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388화 (388/424)

외전 14화

5. 사업의 다각화

찌리릿!

"하아……"

'얻었다.'

정말 머리가 빠개지는 줄 알았다?

그냥 읽기만 하면 되는 거라 다행이지, 만약 외우는 거였으면 진즉에 때려치웠을지도 몰랐다.

진호는 한영사전 등 10개국 사전을 유리테이프로 돌돌 감아 창고 문 앞에 쌓았다.

"너희는 이제부터 불쏘시개다."

삼겹살을 구울 숯과 함께 한 권씩 뜨겁게 태워 버릴 생각이었다.

"그럼 어디……"

냉큼 자리로 돌아온 진호는 얼른 인터넷을 켰다.

"오오오! 아, 이게 이런 뜻……"

부릅떠진 진호의 눈은 붉게 물들기 시작했고, 장경아는 그런 그를 보며 한숨을 내뱉었다.

'일할 때는 참 멋있고 대단한 분인데……'

그녀는 이젠 포기라며 고개를 저었다.

* * *

법인 사업자로 전환이 되자 진호는 건설 파트를 위해 따로 사무실을 구했다. 최철규는 굴삭기도 들어갈 만큼 넓고 큰 사무실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이제부터 이게 내 사무실……'

진호는 통 크게도 HU의 본사인첫 번째 원룸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이 2층 건물을 사 버렸다.

그는 정말 뼈가 부서지는 한이 있더라도 충성을 바치기로 했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말씀해주세요. 이런 건물은 몇 개 사 놓은 상태니까."

"그럴 리가요! 절대 아닙니다! 무조건 마음에 듭니다!"

진호는 펄쩍 뛰는 그의 모습에 다행이라며 웃었다.

"그러면 공사가 모두 완료될 때까지 얼마나 걸릴까요?"

"아!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인부를 산다고 하면…… 20명이면 2년. 60명이면 1년 정도 걸릴 거라고 생각됩니다. 내진 설계부터 새로 해야 하기에 어쩌면 더 걸릴수도 있습니다. 법이 좀 이상하게 바뀌어서……"

"흠, 그래요? 동시에 몇 채씩 공사할 수 있는 거죠?"

"무리하면 여섯 채까지 가능합니다. 박 부장과 최 부장이 현장을 감독할 수 있습니다."

"적네요……"

"현장을 감독한다는 게 아무 나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보니……. 뒤를 봐줄 직원들도 부족한 상황이라서 말입니다."

'아, 그렇구나. 현장 소장은 그냥 놀고먹는 직업인 줄 알았는데……'

"그렇다면 어쩔 수 없죠. 일단 20명만 채용하죠."

"……예?"

"인원이 부족하다면서요. 최 이사님 같은 분을 다섯 명 포함해서 뽑죠."

"그, 그건 그렇지만……. 그렇게나 뽑으시려고요?"

"그 정도는 되어야 구색이라도 맞출 수 있을 테니까요. 언제까지 가능할까요?"

"기, 길어도 20일이면 충분합니다! 요새 경기가 나빠서 손가락만 빨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정말 좋은 일 하시는 겁니다, 대표님!"

어디서든 양팔 벌려 환영하는 게 숙련공이라지만, 그도 경기를 탈수밖에 없었다.

"그래요? 그럼 가죠."

"예!"

오늘은 이영재와 주식 교환 및양도, 원룸 프로젝트를 발족하는 날이었다.

* * *

"……오!"

이영재는 옥탑방 창고 문이나 사우나 문을 열어 보며 눈을 빛냈다.

'이런 곳에서 그 역사가 이루어진건가!'

그는 창고 근처에서 먼지 위를 구르고 있는 한영사전 등 10개의 사전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이 언어들을 쓰는구나!'

범위가 좁혀졌다.

진호는 큰 착각을 하고 있는 이영재에게 의아한 듯 물었다.

"그렇게 신기하십니까?"

