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386화 (386/424)

외전 12화

일본, 한국 화이트리스트 제외 결정!

NO 재팬! 한국은 불매운동 열풍!

가지 말자, 대마도!

거리 곳곳에 'NO 재팬'의 깃발이 붙어 있다.

소시지 핫바 하나를 문 진호는 눈빛을 가라앉혔다.

"이거구나."

전국적으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일어났다.

일본 맥주부터 일본 여행까지, 일본과 엮이는 순간 매국노 취급이다.

한국 수출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던 기업들은 매출에 직격타를 맞았고, 전년 대비 매출이 끝을 모르고 추락했다.

"일본인들이야 냄비근성이라고 하며 금세 가라앉을 거라고 말하지만……"

진호는 안다.

이 불매운동은 결코 쉽게 진화되지 않는다는 걸 말이다.

"건드려도 너무 건드렸지. 자업자득이야. 물론 이렇다고 해도 일본에 얼마나 큰 타격을 줄 수 있겠냐만은……"

한국 수출이 매출 1순위, 2순위인 기업들과 한국인 관광객의 비중이 높은 여행지를 제외하곤 그리 심각한 타격을 받지 않을 것이다.

진호는 빌딩 위에 걸린 스크린이 토해 내는 뉴스를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SJ그룹 회장. 전격 일본 방문!

국내 재계 서열 1위의 대기업 회장이 일본에 머리를 숙이러 간다.

"내 경고를 알아차리고 소재를 많이 비축했을까? 뭐, 그랬다고 하더라도 뒷일은 모르는 거니까."

일본 정부가 강수를 뒀다.

이제 아베 총리는 체면 때문이라도 수줄 규제를 쉽게 철회를 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지. 한국은 이번에 받은 타격을 곧 털어 내니까."

그렇다면 답은 하나다.

"휘저을 수 있을 때까지 휘저어봐야지."

진호는 사방팔방에서 달려드는 아귀들 때문에 혼란에 빠져버린 일본 증시를 떠올리며 마지막 한 입을 깨물었다.

뽀드득!

* * *

타닥! 타악!

털어 낼 수 있는 물량을 모두 다 털어 내자 옥탑방 사무실이 정적에 빠졌다.

"……끄아!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진이 모두 빠진 장경아는 뒷목을 주무르며 숨을 길게 토해 냈다.

그녀는 모니터 속 숫자의 향연에 헛웃음을 지었다.

IMF 사태와 IT 버블 등의 경제위기 때 승리자들이 이렇게 벌었나 싶을 정도다.

'이걸 고작 두 명이서……. 그것도 예상 수익의 30퍼센트에 불과 한데……'

이것도 장기 투자로 돌린 일본의 몇몇 기업은 포함하지 않은 결과다.

온몸에 전율이 내달렸다.

"여기요."

"아, 감사합니다."

커피를 받아든 장경아는 눈을 빛냈다.

"이제 어떻게 하실 겁니까, 대표님?"

멈칫.

진호는 미간을 좁히며 턱을 긁었다.

"아무래도 당분간 주식을 하는 건 무리겠죠?"

"전 세계가 눈에 불을 켜고 쫒을 겁니다. 금감원은 이미 대표님을 주시하고 있을 테고요."

진호의 생각도 같았다.

지금은 잠시 주식판을 떠나야 할 때였다.

"흠. 부동산을 살까나……"

'원룸 건물들을 대량으로 살까?'

"부동산 말입니까?"

나쁘지 않은 방법이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

"대표님의 개인 자산이 JH에 흘러드는 순간, 사람들은 대표님과 JH 법인의 관계를 알아차리고 말겁니다."

슈퍼 개미로서의 명성이 필요했기에 이번에 번 수익의 대부분은 진호 개인이 올린 소득이 됐다.

거래를 하는 중간에 주식판에서 종종 일어나는 범죄인 작전의 폭탄 돌리기처럼 진호가 가진 주식중 50퍼센트를 JH법인에 넘겼다고 하지만, 일개인이 가지기에는 너무 큰 자금이다.

그런 자금이 JH법인에 흘러간다면 바로 들킨다고 봐야 했다.

