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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360화 (360/424)

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 15권 11화

"감사합니다, 미스터 휴론."

웃으며 대답한 진호는 다미앙의 옆에 앉으며 정면을 응시했다.

마치 이 인사로 당신과의 대화는 끝이라는 듯 헝거 휴론에게로 향한 등은 서늘한 냉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이에 주위에 앉은 타 에이전시 대표들의 눈빛이 달라졌고, 헝거 휴론의 웃는 낯엔 균열이 생겼다.

그는 진호가 왜 이러는지 몰라서 당황하였다.

그 순간 한때 LVMH의 차기 황제라 불렸던 앙트완과 델핀이 도착하며 작은 소란이 일었다.

갑자기 일이 생겨 늦었다고 웃으며 사과를 한 그들은 주위를 둘러보다 진호와 눈이 마주치자 살짝 고개를 까딱이고는 덤덤히 캘리 메시어의 옆에 앉았다.

"눈빛만으로 사람을 죽일 수 없다는 게 참 다행이군요."

혀를 내두르는 다미앙의 말에 진호는 고개를 저었다. 정말 찰나의 시간 동안 눈이 마주쳤던 것뿐이지만, 온몸에 소름이 돋을 만큼 강렬한 원망이 전해져 왔기 때문이다.

"그러게요. 으으으. 아, 시작하네요."

톡톡.

사회자가 마이크를 두드리자 모든 이들의 이목이 정면의 단상에 집중되었다.

'레이디스 앤 젠틀맨'으로 포문을 열은 사회자는 영상과 함께 LVMH의 상세한 역사를 읊어 가며 사람들을 몰입시켜 갔다.

대부분 알고 있는 일임에도 사람들은 침묵을 하는 것으로 왕좌에서 물러나는 황제의 업적을 정중히 기렸다.

그렇게 짧지만 길었던 연혁이 끝나자 박수를 쳤던 사람들은 사회자의 호명에 아르노가 단상에 오르자 더 큰 박수로 마지막 떠나는 길을 기렸다.

이 순간 만큼은 그의 적이었던 이들마저 박수를 보냈고, 아르노는 그 박수를 덤덤히 받아들였다.

그 모습이 진호에겐 참 슬프게 다가왔다.

'아르노 씨…….'

-반갑습니다, 신사 숙녀 여러분. 그리고 내 LVMH의 아성을 넘으려 애썼던…… 뭐, 기타 등등의 패션 및 주류 관계자분들. 아, 유통도 있군요.

'풉!'

진호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들이 마시던 걸 뿜었다.

-탐욕스럽고 탐욕스러웠던 이 폭군의 은퇴식을 위해 무거운 엉덩이를 움직여 주신 것에 대해 정중히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푸하핫!'

"푸훗."

연회장 곳곳에서 웃음 소리가 터졌고, 진호는 아르노를 향해 엄지를 치켜들었다.

"역시 이래야 황제지!"

마치 아귀처럼 수 많은 패션 브랜드를 집어삼키고, LVMH를 세계최고의 패션 그룹으로 만든 황제의 마지막이다.

우울하고 어두운 건 결코 어울리지 않았다.

우연인지 눈이 마주친 아르노는 짓궂게 웃었다가 이내 담담하지만 오만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여러분, 난 언제나 배가 고팠습니다. 그렇기에 참 길지만 짧았던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부삭을 집어삼키는 것을 시작으로, 삼키고 또 복속시켜 왔지만……

오만했다. 그리고 오싹했다.

그는 은퇴사를 읊는 와중에도 샤넬을 비롯한 수 많은 명품 브랜드들, LVMH의 마수를 피하고 피한 브랜드들의 대표들을 노려보며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그건 난 물러나는 것뿐이지 죽는 건 아니라는 경고였고, 이는 LVMH의 적들에게 제대로 먹혀들었다.

불편해하며 넥타이를 매만지는 모습들이 그 증거였다.

그에 관련이 없는 사람들은 황제는 황제라며 혀를 내둘렀지만, 진호의 반응은 달랐다.

'……이게 당신이 택한 황제로서의 마지막 모습이군요.'

그렇다면 끝까지 지켜봐 주는 게 예의다.

다행히 피에트로와 미영도 알아차린 듯 이가 악물어지는 게 보였다.

"그 베르베우 회장님께서 이렇게 다정할 줄은 몰랐군요."

"철혈의 사랑법이죠. 모르는 사람은 평생 모를, 사랑을 말하는 게 어색한 이의 사랑법."

"……표현을 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진호 씨."

너무 뜬금없는 말에 저도 모르게 웃음을 흘릴 때, 테이블이 두드려졌다. 진호와 다미앙은 몸을 살짝 돌려 헝거 휴론을 보았다.

