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362화 (362/424)

15권 13화

역대 최고의 프로젝트이자, 플랜이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한 시대에 딱 한 번만 할 수 있는 기획이라는 점이다.

'그러니 김선희 선생님의 말처럼 한바탕 제대로 놀아보자. 한 점의 후회조차 남지 않도록!'

주먹을 꽉 쥔 진호는 녹음 부스 안으로 들어간 김재범을 보며 입을 열었다.

"그럼 시작할게요."

-푸흐. 진짜 내가 지금 뭘 하는 건지……. 오케이. 가자고. 세상한번 뒤집어 보자.

세상을 휩쓸 커다란 파도를 일으킬 버튼이 꾸욱 눌러졌다.

그리고 그렇게 한 달의 시간이 지났다.

* * *

촤악!

-억?

-죄송합니다.

-진호, 너-!

"와, 임국종도 진호 오빠에겐 힘으로 밀리는구나."

"저게 사람이야, 짐승이야? 어떻게 숨은 사람을 바로바로 찾지?"

-아, 그렇구나. 이분이었구나.

"헐. 진호 오빠, 다음 범인이 누군지 알아차렸다. 그렇지. 이래야 진호 오빠지."

"뭐야, 저거? 어떻게 단서 두 개만 보고 범인을 알아맞혀?"

"진호 오빠는 너처럼 똥멍청이가 아니거든."

"아가리 좀 닥쳐라. 그러다 진짜 맞는다."

"용돈, 아니 보너스 안 준다."

"……입만 다물고 있으면 되나요?"

"가서 물이나 떠와. 나 방송할 시간이야."

"네, 돼지야!"

마침 예능 프로그램도 진호의 승리로 끝난 마당이라 몸을 일으킨 26살 서예지는 본인의 방으로 가 인터넷 방송 준비를 시작했다.

"그래도 요새 한국에서 활발히 활동해 줘서 고맙네. 어메이징 서바이벌이 첫 방영되면 미국으로 넘어가겠지?"

그건 좀 싫었다.

한숨을 내쉰 그녀는 오늘 시청자들에게 소개할 진흙 속에 묻힌 진주들을 찾기 위해 음원 사이트를 뒤적거렸다.

그녀는 인디 등 비주류거나 여러 이유로 뜨지 못하는 주옥같은 곡들을 소개하는 방송을 하는 스트리머였다.

"돼지야, 넌 대프리카에서 방송 안 해? 그쪽 파이가 더 크잖아."

서예지는 편집자이자, 매니저인 남동생을 한심하다는 듯 보았다.

"대프리카가 레벨이 떨어진 지가 언젠데 거기서 해?"

"뭔 헛소리야? 인방 플랫폼은 대프리카가 최고지. 너희 플랫폼은 말이 겁나 많잖아."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이야기하냐? 물론 진호 오빠랑 재준 님이 스트리밍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그랬겠지. 떴다 하면 천만인 진호 오빠는 뒤로하더라도 재준 님만 하더라도 하루 평균 50만 시청인데, 운영진이 물갈이되지 않을 리가 없잖아. 한판 제대로 붙기까지 했는데."

"헐, 진짜?"

"굉장히 유명한 사건인데, 너 몰라?"

"응. 뭐였는데?"

"일명 뷰봇 사건 시즌2인데, 정말 억울하게 영정당한 스트리머 때문에 재준님이 열 받아서 아예 본사를 때렸어. 이딴 식으로 운영할 거면 딴 플랫폼으로 옮기겠다고."

플랫폼 모든 스트리머들의 시청자를 합한 만큼 보다 더 많은 시청자와 매출을 올리는 재준이 딴 플랫폼으로 옮긴다는 소식에 미국에 있던 본사는 뒤집어졌고, 부랴부랴 이 일에 관련된 모든 직원들을 퇴직시키다 못해 소송까지 걸었다.

그러며 본사에서 직접 한국 지부를 관리하기로 했는데, 모든 스트리머들의 계약서를 모두 싹 다 뜯어고치면서 다른 플랫폼에 있는 초대형 BJ들을 적극 영입했다.

"이때 네가 말한 대프리카 3대장도 우리 플랫폼으로 넘어왔잖아. 덕분에 시청자들이나 스트리머 성향도 개선 됐고."

"……와. 괜히 재느님이라고 하는 게 아니구나."

