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권 23화
-당신의 목소리로 돈을 버는 괘씸한 가수와 프로듀서가 누군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그건 저도 알고 싶네요. 너무 꽁꽁 숨었으니까. 그렇기에 어쩌면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월간 FL의 프로듀서는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을지도 모른다……고.
-……예? ……워워워! 지금 그 미소의 의미는 뭡니까, 브루노!
떡!
"뭐야! 왜 여기서 끝나! ……아오!"
월간 FL의 프로듀서가 누군지, 어느나라 사람인지에 대해 친구들과 내기를 했던 회사원 김재정은 미튜브와 P2P 사이트 이곳저곳을 뒤지다가 결국 포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하아. 그 프로듀서가 이진호면 좋겠네. 국뽕이라도 오지게 빨게."
한숨을 내뱉으며 인터넷을 켠 그는 포털사이트 메인에 걸린 뉴스를 보곤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응? 이건 또 뭐야?"
김재정은 속보로 전해진 소식에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 * *
세계적인 모델 에이전시 HU 에이전시 회장 및 임원들 구속!
HU 에이전시 다미앙 토마소를 회장으로 추대!
이진호의 영혼의 파트너 다미앙토마소. 회장 등극!
[칼럼]다미앙 토마소. 그의 입지적 신화를 다룬다!
이진호, 이탈리아로!
우글우글.
HU 에이전시의 본사 로비, 세계각국에서 모여든 패션계, 모델계인사들이 아직도 혼란한 표정을 짓고 있다.
"허. 그 애송이 사냥꾼이 결국 사냥에 성공하고 말았군."
찍는 모델 존재는 무조건 성공한다는 프랑스 출신 젊은 사냥꾼 다미앙 토마소. 승률이 백 퍼센트에 가까운 겜블러인 그의 명성은 예전부터 대단했다.
그래서 모두는 생각했다.
"분명 독립을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뮤즈를, 아니 킹메이커를 품에 안더니 말도 안 되는 행보를 걷기 시작했지."
"진호 리와 처음 계약했을 때, 아시아 총괄 지사가 승진을 취소시키고 지원을 끊었다더군."
"허. 미친 건가?"
"……이런 독심을 품을 만하군."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다미앙이 헝거 휴론을 비롯해 많은 지사장과 임원들을 날려 버린 걸 알고 있었다.
"……이로써 진호 리는 다시 한 번 킹메이커가 됐군."
"음……"
한 번이라면 우연이라고 치부할수 있다.
그러나 두 번이라면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사람들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며 다미앙의 옆에 서서 손님맞이에 여념이 없는 진호를 보았다.
처음 데뷔했을 때만 해도 그저운이 좋은 동양인 정도에 불과했던 진호. 제아무리 특출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모델 업계에서 동양인은 비주류에 불과했기에 수 많은 관계자들은 금세 사라지겠거니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해를 거듭할수록 진호의 존재감은 커져만 갔고, 말도 안 되는 업적을 이룩해 냈다.
그리고 그 누구도 다시 쓸 수 없는 역사를 썼다.
관계자들은 그것이 무척이나 부럽고 배가 아팠다.
"……그런데 HU 에이전시의 정체성은 이제 어떻게 되는 거지? 그렇지 않아도 모델 에이전시라고 부를 수 없는 프로젝트들을 진행하던데……"
HU 에이전시가 배우와 가수를 육성한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는 분명 HU 에이전시가 앞으로 모델 에이전시가 아니라, 매니지먼트 혹은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하겠다는 걸로 봐야 했다.
세계에서 가장 역사가 깊다는 타이틀로 인해 수 많은 원석들을 뺏겨야 했던 그들로서는 호재 중 호재라고 할 수 있었다.
모델 에이전시로서의 HU는 무섭지만, 엔터테인먼트인 HU는 그리 무섭지가 않았다. 더욱이 이제 회장은 아직 쉰 살도 안 된 젊은이에 불과하고, 물갈이 된 임원들도 모두 젊지 않은 가.
그들의 두 눈이 추악한 욕망과 기쁨을 머금어 갔다.
* * *
"참 열심히들 씹어 대네요."
축하보다는 비웃음을 보내온다.
인사를 하며 깔보는 시선을 보내고, 돌아서면 이제 자신들의 세상이라 축배를 든다.
진호는 그게 웃기고 또 웃겨서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대체 뭘 믿고 저러는 거지?"
"제가 무척이나 만만하게 보일테니까요."
두 눈이 차갑게 가라앉은 다미앙은 나른히 웃었다.
"한데…… 오늘이 지나도 그럴수 있을지 모르겠군요."
"……푸하핫!"
오늘 무척이나 중요한 중대 발표가 있을 예정이다.
그 순간 저들은 알게 될 것이다.
