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권 19화
약사로서의 양심으로 인해 검증이 되지 않은 약을 팔 수 없었던 맥스.
하지만 그는 만성골수성백혈병의 약을 찾아 헤매던 어느 젊은 벙어리 미혼모가 내민 꾸깃꾸깃한 백달러와 '부탁합니다. 제발 제 딸을 살려 주세요'라는 쪽지에 결국 무너지고 말았다.
"와, 씨. 미쳤다. 미쳤어."
주연도 아닌 조연으로 아쿠아맨을 찍은 엠버 버드가 출연한다.
다시금 그녀의 벙어리 미혼모 연기를 떠올린 장영진은 붉어진 눈시울을 비볐다.
"이건 뭐 아예 빈틈이 없네."
동네 경찰로서 결국 주인공의 범법 행위를 눈감아 주는 인물로는 할리우드 유명 연기파 흑인 배우 제이미 울프고, 주인공과 악연으로 엮이는 검사로는 바스터즈의 크리스토퍼 왈츠다.
주인공을 판결하는 판사는 영화다우트의 남자 주연을 맡았던 필립 세이모어 제프먼이다.
이뿐만이 아니라 단역들과 카메오까지 빈틈이 없다.
"드라마 퀄리티가 이렇게 높아도 되는 거냐? 이건 뭐, 배우 출연료로만 천억은 들겠네!"
한국으로 치면 김윤식, 선경구, 유승룡, 채민식 등 기라성 같은 대배우들이 다 출연한 거다. 그것도 똑같은 설정의 영화와 드라마를 말이다.
"고맙다, 진호야! 네 덕분에 이런 배우들과 이런 대작을 찍어 보는구나!"
"제가 한 게 뭐 있나요. 시나리오가 워낙 좋아서 그런 거죠."
거기다 제작자가 개리 제이머고, 감독이 크리스 놀란, 조나단 파블로다. 이런 배우들이 모이지 않는 게 이상하다.
"그리고 장 감독님이 제게 해 주신 건 평생을 갚아도 모자라죠."
이는 진심이었다.
참 좋은 감독님을 만나 좋은 영화들을 찍었고, 덕분에 이진호라는 배우가 정상에 설 수 있었다. 그 은혜는 평생 갚아도 모자랐다.
"진호야……"
'에구.'
진호는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듯 눈이 빨개지는 장영진의 모습에 입맛을 다셨고, 장영진은 그런 진호를 보며 감회에 젖어들었다.
수년 전, 국내 모 방송국의 추리예능에서 인연을 맺게 된 진호.
'와, 얘 연기 잘 하네'라고 생각했던 그 꽃미남 연기파 배우의 계보를 이어받은 진호가 어느새 할리우드의 연기파 대배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아니 주연으로서 진두지휘할 만큼 성장하였다.
'그래. 네가 최고다. 최고야.'
훗날 은퇴하기 전 당신 인생 최고의 배우가 누구냐고 물으면 장영진은 망설이지 않고 이렇게 말할 것이다. 내 인생 최고의 배우는 바로 이진호라고.
진호를 만나고 인연을 맺게 된 건 정말 하늘이 내려 준 축복이자 선물이었다.
"흠흠. 이제 곧 영화 홍보하러 다녀야 한다며?"
"보름 후부터 예요. 한국, 미국 동시 개봉이고요."
"……카-. 한국 배우가 할리우드 영화를 들고 한국에 금의환향하는 날이 오긴 오는구나! 주모! 여기 국뽕 한 사발-!"
"풉! 켈록켈록! 그런 말은 어디서 배운 거세요? 그리고 저보다 저, 정지운 선배님이나 이병언 대선배님, 그리고 다른 대선배님들도 계시잖아요!"
"에이, 그래도 너랑은 격이 다르지! 눈을 감고 들어 봐라. 개들이 나온 영화가 할리우드 영환가, 아님 네가 나오는 영화가 할리우드 영환가! 발음부터가 다른데 무슨!"
진호는 또 오버한다며 고개를 저었고, 장영진도 장난이었다는 듯 히죽 웃었다.
"아무튼 천만 관객 아니, 10억불 가즈아!"
"……푸핫! 그래요! 가즈아-!"
그 순간이었다.
"나도 가자-!"
"응?"
갑자기 끼어든 어설픈 한국어에 고개를 돌렸던 진호와 장영진은 어느새 다가와 한 손을 번쩍 들어올린 조나단 파블로의 모습을 발견하곤 웃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조나단 파블로도 웃음을 터트렸다.
"중얼중얼. 응? 다들 여기서 뭐하는 겁니까?"
