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357화 (357/424)

3. 겹경사

알아인 거리에서 시작된 작은 콘서트. UAE를 울리다.

한국에서 온 작은 거 인의 재능기부 행진. 그의 빵은 특별하다?

이것이 기부다! 가벼운 주머니에서 나온 진정한 기부!

후자이라! 특별한 예술의 거리를 만들겠다.

가수와 예술가를 위한 특별한 거리 조성!

라스알카이마. 우리도 바뀔 때가 되었다. 후자이라와 연계!

사우디아라비아! 다음 시즌은 우리 나라에서 찍어 달라!

오만, 진호 리에게 투어 콘서트를 제의하다.

단골 카페에 앉아 태블릿 PC를 살피던 아르노 베르베우는 어이 없다는 듯 웃었다.

"그 콧대 높은 기름 장수들이 율법을 어겨 가면서까지 뮤즈를 떠받든다?"

본디 무슬림은 아무 곳에서나 노래를 부를 수가 없다.

축제 같은 특별한 날을 제외하면 특정한 장소에서 특정한 인물만이 부를 수가 있다.

이를 비추어 보면 진호는 분명 엄청난 벌금을 맞아야 했다. 한데 벌금은 커녕 아랍에미리트라는 연합국 전체가 자국인들에게, 아니 무슬림 전체에 진호를 알리고 있다.

"대체 왜지?"

아르노는 맞은편에 앉은 피에트로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답을 구했다.

"아마, 그 기부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재능 기부뿐만이 아니다.

진호는 미션으로 번 돈의 일부를 써서 빵과 요리를 만들어 거지를 비롯한 없이 사는 사람들이나 고아들에게 나눠 주었는데, 그게 UAE 국민들의 마음을 울린 듯싶다.

"진심으로 하는 말인가?"

"완전히 아니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뮤즈는 빵과 요리뿐만이 아니라 음악과 미술적 재능도 아낌없이 기부했습니다. 솔직히 돈이면 다 된다는 기름 장수들의 삭막한 기부와 다른 방식이기에 사람들에게 더 와닿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래서 결론은?"

"……뮤즈와 각국 왕가들이 얽혔습니다. 뮤즈도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그래, 그런 거겠지. 그렇지 않다면 현재 일어나는 일들을 설명할 수가 없으니까."

아랍에미리트뿐만 아니라 산유국으로 유명한 다른 나라들에서도 콜이 왔다. 이미 진출한 LVMH 자회사 브랜드를 제외한 나머지 브랜드들도 진출해 달라고 말이다.

이는 왕가들의 허락이 있지 않는 이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렇게 노골적인 일을 말이야."

그들은 디을 UAE가 아니라 디올 차이나를 통해 디올의 상품을 구매하고 있었다. 진호와 아주 긴밀한 관계에 있는 이미영이 지사장으로 있는 디올 차이나에서 말이다.

"이젠…… 정말 올려야겠군."

"예?"

아르노는 의아해하는 피에트로를 보며 코웃음을 쳤다.

"내숭을 떠는 건가?"

"……하하."

아르노는 어색한 웃음을 흘리면서도 그 눈은 다음에 할 말을 강렬하게 갈망하고 있는 피에트로를 보며 피식 웃었다.

'이후에 할 일은 굳이 묻지 않아도 알겠지.'

지금의 피에트로라면 분명 해낼 수 있을 터였다.

아르노는 냅킨으로 입을 닦으며 일어섰다.

"디올 CEO 자리는 안젤라에게 넘기고, 자넨 LVMH를 맡아봐."

부르르!

'드, 드디어!'

너무 길고 길었다.

'과거에 뮤즈를 택한 내 선택은 정말 옳았다!'

피에트로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예!"

고개를 끄덕이며 카페를 빠져나온 아르노는 어둔 밤하늘을 보며 한숨을 내뱉었다.

'못난 것들……'

제아무리 철혈의 황제로 불린다지만, 아비로서 자식이 눈에 밟히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자신의 모든 것인 LVMH를 위해서는 이런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기회조차 잡지 못하는 부족한 둘에게 그가 만들고 가꿔 온 그의 모든 걸 넘겨줄 순 없었다.