"너무 둘만 이야기를 나누는 거 아닙니까? 제가 모르는 언어로 이야기를 나누는 걸 보니 더 질투가 나는군요."

그랬다. 진호와 다미앙은 이 테이블에 앉은 순간부터 오직 한국어로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아, 제가 한국어가 편해서 말입니다. 별 내용은 아니었습니다. 그저 소소한 이야기였을 뿐이죠."

그렇게 말한 진호는 입을 다물었고, 헝거 휴론은 더 당황했다.

'내게 벽을 치고 있다?'

선한 미소를 지으며 말하고 있지만, 거리가 너무 멀게 느껴진다.

당대 HU의 주인으로서 지금 진호의 이 모습이 뭘 뜻하는지 모를 리가 없는 헝거 휴론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을 만큼의 공포를 느낄수밖에 없었다.

'뮤즈의 마음이 HU에게서 떠나는 중이다!'

분명 더 큰 걸 바라는 모델들이 쓰는 수법이건만, 그렇게 단순한 일이 아니었다.

아이돌, 가수, 배우 육성 시스템등을 만들어 HU의 가치를 두 배 그 이상 키운 것을 뒤로하더라도, 그 본인의 가치가 감히 셈을 할 수 없는 인물이 진호다.

이런 진호가 HU를 떠난다?

주가 폭락은 예사고, 기존에 있던 다른 톱모델들도 떠날지 모르는 끔찍한 상황이 벌어진다.

어쩌면 상장 폐지를 당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 끔찍한 상황에서 더 끔찍한 건 내가 제시 할 수 있는 수가 없다는 거다!'

돈도, 미녀도, 명예도 모두 가진게 진호다.

그렇다고 다미앙을 부추길 수도 없다.

다미앙이 햇병아리 진호를 택했을 때, 그를 외면하다 못해 경질시켰던 건 아시아 총괄지사고, 본사였으니 말이다.

헝거 휴론의 이마에 식은 땀이 맺히기 시작했고, 그걸 발견한 진호는 의아해하는 모습으로 다시 아르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미앙을 향해 작게 속삭였다.

"이제야 사태가 파악되나 보네요."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간다면 제게 이 한마디를 건네고 싶군요. 넌 지금 최고의 선택을 한 거라고."

"저 역시도 그렇게 된다면 말해주고 싶군요. 너도 최고의 선택을 한 거라고."

팀이 등을 떠밀고, 피에트로가 꿈을 꾸게 해줬다면, 다미앙은 든든한 동반자이자 서포터가 되어 줌과 동시에 리셋라이프를 얻은 이후 처음으로 마음의 빚을 안겨 주었다.

그의 애절하기까지 했던 삼고초려를 받아들이지 않고 다른 기획사에 들어갔다면, 진호는 금세 연예계에 흥미를 잃고 다른 재미를 찾아 떠났을 것이다.

'분명 그랬을 거야. 재미있는 스킬들은 너무 많으니까.'

전 세계 오지를 돌아다니며 석상이나 벽화를 그리 거나 세계 최고의 요식 기업을 만들기 위해 애썼을 수도 있고, 검찰총장이 되기 위해 로스쿨에 진학을 했을 수도 있다.

"감사합니다, 다미앙 씨."

"저도 감사합니다, 진호 씨."

따뜻하게 웃은 둘은 아르노에게 다시 집중했고, 주위 사람들은 이 테이블에서 일어난 미묘한 변화에 눈을 빛냈다.

그에 헝거 휴론의 식은 땀은 더욱 많아졌다.

* * *

-길었던 푸념을 끝까지 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끝났다. 이제 위대한 거인 아르노 베르베우는 왕좌에서 내려와 일개범부로 살아가게 될 터였다.

진호는 누구보다 먼저 몸을 일으켜 손이 터져라 박수를 쳤다.

짝짝짝짝짝!

연회장을 관통한 그 감사와 수고했다는 외침에 아르노가 집어삼키지 못했던 이들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몸을 일으켜 거인의 마지막을 빛내 주었다.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손을 내린 진호는 존경과 슬픔을 담아 깊게 허리를 숙였다.

-20분 후 LVMH 그룹 CEO 취임식이 이어질 예정이오니 내빈 여러분께서는 자리를 지켜 주시길 바랍니다.

진호는 헝거 휴론이 잡아 세우기 전에 몸을 일으켜 자리를 떴고, 다미앙은 재빨리 따라 일어서려는 헝거 휴론을 마크했다.

"오랜만입니다, 킹메이커."

"……에구. 아저씨도 그런 말을 하시는 건가요?"

다가온 40대의 중국인 사내는 웨이양의 경호실장이었던 사람이다.