HU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준비를 하는 게 아니라 철혈의 황제를 옹립했다는 걸 말이다.
웅성웅성!
"음?"
갑작스런 소란에 고개를 돌렸던 진호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이내 푸근히 웃었다.
"헛! 피에트로 회장이다!"
"베르베우 전 회장과 안젤라 리 디올 CEO도 왔군."
그뿐만 아니다.
LVMH 패션 계열의 모든 CEO가 등장했다.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베타리 회장님."
"LVMH의 파트너가 한 세계에서 가장 역사 깊은 성의 주인이 되었는데, 당연히 축하하러 와야지요. 회장이 되신 걸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번창하시길 법니다, 토마소 회장."
그렇게 덕담을 나누기 시작한 그들에게서 시선을 돌린 진호는 일행들에게서 한 발 떨어져 있는 아르노에게 다가갔다.
"와 주셔서 감사해요, 아르노 씨."
"결국 해냈군."
"좀 싱거웠어요. 전 조금 더 발버둥 쳐 주길 원했거든요."
진호의 두 눈이 살의로 번들거리자 아르노는 입술을 비틀었다.
"원한이 깊었나 보군."
"조금?"
찡긋 윙크를 한 진호는 화제를 돌렸다.
"그보다 몸은 좀 어떠세요? 건강검진은 받아 보셨어요?"
아르노는 푸근히 웃었다.
전에도, 지금도 다 늙어 버린 이 몸뚱이의 안부를 물어오는 건 진호뿐이었다.
"혈압이 좀 높은 걸 제외하면 모든 게 정상이라더군. 요새 낚시를 다녀서 그런가 봐."
"오, 낚시 좋죠!"
도심에 사는 사람들은 공기가 맑은 곳만 가도 몸이 좋아지는 법이었다. 진호는 그가 더 이상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언제 제가 시간을 뺄 테니까 꼭같이 가요! 소개시켜 드리고 싶은 분들이 있거든요!"
"웨이양? 저우지엔? 장칭?"
"저희 친할아버지랑 외할아버지도요. 다들 좋은 분들이세요."
"흠. 언젠가 들어본 제의 같은데 말이야."
"……아하하."
진호도 왠지 그런 말을 했던 것 같아서 어색하게 웃었다.
픽 실소를 흘린 아르노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런데 가까운 시일이 아니라 언제라는 불확실한 단어를 쓰는 걸 보니 많이 바쁘나 보군."
"네. 그렇지 않아도 모레 콘서트예요. 그리고……"
"중국이 선거에 돌입했지."
정답이다.
올해가 가기 전엔 중국에 들어갈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 이유뿐만이 아닐 텐데?"
"네?"
아르노가 의뭉스럽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얼마 전 마돈나도 월간 FL의 프로듀서에 대해 언급했더군."
브루노마스의 의미심장한 발언으로 인해 대중들이 뒤집어진 순간, 한국의 레전드 김재범의 월간 FL의 모든 수익은 기부를 하는 걸로 들었다는 대화가 담긴 문자 내역이 유출되면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이후 아렐, 아리아나 그로데를 비롯한 빌보드 레전드와 한국 레전드들이 번갈아 가며 월간 FL의 프로듀서에 대해 실수를 가장 해 언급을 하니 우후죽순 튀어나왔던 사기꾼들은 자취를 감추었고, 대중의 이목은 페이크 싱어들을 찾기 보단 레전드들에게로 모였다.
"오! 저도 그거 들었어요! 정말 그 사람은 누굴까요?"
아르노는 눈을 가늘게 뜨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진호는 천연덕스럽게 고개를 모로 기울였고, 아르노는 이내 피식 웃었다.
"글쎄…….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밑밥은 확실히 깔았다고 봐야겠지."
"그렇겠죠."
사기꾼들은 사라졌지만, 대중의 주목도는 더욱 높아졌다.
원하는 판이 모두 깔렸다고 봐야했다.
"흐음……아, 시작하는군."
"……네. 시작하네요."
진호의 눈동자에 파문이 생겼다.
* * *
단상에 선 다미앙은 오늘 이 취임식을 찾은 귀빈들을 주욱 둘러보았다.
옛날엔 감히 쳐다볼 수도 없었던이들. 그들이 이젠 이쪽을 잡아먹으려는 듯 적개심과 조소를 보내온다.
다미앙은 진호를 보았다.
물기가 촉촉이 젖은 눈을 초롱초롱하게 뜬 그 모습을 보니 불현듯 한국대 축제에서 진호가 자신을 찾아온 캐스팅 디렉터를 매몰차게 거절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돈을 아예 신경 쓰지 않던 당찬 모습.
'충격이었지. 그렇게 미래에 대한 성공에 확신을 가진 사람은 처음이었으니까. 결코 끓는 피의 철없는 호기가 아니었어.'
