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361화 (361/424)

15권 12화

4. 프로젝트 레전드

디올의 CEO 피에트로 베타리, LVMH그룹 CEO 등극!

여성 최초의 디올 CEO. 여성신화 이미영 CEO를 인터뷰하다!

피에트로 베타리, 이진호에게 새로운 계약 제시!

역대 최고의 계약! 뒤집어진 패션계!

이번에도 세계 1위다! 장하다, 이진호!

기이잉!

아침이라서 그런지 입국 게이트로 향하는 길이 조용한 인천공항, 얼굴에 피로가 가득한 진호가 흐느적거리며 걷고 있다.

아르노의 저택에서 과음을 한 것도 모자라 비행기 안에서도 과음을 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뒤를 졸졸 쫓는 AI 캐리어를 보며 갈등했다.

'탈까, 말까. ……타자.'

빌어먹을 숙취 때문에 한 발자국 내딛는 것조차 힘들었다.

진호는 특수 제작한 AI 캐리어 위에 몸을 엎었고, 다미앙은 쿡 웃었다.

"어으. 샴페인과 화이트와인, 레드와인의 혼합이 이렇게 끔찍할 줄이야……"

"위스키에 보드카까지 마셨으니 숙취가 안 오는 게 이상한 겁니다."

"기내식이 너무 반칙이었잖아요."

술을 마시지 않을 수 없는 레벨의 요리들이었다.

"여윽시 아랍에미리트 항공."

가장 이용해 보고 싶은 항공사 1위 다웠다.

또 이용하고 싶다고 생각하던 진호는 갑자기 고개를 들어 입국 게이트 쪽을 보았다.

'응? 왜 저렇게 사람들이……'

"그러면 올해는 쉬실 생각이십니까?"

작년도의 성공을 이어 가기 위해서는 영화 카지노와 어메이징 서바이벌이 발표되어야 하지만, 그두 개의 작품이 편집을 마치고 나오면 빨라야 10월이다.

"생각 중이에요. 혹여 예상보다 잘 뽑혀 주목을 제대로 받는다고 해도 앙금 없는 찐빵이 될 바에는 차라리 딜레이가 생길지라도 시상식을 노릴 겸 내년에 발표하는 게 나으니까. 그리고 그 편이 HU의 미국 지사장을 날리는데 더 도움이 될 테고요."

이제 곧 누군가의 방해로 활동을 하기가 힘들다는 루머가 미국 내에 퍼질 예정이다.

그 루머가 미국 지사장의 혼을 빼놓고 궁지로 몰았을 때, 진호가 활동을 시작하며 HU 미국 지사의 힘을 뺄 예정이다. 그래야 다미앙이 확보한 칼이 더 큰 위력을 발휘할 테니 말이다.

"흠, 그렇다면 차라리 어메이징 서바이벌을 11월에 내보내는 건 어떻습니까?"

"너무 딜레이를 갖지 말자는 건가요? 흠."

잠시 생각한 진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러는 편이 낫겠네요. 아니, 그렇게 진행해 주세요."

한국 어벤져스 PD 세 명에 그 조나단 파블로와 레이몬드가 만든 24부작 예능이다. 행운의 여신이 눈짓만 살짝 주어도 내년 한국과 미국에는 새로운 신드롬이 생길터였다.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다면 전 첫 방영일 전까지 HU 미국 지사소속 모델들을 빼오는 데 주력하겠습니다."

"아카데미에 다니는 인재들도요. 제가 찍어 드린 애들을 기억하시죠?"

"물론입니다."

HU 미국 지사소속의 톱모델이 이적을 할수록 HU 미국 지사장의 영향력은 급속도로 줄어들게 될 것이다.

다미앙의 눈이 서늘하게 빛났다.

"아주 은밀히 빼오도록 하겠습니다. 남미까지 말입니다."

진호의 눈빛도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믿을게요. 아, 물론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활동을 접을 예정은……."

우웅.

"응? 회장누나?"

진호는 얼른 전화를 받았다.

-한국?

"……출입국 관리소에 스파이 심어 놨어요?"

-대충 지금쯤 도착할 것 같아서 연락했지. 그보다 너 어떻게 할 거야? 바로 미국으로 갈 거야?

초조하면서도 기대감이 서린 목소리다.

'이런.'

