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366화 (366/424)

15권 17화

첫 리딩 이후 약한 달 반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촬영 세트장을 찾은 진호는 잠시 넋을 놓았다.

"이게 저 예산 영화의 촬영 세트장이라고?"

단 한 발자국의 차이가 평범한 도시의 풍경과 어둡고 더러운 슬럼가의 경계를 갈랐다.

진호는 슬럼가, 아니 슬럼가로 꾸며진 거리를 보며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내가 알기로 여긴……'

뉴욕 외각의 버려진 행정 구역으로 알고 있다.

리먼 브라더스 사태 때 망해 버림으로써 슬럼가 수준이 아니라 사람들이 아예 살지 않게 된 구역.

그리 많지 않은 수의 노인들만이 끝으로 향하는 시간을 보내는 곳이었다.

하우스 푸어조차 포기한 텐트족들도 도심부와 너무 멀어서 외면 한 구역.

분명 CG를 극혐하는 크리스 놀란이기에 시나리오와 딱 맞는 장소들을 구할 것이라고는 생각했다.

하지만 이렇게 아예 구현해 버릴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언제부터 저예산 영화가 도로 하나를 빌리다 못해 행정 구역 하나를 바꿀 수, 아니 통째로 지을 수 있게 됐을까.

'정말 미친 인간인 건가? 아님……'

"내가 아는 저예산 영화와 할리우드의 저예산 영화의 개념은……"

"다르지 않아."

'그럼 당신이 미친 거군요.'

진호는 통통한 덩치의 중년 남성, 크리스 놀란이 옆에 서자 얼굴을 와락 구겼다.

그의 얼굴에서 빛이 나고 있다.

원하는 것을 결국 쟁취한 사람의 그것이었다.

"여기에 예산을 다 투자한 건 아니죠? 카메라 돌릴 돈과 스태프줄 돈은 남아 있는 거죠?"

크리스 놀란은 양팔을 활짝 벌려 촬영 세트장을 가리켰다.

"오우, 지노. 그런 물질주의에 사로잡힌 돼지 같은 생각 따윈 하지 말고 이 거리를 봐. 이 놀랍도록 아름다운 거리를! 시나리오와 딱 맞아떨어지는 꿈과 같은 정경을! 영화 찍을 맛이 팍팍 날 것 같지 않아?"

크리스 놀란의 두 눈이 선물을 받은 아이처럼 빛나고 있다.

그가 메가폰을 잡았을 때부터 꾸었던 꿈. 촬영을 위한 배경 전체를 직접 짓고 싶다는 그 미친 꿈을 반절이나마 이뤘기 때문이다.

배경 때문에 이리저리 옮겨 다니고, 촬영을 협조받고 통제하는 데 시간을 소비하는 게 언제나 안타까웠던 그.

정말도시 전체를 구현하지 못한건 아쉽지만, 그게 불가능하다는 것쯤은 산타가 존재하지 않다는 걸 깨달은 12살 때부터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크리스 놀란은 모든 배경을 이곳에서 찍을 수 있다는 사실에 굉장히 흡족해할 수밖에 없었다.

'모두 여기 지노 덕분이지!'

진호는 후련해하는 그를 보며 입맛을 다셨다.

"그건 그렇긴 한데……"

맞다. 마치 시나리오 속의 배경이 그대로 뚫고 나온 곳이라서 몰입이 팍팍 될 것 같다.

'……그래. 어차피 기존에 있던 건물의 외관만 바꾼 것일 테니, 내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들지 않았을 수도 있어.'

하루에 버스가 겨우 두 대 다닐만큼 버려진 구역이라 월세도 저렴할 터였다.

"자! 따라와, 지노! 네 집이자 약국을 알려 주지!"

'……에라, 모르겠다.'

대감독 크리스 놀란 과 대제작자 개리 제이머인데, 어련히 알아서 잘 할까.

'거기다……'

진호는 무언가를 생각하며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예!"

