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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369화 (369/424)

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 15권 20화

"이, 이건?"

밥 롤슨의 낯빛이 하얗게 질렸다.

"이렇게 증거가 명백한 이상, 아니라고는 말하지 못할 겁니다."

"그! 아……"

진호와 다미앙은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밥 롤슨의 모습에 입술을 비틀며 그가 준비한 이쪽의 약점들을 살폈다.

그리고 헛웃음을 흘렸다.

'이건 대체 어떻게 확보했을까.'

손에 들린 수십 장의 사진이 세상에 풀렸다면 정말 치명적인 스캔들이 됐을지도 모른다.

The J를 찍을 당시 앨리가 자신의 방을 찾아오는 CCTV 영상, 제니퍼 로제와 엘리베이터에서 키스를 하는 CCTV 영상, 이설아와 두타몰을 다정히 돌아다니는 사진까지 있다.

패션위크 뒤풀이 때 클럽에서 헐벗은 여자 모델들과 함께 춤추는 사진은 넘치도록 많다.

'정말 어떻게 확보한 거지?'

여자 모델들과 함께 춤추는 사진은 그럴 수 있다 치자.

그 수 많은 모델들 중 HU 에이전시에 잘 보이고 싶은 모델 한 명 없을 리가 없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앨리와 제니퍼 로제와의 CCTV 영상은 아니다.

'최고급 호텔에 머물렀기에 이런 쪽의 보안은 확실하다고……. 아, 내가 너무 순진했구나.'

그런 보안들 따윈 돈과 권력 앞에서 무력하다고 봐야 했다.

화교의 2인자 테드 창의 딸인 앨리와의 영상은 대충 화교의 경호원들이 영상을 삭제시키기 전에 빼돌렸다고 생각하면 되었다.

'아님 거기까진 신경을 안 썼던가.'

솔직히 CCTV를 신경 쓰는 게 이상하다.

'거기다 설아 씨와의 사진이라니……. 이건 대체 어떻게 찾은 거야?'

이설아의 뮤직비디오를 찍을 당시 의류 협찬을 위해 동대문 두타몰을 돌아다닐 때 찍힌 사진이었다.

"이렇게 사진만 늘어놓고 보니 완전히 난봉꾼이네요. 터졌다면 정말 치명적이 있겠어요."

입이 몇 개 모이면 사람 하나 쓰레기 만드는 건 손바닥 뒤집는 것보다 쉬운 일이었다.

USB에 있는 비리와 범죄 자료에 제압된 밥 롤슨은 고개를 숙이며 이를 악물었다.

진호는 코웃음을 치며 루머 모음을 보았다.

"루머들은 아예 삼류 소설이고……."

흠칫!

'리셋 라이프! 이걸 어떻게!'

진호가 이렇게 재능이 많은 이유는 리셋 라이프가 진호에게 인스톨된 거라는 말도 안 되는 루머.

삼류 가십지에서조차도 다루지 않을 정말 판타지 같은 루머다.

하지만 정말 그런 것이기에 진호는 동요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동요는 이 자리에 있는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할 찰나 사이에 사라졌다. 이런 루머는 한국에서도 많았기 때문이다.

'수면 위로 올라오지 못하게 익사시켜 버렸지.'

아예 필터로 걸러 버렸다.

현실을 너무도 벗어난 루머에다, 한국 언론들을 날려 버린 사건도 있는 지라 거르기도 쉬웠다.

'그런데 이게 다시 수면 위로 드러날 뻔했다라……'

가슴 한쪽이 서늘해지면서도 한편으론 크게 반향을 끌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불이 타오르기 위해선 장작이 필요한 법인데, 이제 이건 뗄감 수준도 못 되기 때문이다.

'정말 어디 시골의 삼류 가십지에서나 다루겠지.'

확인되지 않은 사실로 진호를 건드리기엔 그가 언론에 법의 철퇴를 내리친 일이 많다.

뒷일을 생각 안 하고 들이받는 성향에 자금과 영향력까지 갖추다보니 언론들은 몸을 사릴 수밖에 없었고, 또 진호에게 여러 도움을 받은 적도 있다 보니 그들은 이제 알아서 거를 것이다.

그렇게 생각을 이어 가던 그때, 문득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리셋 라이프는 한국에서만 서비스된 건가? 그리고 대체 누가 어떤 의도로 리셋 라이프를 만든……'

파직! 움찔!

"진호 씨? 무슨 일이 있는 겁니까?"