진호는 반성했다.

"에구, 내가 말 안 했구나. 한국에서 잠깐 활동할 생각이에요."

-저, 정말? 꺄! 역시 내 연예인! 알았어! 일정 나오면 연락 줘!

"네! 들어가세요!"

전화를 끊은 진호는 볼을 긁적였다.

"확실히 내가 한국 활동을 쉬긴 많이 쉬었나 보네요. 이 당찬 누나가 이렇게 조심스럽게 말하는 걸 보니……"

"햇수로 거의 2년이니 충분히 그럴 만하죠. 그럼 일단 드라마 쪽을 알아보겠……"

우웅!

다미앙의 말은 다시 울리는 진호의 핸드폰 진동 소리에 멈춰야 했다.

미안해한 진호는 재빨리 핸드폰을 확인하곤 피식 웃었다.

"왜 그러십니까?"

"대원 삼촌이랑 이열 삼촌인데, 합작 앨범을 내자네요. 더 늦기 전에 자기들도 빌보드 가고 싶다고."

"……지금까지 술을 드셨나 보군요."

"그러시겠죠. 이 시간에 일어나는 분들이 아니니까요. 에휴, 이러다가 말년에 내소박 맞으면 어쩌시려고……"

"하핫."

고개를 젓던 진호는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합작 앨범이라……"

그렇지 않아도 몇 달간은 한국에서 활동할 예정이라 약간 구미가 당기기 시작했다.

그 순간이었다.

"응? 잠깐. 합작 앨범?"

갑자기 머리를 스치는 기가 막힌 생각에 고개를 번쩍 든 진호는 다미앙을 보았고, 다미앙은 반사적으로 한 발 물러섰다.

다미앙의 낯빛이 딱딱하게 굳었다.

"뭘 하려는 건지 모르겠지만, 참으십시오."

진호는 가볍게 무시했다.

머릿속에서 떠오른 생각 때문에 온몸이 방방 될 것 같아서 그의 말이 들리지 않았다.

"다미앙 씨, 우리 작지만 크게 일을 벌여 볼까요?"

"제발…… 예? 작지만 크게?"

"네. 작지만 크게. 터지는 순간 매미급 태풍이 될 정도로 엄청난……"

지이잉!

"나왔다!"

누군가의 커다란 외침에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던 진호는 잠시 눈을 껌뻑였다.

"……응?"

이쪽을 향한 수십 대의 카메라들과 기자로 보이는 이들. 굉장히 익숙하고도 낯이 익은 모습이자 상황이었다.

'아, 잠깐?'

진호는 멍하니 자신의 배 밑에 깔린 AI 캐리어를 보았다.

그리고 이내 하얗게 질렸다.

"자, 잠깐-!"

"푸하하하하! 어이, 일단 다들 찍자고!"

"진호 씨! 여기 좀 보고 김치-!"

"진호야!"

"새벽부터 나온 보람 있네! 진호씨, 여기도 봐 줘요!"

진호는 양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렸다.

한국에 복귀한 첫날부터 사고를 쳤다.

* * *

토옥! 톡!

다미앙 지사의 제1회의실 안, 검지로 테이블을 두드리며 초조히 문을 바라보던 진호는 재빨리 일어났다.

벌컥!

"진호야!"

"푸하하하하하!"

"대원 삼촌! 이열 삼촌!"

"잘 있었어?"

"캬-! 넌 어떻게 한국에 들어오자마자 이슈를 터트리냐?"

진호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그거 저 아닌데요!"

"아니긴! 딱 너던데!"

"진짜 아니거든요!"

진호는 방방 뛰며 김대원과 나이 열의 뒤를 살폈다.

"아, 좀 비켜 봐. 덩치도 큰 놈들이 왜 이렇게 문을 막고 있어?"

"안 비키냐?"

진호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이놈들은 어른에 대한 배려가 없어요, 배려가……. 아, 잘 있었지?"

"오우. 오랜만이야, 진호."

나이열과 김대원을 밀치고 들어오며 멋있게 선글라스를 벗는 두명의 레전드들.

"네, 그동안 잘 계셨죠? 태원 삼촌, 재범 삼촌!"

윤태원, 김재범.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그 누구라도 이견을 내놓지 못할 레전드들이었다.

이번 합작 앨범에는 이들도 함께 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들이 끝은 아니었다.