감탄을 한 남동생은 서예지에게 한 장의 A4용지를 내밀었다.

"오늘 셋업 리스트."

"오올. 매니저."

"돈 받는 값 하는 거니까 닥치고. 오늘 방송에선 프로젝트 에프엘이라는 그룹이나 좀 조명해 봐. 굉장히 골 때리는 애들이니까."

"월간 프로젝트 에프엘? 응? 곡이 많네? 그런데…… 왜 아티스트명이 죄다 이래?"

LCJ, JMS 등 굉장히 성의가 없었다.

"들어 보면 알아. 잠시만."

남동생은 음원 사이트에 들어가 월간 프로젝트 FL의 아티스트 LCJ의 음원을 클릭했다.

"오, 좋은데?"

피아노와 바이올린의 재즈풍 전주가 무척이나 레트로 하면서 감성적이다. 10월 초가을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고 있었다.

"와, 레벨 높은데? 이런 아티스트가 있었어?"

"닥치고 들어 봐. 이제 곧 주인공이 나을 테니까."

-그동안 오래 기다려 왔니.

"어?"

서예지는 기겁하며 남동생을 보았다.

그러다 번뜩 깨닫는 점이 있었다.

"LCJ…… 이창정 선배님? 뭐야! 선배님 새 음원 발표했어? 그런 거야?"

그냥 목소리만 비슷하다고 치부하기에는 이창정의 창법이나 습관등까지 너무 똑같았다. 감성 음악스트리머로서 이창정의 모든 노래를 들어 본 서예지는 엉덩이를 들썩일 수밖에 없었다.

"와! 이 완성도 뭐야? 역시 선배님이네. 레벨이 달라. 그래, 이런 게 노래지."

코웃음을 친 남동생은 이번엔 아티스트 JMS의 음원을 틀었다.

옆구리가 공허한 가을의 바람을 연상시키는 전주가 갑자기 눈시울을 자극한다.

"……어라? 지문세 선배님?"

이 역시도 곡의 완성도가 소름이 돋을 정도다.

그런데 이 또한 단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곡이다. 이런 곡이라면 분명 따라 부르는 사람이 많았을 텐데 말이다.

"지문세, 김대원, 나이열, 김재범, 김은미, 김선희, 최정현 등등! 네가 좋아하는 이진호까지!"

"어? 어어어?"

서예지는 영문으로 된 아티스트명을 보곤 경악했다.

"얘들, 이미테이션 싱어 그룹이야! 같은 아티스트의 곡이라도 1번 곡과 2번 곡의 음색이나 감성이 미묘하게 달라!"

"뭔 개소리야. 이런 엄청난 곡들을 고작 이미테이션 가수들에게 준다고? 어떤 미친 작곡가나 기획자가 그런 짓을……"

순간 서예지의 머릿속에 진호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에이, 아니겠지.'

아무리 진호라도 이건 정도를 벗어 났다.

"어떤 미친 사람이 이런 짓을 해! 돈 많은 사이코가 아닌 이상에야!"

"그래서 내가 그랬잖아! 굉장히 골 때리는 애들이라고! 거기다 이거 그룹으로 월마다 음원을 내는 게 아니라 그룹에 포함된 각 아티스트마다 월별로 한 곡씩 내는 거다? 그런데 미국 가수도 있어. 마돈나, 지젤 노울스, 브루노마스 등등 총 여섯 명. 미국 가수 쪽은 영어야."

"……진짜 미친 또라이 사이코네!"

아티스트가 총 18명이다. 어쩌면 그보다 많을 수 있지만 등록된 아티스트는 18명이다. 즉, 한 달마다 이런 엄청난 완성도를 지닌 18개의 곡, 일 년이면 216곡이 출시된다는 소리다.

"어때? 나 잘 했지? 진짜 잘 발견했지? 음원 사이트 뒤지는데 저번달까지 만해도 없던 애들이 갑자기 나타난 거야. 이렇게 많은 음원을 들고! 그래서 이상해서 클릭해봤는데! 와……. 장담하는데 얘들, 돼지 네가 처음으로 소개하는 걸거야."

"……너 나이키 운동화랑 필라추리닝 사고 싶다고 했지?"

"응! 응! 신상!"

서예지는 바로 카드를 꺼내어 넘겨줬다.

"긁어."

"오오! 이게 사장님 포스! 감사합니다! 아싸! 신상이다!"