진호와 장영진, 조나단 파블로는 대본에 코를 박은 채 이쪽으로 걸 어오던 크리스토퍼 왈츠의 질문에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으음? 흠. 아, 지노. 합 좀 맞출수 있을까? 내가 널 취조하는 장면 말이야. 조금 더 악랄하게 가야 할지, 아님 약간의 흔들림을 두어야 할지 아직 정하질 못했거든."
"잘 됐네요. 안 그래도 저도 크리스 연기를 보고 좀 더 다듬으려고 했는데! 아, 일단은 리딩 때처럼 정말 악랄하게 가야지 않을까요?"
"역시 그렇겠지? 그럼 가자고!"
크게 대답한 진호는 장영진과 조나단 파블로에게 양해를 구하곤 멀어졌고, 남겨진 둘은 그런 진호를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조나단 파블로가 금연초를 입에 물었다.
"참 존재 자체가 축복이고, 기적인 친구입니다."
장영진의 눈시울이 다시 붉어졌다.
"그래서 참 감사합니다. 나와 같은 시대에 살아 줘서, 그리고 내게 와 줘서."
"그건……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참 감사하고, 또 감사하죠."
"그런 감사한 친구가 보름 후에는 떠나야 한답니다. 지금 제 옆에 있는 어떤 분과 함께요."
"……허헛."
"그 어떤 분이 영화 개봉을 좀 늦춰…… 어허? 어디 갑니까? 우리 가볍지만 진지하게 이야기 좀 나눕시……. 야-!"
그렇게 사람들이 모두 떠나고 적막해진 주차장, 아리따운 두 여성과 다가오던 크리스 놀란은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뭐야, 여기에 다 모여 있다고 했는데? 쯧. 드라마 찍으러 간 건가?"
크리스 놀란은 같이 온 여성들, 에이미 그린과 엠버 아담스에게 헛걸음을 하게 해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둘은 그런 크리스 놀란을 보며 기이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솔직히 당신이 저희를 부를 줄은 몰랐어요."
크리스 놀란의 표정이 순간 진지 해졌다.
"최고의 배우가 찍는 최고의 작품이라면 카메오도 최고여야 하니까."
에이미 그린과 엠버 아담스는 화들짝 놀랐다.
"지노 리라는 배우가 그렇게 대단한가요?"
"대단하냐고? 하!"
코웃음을 친 그의 눈빛이 사납게 일그러졌다.
"겨우 그 정도 수준이면 귀엽기라도 하지! 잘 지켜보는 게 좋을거야. 지금까지 로버트 다우트 주니어나 드웨인롭슨 등이 할리우드를 이끌었다면, 앞으로 이게 할리우드 영화라는 걸 알릴 배우는 그가 될 테니까!"
크리스 놀란은 경악하는 둘을 무시하며 몸을 돌렸다.
그렇지 않아도 완벽했는데 촬영을 할수록 나날이 늘어 가는 진호의 연기에 잡아먹히지 않으려면 여러모로 시간이 부족했다.
얼른 이 둘을 소개해 준 후 진호가 보다 완벽한 연기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했다.
'정말 같은 시대에 살아 줘서 고맙군.'
감독으로서 그런 배우와 함께 이런 영화를 찍을 수 있다는 건 너무도 큰 축복이었다. 크리스 놀란은 이런 축복이 죽는 그날까지 이어지기를 간절히 바랐다.
'……이제 촬영이 얼마 남지 않은게 아쉽군.'
정말 무척이나 아쉬웠다.
* * *
짝짝짝짝짝!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으며 무대에 오른 진호는 시사회 관객들을 향해 허리를 깊이 숙이며 인사를 했다.
박수 소리는 더욱 커졌다.
웃으며 미리 마련된 의자에 앉은 진호는 어색하게 웃었다.
"어……. 이거 기분이 좀 묘하네요."
분명 자신은 한국의 배우인데, 영화를 홍보하겠다고 방한을 하였다.
그게 꽤나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이런 진호의 말에 사람들은 웃음을 터트렸다.
"휘익! 멋지다!"
"역시 이 진호! 사랑해요 이진호! 우윳빛깔 이진호!"
"앗! 감사합니다. 하지만, 정민삼촌. 오늘은 술 못 마셔요!"
"왜, 인마! 왜! 여기 민식 형님이랑 강호 형님도 계시구만!"
"우리들은 왜 끌어들여, 인마!"
"푸하하하하핫!"
진호도 함께 웃으며 관객석을 훑었다.
'와-. 내 인맥 총출동이네.'
객석만 보면 여기가 시상식인지 영화관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다.
하지만 그래서 더 긴장된다.