진호는 성큼 발을 내딛었고, 크리스 놀란은 눈빛을 가라앉혔다.

'무대는 완벽하게 완성됐다. 이제 남은 건……'

진호의 연기력뿐이었다.

그러나 그의 그런 초조함은 곧 완벽하게 해소되고 말았다.

* * *

드르륵,

골목 안쪽에 숨겨진 작고 허름한 2층 건물의 셔터가 올라가고, 어깨를 축 늘어트린 진호가 걸어 나왔다.

그런 그의 등 뒤로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 허름하면서도 깨끗한 선반과 묵은 때가 군데군데 붙어 있는 유리진열장 속에 자리한 양약들, 그리고 정체불명의 약들이 낡고 어두운 전등 아래에서 빛나고 있다.

진호는 오늘도 흐릿한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다 손에 들고 있던 피로회복제를 들이켰다.

기지개를 쭉 편 그는 약국 옆에 세워 둔 빗자루를 들어 약국 앞마당을 슥슥 쓸기 시작했다.

"맥스, 일어났나?"

작은 덩치의 등이 굽은 흑인 노인이 다가오자 진호는 한숨을 내뱉었다.

"오늘도 일찍 찾아 오셨네요, 스미스. 내가 가게 오픈 시간은 9시라고 만날 말했는데요."

"나도 그러고 싶은데……. 쿨룩, 쿨룩!"

"네, 네. 기침이 나서 오신 거겠죠."

무슨 일인지 노인을 한심하다는 듯 본 진호는 가게 안으로 들어가 푸른색 알약 하나를 들고 나왔다.

"이것도 오늘로 마지막입니다. 프로모션 이벤트 끝났어요."

"……왜! 모레까지 였잖아-!"

방금까지 기침을 한 노인이 맞는 걸까.

진호는 찌릿해진 귀를 후비며 심드렁히 대꾸했다.

"내가 압니까. 그거야 무료 이벤트를 진행한 제약 회사 맘이죠. 조심히 들어가세요."

"이 거지 같은 제약 회사들! 줄거면 확실히 줘야지! 콱 다 망해버려라!"

진호는 굽었던 등을 펴며 멀어지는 노인의 모습에 씁쓸히 웃었다.

"그렇지. 참 거지 같은 곳들이지."

저 노인이 이 이른 새벽부터 약국까지 찾아온 이유가 뭐겠나.

고작 비타민제 한 알을 타기 위해 저렇게 되지도 않는 연기를 하는 이유가 뭐겠나.

모두 끔찍할 정도로 비싼 약값때문에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이런 비타민제라도 쟁여 두려는 것이다.

'그건 아마 여기 사는 진짜 주민들도 그렇겠지.'

슥슥 마저 청소한 그는 주위를 둘러보곤 재빨리 안으로 들어가 문을 잠그고는 계산대 아래 바닥에 파인 홈에 손가락을 걸어 들어올렸다.

그곳에는 노인에게 준 비타민제와 여러 가지 약들이 가득 들어 있었고, 진호는 그걸 보며 눈을 빛냈다.

"많이 쌓였네. 며칠 내로 가져다 팔아야겠어."

하루에 손님이 세 명 오면 많이 오는 작은 약국이 지금까지 문을 닫지 않고 버틸 수 있던 건, 바로 이렇게 프로모션으로 들어오는 약들을 빼돌렸기 때문이었다.

진호의 눈이 욕심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오늘은 스테이크를 듬뿍 넣은 샐러드가 좋겠네."

"……컷! 오케이!"

멈칫 몸이 굳었던 진호는 눈을 껌뻑이다 이내 몰입에서 벗어나며 크리스 놀란에게로 향했고, 오케이 사인에 소스라치게 놀란 스태프들은 멍하니 진호를 보았다.

'단 두 번 만에 오케이라니!'