"……후우. 이젠 나도 은퇴할때가 되었군."

'내 뜻대로 안 되는 일들이 많아졌으니 은퇴할 수밖에……'

도저히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

더 이상 추해지고 무기력해지기 전에 물러나는 게 옳았다.

"……뮤즈가 시간이 많아야 할 텐데 말이야."

그는 은퇴 후의 일을 생각하며 홀가분하게 웃기 시작했다.

그렇게 패션계의 거성이 저물어가고 있었다.

* * *

"하아. 하."

메마른 입술이 달디단 숨을 뱉어내고, 무거운 발이 힘겹게 내딛어 진다.

"자요."

이서형은 진호가 넘긴 물통을 입에 가져갔다.

꿀꺽꿀꺽!

불교의 감로수가 이럴까.

신의 넥타르가 이럴까.

미지근하다 못해 뜨거워진 물이건만 멍해져 가던 정신을 번쩍깨울 만큼 감미로웠다.

진호는 그런 그녀를 안쓰럽다는 듯 보았다.

'솔직히 나도 힘들었는데, 서형씨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42도가 훌쩍 넘는 땡볕 더 위에서 무려 한 달 반 동안 걸었다.

그 한 달 반 중 3분의 2는 노숙을 했고, 물로 몸을 씻은 건 고작 10번에 불과했다. 또 도시마다 진호 본인을 따라다니며 같이 노래를 부르고, 그림을 보조하며 체력과 정신력을 소모했다.

'정말 고마워요.'

여기까지 버텨 줘서 고맙고 또 고마웠다.

"조금만 더 힘내요."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두바이다.

저 멀리 빌딩 숲이 보이고 있음에 정말 조금만 더 걸으면 된다.

"서형 씨는 할 수 있어요. 아자, 아자 파이팅!"

"……아자 아자 파이팅!"

'다 와서 쓰러질까 보냐!'

서형은 이를 악물며 발을 내딛었고, 진호는 그런 그녀를 대견하다는 듯 보며 보폭을 맞추었다.

그렇게 한 발, 두 발.

제작진이 보내는 무언의 응원과 꼭 잡은 손에 의지한 둘은 마지막 힘을 짜내어 걷는 속도를 높여 갔다.

"이젠 정말 다 왔어요. 백 미터……. 구십 미터……"

"팔십 미터……"

와아아아아아!

"음?"

"…… 무슨 축제 같은 걸 하나본데요? 아니면 엄청 유명한 사람이 오는 것인지."

도시로 들어가는 입구에 수 많은 인파가 모여서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이를 테면 저희?"

"에이……. 설마요."

"왜요. 진호 씨 인기 많잖아요. 버스킹할 때 완전 스타였잖아요."

"헐, 사돈 남 말하는 건가요? 남자들이 죄다 서형 씨한테 환호 보냈던 거 잊었어요?"

"……뭐야, 뭐야? 진호 씨, 지금 질투해요?"

"……."

"그랬구나. 우리 진호 씨도 질투하는 구나-."

"됐고, 얼른 가기나 합시…… 응?"

지노-! 서욘-!

힘내라! 힘내라!

'응?'

"……진호 씨. 나 너무 힘들어서 귀가 망가졌나 봐요."

"우, 우연이네요. 나도 귀가 망가진 것 같아요."

진호와 서형의 눈이 파르르 떨린다.

너무 힘들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너무 고맙기 때문일까.

무슨 이유 때문인지 잘 모르겠지만, 뜨거운 무언가가 울컥 차오르며 눈과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결승 지점에 선 채 흐뭇하게 웃고 있는 나연석의 미소가 더 울컥하게 만든다.

"……가요."

"……네!"

"와아아!"

"이제 정말 조금 이야! 힘내!"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조금만 더어-!"

투욱!

진호와 서형의 가슴이 허공에 길게 늘어진 결승선을 통과했다.

그 순간.

퍼퍼펑! 하늘을 향해 꽃가루 축포가 쏘아지고, 나연석은 양팔을 활짝 벌리며 크게 외쳤다.