"아, 그 문제가 있네요. 확실히 골치가 아프겠어요."

특히 세금 문제가 그렇다.

'흠. 너무 막 나간 건가?'

그러나 더 많은 량의 주식을 JH 법인에 넘길 수는 없었다.

지금도 진호의 주식을 매입한 JH 법인의 자금 출처가 명확하지 않아서 꽤 불안한 상태였다.

진호는 20퍼센트만 먹을 걸 그랬다고 자책했다.

'여러 세력들이 끼어들면서 수익이 더 많아졌어.'

던지는 것조차 쉽지 않을 만큼 혼돈의 도가니였다. 인간의 욕심을 너무 얕봤다는 게 이번 실수의 원인이었다.

'아직도 혼란 한 일본 증시가 진정되는 순간 금감원이 나를 만나러오겠지. 금감원이면 JH가 내 거란 걸 알고 있을 테니까. 그게 아니라도……'

이미 예측한 범위 내의 일 중 하나지만, 한숨만 나왔다.

'그렇다고 한들 범죄를 저지른 건 아니니 겁먹을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귀찮아지는 건 싫은데……'

혹여 운이 좋아 장경아처럼 진호의 뒤에 어떤 세력이 있다고 오해를 한다고 해도 계속 귀찮아질 터였다.

둘의 고민은 짙어져 갔다.

그 순간이었다.

똑똑똑!

"응? 재준인가? 흠, 오늘 쉬는 날인가……"

의아해하며 문을 연 진호는 그대로 굳어 버렸다.

쥐색 정장을 입은 20대 초반의 굉장한 미녀가 서 있었기 때문이다.

"안녕하십니까, 이진호 대표님. SJ그룹에서 나왔습니다."

"넹?"

후다닥 뛰어나온 장경아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이들이 왜?'

하지만 놀람을 수습한 진호의 반응은 달랐다.

"아, 모리타 화학과 포토레지스트 기업들."

진호는 흠칫 동요를 드러내는 미녀를 보며 머리를 긁었다.

'어쩐지 끄트머리에서 반등을 하더라니……'

아무래도 이 일 때문인 것 같았다.

즉, 진호 본인의 결정 때문에 반등이 일어났다는 뜻이었다.

'솔직히 그냥 열 받아서 놔둔 것 뿐인데……'

* * *

'만약 내가 그 기업들의 주식을 던졌으면 인에서 찾아왔을까?'

진호 본인이 낸 답은 NO였다.

'흠. 안 그래도 돈은 많은데……'

"이쪽입니다."

"아,네."

진호는 주위를 둘러보며 탄성을 토해 냈다.

'와. 내가 SJ그룹 본사에 오다니!'

그것도 말로만 듣던 SJ그룹 전략기획실이란다.

'그런데 왜 이렇게 쳐다보시는지?'

전략기획실 사무실 안, 호기심 가득한 시선들이 꽂히고 있었다. 마치 동물원의 원숭이가 된 기분이었다.

'거기다……'

진호는 복도 끝에 있는 문을 두드리는 미녀를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실장님, JH 법인의 이진호 대표님께서 도착하셨습니다."

'응? 실장님? 설마?'

진호는 이쪽을 향해 다가오는 30대 중반의 사내를 발견하곤 눈을 크게 떴다.

'헐?'

마치 20대 초반처럼 젊어 보이는 외모를 지닌 30대 중반의 사내.

경제에 관심 있는 대한민국 국민이면 꽤 알 법한 그 얼굴. SJ그룹의 회장의 장남이자 차기회장으로 꼽히는 이영재였다.

'전무나 상무 같은 사람을 만나는 거 아니었어?'

솔직히 그 사람들도 약간 부담스러운 데 무려 회장 직계다.

"증권가에서 슈퍼 개미로 유명하신 분을 만나게 되어 영광입니다. 이영재입니다."

순간 진호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들켰다? 어떻게? 왜?'

첫 번째로 구입한 원룸을 JH 법인에게 양도를 하면서 먼 곳에 따로 방을 얻어 주소지 이전을 하였다. 금감원이나 주거래 은행, 행정기관이면 알 수 있어도 이영재 실장은 몰라야 했다.

