았어! 그럼 나간다!"
혹여 진호의 마음이 바뀔까 재빨리 몸을 돌렸던 아차하며 진호를 보았다.
"3일 후에 자선 경매 알지? 꼭 참석해!"
"알았어요, 알았어."
소중한 동생에게 상류층의 삶을 가르쳐 주겠다는 의도라 거부할수 없는 제안.
진호는 후다닥 달려나가는 이영재를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자선 경매라……'
난생 처음 해 보는 경험.
왜인지 벌써부터 흥분이 되는 것 같았다.
* * *
풍운의 고사식! 국내 20대 기업회장 총출동!
돼지머리에 100만 원 수표 꽂는 이혁우 회장!
각국 대사들도 찾아 축하한 HU 컴퍼니의 고사식!
희대의 사기꾼? NO! 희대의 기린아!
이진호 대표 해외 거래 파트 신설! 본격적인 투자 시동!
여의도 증권가! 따라 할 준비됐어요!
국내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1위부터 10위까지가 모두 진호의 차지다.
달칵!
인터넷창을 끈 곽종훈은 얼굴을 쓸어내렸다.
'정말 대단한 사람이네.'
국내 20대 기업 회장들을 한자리에 모으는 어마어마한 인맥.
"형! 아니, 대표님! 이거 진짜 대박이야! 대박! 와, 어떻게 이런 게 있을 수 있지?"
터치를 할 때마다 모션과 음성이 바뀌는 것은 이미 예전부터 있었다.
캐릭터의 신체 부위를 터치하면 정해진 반응과 음성을 보여 주고, 그것이 호감도에 따라 바뀌는 건 육성 시뮬레이션 모바일 게임에서 거의 필수적인 요소로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 곽종훈이 가져온 이 프로그램은 그 과정을 획일화시키다 못해 데이터 용량도 극소화시킨 센세이션한 작품이었다.
"그것도 이렇게 많은 패턴을 입력할 수 있는데도 이렇게 용량이 적다니!"
입력을 하면 입력을 하는 대로 모두 구현되고 있다. 한계가 어디까지 인지 가늠조차 안 된다.
그런데도 용량은 말이 안 될 만큼 적은데, 이 용량이 적다는 건 다른 걸 더 넣을 수 있다는 의미였다.
"이 정도면 거의 보컬로이드 수준이야! 거기다 보안 프로그램은 또 어떻고?"
모든 코드를 암호화시키는 보안 프로그램은 해커 할아버지가 와도, 혹여 그 어나니머스가 온다 하여도 풀 수 있을까 의문이 들 정도다.
맹세코 이 정도로 복잡하고 정교한 보안 프로그램을 본 적 없는 그는 방방 뛰었다.
"이것들은 대체 어디서 구한거야?"
"이 대표님께서 구해 주신 거다."
"뭐?"
펄 게이트의 직원들 모두 곽종훈을 보았다.
"공짜로."
정확히 말하자면 공짜는 아니다.
이번에 테스트 겸 차용해 보고 좋으면 다음부터 돈을 지불해야 되니 말이다.
"헉!"
곽종훈은 자신과 같이 펄 게이트를 만든 후배를 보았다.
"그래서? 게임의 완성도는 어떻게 될 것 같아?"
"……장담하건데 우리 게임 팬들이라면 만 원이라도 산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스토리 작가랑 대사 작가를 제대로 써야겠지만. 지금보다 작가를 더 모아야 해."
"그래?"
"응. 아니, 예."
"……."
"……응?"
"뭐해. 방금 네가 스토리 작가랑 대사 작가를 더 구해야 한다고 말했잖아. 섭외 안 할 거야?"
"아, 예! 알겠습니다!"
후배가 날다시피 본인의 책상에 앉아 전화기를 들자 곽종훈은 눈을 가늘게 뜨며 직원들을 둘러보았다.
'왜 일까……'
주먹구구라는 말이 떠오르는 이유는 말이다.
