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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412화 (412/424)

외전 38화

일주일 만에 완성시킨 보안 프로그램을 돌리자마자 백도어를 발견했다. 그 누구도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정보가 새어 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 즉시 모든 자료는 봉인되다못해 아날로그로 변환되었다.

'당시엔 정말 끔찍했지.'

그나마 일찍 발견해서 다행이지, 새로운 프로젝트를 실행할 때 정보가 새어 나갔으면 정말 끔찍한 상황이 벌어질 뻔했다.

솔직히 지금도 아날로그로 변환시킨 데이터를 다시 디지털로 변환시킬 생각만 하면 끔찍했다.

"그것도 이젠 안심이지만."

이제부터는 코코아톡으로 메시지를 주고 받는 것조차도 서버 보안실 속, [스킬: 코딩의 신]의 주인공이 말년에 만든 보안 프로그램을 거치게 된다.

"정말 행운이야."

스킬을 얻으며 기억력이 비이상적으로 발달된 것 때문인지, 아님다른 이유 때문인지 [스킬: 코딩의 신]의 주인공이 만든 프로그램이 거의 기억난 상태다.

정말 행운 중 행운이었다.

"뭐, 서버 룸을 만들기 위해 가진 자금의 반절 이상을 쏟아부었지만……"

후회는 없다.

"돈은 또 벌면 되니까. 거기다……"

[스킬: 코딩의 신]의 지식 외에도 애매모호했던 다른 스킬들의 지식들이 떠오르고 있다.

그걸 제대로 써먹으려면 그에 관련된 스킬을 얻어야 할 테지만 말이다.

진호는 모던하면서도 창의적인 인테리어로 변형되는 1층 로비를 가만히 응시했다.

'저쪽엔 카페테리아, 저쪽엔 편의점, 저쪽과 지하 1층 일부는 구내식당.'

구내식당 및 부대시설은 거의 무료로 운영될 예정이다.

가만히 그 광경을 지켜보던 진호는 몸을 돌렸다.

곧 주식 파트의 신입 사원 면접을 볼 시간이었다.

"우리 회사…… 정말 빨리 크네요."

"그러게. 엊그제 입사했던 것 같은데……"

정말 말 그대로 엊그제다.

그들이 HU에 합류한 지 몇 달이 채 지나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런데 벌써 주식 파트만 20명의 직원을 채용한다.

"너희가 그렇게 느낄 정도면, 난 어떻겠니."

조명희를 비롯한 세 명의 과장들은 장경아를 보며 어색하게 웃었다. 장경아는 그런 그들을 보며 피식 웃었다.

"처음에 대표님 소개받았을 땐우리 아들 학원비라도 벌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정말요?"

"옥탑방 사무실 보면 알잖아."

세 과장은 동감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얼마나 암담했던지. 난 처음에 대표님이 시드머니는 30억에, 직함은 부장이라고 말했을 때 장난치는 줄 알았잖아."

아니다. 장경아는 이미 그 전에 진호가 슈퍼 개미임을 알아차린 뒤였다. 지금 이렇게 말하는 건 약간의 허세였다.

"와……"

그들 같은 경력직에게 30억은 솔직히 아무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 30억을 처음 본 사람에게 맡겼다는 게 대단한 점이었다.

"진짜 우리 대표님 배포는……"

벌컥!

"엄청 크고 넓죠?"

네 명의 직원들은 웃음을 터트리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흐흐 웃으며 자리에 앉은 진호는 밖에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을 떠올리곤 혀를 내둘렀다.

"정말 실업난은 실업난인가 봐요."

20명을 뽑는데 무려 3800명이 응시했다.

그중 절반 이상이 이미 직장을 가졌다가 퇴사한 30대 이상의 사람들이었다. 현재의 대한민국은 취업을 하는 것도 문제지만, 평생 직장이란 말이 사라진 것도 문제였다.

"솔직히 저도 이분들이 퇴직을 하셨을 거라고는 생각 못했습니다."