하지만 문득 생각나는 게 있었다.

'암튼 이놈의 대한민국은……'

목구멍까지 솟은 욕을 겨우 누른진호는 이영재가 내민 손을 붙잡았다.

"후우……. 이진호입니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이영재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이런……. 죄송합니다."

'어?'

"저희 SJ전자와 증권을 횡액에서 구해 주신 분에 대해 알고자 조사를 했던 것인데, 기분을 상하게 해드렸군요. 정말 죄송합니다."

진호는 머리를 긁었다.

'재벌가 사람이 이렇게 젠틀할 줄은 몰랐는데……'

돈이면 안되는 게 없는 대한민국, 무소불위의 권력을 지닌 존재가 재벌이다. 선입견이 깨지는 것 같았다.

'쩝. 이렇게 먼저 사과를 하니 화를 낼 수도 없네……'

"아닙니다. 제가 도움이 됐다니 다행입니다. 그리고 아버님, 아니 회장님께서 고생이 많으셨겠습니다."

일본에 가서 모욕만 당하고 온 이혁우 회장. 비록 SJ그룹이 그리 좋은 기업은 아니라지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얼마나 화가 났는지 몰랐다. 그래서 모리타 화학 등의 주식은 계속 쥐고 있었던 것이다.

'내킬 때마다 클레임 걸어 버리게.'

주주로서의 정당한 권리 행사다.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진호는 이영재 실장이 가리키는 의자에 앉으며 다시 머리를 긁었다.

"그런데 실장님께서 저 같은 사람을 부르실 줄은 몰랐습니다. 그것도 여기 동생분까지 보내시면서 말입니다."

멈칫!

이영재 실장과 차를 내오던 미녀, SJ그룹 회장의 차녀 이서형의 몸이 굳었다.

진호는 어깨를 으쓱였다.

"어려서부터 유명하지 않으셨습니까."

약간의 침묵 후에 이영재는 싱긋 웃었다.

"한 명의 경제인으로서 반년 만에 국내 증권가를 뒤집고, 이번 일본 침공의 선봉장 및 참모가 된슈퍼 개미에 대해 관심이 없을 사람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개인적으로 이야기를 나눠 보고 싶어서 이렇게 자리를 마련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제 덩치가 꽤 후덕하죠?"

진호는 싱긋 웃었고, 이영재와 이서형은 다시 몸을 굳혔다.

"허음. 피부가 너무 깨끗해서 부럽다는 말을 하려고 했습니다. 아, 드시죠."

"잘 마시겠습니다."

'작년에 대학을 졸업한 차녀의 거취가 불분명 하다더니, 일단 오빠밑에서 실무를 배우나 보네……. 오?'

진호는 캔 녹차와는 비교도 안될 구수함을 가진 녹차에 감탄했고, 이영재와 이서형은 그런 진호를 기이하다는 듯 보았다.

'내 앞에 이렇게 태연한 사람을 본 게 얼마 만이더라……'

대기업 회장들이나 예전부터 보아 온 사람들을 제외하면,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었다. 회장의 직계들도 한 수 접고 대했다.

'그래. 이런 정신력을 가진 사람이니 그런 일을 벌였겠지.'

지금 일본에서 한참 찾고 있는 인물이 진호다.

화이트리스트 제외와 수출 규제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패였고, 일본 정부는 당연히 그러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오산이었다.

모든 것을 내다본 누군가에 의해 일본 정부의 계획은 한 순간에 어그러지고 말았다. 예상치 못한 매출 폭락으로 인해 일본 기업들도 당황한 눈치를 보이고 있었다.

비록 좋은 결과는 얻지 못했지만, 이혁우 회장은 그 광경을 본 것만으로도 아쉽지는 않은 일본행이라고 했다.

'굶주림은 결국 주인을 물게 한다고 했지. ……흠, 그런데 이런 사람이 지난 7년 동안 공장에서 일했다는 건가? …… 역시 그런 건가?'

전략기획실 직원들이 말하길 이진호에겐 최소 스무 명 이상의 브레인이 있을 거라고 했다.

