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374화 (완결) (374/424)

15권 25화

에필로그

진호의 집이 떠들썩하다.

"벌써 7시야! 얼른 일어나!"

"야! 거기서 뭐해! 까망이랑 처놀지 말고 씻으라고-!"

"동생! 국 간 좀 봐줘!"

어젯밤 올라와 하룻밤 잠을 잔이씨 일가 전원과 진호의 외할아버지. 그들이 새벽부터 부산을 떨고 있었다.

스륵.

"아들, 일어나야……"

진호 방의 문을 열었던 나진희와 이형만은 깜짝 놀랐다. 진호가 책상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녕히 주무셨어요."

눈이 조금 빨간 게 흠이지만, 아침부터 자체 발광하는 자랑스러운 아들의 모습에 나진희는 순간 울컥 눈물을 흘리다 진호가 쥐고 있는 책을 보곤 웃음을 터트렸다.

이형만도 마찬가지였다.

"너도 이런 날에는 긴장을 하는구나."

"제가요? 그랬다면 이렇게 책을 읽고 있진 않았겠죠. 긴장보다는……."

"책 거꾸로 들었다, 진호야."

움찔!

책 표지를 본 진호는 한숨을 내뱉었다.

"어쩐지……. 왜 안 읽히는가 했네."

"흑!"

결국 참지 못한 나진희는 돌아서며 울음을 터트렸다.

깜짝 놀랐던 진호는 이내 푸근히 웃으며 그녀를 꼭 끌어안았고, 이형만은 뜨거워지는 눈시울에 고개를 살짝 돌렸다.

"왜 이 좋은 날 울고 그래요."

'나도 울 것 같게.'

"……흐이이이잉!"

답답했다.

진호는 세상 당찼던 어머니가 울음을 멈출 때까지 토닥였다.

"……미안해, 아들. 이 좋은 날에 엄마가 주책을 떨었지?"

"응, 아주 많이. 아주세상 미운 할머니였어. 벌써 갱년기셔?"

콰악!

"……끄아악!"

다급히 물러난 진호는 뜯어진 것 같은 옆구리를 빠르게 문질렀고, 나진희는 여전히 철없는 것 같은 아들의 모습에 다시 울컥 치미는 울음을 내리누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출발해야지."

"그래, 늦겠다. 안 챙긴 건 없고?"

"……거기에 다 있는 데요, 뭘."

입맛을 다신 진호는 방안을 다시 둘러보았다.

침대와 책 몇 개가 꽂힌 책상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있는 굉장히 낯선 모습의 방. 가슴이 공허해지는 것 같았다.

"……가요."

진호는 현관으로 향했고, 이형만과 나진희는 그런 그의 뒤를 조용히 따랐다.

신발을 신고 현관에 선 진호는 아직 꾸미지 않은, 평소 모습 그대로의 부모님을 두 눈에 담았다.

곧 다시 만날 텐데 왜 이리 눈에 밟히는지 몰랐다.

"……먼저 갈게요. 좀 있다가 봬요."

"그래. 어서가. 기다리겠다."

"네."

차마 떨어지지 않은 발을 겨우펜 진호는 몸을 돌렸다.

띠리릭.

등 뒤에서 닫히며 심장을 출렁이게 만든 도어락 소리에 가슴을 매만지며 지하 주차장으로 향한 그는 차를 몰아 서형의 집으로 향했다.

띠리링!

"가요, 진호 씨!"

캐리어를 끌고 나온 서형이 진호의 팔짱을 끼며 몸을 돌렸다.

"어? 아버님과 어머님은요? 인사를 드려야……"

진호는 순간 울상을 짓는 그녀의 모습에 입을 다물었다.

"인사는 나중에 드리면 되죠, 뭐. 가요, 서형 씨."

"……네!"

다시 차에 올라 시동을 켠 진호는 서형을 빤히 바라봤다.

언제나 옆 자리에 앉았던 그녀지만, 오늘만큼은 다르게 느껴졌다.

"왜, 왜요? 나 얼굴 부었어요? 살꼈어요? 피부 상했어요? 아, 안되는데?"

"아니, 화장해서요. 어차피 거기서 할 건데 왜 했나 싶어서요."

"네? 워, 원래 화장 안 하는 거예요?"

"……그, 그걸 저한테 물어본다해도."

"어, 어쩌죠? 아, 있어 봐요. 화장 지우고 올게요!"

진호는 안전벨트를 푸는 그녀를 멍하니 바라보다 순간 정신을 차리고는 재빨리 그녀의 팔을 잡았다.