장경아는 1, 2차서류 심사를 통과한 350명의 프로필을 두드리며 안타까워했다. 다른 과장들도 마찬가지의 반응을 보였다.

"대단한 분들인가 봐요?"

"90년대와 2000년대, 격동의 시기를 보내며 여의도를 지탱한 선배님들입니다."

그런 그들이 아직 퇴직할 나이가 아님에도 이렇게 HU 컴퍼니의 신입 사원으로 입사 서류를 넣었다.

"지방고 고졸 출신으로 부장직에 올라가신 분들도 있습니다."

"그건 대단하네요."

혈연, 지연 학연의 대한민국에서 맨몸으로 시작해 그 정도 위치에 올랐다면 정말 대단한 일이었다.

'그래서 끌리는 건가?'

1, 2차 서류 심사를 할 때 왜인지 끌리는 이들이 몇 명 있었다.

"그런데 괜찮으시겠습니까?"

장경아는 걱정 서린 눈으로 진호를 보았다.

정식 공고를 통해 신입 사원을 모집하다 보니 산업 스파이가 끼어 들어올 수 있었다.

이런 그녀의 걱정에 진호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런 건 이미 걸러졌는데……'

[스킬: 갓물주의 눈]이 모두 걸렀다. 애매한 상태를 뜻하는 노란 색도 모두 탈락시켰다.

'내가 왜 동영상 소개를 서류 심사에 포함시켰는데?'

그러나 그걸 말할 수 없는 진호는 정면을 가리켰다.

"그래서 저걸 준비한 거잖아요."

직원들은 맞은편에 놓인 테이블과 10대의 노트북을 보곤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산업 스파이라도 능력이 좋다면 일단 이용해 먹어야죠."

"진짜 대표님은……"

"또라이라고요?"

진호는 부정 못하는 그들의 모습에 키득키득 웃다가 시계를 보았다.

"자, 이제 면접을 시작하죠! 핫산, 1번부터 10번까지 들어오라고 하세요."

"예, 대표님."

밖으로 나간 핫산이 호명을 하자 정장을 차려 입은 10명의 남녀들이 들어왔다.

그들은 진호의 손짓에 따라 노트북이 놓인 테이블에 앉았고, 진호는 그런 그들을 보며 눈빛을 가라앉혔다.

"1번부터 자기소개를 해 주시겠습니까?"

"예! 안녕하십니까! 저는 1번 면접자……"

1번부터 10번까지 우렁차게 스스로를 소개했다.

"네. 잘 들었습니다. 그럼 이제 본격적인 면접을 시작하죠."

면접자들이 바짝 긴장을 하자 진호의 표정은 더 날카로워졌다.

"주위를 둘러보시면 아시겠지만, 이번 채용에는 나이를 따지지 않습니다. 나이뿐만 아니라 학력, 경력, 외모도 모두 따지지 않습니다. 여러분들이 오늘 면접에서 보여주셔야 할 건 딱 하나입니다. 실력. 오직 실력뿐입니다."

HU에 입사하고자 하는 사람은 차고 넘쳤다. 구태여 걸음마부터 가르쳐야 하는 사람을 뽑을 이유가 없었다.

진호가 원하는 건 즉시 전력으로 투입되어 한몫을 해낼 수 있는 인재였다.

"지금부터 정확히 10분 드리겠습니다. 거기 노트북에 있는 가상매매 프로그램으로 수익을 내십시오. 자료는 그 노트북 안에 있습니다."

"……예?"

이마를 잡는 직원들을 무시한 진호는 면접자들에게 핸드폰 타이머를 보여 주었다.

"시작."

"……헉!"

그들은 재빨리 마우스를 움직여갔고, 진호는 그런 그들을 [스킬: 갓물주의 눈]을 켠 채 바라보았다.

혹시라도 놓친 사람이 있을까 하는 마음에 말이다.

"빌어먹을!"

"아자!"

누군가는 울분을 삼켰고, 누군가는 기쁨을 토했다.

"후우……."

관자놀이를 꾹꾹 누른 진호가 핫산을 보았다.

