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347화 (347/424)

14권 23화

"흐음. 이곳 카지노는 이렇게 생겼구나."

'희한하네. 왜 여기도 몇몇 부분이 낯익지?'

카지노라는 게 다 비슷하게 생긴건가 싶었다.

"한 업체에서만 인테리어를 하나?"

"뭐가?"

"여기 인테리어나 CCTV 배치가 앨리네 카지노랑 흡사한 부분이 몇 곳 있어서요."

"그래? 그러면 그 인테리어 업체가 글로벌한 기업인가 보지."

"아,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그렇다면 저번에 [스킬: 골드 아이]를 얻을 때 그 카지노에서 느꼈던 기시감도 이해가 된다.

'어쩌면 라스베이거스의 배후에 화교가 있을 수도 있는 것이고……. 풋! 에이, 그럴 리가.'

되지도 않는 음모른이라고 치부한 진호는 이쪽을 향한 강렬한 시선을 느끼고는 고개를 돌렸다.

"응?"

"어라?"

정 실장도 놀랐고, 월터는 이쪽을 바라보며 다가오는 무리에 슬그머니 진호의 앞을 가로막았다.

진호는 그런 월터를 툭툭쳤다.

"괜찮아요. 나쁜 의도는 아닌 것 같아요."

"……라져. 전 경호원 대기해."

손목을 입에 가져간 월터의 무전에 이쪽을 향해 다가오던 경호원들의 걸음이 멈췄다. 그에 살짝 당황한 스티븐 윈의 경호원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으며 더 긴장을 끌어올렸다.

그사이 진호와 스티븐 윈은 딱한 발 거리로 다가서게 되었다.

"반갑습니다, 진호 리. 내 윈을 더 빛내 줄 뮤즈를 이렇게 볼 줄은 몰랐군요."

'날 안다고 느낀 게 착각이 아니었구나.'

스티븐 윈의 정중한 인사에 진호가 머릿속으로 생각을 끝마치고 화답하려는 순간이었다.

달칵.

어떤 소리와 함께 갑자기 몸속의 감각이 살짝 달라졌다.

'응, 뭐지? 달라진 건 없는…… 아, 귀는 또 왜 이렇게 간지러운데?'

마치 먼지 한 톨도 안 되는 무언가가 귓속에서 토크 콘서트를 여는 듯 기묘한 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환청이나 영화 속의 주술사가 주술을 외는 것 같기도 했다.

"음, 혹시 내가 누군지 모릅니까?"

"……아뇨. 이 사막의 도시에 큰 족적을 남긴 너무 대단한 거인을 만나게 되어 잠시 넋을 잃고 말았습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이진호입니다. 그리고 윈을 촬영장소로 허락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휴우. 이거 다행이군요. 혹시 절못 알아보나 싶었습니다."

"그럴 리가요. 그런데 이쪽 분은 누구신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애써 근엄한 척하지만, 엄청 흥분해 있는 이분이요.'

거리낄 게 없어진다면 와락 끌어안을 듯 무척이나 안절부절못하는 아랍계 중년인.

"아, 이쪽은 윈의 비즈니스 파트너 중 한 분인데……"

덥석!

아랍계 중년인은 진호의 손을 강하게 잡았다.

'어이구, 성격도 급하셔……'

속으로 피식 웃던 진호는 그대로 굳었다.

"알아자르 빈 모하메드…… 아니, 그냥 아자르라 불러주시오, 뮤즈!"

'알아자르 빈 모하메드…… 아니, 그냥 아자르라 불러주시오, 뮤즈!'

순간 진호의 낯살이 파르르 떨렸다.

'부, 분명 방금 목소리가 두 개로 들렸어!'

혼란이 그의 몸을 덮쳤다.

하지만 그 의문은 곧 해소되었다.

'잠깐. 이게 그렇게 되는 거라고?'