'허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두 시간이고 열 시간이고 같은 장면을 찍는 크리스 놀란 이 단 두 번 만에 오케이를 한 것에 그들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건 오케이를 외친 크리스 놀란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옆으로 다가와 진지한 얼굴로 모니터링을 하는 진호를 보며 의미심장한 눈빛을 지었다.

'연기가 이토록 담백할 줄이야. 리딩 때도 느꼈지만, 정말 대단하군.'

아니, 리딩 때보다 연기가 더 살아 있다. 아예 배경에 녹아들어 이 공간을 촬영 세트장이 아니라 정말 허름한 약국으로 만들고 있다.

단 한 명의 연기가 그렇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담백하다는 건 연기에 힘을 뺐다는 게 아니다. 그냥 배역 그 자체가 되어 버렸다는 뜻이다.

크리스 놀란이 생각한 맥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맥스 그 자체가 말이다.

순간 그의 머릿속으로 몇 명의 배우가 스쳐 지나갔다.

'가일. 제리.'

크리스찬 가일과 제리 올드만. 그 누구라도 이견을 말할 수 없는 최고의 배우들임과 동시에 그가 최고로 치는 배우들이다.

'메소드의 깊이는 히스, 아니 내가 아는 그 어떤 배우들보다 깊다. 외모는 전성기의 레오를 넘어섰고……. 뭐 이런 사기 캐릭터가 다 있지?'

헛웃음을 흘린 그는 그가 생각하는 배우 순위 최상단에 진호를 올려 두기로 했다.

"흠. 이 부분은 다시 가는 게 어떨까요? 발음이 약간 밀린 것 같아요."

"흠. 주연 배우가 그렇다고 하니 다시 가야지."

스태프들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진호와 크리스 놀란을 번갈아 보았다. 여태껏 크리스 놀란이 재촬영을 요구한 적은 있어도 배우가 요구한 적은 극히 드물었기 때문이다.

크리스 놀란은 흐뭇하게 웃었다.

'그래, 해. 하고 싶은 거 다 해.'

"자, 한 번 더 갑시다!"

* * *

지글지글.

그릴 위에서 배와 마늘을 듬뿍넣어 재운 갈비가 익어 가고, 그옆에서는 소뼈와 돼지뼈를 넣은 사골 국이 뽀얗게 끓고 있다.

후룩!

"어흐-!"

"크으으! 좋다!"

진호는 약국 앞에 늘어선 천막속 플라스틱 테이블에 앉아 겨울의 차가운 바람 속에서 땀을 뻘뻘 흘려 가며 한국의 맛을 진하게 만끽하는 영화 관계자들을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그는 그릴에서 잠시 벗어나 천막을 나섰다.

"후우우-."

밤새 내린 눈 때문인지 기온이 더 떨어진 거리.

해가 머리 꼭대기에 섰는데도 도로에 차 한 대 지나지 않아 더욱 날씨가 춥게 느껴졌다.

반사적으로 옷깃을 여민 진호는 생각에 잠겼다.

'너무 조용해.'

HU 미국 지사장 밥 롤슨이 두문불출을 하고 있다.

연말 파티에도 얼굴을 비추지 않았고, 신년 파티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패배를 선언하는 건가 싶기도 하지만, 진호와 다미앙은 그게 아님을 알고 있다.

그는 미국 지부의 지부장들에게 다미앙 지사 미국 지부의 약점을 캐내라는 명령을 내린 상태이기 때문이다.

혹여 그 약점을 기다리는 거라고 해도 너무 조용하다.

'대체 뭘 꾸미고 있는 거지?'

"무슨 고민 있어?"

"아, 감독님."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은 진호는 한적한 거리를 둘러보며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맞은편의 허름한 주유소도 그가 직접 리모델링을 지시한 곳이다. 원래는 망해 버린 주유소였다.

"정말 둘러보면 둘러볼수록 감독님이 미쳤다는 생각밖에 안 드네요."

"흠. 이 세트장을 만들고 나서부터는 매일 듣는 말이라 이젠 감흥이 없군. 개리 씨도 매일 아침마다 문자를 보내지."