"네? 아뇨. ……정전기가 일어났나 봐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웃어 준진호는 나머지 루머들을 살폈다.

사락사락. 투욱!

제법 두꺼운 루머 모음을 내려놓은 진호는 다리를 꼬며 입술을 비틀었다.

'역시 페이크 레전드도 알고 있네.'

혹시나 싶었지만 역시 나였다.

정말 큰일이 날 뻔했다. 뜸이 들지 않은 밥은 아니 하니만 못하니 말이다.

"진짜 이 정도면 정성이다. 날 그렇게 놓치기 싫었나? 아님…… HU는 원래부터 소속 모델의 약점을 모두 수집하는 더러운 곳이라던가."

흠칫!

크게 몸이 흔들리는 밥 롤슨의 모습에 다미앙은 온몸으로 경멸을 표현했다.

"본사가 이런 더러운 짓을 하고 있을 줄은 정말 몰랐군요. 이런 거 다른 임원들이나 지사장들도 알고 있습니까?"

"……."

"본사 임원들과 몇몇 지사장은 아는 것 같네요."

밥 롤슨의 고개가 번쩍 들렸다.

진호의 두 눈이 차갑게 불타올랐다.

"대체 어디지? 프랑스 지사? 오케이. 이탈리아? 맞고. 런던? 맞고. 스페인은…… 아니고. 아니, 맞나? 아, 지사장이 아니구나?"

"다미앙 씨? 저 사람 얼굴 좀 고정시켜 주세요."

"예."

"무, 무슨 짓이야! 놔-!"

밥 롤슨은 발버둥을 쳤지만, 진호의 두 눈을 피할 수는 없었다.

결국 추악한 오물 덩어리들의 신상을 모두 알게 된 진호는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다미앙을 보았다.

"이 사람들……"

"예, 제가 내민 손을 쳐낸 분들이군요."

중립 혹은 주가를 높이는 다미앙을 적대한 지사장들이었다.

다미앙의 전신에서 분노와 경멸이 쏟아졌고, 밥 롤슨은 모든 게 끝났다며 고개를 푹 숙였다.

까드득!

"이거, 쳐내야 할 사람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네. 정말 치명적인 스캔들이네요. 너무도 치명적인."

이젠 다미앙이 HU의 주인이 되는 게 문제가 아니다.

자칫하다가는 HU가 아예 사라질 수도 있는 끔찍한 일이다.

'내가 인생을 바쳐 온 HU가 뒷구멍으로 이런 일을 하고 있었다니!'

캐스팅 디렉터라는 꿈을 꾸게 된 순간부터 오직 HU만 바라보며 공부하고 또 공부했다.

HU 에이전시라는 이름이 오늘처럼 더럽고 부끄럽게 느껴진 적은 처음이었다.

다미앙은 사납게 이를 드러냈다.

"밥 롤슨 지사장. 이제 당신에겐 두 가지 길만 있습니다. 이대로 입닥치고 은퇴하겠습니까. 아니면 돈과 명예를 모두 잃고 교도소에 들어가 HU가 산산조각 나는 걸 지켜보겠습니까. 참고로 난! 당신이 발버둥 쳐 주기를 원합니다, 밥!"

밥 롤슨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부디 살려만 주게."

까드득!

이제 목표까지 한 걸음만 남았는데 왜 이리도 눈물이 차오르는 걸까.

다미앙의 눈에서 눈물 한 방울이 흘러내렸다.

그는 이를 악물며 일어났다.

"날 돕는다면 당신이 아득바득 긁어모은 명예와 부는 가져갈 수 있도록 해 드리죠. 물론 범죄를 저지른 대가는 치러야겠지만."

"그, 그러겠네! 무슨 일이든 시켜만 줘!"

"……그 말 잊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이 USB가 있는 이상 그럴수도 없을 테지만……. 가시죠, 진호 씨."

고개를 끄덕인 진호는 밥 롤슨에게서 시선을 거두며 다미앙의 뒤를 따랐다.

지잉.

등 뒤로 로비의 문이 닫히는 순간, 진호의 냉랭했던 얼굴에 걱정이 서렸다.

"괜찮습니까?"

"……정말 한잔하고 싶은데, 필름이 끊기도록 취해 토하고 또 마시고 싶은데! ……시간이 허용하지를 않는군요."