동물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스킬: 페로페로몬]에 탁월한 관찰력과 통찰력으로 사람의 거짓과 진실을 밝히는 [스킬: 셜록의 후예], 그리고 [스킬: 괴도 루팡]과 [스킬: 골드 아이]. 이외에도 [스킬: 사상 최강의 제자] 등의 육체 관련 스킬들이 가지는 관찰력과 통찰력이 쌓이고 쌓여 시너지를 계속 이뤄 내더니 이번 스킬의 영향으로 인해 결국 인간의 속내마저 듣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스위치가 켜지는 소리는 아이돌 마스터 스킬의 스위치겠지……. 내가 스티븐 윈 회장의 말에 정말 일까 의심하는 순간 원래 꺼져 있던 게 켜진 거야. 이거……'

일반적인 공치사로 치기에는 너무 진심이었던 스티븐 윈의 신체적 반응들. 그의 위치가 위치였기에 당연히 의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

진호는 한없이 심각해져 갔다.

"음? 혹시 저도 아는 겁니까, 뮤즈?"

아자르의 눈에 작은 흥분과 기대감이 서리자 진호는 정신을 차렸다.

"흐음. 희한하군요. 분명 제가 아는 분 같은데 이름이 달라요. 혹시 진짜 성함이 오마르 아니십니까? 너무 잘 생겨서 사우디에서 추방당한 그 미남 배우……"

"으하하하하핫!"

파악!

아자르의 두꺼운 손이 진호의 어깨를 쳤다.

"뮤즈는 위트도 넘치는군요!"

"하하. 진심으로 한 말이었습니다."

"……으하하하핫!"

진호는 속으로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서라운드로 들리는 호탕한 웃음 소리는 굉장히 큰 자극이었다.

"아차. 제가 바쁜 사람을 붙잡고 있었군요. 뮤즈, 부디 청언컨대 제 부탁을 들어줄 수 있겠습니까?"

"부탁이요?"

"제가 사랑하고 존경해 마지 않는 어떤 분을 위해 사진과 사인을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오. 당연히 해 드려야죠."

"하하하! 역시 호탕하시군요! 아덴, 태블릿PC와 펜을!"

"네, 회장님. 여기 있습니다."

진호는 특별 서비스로 머리 위로 하트를 그렸고, 아자르는 재빨리 진호의 사진을 찍은 후 그 태블릿PC를 내밀었다.

"여기에 제가 알려 드리는 분의 성함을 적어 주시면 됩니다."

'……와우. 역시 중동 부자 클래스.'

아자르는 업무용으로 쓰는 듯한 태블릿PC를 아예 그 사람에게 넘겨주려는 것이었다.

웃음을 흘린 진호는 유성매직으로 액정에 사인을 하고는 넘겨주었고, 아자르는 그게 마치 보물이라도 되는 양 조심스럽게 비서로 보이는 40대의 남성에게 내밀었다.

"정말 감사합니다. 언젠가 두바이에 들르신다면 꼭 저를 찾아 주시길 바라겠습니다."

"네, 꼭 그럴게요."

"으하하하핫!"

아자르가 넘겨준 명함을 손에 꼭쥐며 대답한 진호는 스티븐 윈을 보았고, 그는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같이 사진만 한 장 찍기로 했다.

그렇게 둘이 흡족해하며 돌아서자 진호의 표정은 삽시간에 가라앉았다. 정말 고맙고, 이번 일을 더 긍정적으로 생각하겠다고 스티븐 윈에게 하는 아자르의 말 때문이 아니었다.

'이거 분명……'

진호는 방금까지 아자르에게 붙들려 있던 손을 쥐었다 폈다 했다.

'의사 관련 스킬들과 검경계 관련스킬을 습득했을 때 생기는 능력인데……'

일종의 독심술이다.

어디가 아픈지, 숨기는 게 무엇인지 등 몸의 목소리, 숨겨 놓은 증거의 목소리, 그리고 진짜 사람의 속마음.

그 스킬들의 주인공은 이 독심술로 인해 승승장구를 하지만, 절반은 말년이 썩 좋지 않았다.

'그런데 왜 스티븐 윈 회장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은 거지?'