"거기서 지우면 되죠!"

"……아!"

진호는 실소를 터트렸다.

"나 미쳤나 봐요. 왜 이렇게 덜렁거리는 모습도 사랑스럽지?"

"……시, 시끄러워요! 얼른 출발하기나 해요! 이러다 우리 결혼식 늦겠어요!"

"네, 네. 그럼 우리의 결혼식장으로 출발하겠습니다."

그랬다. 오늘은 진호와 서형이 결혼하는 날이었다.

진호는 결혼식이 열리는 SJ호텔로 향했다.

* * *

우글우글우글!

진호는 정신이 없었다.

"썩을! 책임져, 이 자식아! 엄마가 나도 결혼하라잖아!"

친구 재준을 비롯한 스트리머들과 그를 통해 인연을 맺고 시구를 했던 프로야구팀의 야구 선수들.

"허. 그 솜털 보송보송하던 우리 진호가 이제 결혼을 하네. 결혼 축하한다, 진호야."

"삼촌! 감독님!"

김윤석과 장영진을 비롯해 진호와 인연을 맺은 수 많은 배우 및영화 드라마 관계자들. 서정문과 예능인들. 언론 관계자들.

"나쁜 놈. 형보다 먼저 결혼하니까 좋냐?"

"결혼 축하한다, 진호야!"

"레오 형!"

레오와 양진혁을 비롯한 대한민국 가수 및 관계자들.

"결혼 축하해."

"도나!"

마돈나를 필두로 한 빌보드의 레전드들.

"결혼 축하해요."

"선생님!"

유키 구라모토를 비롯한 음악계 관계자들과 미술계 관계자들.

이제돌을 비롯한 바둑계 관계자들과 한국대 경영학과 선후배 및교수들. 박현을 비롯한 테니스계 관계자들.

"무슨 말이 필요 있겠어, 축하해."

"황재상 쉐프님! 곽종훈 대표님!"

요식업계 관계자들.

"……허허헛. 입이 떨어지지 않는구나.

"양 주석이 오지 못해서 미안하다며 대신 축하 인사를 전해 달라더구나."

"웨이양 할아버지! 장칭 할아버지! 저우지엔 할아버지! 홍룬 할아버지!"

중국 정재계 인사들과 화교를 비롯한 세계 각국 정재계 인사들.

영국의 에드워드 왕자 일가와 스페인 왕실, 아랍왕가 대표들.

구영재를 비롯한 구성건설 임직원들과 구씨 일가, JP모건 임직원들.

"뮤즈!"

피에트로와 팀 존스, 미영을 비롯한 패션계 모델계 관계자들.

참 많고 많았다. 그동안 인연을 맺은 모든 이들에게 청첩장을 보내니, 진호 측 하객만 하더라도 호텔을 객실까지 통째로 빌렸음에도 불구하고 꽉 찰 정도였다.

'차라리 실내경기장을 빌릴 걸 그랬나?'

장인어른이 극구 맡겨 달라 해서 별말은 안 했는데, 왜인지 아쉬웠다.

'아니지. 우리에겐 단 한 번 뿐인 결혼식인데 그런 철골 가득한 천장 아래에서 결혼할 수는 없지. 각객실을 비롯해 호텔 어디에서도 결혼식을 볼 수 있잖아.'

오늘 이 결혼식을 위해 SJ호텔은 3일 전부터, 그리고 이틀 후까지 휴업을 선언하며 호텔 어디서든 예식을 볼 수 있도록 TV를 설치했고, 유통 및 SJ그룹 전체에서 직원을 파견하였다.

한숨을 내원 진호는 잠시 정신을 차리며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왜 이렇게 늦는……'

진호는 한 곳을 보며 환하게 웃었다.

그토록 기다렸던 사람들이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혼 축하드립니다."

"축하드려요!"

"다미앙 씨……. 애들아……"

다미앙을 비롯한 팀 이진호의 개국 공신들과 이진호 차일드라 불리는 모델들과 아이돌, 피아니스트들, 그리고 진태가 다가오자 진호는 결국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그렇게 결혼식이 시작되었다.

* * *

주례는 수없는 고민 끝에 김순재에게 맡기기로 했다.

"요즘 트랜드가 짧은 주례사라지요? 양가, 그리고 두 사람이 깊은 고민 끝에 이렇게 서로 백년해로 하기로 약속한 것이니 다른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서로 의지하고, 사랑하며 행복하게 사세요. 이상 주례 끝."