다미앙이 흔들리는 모습을 처음 본 진호는 순간 흔들렸지만, 이내 모른 척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게요. 저도 아쉽네요. 그러니……"

진호는 다미앙의 눈을 또렷이 응시했다.

"모든 일이 끝나면 그때 진탕 마시도록 하죠. 필름이 끊길 때까지."

"……지사를 부탁드리겠습니다."

"다녀오세요."

다미앙은 이를 악물었다.

"다녀오겠습니다."

마음을 굳힌 다미앙은 몸을 돌렸고, 진호는 멀어지는 그를 응시하다 하늘을 바라봤다.

"후우……. 진짜 좆같네."

믿음을 배신당한다는 건 이렇게 기분이 더러운 일이었다.

진호는 고개를 저으며 걸음을 재촉했다.

다미앙이 움직이기 편하도록 연막을 치려면 시간이 없었다.

* * *

이진호, 봄을 말하다!

앨범 발매 3일 만에 천만 장 돌파! 전 세계가 놀라다!

알 세람 왕자 백만 장 예약! 전국민에게 주고 싶은 선물!

전 세계 차이나타운에서 울려 퍼지는 봄!

우리 퇴근 좀 시켜 주세요!

'뭐지? 이건 뭐지?'

인지를 벗어난 이 상황에 진호는 어안이 벙벙했다.

'아무리 고르고 고른 노래라지만…….'

"정말 이건 뭐죠?"

"……."

다미앙 지사의 임원들은 입을 열지 못했다. 그들에게도 상정 외의 상황이기 때문이었다.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지니어스 중 브론즈 계급 이상이 5백만 명 이상이다. 문제는 지니어스 규정상 딱 한 장만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과소비를 막기 위한 정책이었고, 팬들도 아쉬워하면서도 그 점을 이해했다. 아니, 오히려 그 점을 자랑스러워했다. 물론 우회적으로 친구나 지인들 명의로 구하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것까지는 막을 수가 없었다.

이렇다 보니 보통 앨범을 발매하면 천만 장 판매고를 달성하기까지는 약 두 달이라는 시간이 걸렸는데, 이번엔 단 3일 만에 매진됐다.

"차이나타운은 대충 예상이 가는데……"

"가십니까?"

"어떤 이유입니까!"

머리를 긁적인 진호는 홍룬의 정체를 굉장히 축소하여 설명해 주었다.

"화교의 거물 사업가라니……. 그런 분은 대체 언제……"

"이래서 각국의 유통사들과 총판들이 교체된 거였군요! 왜 그렇게 입찰가를 높이 부르는가 했더니!"

계약 만료로 인해 기존의 유통사들과 계약을 해지하고 새롭게 계약한 유통사들.

정말 말도 안 될 만큼 이쪽에 유리한 계약이었기에 미심쩍었지만, 그들에게 구린내가 나지 않았기에 계약을 체결했다.

임원들은 진호를 경이롭다는 듯 보았다.

"어쩌다 보니…… 아하하."

'앨범 구성이 정말 알차다고 칭찬했을 때 알아봤어야 했는데……'

앨범 표지부터 화보, 풍경이나 동물 사진집, 포토 카드, 굿즈 랜덤교환권 등 지금까지 얻은 모든 스킬들을 총동원해서 만든 앨범이었기에 대충 칭찬으로만 받아넘겼을 뿐이다.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전 세계 차이나타운에서 판매된 앨범의 숫자가 약 150만 장.'

차이나타운의 레코드숍에 입고된 앨범은 모두 완판되었다고 봐야했다. 또 선주문이 총합 백만 장이었다.

'할아버지……. 하아.'

갑자기 욱신거리기 시작한 관자 놀이를 꾹꾹 누른 진호는 서류를 한 장 넘겼다.

"뭐, 차이나타운은 그렇다 치더라도 중동은 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요?"

중동에서만 백만 장의 판매고가 나왔다.

문제는 그쪽에 잡힌 예약이 5백만 장을 넘는다는 점이다.

"……이제 그쪽에도 진호 씨가 알려진 거 아니겠습니까? 아니, 이 정도면 거의 반했다고 봐야겠군요."

"어메이징 서바이벌 때 있었던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었다는 소리네요. 이렇게 되면……"

"예, 중동에서도 콘서트를 해야 할 수 있습니다. 아니, 이 정도라면 해야죠."

"할 수는 있는 겁니까? 제가 알기로 중동에서 콘서트를 연 해외가수는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그쪽에서 초대를 한다면 가능할겁니다. 아마도……"

진호와 임원들은 이 예상치 못한 사태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하지만 이쪽에는 무조건 좋은 일인지라 그냥 좋게 넘기기로 했다.