스티븐 윈과 아자르의 차이점을 생각하던 진호는 설마하며 넋을 놓고 있는 정 실장의 손을 잡았다.

"실장님, 나 실장님 결혼자금 빼도 돼요?"

"……왜-!"

'아, 이거구나.'

격렬한 감정과 신체의 접촉이다.

그게 속 마음을 증폭시켜 진호 본인의 귀에 들리게 만드는 거다.

이번에 얻은 스킬의 주인공이 차를 만졌을 때, 차의 목소리를 더 선명하게 들을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역시 위험한 능력이네.'

진호는 망설이지 않고 스위치를 꼈다.

인간의 속 마음을 알 수 있다는 건 분명 누구나 한 번 쯤은 바랄일이지만, 결코 욕심내선 안 될 영역이었다.

'그런데 왜 이 스킬을 얻으니까 이게 발현된 걸까. 페로페로몬 스킬도 있었는데 말이야……. 역시 시너지가 쌓이고 쌓이다가 폭발한걸까?'

그게 아니고선 설명이 되지 않았다.

'확실히 그 스킬들의 능력에 비하면 좀 빈약하기도 하고.'

진실과 거짓을 판가름하는 정도 밖에 안 되는 불완전한 능력이기에 진호는 결코 아쉽지가 않았다.

인생도 쉬워질 것 같아서 흥미가 끌리지도 않았다.

"진호야, 아니지? 너 그러면 진짜 안 된다-!"

"농담이에요, 흐흐. 가요. 카지노 구경해야죠."

"지, 진짜지?"

"진짜라니까요. 내가 실장님이 결혼하는 걸 얼마나 바라는데!"

"……. 휴우."

진호는 피식 웃으며 발을 뗐다.

'독심술 얻는 스킬들은 정말 나중에 나 죽을 때나 얻어야겠다. ……그쪽 관련 작품을 하게 되면 어쩔수 없고.'

[스킬: 아이돌 마스터]의 스위치가 있기에 충분히 감당할 수 있었다.

진호의 걸음은 무척이나 가벼웠다.

* * *

영화 '카지노'의 숙소로 쓰는 호텔의 로비에 수백 명의 사람들이 가방이나 캐리어를 든 채 모여 있다.

그들은 꽤 당황하고 있었다.

"뭘까?"

"나도 몰라."

"허. 우리 영화 예산이 그렇게 많았나?"

짐을 정리해 숙소를 이동하라는 통보가 갑작스럽게 전달됐다.

더 작고 허름한 호텔이 아니라 무려 윈 호텔이었다.

투어 회사를 이용한다고 해도 가장 저렴한 방이 무려 300달러에 육박하는 최고급 호텔인 윈.

모든 스태프는 너무 무리한 결정을 내린 조나단 파블로를 걱정스레 바라보았다.

그러나 조나단 파블로는 진호를 보며 혀를 내두르고 있었다.

"대체 무슨 마법을 부린 거지, 지노?"

"제가요?"

"그래. 윈에서 자네를 위해 숙소마저 후원해 준다고 했어. 그것도 무료로! 전 스태프 모두 영화 촬영이 끝날 때까지!"

진호는 입을 떡 벌렸고, 깜짝 놀란 메튜 데이먼은 휘파람을 불었다.

"이건 정말 마법이군. 설마 외계인의 초 능력을 쓴 건가?"

"아하하."

대충 어떻게 된 일인지 예상이갔다.

아자르가 정말 중요한 비즈니스 파트너였던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너무 과했지만 말이다.

'와. 이게 억만장자 클래스구나……'

배우들의 스태프까지 합하면 300명을 가볍게 넘는 숫자다.

객실 한 층으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스티븐 윈의 통 큰 결정에 감탄이 나오는 한편 부담도 팍팍 되었다.

"우리 진짜 잘 찍어야겠네요……"

"……그렇지. 열심히가 아니라 정말 잘 찍어야 해."

배우들과 조나단 파블로의 낯빛이 딱딱하게 굳어 갔다.