어떤 원로개그맨이 연상되는 짧은 주례사가 끝나고, 양가 부모님께도 인사가 끝나자 오늘 사회를 맡은 재준과 김대원이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진호는 덜컥 심장이 내려앉는 걸 느꼈다.

-자, 그럼 이제부터 신랑의 축가를 들어 볼 텐데요! 아주 많은 걸 준비했다고 하죠?

'아니, 한 곡만 준비했는데!'

-동남아, 아이쿠 전 세계 순회공연을 지금 막 마치고 돌아온 신랑 이진호 군의 축가를 들어 보겠습니다! 음악 주세요-!

'어이! 야-!'

딴, 따다다!

진호는 진심으로 당황했다.

예정된 축가가 아닌 것도 모자라 댄스곡이었다.

그것도 진호 본인의 곡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멈추라고 할 수는 없었다.

서형과 하객들의 초롱초롱한 눈빛을 외면할 수가 없었다.

'……에라이!'

진호는 스태프가 넘겨주는 마이크를 낚아채며 앞으로 나섰다.

"내 나이 서른셋 베이베!"

"꺄아아아아아!"

결혼식장은 순식간에 콘서트장으로 바뀌었다.

* * *

진호의 결혼식은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대한민국 재계 서열 1위의 기업인 SJ그룹에 밀리기는 커녕 오히려 압도하기까지 한 진호의 어마무시한 인맥들과 대한민국 대기업 총수들이 총출동한 세기의 결혼식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세상에서 가장 대단한 결혼식을 올린 진호는 아내와 함께 세계일주 신혼여행을 떠났다.

* * *

스륵!

"음."

쏟아지는 라스베이거스의 아침햇살에 눈을 뜬 진호는 바로 옆자리부터 살폈다.

밤새 뒤척였을까 걱정했던 진호는 정자세로 누워 새근새근 자고 있는 서형의 배를 어루만졌다. 임신 5개월 차의 도톰한 배가 그의 손가락을 따뜻하게 간지럽혔다. 허니문 베이비였다.

"우리 축복이는 자는 중일까나?"

"우웅. ……진호 씨."

"아, 내가 또 깨운 거예요?"

아직 눈을 뜨지 못한 서형이 배시시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일으켜 줘요."

"네, 마님."

그렇게 씻고 아침을 먹은 그들은 미리 예약해 놓은 관광지로 향했다.

너무도 황량하고 삭막한 사막.

볼거리라고는 하나도 없지만, 진호와 서형의 두 눈은 초롱초롱 빛나고 있었다.

두근두근!

기대 때문인지 세차게 뛰는 심장을 어루만진 진호는 서형을 부축하며 가이드의 뒤를 졸졸 쫒았다.

그런데 발을 옮기면 옮길수록 심장이 점점 더 강하게 뛰기 시작했다.

'왜 이러지?'

오랫동안 헤어진 첫사랑을 만나러 가는 길 위처럼 심장이 초조하고 설레게 뛰고 있다.

진호는 그 점이 무척이나 이해되지 않았다.

"하아. 하아."

"조금만 올라가면 돼요. 힘내요, 서형 씨."

"네!"

그렇게 제법 높은 동산 꼭대기에 오른 젊은 여성 가이드는 저 멀리 기지 같은 곳을 가리켰다.

"자, 저곳이 바로 이 미국의 상징, 외계인들의 정류장 51구역입니다!"

진호와 서형은 재빨리 시선을 돌렸다.

그 순간이었다.

파직!

"……아, 그랬구나. 그런 거였구나."

"진호 씨?"

이제야 알겠다.

아니, 현시대에는 흉내조차 겨우내는 오버 테크놀로지 기술이 가득한 엔지니어 관련 스킬 [스킬: 별을 조각하는 자], 재능과 굉장히 어울리지 않는 이름을 가진 스킬의 1차 해금 장소인 이곳에 도착하고 나서야 비로소 자격을 갖추게 되었다는 게 옳은 말일 것이다.

진호는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리셋 라이프는 …….'

* * *

이진호, 5대 암 완전 정복! 의사 연기하다 정말 의사되다?

이진호, 마지막 세계 7대 수학난제까지 완전 정복!

이진호, 슈퍼 인공지능 컴퓨터 개발! 이름은 자비스! 마블, 그 이름을 써 줘서 감사하다.

황무지에서도 자라는 슈퍼 푸드가 개발되다!

슈퍼 생장 비료 덕분에 다시 살아나는 아마존.