"뭐야. 다들 이제 도착한 거야?"

"오우. 선희 씨 왔어?"

"재범 오빠, 오랜만."

"뭘 이렇게 빨리 와? 은미 너도 이제 늙었네."

"나도 벌써 환갑이라 우.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감사해."

"뭐야. 내가 가장 빨리 왔다고 생각했는데, 다들 벌써 와 계셨네요?"

"정현이! 오랜만!"

작은 거인 김선희, 맨발의 디바 김은미, R&B의 요정 최정현.

진호는 레전드 오브 레전드들을 향해 허리를 깊게 숙였다.

"오셨습니까!"

레전드들이 자리에 앉자 진호는 다시 허리를 깊게 숙였다.

"이렇게 무거운 걸음들을 옮겨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제가 먼저 찾아 뵙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아니야. 그렇게 정성스레 쓴 초청장을 보내 줬는데 당연히 와 봐야지."

"그럼-. 그런 초대장을 보내 줬는데, 안 올 수가 없잖아."

레전드들은 진호가 보낸 음원을 떠올리며 몸을 떨었다. 약 1분의 인트로. 그것은 전율이었고, 충격이었다.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면……"

진호는 음원의 일부만 보냈을 뿐 인데 고맙게도 한 명도 빠짐없이 이 자리에 참석한 레전드들을 바라보며 눈을 빛냈다.

"이번 프로젝트에 모두 참가하시는 거라고 생각하면 되겠습니까?"

김대원과 나이열, 김재범과 윤태원, 김은미, 김선희, 최정현, 지문세 등의 대한민국의 레전드들이 낯빛을 진지하게 굳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엄청난 먹잇감이 눈앞에 드리워졌는데, 물지 않으면 가수가 아니지."

"어후. 말해 뭐해. 내가 다음 부분 듣고 싶어서 이 아침부터 여기까지 온 거잖아."

"나, 질문."

"예, 김선희 선생님."

"후배님이 보내 주신 그 음원은 언제 어떻게 만든 거야?"

"제가 작곡이라는 걸 시작하면서부터 마돈나, 케이지와 작업할 때까지 만든 곡들입니다. 솔직히 훗날 제 나이가 쉰을 넘겼을 때 발매할 스페셜 앨범을 위해 모아 둔 곡들이기도 합니다."

"오호?"

"그런 거였어? 어쩐지……"

그 재능이 감히 누구와도 비교할수 없는 천재 가수가 먼 미래를 위해 차근차근 모아 놓은 역작들이란 소리에 눈이 번뜩인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김선희도 만족스럽다는 듯 웃었다.

"그런데 정말 음원 발매만 할 거야? 별다른 활동 없이?"

진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앞서 설명해 드린 것처럼 재능기부의 일환으로써 시작한 프로젝트다 보니 홍보는 아예 안 할 생각입니다."

그랬다. 진호는 이것을 위해 이렇게 많은 레전드를 모은 것이다.

수익을 생각했다면 이들을 이렇게 한자리에 모을 수 없었을 것이다.

"오직 실력으로만 승부 보겠다라……. 그게 가능할까?"

김선희는 난색을 표했다.

그건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솔직히 우리는 목소리가 너무 튀어. 대중들은 금방 알아차려 버릴걸?"

"10년 전까지만 해도 그랬을지 모릅니다."

"지금은 아니라는 거냐?"

김재범이 날카롭게 물었다.

"아직도 나나 대원이의 목소리는 너무 독창적이야. 그리고 목소리에 연륜도 끼었어. 시작부터 어그러질 수도 있다, 이거."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나이가 나이이니 만큼 이후 일어날 후폭풍에 난색을 표할 수 밖에 없었다.

이 초대형 프로젝트가 시작부터 들킨다?

최소 반년은 잠조차 제대로 자지 못하고 활동해야 할지도 몰랐다.

그건 그들이 원하는 게 아니었다.

그럼에도 이 프로젝트에 합류하려고 한 건 그만큼 곡이 좋았기 때문이고, 방금 진호가 한 말처럼 별다른 홍보를 안 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들에게서 이름값을 떼어 내고도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어서기도 했다.

진호는 그런 그들을 향해 여유롭게 답했다.