"어메이징 서바이벌! 그 최종승자는 이진호 이서형 커플입니다!"

"와아아아아아아!"

'이겼구나.'

솔직히 완전히 실감 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해야 할 일은 알았다.

진호는 서형의 손을 잡은 팔을 하늘 위로 높이 쳐들었다.

"우와아아아아아!

* * *

"어메이징 서바이벌이 그렇게 인기가 있었다니……. 방송도 안했는데 어떻게 이럴 수 있는 거죠?"

두바이 7성급 호텔의 황금 욕조에서 피로를 푼 서형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끙끙 앓았다.

"어메이징 서바이벌이 아니라 우리가 인기 있었던 거예요."

"……네?"

진호는 이 호텔에서 만난 정실장이 넘겨준 모니터링 정리본을 서형에게 내밀었다.

"……우리가 이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고요? 아랍권 나라들이 모두 러브콜을 보내올 만큼? 어떻게 이럴 수 있는 거죠?"

"무슬림은 TV 말고는 즐길 수 있는 게 극히 제안되어 있으니까요."

중국과는 다른 의미로 뭐든지 다 할 것 같은 아랍인들은 의외로 즐길 거리가 적다. 그들의 율법이 예술적 활동을 제한하기 때문이다. 이런 진호의 설명에서 형은 크게 놀랐다.

"그럼 진호 씨의 천재성이 그들의 율법을 깨부순 거네요?"

"하하, 말이 그렇게 되나요? 정말 그렇다면 같이 깨부순 거죠. 7페이지를 봐 보세요."

의아해하며 페이지를 넘긴 이서형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녀는 풍랑을 맞은 듯 흔들리는 눈으로 진호를 보았다.

"이, 이게 뭐에요?"

"SJ 그룹, 아니 호텔을 비롯한 유통 쪽 매출과 예약이 크게 늘었어요. 서형 씨가 다니는 증권사에도 중동 쪽의 투자금이 엄청나게 들어간 상황이고요. 서형씨가 가방에 붙인 증권사 엠블럼이 큰 효과를 발휘한 것 같네요."

이는 오늘 호텔에 들어와 전 세계 증시를 살피던 진호가 개인적으로 조사한 것이었다.

"이게 대체……"

그녀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지만, 미리 자료를 살핀 진호는 꽤나 냉정했다.

"오일 머니의 큰손들이 움직인 것 같아요. 저도 요 며칠 사이에 매출이 엄청나게 늘었거든요."

"지, 진호 씨도요?"

진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태까지 낸 모든 노래 앨범에 재주문이 들어왔다.

각 앨범당 최소 100만 장씩 말이다. 영화나 드라마의 DVD와 스트리밍 서비스는 말할 것도 없고, 진호가 출품한 미술 작품이나 사진 작품들이 거래되려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중동 쪽 부자들이 마구잡이로 사들이고 있다고 했다.

덕분에 다미앙 지사는 쉴 틈 없이 일하는 중이었다.

"와아. 축하해요!"

"흐흐흐. 감사합니다. 그래도 운이 좋았어요."

"……확실히 그건 맞아요."

진호의 천재성이 제아무리 뛰어났다고 해도 어메이징 서바이벌이 아니었다면, 이렇게까지 이슈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촬영 팀이 아니었다면, 노래를 부를 수도 없었을 터였다.

'운까지 따르는 사람……'

물론 그렇다고 해도 진호의 실력이 나빴다면 이렇게까지 이슈가 되지 않았을 터였다.

서형은 태블릿 PC에 무언가를 적으며 체크하고 있는 진호를 빤히 바라보았다.

"진호 씨."

"네?"

진호는 고개를 들어 그녀를 보았다.

"진호 씨는 꿈이 뭐에요?"

"꿈이요?"

서형은 초롱초롱한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대체 무슨 꿈을 꾸기에, 무슨 목표가 있기에 저렇게 다재다능하고, 한 번 드러난 재능을 결코 놓치지 않는 걸까.

이렇게 운이 좋은데도 왜 저렇게 계속 노력을 하는 걸까.

그녀는 그게 무척이나 궁금해졌다.