'저런 섭외는 쟤가 할 일이 아닌데……'
후배는 어디까지나 프로그래머 겸 게임 제작자다.
그런데 셋이서 모든 걸 해 온 버릇이 들다 보니 이렇게 영역이 무너지고 섞이게 되었다. 새롭게 직원들을 더 들인 지금도 영역이 분리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우리도 체질 개선을 해야 하는 건가.'
HU 컴퍼니의 각 파트들을 보니 반성이 된다.
그런데 막상 그런 일을 해 줄 사람을 쓰려고 하니 돈이 아깝다.
'이럴 때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이 대표님……"
곽종훈은 진호의 기사를 살피며 눈빛을 가라앉혔다.
* * *
고사식 뒤풀이는 저녁 9시가 되자 일찌감치 끝을 맺었다. 당장 내일부터 정시 출근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온 진호는 이설아에게 허벅지를 꼬집혀야 했다.
"정말 못됐어."
"흐흐. 많이 놀랐어요?"
"그걸 말이라고 하세요?"
일반적으로는 평생 가도 마주할 일이 없는 게 대기업 회장이다.
그런데 심지어 대기업 회장이 한 명도 아닌, 여럿이 동시에 웃으며 말을 건네는데 정신을 붙잡고 있는 게 더 이상 했다.
아무리 각오를 했어도 말이다.
'대표님은 알까? 내가 일부러 그랬다는 걸?'
진호가 내빈들에게 회사를 안내하자마자 그녀는 바로 연습실로 돌아와 일부로 문을 살짝 연 채 혼신의 힘을 다해 노래를 불렀다.
진호에게 도움이 되고자, 그들에게 어필을 하고자 말이다.
'그때 그 비서들, 아니 여자들…….'
고사식 도중 화장실에 간 이설아는 믿지 못할 사실을 알게 되었다.
대기업 회장들의 비서인 줄 알았던 그녀들이 알고 보니 혈육이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일부러 데려온 거라고 했어!'
서로에게 포기하라고 하는데, 얼마나 어이가 없었는지 모른다.
그래서였다. 일부러 그 수를 쓴게 말이다.
"설아 씨?"
"대표님!"
진호는 이설아의 박력에 주춤 물러섰고, 이설아는 그 작은 주먹을 과악 쥐며 용기를 냈다.
"우리 한잔 더 해요!"
"……네?"
순간 이해를 하지 못했던 진호는 이내 눈을 크게 떴다.
'오?'
그린라이트의 불빛이 조금 더 짙어지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짙어지기는 개뿔.'
설아가 잠시 떠난 옥상.
진호는 채팅이 빠르게 올라오는 핸드폰 속 채팅창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한잔 더 하자더니…… 에휴.'
그는 이설아가 아직까진 단둘이서 술 마시는 걸 부끄러워한다는 걸 눈치채지 못했다.
"네, 네. 설아 하이입니다. 어디냐고요? 보면 알잖아요. 저희 원룸옥상입니다. 제 로망이 가득 담겨있는 옥상! 제가 이 원룸의 건물주인 거 다들 아시죠?"
말하다 보니 흥이 오른 진호는 옥상 이곳저곳을 보여 주었다.
-푸핫! 목욕탕까지 있어!
-와-. 좋다. 그래서 월세 얼마?
"보증금 500억에 월세 40억이요. 낼 수 있는 사람만 드루와."
-ㅋㅋㅋㅋㅋㅋ
-도랏!
"뜨거운 물에 온천욕을 하며 땀을 흘린 후 여기에 나와 시원한 맥주 한 잔 크-. 별 보며 삼겹살 칙칙 구워서 소주 한 잔에 크-!"
-크-!
-교주님이시다! 진호교 좌표 찍는다!
-그래서 설아는 어디?
"술 사러 갔는데……. 만들러 갔나 보네요. 암튼 키가 작으니까 다리도……"
"야-!"