"이게 그냥 세트장입니까. 사람이 사는 진짜 동네지."

눈이 내리면서 안 그래도 진짜 같던 이 가짜 동네가 진짜 동네로 변모해 버렸다. 엑스트라들도 이곳에서 숙박을 하다 보니 정말 주민처럼 변모하게 되었다.

"영화 촬영이 끝나면 이곳을 랜드마크로 조성해도 되겠어요."

눈을 빛낸 진호가 은근슬쩍 말을 흘리자 크리스 놀란은 어깨를 으쓱였다.

"그러든가 말든가. 계약 기간이 끝난 이후 저걸 그대로 둘지, 원래대로 고칠지는 저 건물들 주인들의 결정에 달려 있겠지. 이 대작을 보존할 돈은 없어서……"

그러며 은근히 바라보는 크리스 놀란의 모습에 진호는 시선을 돌렸다.

'나도 양심이라는 게 있습니다.'

이 동네를 바꿀 수 있었던 그 막대한 예산이 어디서 나왔겠는가.

LVMH, 디올, SJ, 구성건설 등등 자신이 작품을 찍을 때마다 스폰을 해 주는 고마운 분들의 주머니에서 나온 것일 터였다.

'진짜 빡세게 연기해야지. 진짜로……. 거기다 뽕을…… 응?'

진호는 맞은편에서 있는, 유모차를 미는 작은 키의 노파를 보곤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이 동네 주민이신가?"

"……엑스트라로 치기에는 연기가 너무 딥하군."

"그러니까요. 그런데 왜 저렇게 부럽다는 듯…… 아."

깨닫는 게 생긴 진호는 이마를 잡았고, 크리스 놀란은 한숨을 내뱉었다.

"……오늘부터 한 20인분 정도 추가해서 식사를 준비해 줄 수 있겠나, 지노?"

"얼마든지요. 감독님이 좀 모셔와 주시겠어요? 전 연락할 때가 좀 있어서."

"오케이."

진호는 몸을 돌리며 장경아 지부장에게 연락했다.

"네, 장 지부장님."

이제부터 그가 벌일 일은 결코 정 실장의 선에서 감당할 수 없는 일이었다.

* * *

진한 뼛국과 숙성이 잘 된 부드러운 고기는 동서양과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통하는 것 같았다. 진호는 사골곰탕을 한 그릇 허겁지겁 해치운 백발의 노파에게 다가갔다.

"메리 할머니 맛은 어때요? 드실만 하세요?"

보행기 살 돈이 없어 몇 십 년전 딸을 태웠던 유모차를 끌고 다니던 메리 할머니는 진호의 손을 꼭 잡은 채 손등을 쓸어내렸다.

"고마워요. 고마워. 이렇게 따뜻한 음식을 얼마 만에 먹어 보는지……"

"네. 많이 드시고, 이따가 꼭 저기 버스들에서 건강검진 받으시고요. 약도 타시고, 목욕도 하세요. 옷도…… 꼭 받아 가시고요."

"정말 고마워요. 으흐흑."

메리 할머니는 결국 울음을 터트려 버렸고, 그에 전염이 된 듯 이동네 주민들도 숟가락을 멈춘 채 눈물을 흘렸다.

배우와 스태프들은 붉어진 눈시울을 가리고자 고개를 돌렸다.

얼른 마저 드시라고 메리 할머니의 손등을 툭툭 두드린 진호는 이들이 맘 편히 식사를 하게끔 자리를 비켜 주었다.

그리고 타들어가는 속에 결국 차에서 정 실장의 담배를 가져와 물었다.

타악! 치익!

"후우."

"나도 하나 주지."

"여기요."

담배에 불을 붙인 크리스 놀란은 이 지독한 참상에 어울리지 않게 맑은 하늘을 보며긴 한숨을 뱉어냈다.

