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365화 (365/424)

15권 16화

한국과 미국 레전드의 듀엣은 이번에도 제법 이슈가 되었다.

미국인들은 이런 목소리와 감성을 가진 가수가 있었냐며 굉장히 놀라워했고, 음악을 사랑하는 한국인들은 페이크라도 해도 이런 듀옛을 들을 수 있어서 너무 감동이었다는 반응이 태반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뮤즈 이진호, 크리스 놀란의 뮤즈가 되다!'라는 뉴스가 세상을 강타했다.

세계적인 대감독과 세계급 인지 도를 지닌 이진호의 결합에 세상이 떠들썩해졌다.

HU 에이전시 미국 지사에 내려앉은 악재 정도는 이슈조차 되지 않을 만큼 말이다.

"샤샤가…… 계약을 해지했습니다."

샤샤 보디노바. 27살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톱레벨에 오른 모델이자, HU 미국 지사의 캐시카우중 한 명이다.

그녀가 일 년에 벌어들이던 금액은 약 2천만 달러에 달했다.

쿵!

책상을 후려친 HU 미국 지사의 지사장인 밥 롤슨은 이를 갈았다.

"빌어먹을! 이번에도 다미앙 그 개자식인가?"

"……예. 다미앙 지사 미국 지부 근처의 커피숍에서 보디노바가 커피를 샀다는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이 개자식이!"

우르르.

그가 휘두르는 팔에 책상 위에 있던 물건들이 쓸려 넘어졌다.

"후욱! 후욱!"

벌써 여섯 명째다.

다미앙 지사에게 빼앗긴 톱모델들의 숫자가 말이다.

이로 인해 앞으로 HU 미국 지사가 볼 손해는 대략 1억 5천만 달러, 아니 모델과의 배분율을 생각하면 약 7천만 달러의 손해가 발생할 터였다.

이는 미국 지사의 수익 중 5분의 2에 해당하는 금액. 어쩌면 경질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을 만큼 심각한 상황이었다.

그는 핸드폰을 들었다.

"다미앙!"

-오우, 밥! 오랜만입니다. 잘 계셨습니까?

"너 지금 뭐하자는 거야!"

-흠.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잘 모르겠군요. 미국 지사에 무슨 일이 있는 겁니까?

"이 개자식이! 네가 이러고도 무사할 것 같아!"

-……그러게 작작 빨아 먹었어야죠. 당신들이 후진국이라 생각하는 한국의 아이돌 기획사들도 그만큼 뜨면 배분율을 조정합니다.

까드득!

밥 롤슨의 두 눈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그러나 그는 더 이상 고함을 지르지 않았다.

한때 자신의 밑에서 일한 적이 있는 다미앙 토마소란 인간은 이런 고함 따위에 겁을 먹을 인사가 아님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겁쟁이 따위였으면 애초부터 이런 일을 벌이지 않았을 테지!'

"처음이자 마지막 경고다. 모든 걸 제자리로 되돌려 놔."

-오우. 무섭군요.

"내가 이렇게 말로 할 때 끝내."

-내가 그렇게 정중히 부탁했을 때 협조했어야죠.

흠칫!

"너, 너 지금 겨우 그것 때문에……!"

-제가 밥과 틀어질 일이 그것밖에 더 있겠습니까. 당신이 겨우라고 말하는 일 때문에 미국 지부가 활성화되는데 꽤 시간이 걸렸습니다. 덕분에 내 진호 씨가 오디션따위를 보러 다녔죠.

깊고 짙은 원망이 절절 전해져 왔다.

밥 롤슨은 직원을 파견해 달라는 다미앙의 부탁을 거절한 과거의 자신에게 온갖 쌍욕을 퍼부을 수 밖에 없었다.

'그놈의 견제가 뭐라고!'

끝을 모르고 주가를 높이는 다미앙의 미국 진출을 견제하기 위해 했던 과거의 행동. 이후 밥 롤슨은 다미앙 미국 지부의 일을 사사건건 방해했었다.

"본사에서 용납할 것 같아!"

-본사가 절 건드릴 수 있다고 봅니까? 전 지금 당장 퇴출당하더라도 상관없습니다만.

맞다. 본사는 다미앙이 무슨 짓을 해도 결코 내칠 수가 없었다.

-또한 그 엉덩이 무거운 사람들이 본인들의 안위를 위해 날 견제하고 길들이려 하겠습니까? 흠, 전 그들이 그렇게 멍청하진 않을 것 같군요. 차라리 당신을 저기 알레스카로 치워 버리면 모를까.