'이런 분들에게 내가 찍은 영화를 보여 줘야 된다는 말이지……'
대한민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하다 못해 멱살을 잡을지 모르는 연기 인생 외길만 걸어온 옹고집 연기 장인들.
심장이 쫄깃해질 만큼 답답해지고, 옅은 절망마저 드리워진다.
그렇게 잔뜩 긴장하여 무대 인사를 마친 진호는 금세 다시 내려와야 했다. 이젠 영화를 상영해야 할 시간이었다.
진호는 양옆에서 손을 꼭 잡아오는 조나단 파블로와 엠마 샬롯의 손을 힘주어 움켜쥐었다.
'부디 재밌게 봐 줬으면……'
그는 간절한 마음으로 어두워지는 스크린을 바라보았고, 이내 곧 영화가 시작되었다.
뚠, 뚜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며 영화관의 조명이 밝아졌다.
그러자 곳곳에서긴 한숨을 내쉬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후우."
"휴우."
움찔!
'재, 재미가 없는 걸까?'
겁이 난다. 고개를 돌려 객석을 보기가 겁이 난다.
물론 잘 찍었다. 정말 잘 찍었고, 모든 배우, 모든 스태프, 영화 감독인 조나단 파블로도 만족했다.
하지만 잘 찍었다고 해서 대중에게 먹히는 건 아니었다.
'그런 거라면 왜 흥행에 실패를 하는 영화들이 나오겠어!'
그렇게 온갖 안 좋은 생각이 스쳐 지나가고, 몸도 움츠러들었다.
양옆을 보니 조나단 파블로, 엠마샬롯, 메튜 데이먼 모두 낯빛이 어두워진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결국 머릿속마저 까맣게 물들어가는 그 순간 짝 한 번의 박수 소리가 웅성거리는 소음으로 차오르는 영화관을 꿰뚫었다.
'응?'
진호의 고개가 번쩍 들릴 때, 무대 인사 때보다 더 시끄럽고 뜨거운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짝! 짝짝짝! 짝짝짝짝짝짝!
'응? 응응?'
"휘이이익!"
"재밌다-!"
진호는 환하게 웃으며 박수를 치는 관객들의 모습에 입을 뻐끔거렸다. 눈시울이 붉어지고, 가슴이 답답해져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크게 외쳤다.
'감사합니다-!'
목으로 토해 내면 눈물까지 같이 토해질까 관객들을 향해 연신 허리만 숙이던 진호는 이내 곧 다시 무대 위로 올라가야 했다.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기자들이 물고 뜯을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기자들이 처음부터 물어뜯은 것은 아니다.
촬영장에서의 특별한 에피소드나 농담 같은 걸하며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어갔다.
그리고 때가 되자 망설임 없이 이를 드러내었다.
"그동안 몇몇 한국 배우들이 할리우드 영화에 '중요한 역할'로 출연하였지만, 그중 대부분이 흥행참패를 면치 못했습니다. 다행히 여기 계시는 이병언 배우의 레드가 흥행을 하면서 조금씩 세간의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죠."
시사회가 열리는 영화관을 침묵에 빠트리는 악의 어린 질문.
배우들은 불편한 기색을 보였지만, 진호는 천진난만한 눈동자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렇죠. 병언 선배님을 비롯하여 여러 선배님들께서 먼저 길을 닦아 주셔서 제가 이렇게 주연을 맡을 수 있게 됐습니다. 정말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원하는 대답이 아니었을까.
혀를 찬 기자는 이런 밑밥을 깔면서 원래 하려고 했던 질문을 토해 내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이진호 씨, 이번 영화 자신 있습니까?"
망하지 않을 자신이 있냐는 뜻.
정말 끝까지 악의적이었다.
"그건……"
진호는 활짝 웃었다.
"성적으로 증명하겠습니다."
* * *
드디어 돌아온 연기 왕자 이진호!
빌보드를 뒤집은 이진호. 이번엔 할리우드다!
그 조나단 파블로의 연출! 말이 필요한가?
진짜 할리우드 영화 카지노. 이번엔 급이 다르다!
지극히 이진호스러웠던 연기. 영화에서도 외계인?
영화 카지노에 대해 해부하다!
한국의 배우가 완전한 할리우드 자본으로 찍은 영화에 대해 관심이 쏟아졌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그동안 많은 수의 배우들이 할리우드에 진출하여 가시적인 성과를 이뤘지만, 단독 주연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은 몇 안 되기 때문이다.
솔직히 그중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는 작품은 아예 없었다.
이로 인해 영화 카지노 역시도 논란에 휩싸였지만, 뚜껑을 열어본 순간 여론은 한쪽으로 기울 수 밖에 없었다.
개봉 첫 주 190만. 22일 만에 900만 돌파.