"됐고, 얼른 방송 켜. 1분 지났어."

고개를 힘차게 끄덕인 남동생은 황급히 방송을 켰고, 서예지는 들어오기 시작한 시청자들을 보며 활짝 웃었다.

이제야 알겠다. 프로젝트 FL의 FL은 페이크 레전드라는 뜻임 분명했다.

"오빠, 언니들, 어서 와요!"

'오늘 방송 무조건 대박이야!'

* * *

-창정이 형, 언제 음원 냈어?

-창정이 형이 아니라 현민이 같은데? 현민이 용접 때려치우고 가수 데뷔하나?

┗아닌데……. 2번 곡은 창정이 형 같은데…….

┗아닌데…… 이 노래들 내가 안불렀는데. 근데 노래들 존니 좋다! 아, 씨! 나 주지!

┗컥! 본인 등판!

┗암튼 이 형은 자기 이야기하는 건 기가 막히게 찾아욧!

-미애도 가수 데뷔하려는 듯? 김선희는 이거 알려나 몰라.

┗알면 엄청 도와줄 듯.

-그 블라인드 싱어에서 나온 박지영 짜가 회사 때려침?

┗아니다. 첫 번째 곡은 무조건 박지영이다.

┗ㄴㄴ 박지영이었으면 홍보했겠지.

-와. 어떤 미친 사이코 때문에 커뮤니티가 미쳐 돌아가는구나.

┗이 정도의 정성을 들인 미친 짓이면 충분히 이래도 됨.

-근데 이진호는 여기 왜 껴 있는 거냐?

┗진호면 현역 레전드 맞지. 팩트로 까면 맞아 준다.

-……그럼 못까지, 새꺄!

한 스트리머가 던진 돌이 커뮤니티뿐만이 아니라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도 큰 파도를 일으키고 있었다.

"너냐?"

"뭐가요?"

"너지? 페이크 레전드. 너 맞잖아."

진호는 무슨 뜬금없냐는 소리를 하냐는 듯 김재석을 바라보았다.

"내가 진짜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런 짓을 할 사람은 진호 너밖에 없거든? 그러니까 자!"

진호는 눈앞에 내밀어진 거짓말 탐지기를 어이없다는 듯 보았다.

지금 이 촬영 중이라서 더 그랬다.

"쫄리면 뒈지시던지!"

놀면 뭐해 시즌2의 PD 유태호가 강렬하게 눈을 빛냈다. 현재 방송가에선 이런 미친 짓을 할 사람은 진호밖에 없다는 말이 떠돌고 있었기 때문이다.

진호는 집중되는 카메라에 한숨을 내뱉었다.

"정말 저 아니에요. 저도 그걸 기획한 사람이 누군지 정말 궁금하구만."

"그럼 검증을 받아 보라니까?"

"에휴. 네,네."

진호는 순순히 거짓말 탐지기에 손을 얹었다.

"자, 이진호 씨. 당신이 프로젝트 피엘을 기획한 사람입니까?"

"아뇨. 저 아닙니다."

"흐흐. 그건 결과를 봐야 알지!"

김재석은 얼른 버튼을 눌렀고, 곧거짓말 탐지기는 경쾌한 소리를 내며 작동했다.

딘딘딘딘딘딘, 띠이-!

"어?"

"거봐요. 저 아니라니까요."

"아닌데. 정말 너 아니면 이런 일을 할 사람이 없는데……"

기획사 관계자가 말하길 천재 작곡가들, 아님 작곡의 대가들이 만든 곡이라고 했다. 대중적인 코드까지 모두 갖춘 곡이기에 못해도 한 곡 당 3천만 원이 넘을 거라고도 했다.

그 말의 신뢰성은 음원 사이트 순위가 대신 말해 주었다.

1위부터 30위까지 줄을 세운 프로젝트 FL의 곡들.

또한 1위도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그러니까요. 저도 진짜 이런 엄청난 기획을 해낸 사람이 누군지 궁금하네요. 백억을 줘서라도 영입하게."

"배, 백억……. 넌 진짜 단위가 다르구나."

"그만한 자본력과 기획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백억 정도는 줘야 영입할 수 있을 테니까요. 지금 이 순간에도 돈을 갈퀴로 쓸어 모으고 있잖아요."

"확실히 그렇긴 하겠네……. 아, 지금 이 사람 때문에 미국이나 영국도 난리가 났다며?"