흠칫!
재빨리 입을 다문 진호는 이설아를 향해 태연히 손을 흔들어 주었다.
"왔어요?"
"다 들었거든요!"
"……방금 누가야, 라고 했던 것 같은데."
"사람 흉보다 들켰는데, 그 정도면 양호한 거죠! 더 해 드려요?"
"아뇨. 딱 그 정도가 좋아요. 당신들이 하는 건 안 좋아하고."
채팅창이 ㅋㅋㅋ로 도배됐다.
"홍! 여기요."
부스럭!
"오. 소맥에 새우과자. 얼마 전까지 많이 먹었는데……"
정말 취하고 싶은 날에는 종종 이렇게 먹었다.
"응? 지금도 이렇게 드시잖아요."
"빙고."
피식 웃은 이설아는 따로 사 온종이컵에 소맥을 말았고, 진호는 봉지 속 나머지 내용물들을 꺼냈다.
"응? 마시멜로우? 에비, 이런 건 버려요."
"왜요! 그게 얼마나 맛있는데요! 살살 녹여서 쿠키 사이에 넣어 먹으면……"
"강 관장님 전화번호가 몇 번 이더라."
"자, 잠깐?"
"아, 여기 있다."
"대표님도 맛있게 먹어 놓고! 치사하다!"
-ㅋㅋㅋ
-ㅋㅋㅋㅋㅋ
그렇게 둘만의, 아니 참매와 하양이도 함께하는 술자리가 시작됐다.
* * *
옆에서 참매가 새우과자를 노리고, 하양이가 마시멜로우를 공처럼 굴리며 놀고, 진호와 이설아가 티키타카하며 이야기를 나누자 시청자들은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건 이설아도 마찬가지였다.
'헤헤. 아차!'
"대표님!"
"네?"
"우리 노래 불러요!"
"……갑자기?"
'갑자기가 아니랍니다.'
앙큼한 생각을 한 이설아는 냉큼 챙겨 온 기타를 진호에게 내밀었고, 얼떨떨하게 기타를 받아든 진호는 갈등하다가 이내 풀썩 웃었다.
솔직히 좋았다.
"곡은요?"
"시아 선배님의 물론이요."
"아, 그 노래 좋죠."
진호는 곧바로 자세를 잡아 기타줄을 훑었고, 이설아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눈을 감았다.
'대표님은 내가 왜 이 노래를 부르는지 알까?'
부디 알아줬으면 싶은 마음을 간절히 품은 그녀는 입을 열었다.
"가진 게 그리 많진 않아. 어쩌면 많이 부족할지 몰라."
디리링!
……짝짝짝!
진호뿐만 아니라 채팅창에서도 온통 박수 세례였다.
순수하게 감탄하는 진호의 눈빛에 살짝 실망했던 이설아는 이내 마음을 고쳐먹으며 손을 내밀었다.
'모르면 알 때까지 표현하면 돼.'
그를 위해 아는 작곡가에게 부탁을 했다.
아니, 맛있게 마시멜로 과자 샌드를 먹는 진호를 떠올리자 자연스럽게 악상이 떠올랐다고 해야 했다.
지금 부를 곡은 그렇게 만들어진 곡이었다.
"지금 부를 곡은 자작곡이에요, 대표님."
"네?"
기타를 넘긴 진호는 눈을 동그랗게 떴고, 자세를 잡은 그녀는 떨리는 심장을 애써 다스리며 다시 눈을 감았다.
'잘 들어주세요, 대표님. 그리고…… 대표님은 내 거야!'
누군가들을 향해 마음속으로 크게 외친 그녀는 기타줄을 훑었다.
디리링-.
"말랑말랑 해. 넌 특별해. 완벽해. 비교분석 해 봐도……"
깜찍한 마음을 가득 담은 달큰한 목소리가 밤하늘을 울렸고, 진호는 그대로 굳어 버렸다.
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