그는 현재 대사관의 직원으로서 이 자리에 참가했다.

"보안총국 대외 파트장이 되신 걸 다시 한번 축하드려요."

진호가 툭 던진 그 말은 중국 소수민족의 언어였다.

웨이양의 경호실장 자리에서 물러난 그는 한국으로 치면 국정원인 중국 보안총국의 대외 파트를 총책임지는 직책을 맡게 되었다.

영전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엄청난 승진이었다.

"모두 도련님의 걱정과 보살핌 덕분입니다."

"하아, 진짜. 도련님이라고 하지 마시라니까……"

경호실장은 옅게 웃었고, 진호는 고개를 저었다.

"할아버지들과 양양 삼촌은 별일 없으시죠?"

순간 낯빛이 굳은 경호실장이 진호에게 한 발 다가섰다.

"당분간 중국에 들어오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진호의 낯빛도 딱딱하게 굳었다.

"설마?"

경호실장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고, 진호는 뒷목의 솜털이 쭈뼛 솟는 걸 느꼈다.

'정권 교체!'

"제가 도울 일이 있을까요?"

경호실장은 본인의 안위보다 양양부터 걱정하는 진호의 모습에 흐뭇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지금까지 도와주신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제가요? 문화개방교류정책 정도로는 부족하지 않나요?"

경호실장은 말을 아꼈다.

'영국, 프랑스, 스페인 등이 지지를 보내게 해 준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가장 힘이 된 건 전 세계에 퍼진 화교와 중동의 산유국들이다.

이건 결코 질 수가 없는 싸움이었다.

"부디 현명하고 자애로운……아, 이건 내가 직접 말하면 되겠구나. 제가 도울 일이 있다면 언제든 기탄없이 말해 주세요. 그분들은 말하지 않을 게 뻔하니까."

"예, 명심하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경호실장은 물러났고, 진호는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그 상념은 길게 이어지지 못하고 끊겨야 했다.

"무슨 일이 생긴 겁니까, 세뇨르!"

"네? 하하.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마르코 씨. 그동안 잘 계셨죠?"

프랑스 주재 스페인 대사관의 마르코 대사와는 작년 셀린느 디너 파티에서 만나 친해지게 되었다.

그를 시작으로 각국의 대사나 영사들이 모여들기 시작했고, 진호는 본의 아니게 다시 한번 존재감을 어필하게 되었다.

한국 대사관에서 온 이들은 그 모습을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지켜 봐야 했다. 미지의 공포가 그들을 덮쳤다.

'어, 어떻게 저럴 수가?'

'일개 연예인이 아닌 건가? 누가 얼른 좀 알아봐!'

그리고 잠시 후, 피에트로가 단상에 서며 LVMH CEO 취임식이 시작되었다.

다시 자리에 앉은 진호는 늠름한 모습으로 단상에 선 피에트로를 바라보며 가슴을 어루만졌다.

-안녕하십니까. 방금 전까지만 해도 크리스찬 디올의 CEO였던 피에트로 베타리입니다.

"피에트로 씨……"

자신의 일이 아님에도 왜 이렇게 벅차고 눈물이 차오르는지.

진호는 손수건을 꺼내어 손에 꼭 쥐었다. 언제든 흐를 감동의 눈물을 닦기 위해서 말이다.

-그리고……

'어?'

-황제 아르노 베르베우의 뜻과 의지를 이어받아 루이뷔통 모엣헤네시 그룹을 운영할 피에트로 베타리 입니다.

진호뿐만 아니다. 여기에 앉은 사람들 모두 화들짝 놀라 버렸다.

새로운 황제 역시도 폭군이었던 것이다.

* * *

좋은 날을 예상했던 LVMH의 적들은 얼굴을 와락 일그러트렸다.

피에트로뿐만 아니라 미영도 공격적인 경영의사를 밝힘으로써 거대한 충격과 공포가 그들을 잠식한 것이다.

LVMH를 적대하는 세력들은 모든 취임식이 끝나자마자 연회장을 박차고 나갔고, 남은 이들은 흥미로음과 웃음 가득한 얼굴로 애프터 파티를 즐겼다.

"진호 씨."

"음? 미스터 휴론은요?"

"다급한 얼굴로 화장실에 가셨습니다."

"저런……. 많이 급했나 보내요."

"그런가 봅니다."

진호와 다미앙은 서로를 보며 의미심장한 웃음을 흘렸다.

"그럼 이제 다음 단계를 진행할때가 된 것 같네요. 미국 지사는……."

"걱정 마십시오. 칼을 찾았으니 곧 동남아로 치워 버릴 예정입니다."

"…… 잘 하시리라 믿습니다."

각 지사장과 본사 임원들을 한편으로 끌어들이는 단계.