"아, 하하. 재벌이란 게 뭐든지 할 수 있지만, 뭐든 쉽게 할 수 없어서 말입니다. 요트에선 무슨 짓을 해도 되지만, 야구장에선 무조건 치킨과 맥주를 먹어야 한달까요?"

"아,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습니다."

"정말 부럽습니다, 이 대표님."

"하하. 언제든 소주 한잔하고 싶으실 땐 들르세요."

이영재는 눈을 빛냈다. 정말 듣고 싶은 말이었다.

"오, 정말 입니까? 저 이런 거 빼지 않습니다. 정말 귀찮아 하실 만큼 찾아 올지도 모릅니다."

"그럼요. 언제든 오세요. 그런데 이쪽 분은?"

이영재와 함께 온 사람들 중에 백인이 있다.

"해외에서 영입한 디자이너들 중 한 분인 마르코 대리입니다. 능력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역시 SJ그룹. 글로벌하시군요."

"저희 있는 언제나 인재들을 환영하니까요."

은근슬쩍 약을 치는 이영재를 향해 싱긋 웃어 준 진호는 백인에게 손을 내밀었다.

"반갑습니다. 이진호입니다. 이쪽은 저희 측 담당자인 최철규 이사입니다."

"i Hola!"

진호는 눈을 빛냈다.

"espanol?"

마르코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진호의 발음이 범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현지인이 아니면 거의 발음하기 힘든 악센트였다.

"고향이 쿠바입니다!"

"쿠바면……. 와, 성공했네요."

쿠바가 어디에 있는 나라인지는 모르지만, 얼마나 빈국인지는 알고 있다.

"이제 시작인 거죠."

마르코는 눈을 빛냈고, 진호는 미소를 지었다.

"응원할게요."

"감사합니다."

뜨거운 악수를 나눈 진호는 고개를 돌렸다가 흠칫 놀랐다.

사람들이 경악한 얼굴로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왜 그러시는지……"

"……스페인어를 할 줄 아셨습니까, 대표님?"

"와, 우리 대표님. 능력자셨네!"

괜스레 어깨가 펴지고 콧대가 솟았다.

'그래, 이런 거지! 크-! 리셋 라이프 만만세다!'

"스페인어를 그렇게 유창하게 하실 줄은 몰랐군요."

이영재를 혀를 내둘렀다.

'현지인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다!'

참 많은 게 조사한 것과 달랐다.

"혹시 몇 개 국어를 하시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잔뜩 기대가 서린 이영재의 말에 이미 머리에 열이 오를 대로 오른 진호는 작은 허세를 부리기로 했다.

"한 20개 국어? 그 정도 합니다."

"……예?"

이영재뿐만 아니라 모두가 입을 다물자 진호는 그제야 아차 싶었다. 그러나 정정하지는 않았다.

이 스킬은 아프리카 소수부족 언어도 3일이면 통달하는 능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나중에 어떻게 될 지 모르니 이렇게 넘어가는 게 나아.'

"왜 그러시죠? 제가 무슨 잘못이라도…… 음?"

뚜벅뚜벅!

진호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옥상 입구로 향했다.

누군가 빠르게 올라오고 있었다.

"김 비서, 정말 여기 맞아? 이런 곳에 그 슈퍼 개미가……"

흠칫!

모습을 드러낸 30대 사내와 20 대의 여성은 옥상에 몰려 있는 사람들에 깜짝 놀랐다가 이내 이영재를 발견하곤 경악했다.

"영재 형?"

이영재는 입 꼬리를 비틀었다.

"오랜만이다? 전경련 파티 이후 처음이지?"

"빌어먹을……. 늦었네."

한숨을 푹 내쉰 사내는 진호에게 다가갔다.

"첫 만남부터 못난 모습을 보여드려서 정말 죄송합니다. 반갑습니다. SSK증권에서 과분하게도 부사장 직함을 맡고 있는 최인호입니다."

"아닙니다. 저도 부사장님 입장이라면 같은 반응을 보였을 겁니다. 이진호입니다."