정말 엄청난 기록이었고, 한국은 난리가 날 수밖에 없었다.
"이건 뭐……"
영화 홍보를 위해 바쁘게 해외를 돌아다닌 동안 일어난 국내 상황에 정 실장은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카지노보다 이번에 찍는 게 더 재밌는데……. 안 그러냐, 진호야?"
진호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덜 재밌고, 더 재밌고가 어딨어요. 두 작품 모두 진심과 전력을 다해 연기를 했는데."
그렇기에 영화 카지노의 홍보 전에 '가칭 나는 성자가 아닙니다'에서 본인 분량을 대부분 찍을 수 있었고, 해외 홍보를 하는 중간 중간에 모든 분량을 촬영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젠 마지막 신만 남겨 두고 있었다.
'그거야 곧 찍으면 되는 거고……'
"에이, 솔직히 말해 봐. 너도 그렇게 생각하잖아."
"그렇게 생각하기는 무슨……"
진호는 콧방귀를 꼈지만, 속내는 그렇지 않았다.
솔직히 '나는 성자가 아닙니다'는 카지노보다 완성도가 더 뛰어난 작품에다가 운의 파도도 역대 최강이었기에 더욱 기대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결국 삼고초려에 다미앙 지사로 합류하기로 한 조나단 파블로가 곁에 있기에 그걸 겉으로 드러낼 수 없는 진호는 화제를 돌릴 거리를 찾아야 했다.
"응? 그런데 다미앙 씨가 안 보이시네요? 어디 가셨어요?"
"흠. 잠시 자리를 비우신다고는 하셨습니다."
"그래요? 왜요?"
"글쎄요. 그건 저희도 잘……"
'희한하네.'
어딜 간다면 간다고 말하는 사람이고, 또 그런 자리에 앉아 있는 다미앙이기에 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대체 어디 가신 거지? 당장 다음 주에 앨범을 발매……"
갑자기 울린 핸드폰을 확인한 진호는 순간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다 이내 사납게 이를 드러냈다.
"그렇다는 말이지……"
왜 다미앙이 다른 이들에게 말하지 않고 자리를 비웠는지 바로 이해가 되는 문자 내용.
"지, 진호 씨?"
"지노?"
"아."
진호는 약간 겁을 먹은 듯한 사람들의 모습에 미안하다 사과를 하곤 몸을 일으켰다.
"다미앙 씨 문자예요. 저와 다미앙 씨 둘 모두 앞으로 이틀간 스케줄 빼주세요."
"……네에?"
"그럼."
진호는 혹여 이들이 잡을까 얼른 회의실을 나서며 핸드폰을 들었다.
"네, 다미앙 씨. 어디세요?"
* * *
쿵! 쿵쿵쿵!
HU 에이전시의 미국 지사장 밥 롤슨이 잔뜩 화난 얼굴로 책상을 내려치고 있다.
"FUCK! FUCK, FUCK, FUCK, FUCK-!"
정말 빌어먹을 이었다.
잠깐 남미 총괄 지사를 다녀온 사이에 미국은 물론이고, 세상이 뒤집어졌다.
버려진 땅에 핀 꽃이라는 칼럼과 영화 카지노의 성공.
개봉 26일 만에 4억 달러 가 넘는 수익을 올리게 된 진호는 보다 더 높은 곳으로 향했고, 미국 지사에 그나마 남아 있던 톱모델들과 상위 모델들 전원 계약 해지의 의사를 밝혔다.
이젠 정말 끝이었다.
"결국 이걸 쓰게 만드는군."
헝거 휴론이 넘겨준 진호의 약점과 루머들.
이걸 쓴다면 진호는 세상 모든 언론들이 물어뜯을 먹잇감이 될 것이다.
까드득!
"이건 너희가 자초한 일이다. 다미앙! 진호 리!"
벌컥!
"안 된다니까! 요……"
갑자기 열리는 문과 누군가를 강력하게 제지하는 비서의 외침에 흠칫 놀라 고개를 돌렸던 밥 롤슨은 순간 새파랗게 질렸다.
"너, 너희들이 여길 어떻게?"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다리가 풀리는 그를 보며 진호와 다미앙은 입술을 비틀었다.
"어디 한번 써 봐요. 당신이 죽는지, 내가 죽는지 한번 보게. 아, 참고로 이쪽도 당신 약점을 확보해 둔 상태입니다. 그렇죠, 다미앙씨?"
"그럼요. 수 많은 언론들의 배웅을 받으며 교도소로 향하게 만들 아주 훌륭한 비리들이죠."
'비리?'
밥 롤슨은 다미앙이 잡고 흔드는 USB를 멍하니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