"의혹은 결코 진실이 될 수 없는 법이죠. 의혹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를 위해 페이크 싱어도 등장시킬 예정이고요."

"페이크 싱어?"

진호가 하고자 한 말의 뜻을 단숨에 알아들은 그들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진짜와 가짜의 대결.

"이왕 할 거라면 더 재밌게 하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너무 어이가 없으면 말문이 막힌다는 게 이런 걸까.

그들은 지끈거리기 시작한 머리를 붙잡기 시작했다.

"……뭐, 그건 그렇다 치고. 그러다 완전히 뜨면? 그때도 이 대국민 사기극의 주연들을 밝히지 않으려고?"

김선희의 매서운 말투에 진호는 고개를 저었다.

"당연히 그때 쯤 되면이 좋은 뜻을 더 널리 알리기 위해 오픈할 예정입니다."

진호는 순간 얼굴이 구겨지는 그들을 향해 재빨리 '유명한 사람이 공개적으로 움직였을 때 일어나는 파장의 사례' 몇 가지를 들어 주었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저희 지사의 모든 역량을 쏟을 예정이기에 선배님들께서 귀찮을 일은 단 하나도 없을 겁니다. 물론 판매액 전액기부를 할 예정이라 인터뷰 섭외가 쏟아질 수는 있습니다만, 그것 또한 최대한 커트하겠습니다. 그건 저 역시도, 아니 저는 아예 전면에 드러나지 않을 생각입니다."

오랫동안 기다린 팬들을 위해 기획한 프로젝트다.

팬들이 만족하기만 한다면 충분했다.

"전면에 나오지 않는다고? 흠……"

"거참."

진호는 생각에 잠기는 그들을 초조하게 바라보았다.

'제발. 제발……'

이들이 거부한다면 다른 길을 찾아 나서야 한다.

물론 다음 플랜도 준비되어 있지만, 이들이 참여하는 게 베스트 플랜이다.

"좋아. 합격."

"……네?"

김선희는 활짝 웃었다.

"젊은 사람이 혹여나 이슈를 끌려고 우리들을 이용하는 건가 싶었는데, 한바탕 제대로 놀아 보려는 것 같네. 각오도 확실한 것 같고."

"거봐요. 내가 말했잖아요. 진호 쟤는 인기 몰이를 위해 다른 사람을 이용하지 않는다고!"

"이제야 아시겠습니까, 누님들?"

진호의 머릿속이 잠시 꼬였다.

"좋은 일을 하자는 건데 그 정도 귀찮음은 감수해야지. 체력을 생각하면 콘서트도 다섯 번까지는 괜찮을 것 같아. 모두 괜찮죠?"

진호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렇다면 방금 던진 질문들 모두……'

"그럼-!"

"어휴. 페이크 싱어들에게 지지 않으려면 운동부터 다시 시작해야겠네. 근데 이거 엄청 재밌겠다."

진호는 울컥 치미는 감동에 이를 악물었다.

'고작 음원의 일부만 보냈을 뿐인데……. 어떻게 보면 이분들을 속인 건데……'

이는 그냥 이진호라는 가수를 믿는 거다.

진호의 음악성을 믿는 거다.

"……감사합니다. 절대 실망시켜 드리지 않겠습니다."

진호는 울컥 치미는 감동을 억지로 누르며 진지하게 말했다.

"그러면 이 프로젝트에 함께하실 다른 분들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응? 다른 분들?"

"뭐야, 우리 말고 또 있는 거야?"

진호는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앞에 놓인 리모컨을 들어 전원 버튼을 눌렀다.

띠이!

갑자기 켜진 회의실의 모니터로 시선을 돌렸던 레전드들은 그대로 굳어 버렸다.

-Hi-!

-와우. 당신들이 한국의 레전드?

-오! 대원! 이열!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발랄하게 인사를 보내는 서양인들.

눈을 비빈 한국 레전드들은 이게 환상이 아님을 알아차렸다.

"……마돈나?

"케이지?"

"지젤 노울스!"

마돈나, 케이지, 지젤 노울스, 네드 시런, 브루노마스 등 총 6인의 빌보드 레전드들.

"그러면!"

한국과 미국 레전드들의 시선이 진호에게로 모였다.

진호는 환하게 웃었다.

"한미 합작 프로젝트 월간 페이크 레전드를 발동하도록 하겠습니다."

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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