마치 무슨 일을 하건 성공을 할 거라는 확신으로 똘똘 뭉쳐 있었다. 그래서 참 빛나 보였다. 이진호란 존재에게 제대로 반해 버린건 바로 그때였다.
'그 이후로 몇 년이 흐른 거지?'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기에 몇년이 흘렀는지 잘 기억이 나질 않았지만, 무척이나 길게 느껴질 만큼 즐거웠었다.
그렇게 즐기다 보니 결국 이 자리까지 왔다.
'진호 씨……'
웅성웅성.
'……사색에 잠길 시간을 주지 않는구만.'
속으로 한숨을 내쉰 다미앙은 배부른 맹수의 나른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반갑습니다. 새로이 HU 에이전시의 CEO가 된 다미앙 토마소입니다."
그의 담담한 음성이 로비를 울리자 진호의 눈에서 울컥 눈물이 쏟아졌다.
'다미앙 씨……'
참 길었다. 너무 길었다.
이진호란 애송이 모델을 위해 약속된 성공을 모두 저버린 채 다가온 다미앙 토마소. 애송이의 말도 안 되는 계약을 받아들이면서 그나마 남았던 성공의 가능성마저 포기해 버린 전도유망한 캐스팅디렉터 다미앙 토마소.
그는 언제나 마음의 빚이었고, HU는 언제나 복수의 대상이었다.
그래서 언제 무슨 일을 하건 진심으로 전력을 다하였다.
하루라도 빨리 다미앙이 포기했던 걸 찾아 주고자, 하루라도 빨리 그보다 더 한 걸 안겨 주고자.
그렇게 몇 년인지도 모를 시간이 지나니 결국 이렇게 원하던 그 모습을 보게 되었다.
양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었다.
"기쁘나?"
"네, 기쁘네요. 다미앙 씨의 저 모습은 다미앙 씨와 제가 함께 피땀을 흘리며 노력한 것에 대한 결과물이니까요."
아르노, 피에트로, 미영, 팀 존스등 진호와 연관이 있고, 진호의 주위에 앉은 이들은 흐뭇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 미소는 오래가지 못했다. 젊다는 건 무기가 되기도 하지만, 약점이 되기도 한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지금 상황에서는 아주 치명적인 약점이었다.
눈물을 닦은 진호는 그렇게 염려를 그들의 얼굴을 보곤 피식 웃었다. 그리고 잘 들으라는 듯 다미앙을 가리켰다.
-그럼 마지막 한 말씀드리겠습니다. 특히 앞으로 새로운 케어 시스템을 받게 될 소속 모델들은 잘 들어 줬으면 좋겠습니다.
다미앙은 의아해하는 모델들이 아닌 업계 관계자들을 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지금부터 말할 중대 발표는 저들에게 아주 치명적인 선제 공격이 될 터였다.
-오늘부로 저희 HU 에이전시는 소속 모델 및 연예인과의 계약을 전면 재검토 예정입니다. 수익 분배율을 중점적으로 다룰 건데, 톱모델은 8.5 대 1.5, 상위 모델은 7.5 대 2.5, 중위 모델은 6 대 4.
쾅!
취임식장에 커다란 폭탄이 떨어졌다.
'버틸 수 있으면 버텨 봐.'
진호는 비릿하게 웃었다.
* * *
충격과 공포, 혼란의 취임식이 끝났다.
새까맣게 질린 모델 에이전시 대표들은 다급히 떠났고, 패션계 관계자들은 앞으로 모델과 연예인을 갈퀴로 쓸어 담을 다미앙과 친분을 맺고자 애를 썼다.
그렇게 자정이 넘어 새벽.
사람들이 모두 떠나간 호텔의 연회홀에 진호와 다미앙만이 남아 별들이 찬란하게 빛나는 밤하늘을 보고 있다.
"결국…… 해냈네요."
"예, 결국 해냈습니다."
"……."
잠시 그들 사이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축하한다는 말, 고맙다는 말은 두 사람에게 필요하지 않았다.
그동안 참 많은 이야기와 감정, 추억을 나눠 왔다. 이젠 눈만 보아도 서로가 하고픈 말을 알 수 있었다.
서로를 응시하며 많은 말들을 나눈 둘은 동시에 높이 뜬 보름달을 바라보았다.
"이제 피날레만 남았네요."
"예. 피날레만 남았습니다."
발버둥, 적의, 상식, 고리타분한 생각 등 이외에도 아주 많은 걸 깨부술 피날레가 될 것이고, 진호는 이로 인해 완벽하게 군림하게 될 것이다.
한 발 물러선 다미앙은 존경과 경의, 그리고 염려를 담아 허리를 숙였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 끄덕.
"네. 해낼게요."