"그렇게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한발 늦은 사람으로서 퇴장해야 옳겠지만, 한 가지 여쭙고 싶은게 있습니다."

"일본 쪽 주식들은 모두 SJ그룹에 넘겼습니다. 5일 전에 말입니다."

"……하아, 아쉽군요."

'한발만 빨랐어도!'

속이 쓰릴 만큼 안타까운 한발이었다.

"다음엔 좋은 일로 찾아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최인호 부사장님, 영업하냐?"

"우리 SSK도 이 대표님을 원한다는 걸 알려 드리는 겁니다, 이영재 실장님. 저희 트레이딩 시스템도 좋으니 언제든 이용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대표님. 그럼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예. 조심히 들어가십시오."

"멀리 안 나간다!"

진호는 갑자기 애 같아진 이영재의 모습에 피식 웃고 말았다.

'하긴 나라도 이렇겠지.'

곧 한국에서 일어날 일에 SSK가 큰 몫을 해낸다.

그런 SSK가 모리타 화학 등의 주식까지 가지고 있다? 이영재의 입장으로서는 골치가 아파질 터였다.

"자, 그럼 이제 프로젝트 발족식을 진행해 볼까요. 이 대표님?"

최인호 같은 사람이 오기 전에 관계를 견고하게 만들겠다는 의지가 듬뿍 담긴 말투에 진호는 참인간미 있다고 느꼈다.

"그러실까요?"

진호는 고개를 끄덕이는 도명안을 보며 옅게 웃었다.

HU와 SJ그룹의 공동 프로젝트가 그렇게 시작되었다.

* * *

"아쉽습니다. 정말 아쉽습니다, 대표님."

"아쉬울 것도 많네요. 됐습니다. 관심 없어요."

'안 되지. 절대 안돼!'

무려 SJ그룹과의 합작 프로젝트다.

언론에서 침을 흘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진호는 모든 인터뷰를 거절하였다.

'아직 엄마, 아버지한테 말하지 못했는데, 기사로 내 얼굴이 나가면?'

등짝이 터지는 게 문제가 아니라 한동안은 수원 집에 갈 수 없게 될 지도 모른다.

'거기다 친척들 문제도 있고……'

사촌이 땅을 사도 배가 아픈 게 사람이다. 진호 본인조차도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사촌들을 보며 부러워하고, 짜증을 냈었다.

'SJ그룹에서 언론 통제를 해 주고 있으니 다행이지. ……그래도 며칠내에는 말해야겠네.'

그게 도리였고, 미리 준비를 해야 했다.

고개를 저은 진호는 하나의 서류를 꺼내어 살폈다.

"……이건 어디다 써야 할까나."

2년 후 다시 주식판에 뛰어들 때 필요한 시드머니와 건설 파트에 모든 예산을 배정한 것도 모자라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여유 자금을 책정해 놨는데도 굉장히 많은 액수의 돈이 허공에 붕 떠 있는 상태다.

"어머님의 빌딩 같은 큰 매물을 사기에는 부족하고……"

마음 같아서는 원룸을 더 사고 싶지만, SJ그룹에서 커트하여 힘들었다. 그쪽에서 배정된 예산의 한계 때문이다.

고급 내장재를 쓰기로 합의한 것도 그들 입장에서는 꽤나 무리한 것이었다.

"흠, 어디 좋은 투자처 없으려나?"

몇 달간 주식 투자를 했다고 돈이 가만히 있는 걸 보기가 싫었다.

진호의 시선을 느낀 장경아는 바로 책장에서 어떤 서류를 꺼내어 내밀었다.

"와, 역시 우리 HU의 기획조정실 및 투자 파트의 부장님!"

장경아는 창립공신으로서 두 개의 직함을 가지게 되었다.

얼른 서류를 살핀 진호는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영화?"