"리먼 사태가 참 많은 걸 앗아갔군. 원래 이 동네도 이렇지 않았을 텐데……"

혹여 더 있을까 구석구석을 모두 뒤져 모았지만, 겨우 스무 명이었다. 수백 채의 집이나 건물이 있는데 사는 사람은 겨우 스무 명 뿐이라는 소리다.

여긴 버려지다 못해 죽어 버린 동네였고, 남은 주민들은 차디찬 외로움에 동사하고 있었다.

'미국 전역을 뒤져 보면 한두 곳이 아니겠지.'

진호의 입안이 씁쓸해지는 걸 느꼈다.

'하지만 그 모든 동네를 구할 수는 없어.'

그럴 돈도 없고, 그런 건 국가가 해야 될 일이다.

하지만 눈앞의 이 동네만큼은 구원할 수 있을 듯하다.

'정말 진행해야겠네.'

이렇게 촬영 세트장도 갖춰지자 뽕을 뽑으려고 했던 그 일.

진호는 눈을 빛내며 크리스 놀란을 향해 입을 열었다.

그러나 크리스 놀란의 입이 열리는 게 빨랐다.

"랜드마크라고 했나? 영화 하나로 여기가 살아날 수 있을까?"

진호의 눈이 동그래졌다.

'이거?'

진호는 떨리기 시작한 심장을 억지로 잠재우며 얼른 대답했다.

"아뇨, 영화 하나로는 분명 임팩트가 부족할 거예요. 관광객들을 몰려온다고 해도 금세 외면받겠죠. 여긴 편의 시설이 극히 드물다 못해 아예 없으니까."

교통편도 불편하고, 또 편의 시설이 없기에 관광객들이나 진호의 수백만 팬들도 돈을 쓰지 않을 것이다.

분명 사진만 찍고 돌아갈 게 뻔했다.

"하지만."

"하지만?"

"드라마까지 찍는다면 어떨까요?"

"……드라마?"

"네, 드라마. 영화 개봉과 동시에 TV, OTT에 방영될. 한 20부작으로."

진호는 화들짝 놀라는 크리스 놀란을 보며 이를 악물었다.

'던졌다!'

그냥 영화 한 편을 찍고 그만두기에는 너무 아쉽고 아쉬웠던 시나리오. 조나단 파블로와 장영진을 픽업한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

"그렇게 해서 이 동네를 더 노출시킨다?"

"정확히는 이 동네 건물들을 소유한 은행들에게 은밀히 권유를 하는 겁니다. 이렇게 우리가 판을 깔아 줄 테니까, 속는 셈 치고 투자 한번 안 해 볼래? 라고 말이죠. 여긴 쥐고만 있어도 부담스런 곳이잖아요."

크리스 놀란의 눈이 번뜩였다.

"그런 부담스런 곳을 내가 이렇게 아름답게 꾸며 줬지."

"정답."

크리스 놀란은 주먹을 쥐었다.

'된다. 내가 은행이라도 투자한다.'

다른 것은 다 필요 없다. 은행은 편의 시설 몇 개만 만들고, 유지시키면 된다. 나중엔 다른 영화의 세트장으로도 쓸 수 있다.

거기까지 생각한 그는 진호를 어이없다는 듯 보았다.

'여기까지 생각해서 말한 거라고?'

역시 조사한 대로 두뇌가 비상하다.

크리스 놀란은 그게 더 마음에 들었다.

"감독은 난가?"

진호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아뇨. 조나단 파블로 씨와 장영진 감독님이요. 감독님은 드라마 스타일이 아니에요."

"……오케이. 개리 씨에게는 내가 연락하지!"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진호는 핸드폰을 들며 몸을 돌리는 그의 모습에 양팔을 번쩍 들었다.

'됐다-!'

소리 없이 방방 뛴 진호는 눈을 빛냈다.

'자, 이제 그럼 시작해 볼까?'

영화와 드라마의 동시 제작. 성공만 한다면 아마 할리우드 역사상길이 남을 업적이 될 터였다.

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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