진호는 높이 뜬 보름달을 보며 다짐했다.
'무조건.'
* * *
진호에게 있어 어찌 보면 애증의 산물인 메디슨 스퀘어 가든이 새벽부터 시끄럽다.
아직은 초여름이라 새벽 기온이 서늘하지만, 메디슨 스퀘어 가든을 찾은 진호의 팬들은 기대감이라는 열기 때문에 추운 줄 몰랐다.
"오늘 콘서트는 정말 특별할 거라고 했지?"
"응. 지노가 직접 말한 거잖아. 놓치면 무조건 후회할 거라고!"
"콘서트 타임도 무려 6시간이야!"
보통 진호의 콘서트는 3시간 기본에 앵콜 3시간인데, 이번엔 6시간이 기본이다. 아마 역대 최고의 콘서트가 될 지도 몰랐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오후 5시.
드디어 입장이 시작되자 팬들은 콘서트장 안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 * *
본래는 시끄러워야 할 테지만, 무슨 일인지 적막한 대기실.
얇은 무대 의상을 갖춰 입고, 머리를 뒤로 넘긴 진호는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후우-."
참 길고 길었던 프로젝트다.
처음엔 그저 좋은 뜻으로 시작했는데 어느새 이진호란 아티스트의 개념을 바꿀 초대형 프로젝트가 되었다.
그 길고 길었던 인고의 시간을 드디어 끝낼 때가 왔다.
그래서 무대, 음향, 조명 모든 걸 꼼꼼하게 살피고 또 살폈다.
이제 남은 건 한 가지.
진호는 작은 초조함을 담아 대기실의 문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그의 입가가 꿈틀거렸다.
쿵쿵쿵!
"들어오세요!"
벌컥! 우르르!
"응? 뭐야? 왜 혼자 있어?"
"오-. 여기가 매디슨 스퀘어 가든의 아티스트 대기실!"
"헤이, 지노! 음료수는? 나 목말라!"
들어오자마자 소란을 일으키는 사람들.
남은 요소였던 배우들 등장이었다.
진호는 활짝 웃으며 몸을 일으켰다.
"자, 그럼 가실까요?"
저벅저벅!
시멘트 냄새와 왜인지 기름 냄새가 나는 복도.
참 희한하게도 어딜 가나 같은 모습, 같은 냄새지만 오늘만은 다르게 느껴졌다.
아마 나른히 웃으며 뒤를 따르는 수 많은 사람들 때문일지도 몰랐다.
입을 떡 벌리며 굳어 버린 콘서트 스태프들을 지나쳐 짙은 어둠이 내려앉은 계단을 쿵쿵쿵 오른 진호는 암막을 뚫고 이쪽을 향해 덮쳐 오는, 아니 이 콘서트장을 가득 채운 뜨거운 열기에 몸을 맡겼다.
그러자 절로 입가가 찢어지며 미소가 피어났다.
진호는 아직도 굳어 있는 무대 연출가를 향해 신호를 주었다.
-오케이! 조명!
텅텅텅!
머리 위로 조명이 커지고, 덜컹무언가 분리되는 소리가 들리더니 퍼러러러러러터럭! 암막이 떨어져 내렸다.
그와 함께 정면에서 함성이 터져나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꺄아아아…… 악?
으아아아아…… 악?
무언가를 목격하고 함성을 지르다 만 팬들.
진호는 누구 한 명 할 것 없이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굳어 버린 팬들을 보며 마이크를 들었다.
"원래는 한 명 한 명 선보이려고 했거든? 그런데 그건 너무 감질맛 날 것 같아서 말이야. 그래서 모두 데리고 나왔어. 이 사람들이 누군지는 모두 알지? 설마 모른다면 실망할 거야."
모를 리가 없다.
네드 시런, 마돈나, 케이지, 브루노마스, 아텔을 비롯한 빌보드의 레전드들과 김재범, 김선희 비롯한 한국의 레전드들.
그리고 얼굴 모를 남녀들.
하지만 완전히 모른다고는 할 수 없다.
하나의 생각이, 너무도 말도 안되지만 혹시나 했던 그 생각이 그들의 머릿속을 가득 채워 가기 시작했다.
진호는 혼란스러워 하는 팬들을 보며 짓궂게 웃었다.
"어떤 상황인지 눈치챈 것 같네. 그동안 참 말 많고 궁금했지? 이젠 궁금하지 않아도 돼!"
……으아아아아아악!
꺄아아아아아악!
"반응 좋네! 그럼 이진호 특별콘서트, 아니 월간 페이크 레전드 콘서트를 시작할게! 모두 미쳐 보자-아!"
진호의 그 외침과 함께 오늘 이자리를 찾은 수만 명의 팬들, 아니 세상이 뒤집어졌다.
게임 페인의 리셋 라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