"영화를 포함한 연예계 분야부터 게임, 너튜브, 스트리밍 등 엔터쪽 사업을 총망라 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엔터 쪽이 분야가 많고 리스크가 좀 크긴 하지만, 투자해볼 만합니다. 제가 전에 있던 직장에선 엔터 쪽만 전담으로 맡는 직원도 있었습니다."

"그래요?"

처음 듣는 말이었다. 아니, 엔터의 분야가 그렇게 다양한지도 처음 알았다.

"어떤 식으로 투자를 하는 거죠?"

"처음부터 말할까요?"

"영화나 드라마는 대충 알고 있습니다. 제작비를 투자하는 거였죠? 그런데 그건…… 뭐 어디 한복 브랜드 같은 기업들이 하는 거 아닌가요?"

"스폰서 계약과 직접 투자는 다릅니다만, 일반인도 직접 투자를 할 수 있습니다. 아이돌이나 게임도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투자를 합니다."

"스폰서요?"

"……그렇고 그런 게 아니라, 앨범 제작 및 활동 지원 등을 위한 투자를 말하는 겁니다. 다른 엔터분야도 마찬가지입니다."

"연예인이 그렇게 돈을 많이 못버는 직종이었던가요? 아닌데?"

몇 억, 몇십 억 빚을 몇년만에 갚는 걸 보면 절대 아니었다.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방편입니다."

"……그러니까 본인들은 리스크를 짊어지지 않고, 남의 돈으로 맘편히 돈을 버시겠다? 이렇게 이해하면 되는 겁니까?"

"비슷합니다."

진호는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양아친가? 그러다 손해가 나면요?"

"……."

"복권이라는 소리네요."

잘 되면 대박이고, 못 되면 쪽박이었다. 문제는 그쪽에서 매출을 속여 버리면 이쪽에서 확인할 방도가 없다는 것이다.

"3대 기획사? 그런 곳들도 그런가요?"

일단은 연예계 쪽, 특히 걸그룹이 있는 아이돌 음악 쪽이 관심이 갔다.

"그쪽들은 원하는 투자 액수가 크고, 지분을 쥔 이들도 많아서 딱히 추천하지 않습니다. 그들만의 세상이랄까요?"

"그렇구나……. 흠. 엔터라……"

'사업을 다각화시킬 필요가 있긴 한데……'

주식판에 뛰어들 수 없는 상황인데다가 원룸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라서 수익이 발생하려면 꽤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그때까지 기다린다고 해서 굶어죽진 않을 테지만, 그래도 이제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이다보니 돈이 들어오는 아이템이 필요했다.

"내키지 않으시다면 벤처 쪽으로 시선을 돌려 보시는 건 어떻습니까? 잘만 고르면 보통 억대의 돈이 필요한 엔터 쪽보다 훨씬 싼가격에 이득을 볼 수 있습니다."

"벤처는 사기꾼들이 너무 많아서 좀."

투자자 입장에선 제아무리 아이템이 좋고 사람이 좋아도 망해 버리는 순간 사기꾼밖에 안 된다.

'내가 그 아이템을 이해할 수 있을 리도 없고.'

벤처 신화를 이룩하는 스킬이 있긴 하지만, 얼마 전까지 머리에 쥐가 나도록 공부했기에 당분간은 좀 쉬고 싶었다.

"알겠습니다. 그건 일단 후보로 올려놓기로……"

우우웅!

책상 위에 올려놓은 핸드폰을 본 진호는 활짝 웃었다.

"후보에 올려놓기로 하죠. 조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그럼."

고개를 숙인 장경아는 자리로 향했고, 진호는 핸드폰을 들고 일어났다.

"네, 설아 씨! ……예? 보증금을요?"

진호의 낯빛이 딱딱하게 굳었다.

* * *

진호와 이설아는 옥상에서 만났다.

"오랜만이네요. 요즘 왜 이렇게 안 올라오셨어요?"

"행사를 다니느라요. 5월부터 10월까지는 행사 시즌이거든요. …… 아! 감사합니다, 사장님! 덕분에 행사를 더 많이 될 수 있게 됐어요!"