거기까지 였다.

더 이상 분노를 참지 못한 밥 롤슨은 핸드폰을 던져 버렸다.

콰자작!

"북미 전 지부장들 보고 모이라고 해!"

"예!"

비서가 다급히 돌아 나가자 밥롤슨은 책상을 쾅광 후려쳤다.

"후우. 후우. ……개자식!"

그는 수화기를 들고, HU의 주인인 형거 휴론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제부턴 정말 전쟁이었다.

* * *

콰자악!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에 다급히 귀에서 핸드폰을 땐 다미앙은 끊겨 버린 전화를 보곤 혀를 내둘렀다.

"휘유. 성깔은 여전하군."

쿡쿡 웃음을 흘린 진호는 옆에 앉은 여성을 보았다.

마치 바비 인형처럼 환상적인 몸매를 지닌 금발의 미녀 샤샤.

"다미앙 지사의 케어 시스템을 받아 본 소감은 어때, 사사?"

계약서를 쓰기 전 다미앙 지사의 케어 시스템을 받은 그녀.

오늘은 계약서를 쓰는 날이었다.

"어떠냐고? 당연히 최고지!"

개인 연습실을 비롯해 전담 매니저들과 가드 매니저들, 퍼스널 트레이너, 마사지, 피부 관리 등등 모든 게 최상이다.

특히 가장 최고인 건 입이 황홀해지는 식단이었다.

언제나 드레싱 없는 풀떼기나 계란 흰자만 씹어 왔던 그녀에게 진호표의 건강한 식단은 천국이나 다름이 없었다.

7.5:2.5라는 배분율만 보고 다미앙 지사로 넘어온 그녀로서는 정말 생각지도 못한 대우였다.

그녀의 눈썹이 하늘로 솟았다.

"지노, 너 여태껏 이런 케어 서비스를 받고 있었던 거야?"

그동안 다미앙 지사의 케어 시스템은 극비로 다뤄졌다.

다른 지사에 소속된 모델들이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껴 다른 에이전시로 이적을 하거나 다미앙 지사로 이적하는 것을 막기 위해 본사를 비롯한 모든 지사들이 쉬쉬했기 때문이다.

"마음에 든다니 다행이네. 아무튼 이제부터 네가 원하기만 하면 노래든 연기든 얼마든지 도전할 수 있을 거야. 네가 만족할 때까지 말이야. 그리고 앞으론 너의 굿즈도 판매될 거고……"

"굿즈?"

"텀블러라든지 액세서리 등 샤샤 보디노바라는 브랜드 상품을 만들어 네 팬들에게 판매하는 거야."

"……내게 팬이 있었어?"

"톱모델인데 팬 한 명 없겠냐. 팬레터 안 받아 봤어?"

"오프닝에 처음 섰을 때 받아 보긴 했는데……"

더 이상 말을 안 해도 알 것 같았다.

샤샤 전에 헤드 헌팅한 다섯 명의 톱모델도 똑같은 반응을 보였으니 말이다.

"너도 스토커?"

"응. 스토커들이 생긴 이후로 회사 선에서 커트됐지. 내가 뉴욕의 고층 오피스텔들을 옮겨 다니며 사는 이유가 뭐겠어? 그것도 끔찍하게 비싼 월세를 내면서."

"……팬의 선물은?"

"그런 건 빅토리아의 엔젤들이나 지노 너같이 성공한 사람이 받는 거지!"

"너도 충분히 성공했거든!"

진호는 이마를 잡았다.

"진짜 이 미친 놈들. 그걸 골라서 소속 모델에게 가져다줘야 하는 게 자기들이 할 일이면서……"

귀찮아서 모두 폐기한 게 분명했다.

이가 절로 갈릴 만큼 화가 났다.

"후우우."

"나 때문에 화내지 마."

같이 화를 내야 하는데 오히려 위로를 하고 있다. 이는 성격이 착한 게 아니라 자존감이 많이 떨어져 눈치를 보는 것이다.

정말 한숨만 푹푹 나왔다.

'세계급 모델의 자존감이 이렇게 떨어져 있다니!'

코가 막히고 기가 막힌 상황이었다.

하지만 앞으론 달라지게 될 터였다.

"아무튼 아직도 월세에서 산다고?"

"응. 월에 9천 달러."

"…… 역시 뉴욕답네. 현재 모아둔 돈은?"