하지만 이는 예전부터 진행시킨 일이었다.

다미앙 지사가 HU의 전 세계 지사에 육성 시스템을 전수하는 걸 기회 삼아서 말이다.

헝거 휴론은 까마득히도 모르는 사이에 전 세계 지사장들과 본사임원들은 포섭이 되고 있었다.

흉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 진호는 헝거 휴론이 다가오자 미영에게로 향했다.

"다시 한번 축하드려요, 이모."

"아들…… 너 울었니?"

"그러면 안 울겠어요? 그렇게 카리스마 있게 취임사를 말하는데? 하아. 엄마 빵점에다 정말 일 잘 하는 거 말고는 아무 재능도 없는 이미영 여사님이 드디어 꿈을……"

콰드득!

"어억?"

"우리 아들은 꼭 쓸데 없는 말을 덧붙여서 매를 벌더라?"

"이, 이모, 옆구리! 옆구리 뜯어져요!"

"흥!"

진호는 미영을 꼭 끌어안았다.

"축하해요."

"고마워, 아들."

"허흠."

동시에 고개를 돌린 진호와 미영은 웃음을 터트렸다. 피에트로와 팀 존스가 부럽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기 때문이다.

"팀!"

진호는 둘을 와락 끌어 다시 한 번 축하의 인사를 건넸다.

'그런데 아르노 씨는 어디에?'

고개를 돌리던 진호는 이내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 * *

스르륵.

조용한 소음을 내며 정차한 차에서 내린 아르노는 자신의 저택을 가만히 둘러보았다.

'왜인지……'

아르노의 미간이 좁혀졌다.

"음."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주인님."

"까미유."

일평생을 함께해 온 집사, 까미유.

"이젠 자네도 일이 좀 편해지겠군."

"저런. 은퇴는 허락하시지 않는 겁니까?"

"옛 한국의 세종이란 왕은 신하가 여든이 넘어도 사표를 받지 않았다는군."

못 말리겠다는 듯 고개를 저은 까미유는 아르노의 옆에서 있는 캘리 메시어를 보며 눈을 파르르 떨었다.

'두 분이서 함께 퇴근하시는 모습을 보는 게 얼마 만인지……'

눈물이 왈칵 솟을 것 같았다.

"돌아오신 걸 환영합니다, 캘리님."

"이 인간이 울 것 같아서 오늘만 함께할 거야, 까미유."

"그렇습니까……"

진하게 아쉬워한 까미유는 그들의 어깨너머를 살폈다가 이내 미간을 좁혔다.

'역시 도련님과 아가씨들은 오지 않은 것인가……'

"들어가시죠. 모기가 많습니다."

그렇게 셋은 조용한 저택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 역시 그렇군.'

저택이 평소보다 더 쓸쓸하게 느껴진다.

씻고 나와 식당에 앉은 아르노는 와인을 따라 주는 까미유를 보며 입을 열었다.

"오늘 유언장을 작성했네, 까미유."

달그락!

"……그러셨습니까."

"거기엔 자네에게 보르도 별장과 이탈리아, 칠레의 와인 별장을 남긴다는 문구도 넣었지."

"그냥 알아 두라고 한 말이야.

"……즐거운 시간이 되시길."

이를 악문 까미유가 물러나자 캘리 메시어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 지랄 맞은 성격은 대체 언제나 고칠지. 배려 좀 해, 르농."

"시끄러. 나도 나이가 나이야."

캘리 메시어는 고개를 저었다.

와인잔을 들어 올린 그녀는 까미유마저 빠져나가며 더 적막해진 식당을 둘러보았다.

"여긴 이제 더 쓸쓸해지겠네."

"그렇겠지……"

그래서 팔아 버리고 전 세계를 돌아다닐 생각이다.

"마셔."

챙!

유리가 부딪치는 소리가 공허하게 울렸다.

"못난 사람."

은퇴 날임에도 찾아 주는 이 한 명 없다.

기업가로서는 성공했을지라도 사람으로서는 실패한 것이다.

"흥. 사업에 그따위 정이……"

웅성웅성.

아르노는 갑자기 시끄러워진 바깥에 자연스레 귀를 기울였다가 이내 옅게 웃었다.

심장이 무척이나 떨려 왔기 때문이다.

"그래도 완전히 못나지는 않은 것 같군."

"음?"

벌컥 문이 열리며 진호가 들어왔고, 고개를 돌린 캘리 메시어는 깜짝 놀랐다. 마찬가지로 놀랐던 진호는 이내 싱긋 웃었다.

"기분이 어떠세요?"

유언장을 작성하고 있을 때, 찾아온 진호가 던졌던 질문.

아르노는 웃음을 크게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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