"네? ……아, 재준이가 찍은 영상을 말하는 거군요?"

이설아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영상이 100만을 넘어 300만을 돌파하면서 알아봐 주는 사람이 생겼다. 그 영향인지 행사가 취소되는 게 꽤나 줄었다.

"진짜 재준 오빠랑 사장님이 아니었다면……"

'누군 오빠고, 누군 사장님……'

입안이 절로 썼다.

"아하하. 잘 됐다니 다행이네요. 그보다 보증금 이야기는 어떻게 된 거예요?"

'설마 진짜로 원룸을 나가려는 건가요?'

차마 용기가 안 나 물을 수 없는 말이었다.

"아……"

낯빛이 급격히 어두워진 이설아의 모습에 진호는 당황했다.

이설아는 식어 가는 커피잔을 매만지며 어렵게 입을 열었다.

'다 말해야겠지.'

이유도 묻지 않고 보증금을 모두 달라고 한다?

이 원룸을 나가겠다는 소리밖에 안 되었다.

'그건 절대 안돼! 내가 여길 어떻게 발견했는데!'

"3집 앨범을 제작해야 되는데 돈이 좀 부족해서요……. 보증금은 반년, 아니 3개월 안에 다시 채워넣을게요! 어떻게 안 될까요?"

진호는 미간을 좁혔다.

"설마……"

"아니요! 저희 사장님은 그런 분 아니세요! 그냥…… 대출을 받아도 부족해서요. 모두 소속사에 하나뿐인 가수인 저 때문이라 도움을 드릴까 해서……"

"……죄송합니다. 제가 성급했습니다."

"아뇨! 아니에요! 그러니……"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해 드릴게요."

"정말요?"

"설아씨가 성실한 세입자라서 이렇게 해 드리는 거예요."

"가,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사랑해요, 사장님!"

'으헉!'

6년 차 솔로에게 사랑한단 말은 너무 큰 자극이었다.

진호는 옥상을 빠져나가는 이설아를 흐뭇이 바라보다가 이내 눈빛을 가라앉혔다.

"분명 실력은 좋은데 말이야……"

솔직히 지금 나오는 웬만한 아이돌 가수들보다 훨씬 나은 실력과 감성을 지니고 있다. 지금까지 뜨지 않은 게 이상할 만큼 말이다.

"정말 어지간히 운이 없는 케이스라고 할 수 있겠지."

그렇다는 말은 운을 쥐여 주면 금방 날아오를 실력자란 뜻이었다.

"흐음."

진호는 제법 심각하게 고민했다.

그러자 '진짜 미친 놈인가?'라는 재준의 말이 들려오는 듯했다.

'아무리 설아 씨가 좋다지만, 아무런 관계도 아닌 여자를 위해 억대의 돈을 태울 정도로 미친 놈은 아니야, 인마. 그럴 나이는 이미 지났어!'

부모님께도 해 드린 게 없는데, 여자를 위해 그런 돈을 쓴다면 재준에게 맞아 죽어도 할 말이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고민을 한 이유는, 그녀에게서 저평가 된 주식을 발견했을 때의 쾌감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엔터. 엔터라……"

'소속사가 로렘이라고 했던가? 로엠? 로뎅?'

전에 같이 술 마실 때 그녀가 했던 말을 기억하려 애쓰던 진호는 이내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어? 이번에 구입한 건물들 중에 그런 이름을 가진 업체가 있지 않나?"

진호는 기억을 짜내며 옥탑방으로 들어갔다.

'일단 다음 사업은 엔터다!'

[스킬: 무너진 바벨탑]

[모든 언어는 일종의 사투리일뿐이다. 제주도 방언을 강원도 사람이 알아듣지 못하는 것처럼. 대구 사투리와 부산 사투리가 다른 것처럼. 그러니 법칙을 이해해라. 법칙만 이해하면 편하다.]

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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