"그 정도는 아닌 걸로 알고 있어요."

이제 슬슬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려고 몸부림치는 중일 뿐이다.

역시 반응이 느린 미국다웠다. 영국도 영국 출신 가수가 포함되지 않아서 그런지 반응이 미지근했다.

'그러나 관계자들 사이에서 이슈가 되고 있긴 하지.'

레전드가 한 명이면 모르되 무려여섯 명이다. 그것도 하나의 그룹으로 묶여 있다. 어떤 계기만 있으면 바로 들판의 들불처럼 난리가 날 터였다.

"음, 그래? 뭐…… 그런데 진짜 걱정이긴 하다."

"뭐가요?"

"페이크 레전드의 아티스트들이 누군지 오픈되지 않은 상태잖아. 이러다간 이미테이션 가수들이 따라 할 수도 있는데……"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엄한 사람이 가져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진호는 그렇게 은근슬쩍 떠보는 김재석의 모습에 어깨를 으쓱였다.

"못 벌걸요."

"응?"

"이 정도로 작정하고 기획을 한 사람이 그런 걸 놓치겠어요? 아마 이미테이션 가수들 모두 지금 쯤 변호사들을 만나고 있을 겁니다."

"에이, 설마 그렇게까지 하려고."

"당연히 해야죠. 저작권 문제가 얼마나 예민한데."

"……진짜 너 아니지?"

"아니라니까요! 안 그래도 답답해 죽겠구만, 삼촌까지 이러실래요?"

"으흐흐. 그래. 촬영하자."

속으로 가슴을 쓸어내린 진호는 다시 촬영을 이어 갔다.

그렇게 세 시간여의 시간이 흐른 후, 진호는 김재석을 비롯한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에구구. 너 이제 가면 언제 다시 보냐?"

'글쎄요……'

미국 3대 시상식의 최고상을 받기 전에는 오지 않을 것이다.

'만약 받는다면……'

진호는 멍해졌다.

'이후엔 뭘 해야 할까?'

순간 머릿속이 엉클어지며 마음이 답답해지고, 탈력감이 발끝에서부터 올라왔다.

진호는 재빨리 고개를 털었다.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자.'

아직 상을 받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그 이후를 생각 하고 싶진 않았다.

"어메이징 서바이벌 홍보 때문이라도 왔다 갔다 할 테니 그때 보면 되죠."

"말은 잘 한다. 그래, 어메이징 서바이벌 대박 나기를 기도 하고, 몸 건강하길 기도 할게."

"감사합니다. 삼촌도 몸 건강하세요. 너무 스트레스받지 마시고요."

김재석을 꼭 끌어안은 진호는 촬영장을 빠져나갔다.

"허-. 역시 재석 씨. 눈치 하난……"

"쉿. 가요, 정 실장님."

"응, 그래."

발을 재촉해 지하 주차장에 주차된 차에 오른 둘은 그제야 한숨을 내쉬었다.

'와, 진짜 식겁했네.'

[스킬: 괴도 루팡]과 여러 연기 관련 스킬의 시너지가 아니었다면 거짓말 탐지기에 들켰을지도 몰랐다.

'그래도 미국 가면 이런 의혹은 받지 않겠지. 아직 달아오르려면 멀었으니까.'

한국이 떠들썩하다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다.

미국도 달아올라야 한다. 그래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천천히, 작게. 일단은 작게 가자고.'

"출발해요."

"응!"

그렇게 둘은 인천공항을 통해 미국 LA로 향했다.

웅성웅성!

저녁에 조나단 파블로, 레이몬드 감독과의 약속이 잡힌 진호는 입국 게이트를 벗어나자마자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그건 이내 곧 타의로 인해 멈춰 서야만 했다.

"지노!"

"응? 코난?"

진호는 이쪽으로 달려오는 코난과 카메라들을 발견하곤 재빨리 정 실장을 보았다. 정 실장은 고개를 휙 돌리며 휘파람을 불었다.

'이 사람이 진짜……'

"자, 지노!"

"응?"

진호는 코난이 내미는 아주 익숙한 무언가를 보며 데자뷰를 느껴야 했다. 코난이 내민 건 거짓말탐지기였다.

"페이크 레전드의 프로듀서! 너지?"

'…… 뭘까, 이건.'

진호는 이 이해 못할 상황에 찝찝한 눈으로 거짓말 탐지기를 바라보았다.

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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