"20분 동안 쉬도록 하죠. 밖에서 기다리는 면접자들도 컨디션을 조절하라고 하세요."

"예."

그렇게 핫산이 나가자 직원들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하아."

"이건 뭐 10분 동안 기다리는 것도 고역이군요."

"그래도 인재들은 추려지고 있잖아요."

마지막 진호의 말에 직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이거 말이 나오지 않을지 모르겠습니다."

미리 준비한 건지 따뜻한 원두커피를 내놓는 다른 비서의 말에 진호를 비롯한 직원들은 콧방귀를 뀌었다.

"증권 및 투자 회사에 면접을 보러 오는 사람이 이날 이때까지 주식에 대해 공부를 하지도, 가상 투자조차도 해 보지 않았다는 게 더 말이 안 되지 않을까요?"

"아……"

비서는 실례했다는 듯 고개를 숙이고는 물러났다.

그리고 진호와 직원들은 20분의 소중한 휴식 시간을 제대로 음미했다.

"다음 들어오라고 하세요."

"예."

이전처럼 우르르 몰려온 사람들은 진호의 손짓에 따라 자리에 앉았다.

진호는 특이하게도 40대 이상으로만 구성된 면접자들의 면면에 눈을 빛내다 한 사람을 보곤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아, 저 사람이다.'

서류 면접에서부터 왜인지 끌렸던 인물 중 한 명.

진호는 눈을 빛냈다.

"자기소개부터 해 보실까요? 나이, 전직장 그런 건 말하실 필요없습니다. 그러면 141번?"

드륵!

"안녕하십니까! 141번 우해진입니다!"

'흠…….'

진호는 우렁차게 인사한 50대의 왜소한 중년인을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목소리를 들으니 더욱 끌렸기 때문이다.

'우해진 씨, 당신은 대체 누구신가요……'

진호의 마음이 약간 복잡해졌다.

* * *

와글와글!

HU 컴퍼니가 새로 둥지를 튼 빌딩의 로비에 사람들이 가득하다.

HU 컴퍼니의 직원도 있고, 오늘 고사식을 축하하러 온 사람들도 있다.

"아이고, 이 대표!"

"오셨습니까, 의원님."

구의원, 시의원, 국회의원. 오지 못한 사람은 화환을 대신 보내니, 로비가 꽃밭이 될 지경이다.

이번에 새로 뽑힌 신입 사원들은 그 화려한 면면에 진호를 향해 존경의 눈빛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몰랐다.

이들은 시작에 불과하단 걸 말이다.

"진호야."

"인호 형! 어? 이분은?"

진호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SSK증권의 부사장인 최인호 옆에는 SSK라는 대기업을 다스리는 회장 최택진이 함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로비는 혼란에 빠졌고, 진호는 재빨리 허리를 숙였다.

"처음 뵙겠습니다.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아버님. 이진호라고 합니다!"

"……으하핫!"

회장님이 아니라 아버님.

단숨에 진호의 성격을 파악한 그는 기꺼워할 수밖에 없었다.

"인호가 내 흉을 보지 않았으면 다행이겠군요. 최택진입니다."

"말 편히 해 주십시오."

"하하, 그래. 사세 확장한 거 축하하고, 앞으로도 계속 번창하길빈다."

감사하다고 외친 진호는 비서를 불러 최택호 회장과 최인호를 수행하게끔 했다.

그들이 멀어지자 진호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훔쳤다.

"워, 깜짝 놀랐네."

이런 작은 회사의 고사식에 대한민국 10대 기업의 회장이 직접 행차할 거라고 누가 예상했을까.

진호의 곁에 있던 장경아와 최철규, 도명안도 동감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딱히 무섭거나 하진 않지만……'

연예인을 만난 느낌이라서 굉장히 신기했다.

"여기 물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핫산…… 응?"

웅성웅성.

물병을 입에 가져가며 누군가를 발견하곤 진호는 눈을 크게 떴다.

"푸웁!"

"헛? 저분은?"