이번 영화, 절대 실패해선 안 되었다.

그들의 얼굴에 전의가 서리기 시작했다.

* * *

천 달러. 누군가에게는 한 끼의 식사 비용에 불과하지만, 누군가에는 너무도 간절한 액수의 돈이다.

조지 오션은 후자였다.

"도박에는 소질이 없군. 이 점은 네 아버지와 똑같……"

메튜 데이먼은 입을 다물었다.

이쪽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는 커녕 무언가를 심란하게 중얼거리는 진호의 모습 때문이었다.

"……아, 그런 거구나. 음? 뭐라고요?"

살짝 어이없어하던 메튜 데이먼은 이내 밤하늘을 바라보며 추억의 아련함에 젖어 갔다.

그의 입가가 맥주로 촉촉이 적셔졌다.

"네 아버지도 도박에는 정말 소질이 없었지. 그래서……"

"그놈의…… 음."

진호는 얼굴을 찌푸리며 머리 위로 손을 교차시켰다.

"컷! NG! 무슨 일이야, 지노?"

"감독님."

진호는 조나단 파블로에게 다가갔다.

"이거 아무래도 대사를 계속 하면 할수록 오션스의 그림자가 짙어지는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뭐?"

주위 사람들은 숨을 죽였다.

촬영장에서 감독의 명령은 절대적이다. 그런데 진호는 그런 감독의 생각이 잘못됐다고 지적하고 있는 것이었다.

"아무리 주인공이 자신의 진짜 능력을 자각하는 거라고 해도, 여기까지 대니 오션이 끼면 안 될 것 같아서요."

"흐음……"

조나단 파블로뿐만 아니라 메튜 데이먼도 그제야 아차 싶은 건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확실히 그렇군."

조나단 파블로가 동의를 하자 진호는 눈을 빛냈다.

"차라리 여기서 완전히 결별을 해 버리는 게 어떨까요?"

"결별? 라이너스 캘드웰과?"

"아뇨. 대니 오션과. 라이너스 캘드웰이 대니 오션의 그림자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만드는 거죠."

"……그렇다면 대니 오션을 완전히 부정할 수 있는 어떤 매력이 필요하다는 건데……. 으음. 아, 이렇게 하면 어떨까?"

조나단 파블로는 갑자기 떠오른 생각을 다급히 말했고, 진호와 메튜 데이먼은 눈을 크게 뜨며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은데요? 메튜는 어때요?"

"휘유. 천재 감독과 천재 배우가 만나니 이런 재밌는 장면이 즉석에서 나와 버리는군."

뜬금없는 말이었지만, 훌륭한 대답이 되었다.

조나단 파블로는 둘을 보며 눈을 빛냈다.

"대사가 필요하나? 써 줘?"

진호와 메튜 데이먼은 서로를 보더니 짓궂게 웃었다.

"이 정도의 애드리브도 못해서야 배우라고 할 수 있겠어요?"

그렇게 다시 촬영이 시작되었다.

"네 아버지도 도박에는 정말 소질이 없었지. 그래서……"

"시시한 도둑질을 한 거겠죠. 우연과 우연이 겹쳐야 가능한 불확실하고 시시한 짓을."

'허어.'

툭 내뱉은 심드렁한 말에 경멸과 흥분이 스며 있다.

그중 흥분은 분명 성공된 미래로 가기 위한 열쇠를 찾은 사람의 그것이었다.

'역시……'

다시 한번 자신이 내린 결심을 단단히 다진 메튜 데이먼은 화가 난 라이너스 캘드웰을 연기했다.

"이봐, 조지."

"보여 드리죠. 당신이 여태까지 매달려온 그것이 얼마나 시시한 짓이었는지를!"

진호는 메튜 데이먼의 손을 잡고 일어섰고, 그렇게 조지 오션의 라스베이거스 정복기와 영화의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스킬: 너의 목소리가 들려]

[귀를 기울여라. 온몸으로 느껴라. 그렇다면 차가 원하는 걸 알게 될 것이다.]

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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