"3백만 달러? 그 정도 있을 걸?"

"너 작년에 네가 가져간 돈만 천만 달러를 넘지 않아? 집이나 땅샀어?"

"……사기를 당해서. 주식 때문에 잃기도 했고."

다시 이마를 잡은 진호는 다미앙을 보았고, 고개를 끄덕인 그는 책상에서 몇 장의 서류를 가져왔다.

"이건 뭐야?"

"네 자산 관리를 다미앙 지사 맡기겠다는 위탁 동의서, 그리고 투자 계약서. 동의서에 사인을 하면 네 자산은 JP모건에서 VVIP케어를 받게 해 줄 거고, 투자는 말그대로 다미앙 지사가 네게 얼마만큼의 투자를 하는 거야. 넌 그걸로 저택을 얻을 수도 있고, 차를 살 수도 있지. 일종의 대출이라고 생각하면 돼. 무이자고, 네가 벌어들이는 수익에서 제할 거야."

"JP모건! 거, 거기서 VVIP케어를 받게 해 준다고?"

"응. JP모건에선 이미 다미앙 지사만을 위한 자산 관리팀이 따로 신설되어 있어. 그리고 그 팀에서 운영하는 자본은 약 5억 달러 수준이고, 너만을 전담하는 PB가 붙을 거야."

"……여기다 사인하면 되는 거지? 내 계약서도 줘!"

순간 눈이 뒤집?! 샤샤는 다급히 펜을 들어 동의서에 사인을 하려고 했지만, 진호가 막았다.

"동의서나 계약서 같은 건 변호사의 입회하에 꼼꼼히 살펴야 해. 언제까지고 다른 사람이 널 케어해 줄 수는 없잖아."

"……아."

"에휴. 네가 왜 사기를 당했는지 이제 알겠다."

얼굴이 확 붉어진 샤샤는 고개를 푹 숙였다.

"고, 고마워. 그, 그럼 바로 내 전속 변호사를 부를게."

"그렇게 해. 변호사 오는 동안 잠시 쉬고 싶으면 휴게실에 가 있던가."

"아, 알았어!"

다급히 핸드폰을 꺼내 들며 밖으로 나가던 샤샤는 순간 아차하며 진호와 다미앙을 보았다.

"그런데 이렇게 케어를 해 줘도 되는 거야?"

"걱정되면 더 열심히 활동해 줘. 다미앙 지사도 전력으로 서포트해줄 테니까."

"……응!"

진호는 마음을 완전히 굳힌 듯한 샤샤를 바라보다 다미앙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의 눈빛은 서늘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이제 밥 롤슨이 움직이겠네요."

"예. 아마 어떻게든 저희의 약점을 찾기 위해 발악할게 분명 합니다."

샤샤를 비롯해 총 6명의 톱모델들과 상위 레벨의 모델 12명을 빼앗았다. 상위 레벨 모델 12명의 수익을 모두 합쳐도 톱모델 2명만큼의 수익도 나오지 않지만, 엄청난 타격을 입힌 건 분명했다.

이제 그 열여덟 명의 입을 통해 다미앙 지사의 케어 시스템이 모델들 사이에 퍼질 것이고, HU 에이전시 미국 지사소속 모델들의 이탈은 가속화될 것이다.

"HU 미국 지사의 전 지부가 움직여서 말이죠."

"하지만 그건 최악의 악수가 될 겁니다."

"지부장들 중 3분의 1이 우리에게 포섭된 걸 모르고 있을 테니까요."

거기까지 말한 후 잠시 입을 다문 진호와 다미앙은 누가 먼저 랄것 없이 동시에 조소를 지었다. 그러며 수고했다는 의미로 가만히 자리를 지키고 있던 장경아 지부장을 향해 고개를 깊게 숙였다.

차를 후룩 마신 장경아 지부장도 입술을 비틀었다.

"이제 다음 단계로 넘어가면 되겠습니다."

"진호 씨가 크리스 놀란의 영화를 찍는다는 소식이 세상을 울렸으니 딱 좋은 타이밍이군요. 아, 그런데 조나단 감독은……"

진호는 어깨를 으쓱였다.

"처음에는 굉장히 서운해했지만, 제 계획을 말해 주니 얼른 영화가 개봉하기만을 바라더라고요. 그보다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감독에게 확답은 받았나요?"

다미앙은 고개를 저었고, 장경아 지부장의 낯빛이 흐려졌다.