이런 그녀의 설명에 쑥스러워한 진호는 태블릿 PC를 내려놓으며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열린 커튼 사이로 비추는 밤하늘의 무수한 별과 달이 무척이나 밝았다.

진호의 입이 나지막이 열렸다.

"저 별보다 많고 빛나는 수 많은 사람들…….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모두가 나를 아는 것."

'……그리고 리셋 라이프의 모든 스킬을 얻는 것.'

아직은 말할 수 없는 비밀. 죽기 전엔 말할 수 있을까 하는 비밀.

"그게 제 꿈이에요."

리셋 라이프를 얻는 순간부터 품어 왔던 목표이자 꿈이었다.

"……아."

두근, 서형은 크게 박동하는 심장에 다시 한번 진호에게 반했음을 깨닫게 되었다.

"하하. 일단 그러기 위해서는 가까운 목표를 이루는 게 먼저지만요."

"그, 그게 뭐에요?"

진호의 표정은 더욱 진지해졌다.

"그래미 어워드, 에미 어워드, 오스카 아카데미에서 최고상을 타는 것이죠!"

진호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단호했고, 격정적이었다.

'일단은 이것부터 이뤄야지. 그래야……'

서형은 너무도 커다란 꿈을 가까운 목표라 말하는 진호의 모습에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을 느껴야했다.

'이런 사람이 내 남자구나.'

무척이나 든든하고, 또 가슴이 설랬다.

"응원할게요. 도울게요. 그러니……"

서형도 몸을 일으켜 진호의 눈동자를 응시했다.

"우리 함께 걸어요."

"…… 고마워요."

'이런 사람이 내 여자구나.'

포개진 입술에서 가득 느껴지는 열기에 진호는 가슴이 뻐근해질 만큼 뿌듯했다. 그는 자연스레 서형이 입고 있는 가운의 허리끈을 잡아갔다.

그렇게 에어컨이 켜진 방안의 공기가 뜨거워지려는 순간이었다.

우우웅!

"……아오오!"

"풋! 어서 받아 봐요."

아드득 이를 간 진호는 눈치도 없이 전화한 사람을 확인하고는 깜짝 놀랐다.

"이 삼촌이 갑자기 왜?"

"삼촌? 누구요? 친삼촌? 외삼…… 이재정? 이런 이름을 가진 삼촌이……. 잠깐. 서, 설마 그 이재정이에요? 수양대군?"

"네. 그 배우 이재정 삼촌이죠."

서형은 입을 떡 벌렸다.

진호는 전화를 받으며 짜증을 토해 냈다.

"여보세요!"

-……뭐야, 얼레리 꼴레리 하는 중이었어?

"아쉽게도 얼레리 꼴레리 하려고 할 때 전화하셨죠. 정말 아쉽네요. 예비 숙모님께 삼촌의 그렇고 그런 과거를 고자질할 수 있었는데!"

-행! 내 과거는 이미 모두 알려……에휴, 됐다. 말해서 뭐하냐. 아, 그리고 이제 예비 숙모님 아니다.

"헐? 헤어지셨어요? 설마 힘드니까 술 마시자고 전화하신 거예요?"

-……야, 인마! 왜 잘 만나는 커플을 깨트려? 나 결혼한다고, 결혼!

"……넹?"

진호는 잠시 핸드폰을 내려놓고는 귀를 후볐다.

'이거 환청을 듣는 것 같은데……내가 나도 모르게 많이 피곤했나?'

그렇지 않고는 마흔이 넘어도 결혼할 생각을 안 하여 주위 모든 사람을 걱정시키다 못해 포기하게 만든 둘이 결혼을 한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가 들려 올리가 없었다.

-……호야! 듣고 있냐!

"아, 네. 이젠 잘 들릴 것 같아요. 뭐라고요?"

-나 결혼하니까 와서 축가 좀 불러 달라고! 부탁한다!

"아씨, 잠깐만요. 또 환청이 들리……"

-나 진짜 결혼한다고! 인마-!

우렁찬 외침에 핸드폰을 귀에서 땐 진호는 핸드폰을 빤히 바라봤다.

"……헐?"

환청은, 환청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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