"그보다 미국 판매량이 의외로 높습니다. 중국 판매량과 거의 맞먹는 규모입니다. 예약도."

불이 늦게 붙는 미국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할 만큼 판매량이 높다.

"이거 아무래도 진호 씨가 설립한 재단과 버려진 땅에 핀 꽃 때문인 것 같은데……. 이 정도면 제대로 각인됐다고 봐야겠군요."

"그것 외에는 설명할 방도가 없긴 하네요……"

진호의 얼굴이 기묘하게 일그러졌다.

'이건 뭐 계속 좋은 일을 하라고 부추기는 것도 아니고.'

헛웃음을 흘리던 진호는 순간 떠오른 생각에 눈을 부릅떴다.

"그런데 이 페이스대로 계속 팔리면……"

흠칫!

임원들도 경악했다.

진호는 마른침을 삼켰다.

"계속 팔리면…… 어떻게 되는 거죠?"

앨범이 발매된 지 이제 겨우 5일차다.

보통 3주째부터 앨범 판매량이 급격히 꺾이는데, 문제는 이 통계가 한국에 국한되어 있다는 점이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면 대략 45일부터 75일 사이에 앨범 판매량이 급격하게 꺾이는데, 그렇게 된다면……"

"기본 1억 이상."

쿵!

하얗게 질린 임원들은 다급히 목을 어루만지며 넥타이나 단추를 풀었다.

맨 정신으로 생각하기에는 너무도 엄청난 숫자였다.

"에, 에이! 그럴 리가!"

"이 상무! 그건 너무 나갔어!"

"그래. 그 팝의 황제나 비틀즈도 앨범 하나로 1억 장을 판 적은 없어! 한 5천만 장이면 모를까! 아…… 이것도 많네."

진호와 임원들은 입을 다물었다.

상식을 아득히 벗어난 숫자라서 그런지 그들은 담배를 찾거나 애먼 벽을 바라보았다.

"그, 그럼 다음 안건으로 넘어갈까요?"

"그, 그러죠!"

그들은 재빨리 다음 안건으로 넘어갔고, 이후 무려 5시간이 지난후에야 회의를 끝마칠 수 있었다.

축 늘어진 임원들은 천장을 보며 웃음을 흘렸다.

좋은 소식만 있다 보니 몸과 정신은 힘들어도 기분은 좋았다.

"아, 그런데 정말로 월드 투어 콘서트는 한국에서부터 시작하시려는 겁니까?"

전 세계적으로 앨범 판매량이 미쳤다.

미국 투어 콘서트가 아니라 월드투어 콘서트를 해야 했고, 오늘 회의도 그 부분에 대해 중점적으로 이야기를 했다.

진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래야죠. 그동안 한국 팬들에게 좀 무심했잖아요."

"허헛. 월드 투어 콘서트라……"

수압이 약해 화장실이 자주 막히던 월세 사무실에서 시작한 게 엊그제 같은데, 몇 년이 지났다고 월드 투어 콘서트를 논하고 있다.

다미앙 지사의 개국 공신들은 감회가 참 남달랐다.

"부디 이 호재가 다미장 지사장님께 도움이 되면 좋겠군요."

한 임원이 꺼낸 말에 다른 임원들과 진호의 입가가 뒤틀렸다.

"아주 엄청난 도움이 될 겁니다."

"그럼요. 누가 힘을 내 주고 있는데요. 아마 이보다 더 한 연막은 없겠죠."

그들은 곧 있으면 일어날 대형사건을 떠올리며 실실 웃었다.

진호는 그런 그들을 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네, 그렇겠죠. 이제 곧 더 큰 연막이 터질 테고요. 아니, 어쩌다보니 더 큰 연막이 되어 버린 연막이죠."

움찔!

그들은 식겁하며 진호를 보았다.

"……또, 또 무슨 사고를 치시려고?"

"에헤이.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넣어두십시오."

예전에도 쳤다 하면 대형 사고였는데, 이제 진호는 월드 클래스다.

그들은 내려간 심장이 올라오지 않음에 다리마저 후들거리는 걸 느꼈다.

진호는 그런 그들을 보며 흐흐웃었다.

"늦었어요. 지금 왔거든요."

벌컥!

진호는 문을 거칠게 열고 들어오는 한 사람을 보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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