"콧대가 굉장히 높더군요. 오스카가 그렇게 만들었나 봅니다."

"그럼 포기하고, 원안대로 장 감독님을 픽업하죠. 솔직히 언어가 문제일 뿐 연출력만 놓고 보면 알레한드로 감독에게 뒤지지……. 아, 이건 제가 연락드려야겠네요."

"……죄송합니다. 괜히 제가 알레한드로 감독을 고집해서……"

알레한드로를 고집한 건 장경아 지부장이었다.

"아니에요."

고개를 저은 진호는 시간을 확인하고는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럼 전 이만 리딩장에 가 봐야겠네요. 드디어 첫 리딩인데 늦을 순 없잖아요."

"예, 조심히 다녀오십시오."

진호는 그렇게 뉴욕으로 향했다.

* * *

'크리스 놀란.'

그 이름만 떠올려도 숨이 막힐 정도다.

"와, 이번에는 나도 긴장되네. 그크리스 놀란을 주연배우의 매니저로서 볼 수 있게 되다니!"

진호는 방방 뛰는 정 실장의 모습에 피식 웃고 말았다.

"실장님은 매번 긴장하셨잖아요."

"그거야 네가 만날 엄청난 분들과 찍어서 그런 거고! 진호야. 우리 쉬엄쉬엄 하자, 응? 나도 갑질 한번 해 보게! 내가 너 때문에 리딩장에서 다리를 꼬고 앉을 수가 없어요!"

"헐. 실장님 그런 사람이었어요?"

"아니, 말이 그렇다는 거지!"

"흠. 그럼 다음 작품은 신인 감독하고 찍을까요?"

"그건 안 되고! 네 이름값이 얼만데 입봉하고 입을 맞춰?"

'어쩌라는 건지.'

고개를 저은 진호는 고맙다는 듯 정 실장을 보았다. 그의 호들갑 덕분에 어느새 긴장은 모두 가셨다.

"흐흐. 긴장 풀렸으면 들어가. 끝나면 연락하고.

"이래서 내가 실장님을 좋아한다니까요."

그렇게 커다란 에코백 두 개를 받아 들며 이별을 고한 진호는 리딩장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난 오늘 몇 등이려나?'

매번 대선배님들과 작품을 찍다보니 절대 늦을 수 없었던 리딩.

이젠 습관이 되어 버린지라 '10등 안이면 좋겠다'라고 생각을 하며 리딩장에 들어갔던 진호는 정면 저 멀리에 앉아 있는 한 백인 중년인을 보곤 그대로 굳어 버렸다.

그러다 이내 최대한 밝게 웃으며 크게 외쳤다.

"안녕하십니까, 감독님! 이진호입니다!"

크리스 놀란. 놀랍게도 그가 먼저 와 있었다.

아직 리딩까지는 2시간 넘게 남아 있었는데도 말이다.

'무슨 일이시지?'

작은 의문이 진호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한편 진호의 우렁찬 인사에 깜짝 놀랐던 크리스 놀란은 진호를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그의 머릿속으로 방금 전 개리 제이머와 나눴던 말도 안 되는 대화가 떠올랐다.

"얼마라고요?"

"깔끔하게 1억 3천만 달러."

크리스 놀란은 잠시 귀를 후볐다.

그러나 개리 제이머의 표정은 바뀌지 않았다.

"설마 시나리오가 변경된 겁니까? 빌딩이라도 하나 날려야 하는 겁니까?"

"전혀."

"……호오. 그 이진호라는 배우의 현금 동원력이 대단한가 보군요. 그런데 당신이 그런 말도 안 되는 액수를 모두 받아들일지는 몰랐습니다. 제 정신입니까?"

"다 날려 먹어도 상관없다더군. 계약서도 썼어."

"……오호?"

그렇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의 눈에 불똥이 튀었다.

"하고 싶은 거 다 해도 됩니까?"

개리 제이머는 눈에 광기마저 서 리는 크리스 놀란을 보며 입술을 비틀었다.

"다 해. 어떤 미친 짓이든 받아주지."

"그 말, 잊으면 안 될 겁니다."

이를 드러낸 크리스 놀란은 몸을 돌려 방을 빠져나갔다.

고작 영화의 한 장면을 위해 거대한 병원을 짓고 실제로 폭파시켜 버린 희대의 또라이 크리스 놀란.

그의 예술성에 불이 붙었다.

'정말 다 해 주지!'

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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