국적 불명, 서로 어떻게 연락하는 지도 불명. 전 세계에 퍼져 있을 게 분명한 이 정체불명의 팀은 분명 세계에서 수위를 다투는 인재들일거라고도 했고, 지난 7년은 진호가 이들을 모으기 위해 인내한 시간이라고 했다.

'그렇지 않다면 일개인이 전 세계증시에서 그런 수익을 낼 수가 없지.'

이영재의 머릿속으로 와신상담이라는 단어가 스쳐지나갔다.

그러자 깨닫는 점이 있었다.

'……이 사람도 알고 있는 거구나! 돈을 가진 사람은 결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지 못한다는 것을!'

어수룩해 보이는 모습은 연기라는 소리다.

아니, 연기가 아니라도 상관없다.

'어차피 눈앞의 이자는 곧 나와, 아니 아버지와 같은 눈높이에 서게 될 테니까!'

이영재와 이서형은 눈을 빛냈다.

그들의 인재 욕심이 고개를 쳐들었기 때문이다.

"다시 인사합시다. 이영재입니다."

"이서형이에요."

"……네? 아, 네. 이진호입니다."

뜬금없는 말에 의아해하던 진호는 바로 이어지는 이영재의 말에 눈을 크게 떴다.

"우리 전화 번호 교환합시다."

"……예?"

진호는 자신도 모르게 손을 들어 귀를 후볐다.

* * *

이영재와 이서형은 변호사의 입회 아래 작성된 양도계약서를 보며 눈을 껌뻑였다. 일련의 사태가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순식간에 진행됐기 때문이다.

'……굴복? 아니야. 그런 게 아니다.'

이영재는 손을 맞잡은 진호를 살짝 떠보기로 했다.

"정말 이 가격으로 괜찮겠습니까?"

한일 양국 간의 사이가 격렬해졌기에 진호가 쥐고 있던 주식은 어디까지 치솟을지 모른다. 그런데 진호는 하락세로 접어든 현재 종가에 넘겼다.

이런 그의 설명에 진호는 입꼬리를 살짝 비틀었다.

"지금 팔지 않으면 늦을 테니까요. 역시 국내 제일은 다르더군요."

'그리고 이럼으로서 잠시 동안 쓸 방패도 얻었고.'

국내 제일인 SJ그룹, 그것도 회장직계에게 주식을 넘겼다.

호시탐탐 이쪽을 노리고 있을 이들을 주춤하게 만들 터였다.

이영재는 미간을 좁혔다.

'우리 SJ그룹을 말하는 게 아니다. ……설마?'

이영재는 기함했다.

"그, 그걸 어떻게?"

"누구나 유추할 수 있는 일 아닙니까. 언제까지고 일본에 끌려 다닐 수만은 없죠."

이영재는 순간 살의를 가졌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직 진호와 그 팀의 유대가 얼마나 끈끈한지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괜히 진호를 다치게 했다가는 그 괴물 같은 팀이 SJ그룹을 타깃으로 삼게 된다.

'이거 어떻게든 이 사람을 지켜야겠군.'

그는 허허롭게 웃었다.

"하아……. 역시 이진호 대표의 팀은 대단하군요."

'팀? ……오호? 그런 거였어?'

그런 식으로 오해를 해 준다니 이쪽으로선 감사할 뿐이었다.

진호는 어깨를 슬쩍 폈다.

"그런데 혹시……"

"넘겨 드릴까요?"

혹시는 역시 였다. 진호는 그 기업들의 주식도 쥐고 있었다.

일단 변호사를 내보낸 이영재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그래, 이렇게 하자.'

돈이라면 넘치도록 벌 수 있는 존재가 진호다.

그렇다면 돈 외의 것을 줘야 했다.

"이진호 대표에게 거래를 제안하고자 합니다."

"거래요?"

"돈이 있어도 살 수 없는 주식에 관심이 있습니까?"

진호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지금 트레이드를 하자는 말씀입니까?"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다.

'내 방패가 되어 주겠다고? 왜?'

진호는 눈을 껌뻑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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