"G, GL의 구인회 회장님이다!"

구인회 회장뿐만이 아니다.

"DH 의……"

"JC 의……"

대한민국 20대 기업의 회장들이 모두 행차하고 있다. 청와대 경제인 초청 만찬장으로 착각할 정도다.

그리고 이 귀빈 릴레이의 정점은.

"헉! 이, 이혁우 회장?"

"SJ 그룹이다!"

국내 재계 1위의 대기업, SJ그룹의 회장. 이혁우였다.

그리고 그 옆으로 한미 대사가 따르고 있었다.

'와?'

진호는 정신줄을 놓기로 했다.

* * *

'왜지? 왜?'

대충 예상은 가지만 그래도 이해가 되진 않는다. 찾아오는 것보다 부르는 게 더 편한 이들일 테니 말이다.

이혁우는 애써 동요를 감추는 진호를 희귀한 유물을 보듯 응시했다.

'이 청년이……'

사우디 왕세자로 하여금 이 한국에 오게 만든, 그리하여 국내 5대 기업과 MOU 및 계약 채결을 맺게 만든, 각국 정보국보다 더한 정보력을 지니고 있다는 인물이었다.

'이 청년이 아니었다면, 한국을 택하지 않았을 거라고 했지.'

무하마드 왕세자는 분명 그리 말했었다.

이혁우는 오늘 이 자리를 찾은 회장들을 둘러보았다.

'너구리 같은 양반들.'

찾아온 이유가 예상됨에 이혁우는 피식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들도 자신처럼 진호와 친분을 다지러 온 것이다. 좋은 소식이 있을 때, 가장 빨리 받기 위해서 말이다.

'그리고 혹여 채갈 수 있을까 찔러 보기 위해서겠지.'

각 기업 회장들의 곁에서 수행을 하고 있는 여비서 모두가 재벌가의 혈족이다.

"반갑습니다. 이혁우입니다."

"이진호입니다. 아들이라 생각하시고 말 편히 해 주십시오."

"하하, 그래. 앞으로 계속 번창하고, 또 계속 좋은 관계를 맺어 가길 빈다."

"가, 감사합니다."

'와.'

그 시가 총액이 2위부터 5위까지의 기업들을 모두 합한 것보다 높다는 재계 1위 회장의 말이다. 연예인 중 연예인이 격려를 해 준 것 같아서 심장이 떨릴 수밖에 없었다.

'내년 명절부턴 바빠지겠네……'

이들 회장들의 저택을 찾아가 덕담을 들을 걸 생각하니 눈앞이 깜깜했다.

"그런데 이들은?"

장경아나 최철규가 아니라 진호의 뒤에서 있는 나이 많은 직원들을 보며 궁금증을 드러냈다.

진호는 옅게 웃었다.

"앞으로 저를 도와 해외 거래를 할 사원들입니다. 이쪽부터 우해진 부장, 김윤식 부장, 김수혜 과장, 이재정 과장, 김주아 과장입니다. 그리고 이쪽이 저희 회사의 임원인 장경아 이사, 최철규 이사, 정구호 이사, 월터 스미스 경호실장, 도명안 법무팀장입니다."

나쁜 끌림이었다면, 전원 탈락시켰을 것이다.

그러나 모두 운명인 것 같은 선한 끌림이었다.

"오?"

의외로 직원들의 연령대가 높다.

편함이 아니라 실리를 챙기고, 내실을 다졌다는 소리다.

'젊은 사람에겐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텐데……'

더욱 마음에 들었다.

이혁우는 잘 했다는 듯 이영재의 등을 두드리며 자리로 향했고, 진호는 그런 그를 보며 혀를 내둘렀다.

'와. 진짜 포스가……'

처음엔 거대한 산이 걸어오는 줄 알았다.

"안녕하십니까, 이진호 대표. 저는 미국 대사……"

'드디어 접촉해 오는 건가?'

이미 예정된 일. 진호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미국 대사가 내민 손을 잡으며 대화를 나눴고, 이내 고사식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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