중동과 아프리카에 강림한 신의 재생되는 오존! 다시 되돌아온 멸종 동물들!

이진호! 돌연 연예계 은퇴 선언!

이젠 인생을 즐기고파. 위대한 의인 이진호, 현재까지 벌은 모든 재산 기부. 어차피 또 벌면 된다.

마치 옛 마를 영화 아이언맨의 저택지하처럼 슈퍼카들과 온갖 도구들이 가득한 공간.

토도도도도독!

이젠 60대가 넘었는데도 여전히 미를 뽐내는 진호가 안경을 낀 채 허공에 그려진 홀로그램 키보드가 두드리고 있다.

그 순간 한 여성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마치 기계가 말하는 것처럼 딱딱한 어조의 목소리.

-지금 뭘 하시는 건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게임 만들어, 자비스."

-……게임 말입니까?

"응, 게임. 앞으로 내가 남은 인생을 바칠 프로젝트지."

'리셋라이프의 모든 스킬을 얻은 내가 해야 할 일.'

진호 자신에게 전달된 바통을 미래로 넘기는 일이었다.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인의 오지랖인지, 아니면 평행세계에 있는 누군가의 안배인지는 아직도 알수 없다.

하지만 바통을 넘겨받은 이상, 보다 발전된 리셋라이프를 미래에 전달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설마 뇌파 동조 및 잠식, 조절을 통하여 인간의 DNA를 개변, 수 많은 재능과 지식을 신체에 인스톨하는 소설 같은 가상현실 게임 제작 프로젝트, '프로젝트명 매트릭스'를 실행에 옮기시려는 겁니까?

"응, 그거. 원래는 힉스입자보다 작은 크기의 슈퍼컴퓨터를 만들어 세상에 뿌린 후 사람 몸에 인스톨시킬까 했는데, 그건 죽었다 깨어나도 못 만들 것 같아서."

그 기술은 미래에 리셋라이프를 넘겨받은 선한 사람이 만들어 줄 것이다. 애초부터 선한 사람이 아니면 리셋 라이프를 올 클리어 할 수 없도록 해 둘 테니 말이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진호 본인이 잘 나서 리셋라이프를 클리어한 게 아니었다.

수 많은 후보자를 선정했던 리셋라이프가 최종적으로 자신을 선택한 것이었다.

'만약 내가 중간에 질려서 그만뒀다면?'

리셋라이프는 다른 후보자들을 선정했을 것이다.

"그러니 어쩔 수 있나. 그나마 만만한 뇌를 건드려 봐야지."

인간의 뇌는 아직도 정복되지 않았지만, 리셋라이프의 모든 지식을 동원해 만든 자비스와 함께라면 충분히 해낼 수 있을 터였다.

이번만큼은 자비스도 말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뛰어난 학습 능력으로 인해 인간과 거의 흡사해진 자비스는 주인마님인 서형에게 연락을 해야 하는 건지 심각하게 고민을 했다.

-치매에는…….

"야, 이씨!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만든 내가 치매 증상도 모를까!"

"아빠! 또 자비스 괴롭혀?"

진호는 자신의 작업 공간을 쩌렁쩌렁 울리는 막내 딸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뒤를 돌아봤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는 열일곱 막내 딸.

아빠와 엄마의 우월한 외모 유전자를 모두 타고난 보물이었다.

"어이구, 우리 막내 왔어? 무슨 일이야? 용돈 떨어졌어?"

"……엄마가 식사하시래요."

"아, 그래?"

에구구 앓는 소리를 낸 진호는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럼 지금까지 코딩한 거 저장하고, 좀 이따가 보자."

의미심장한 눈으로 자비스의 본체가 있는 방향을 힐끔 본 진호는 막내 딸 지영의 등을 두드리며 발을 뗐다.

"그런데 딸. 어제 그 사내놈은 누구니? 설마 남자친구야?"

"아, 아니? 아닌데?"

"흐음……"

"금지! 이상한 질문하면서 나 보는 거 금지-! ……아, 진짜!"

"딸, 아빠가 말했지? 아빠보다 잘난 점이 손톱만큼이라도 있는 사람이면 언제든 오케이라고. 그런 사람이면 데려와."

"……영원히 남자친구를 사귀지 말라는 거잖아-! 아빠 미워!"

그렇게 두 사람이 올라간 진호의 작업 공간.

적막해야 할 그 작업 공간에 자비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프로젝트 인도하는 별. ……정정 프로젝트명 리셋라이프. 현 시간부로 기동합니다.

(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 완결)

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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