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338화 (338/424)

14권 14화

5. 잠깐의 휴식

고대하던 9시가 되자 진호는 카지노 측에서 정해 준 자리에 앉아 같이 게임을 할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사람들 중 몇 명이 진호를 알아보곤 놀란 표정을 지었고, 진호는 목례를 하며 답인사를 하였다.

'아직까지…… 꾼은 없는 것 같네.'

[스킬: 셜록의 후예]와 [스킬: 괴도 루팡]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이제 남은 자리는 하나……아, 오네. 아니, 오시네.'

"이거 죄송합니다. 제가 가장 늦었군요."

평범한 골프 셔츠와 청바지를 입은 60대 후반의 동양인 노인이 빈자리에 앉자 진호는 순간 눈을 빛냈다.

'아, 저분 꾼이네.'

모든 감각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감각의 경고를 모두 누를 만큼 노인이 친숙하게 느껴졌다.

'왜지?'

그 순간이었다. 진호와 눈을 마주친 노인이 깜짝 놀랐다.

"……오! 이거 유명한 연예인을 여기서 볼 줄은 몰랐군요!"

"아, 네. 하하하. 알아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반갑습니다, 이진호입니다."

"테드 창입니다."

그렇게 인사한 진호는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뭐지?'

분명 아는 눈치다. 그냥 TV에 나오는 연예인을 알아보는 게 아니라 정말 개인적으로 아는 듯한 신호를 온몸에서 발산했다.

진호는 옆 사람과 웃으며 인사를 나누는 노인, 백인과 중국인이 섞인 듯한 혼혈인 노인을 보며 의아해했다.

분명 진호 본인으로서는 처음 보는 사람이었지만, 한편으로는 굉장히 낯익기도 한 탓이었다.

'누구세요?'

그의 궁금증은 커져만 갔지만, 이내 그 호기심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사회자의 떠들썩한 외침과 함께 카드 대회 예선전이 시작됐기 때문이었다.

* * *

주인공에게 찾아온 행운의 여신은 복이 아니라 독이었다. 그것도 지독히도 몸과 마음을 좀 먹는 독.

'4차 해금을 하면서 천운이 트인 주인공은 이 카지노, 저 카지노 옮겨 다니며 엄청난 돈을 벌게 되지.'

그를 막을 수 있는 카지노는 없었고, 결국 카지노는 그를 블랙리스트에 올리며 출입을 금지시킨다.

그에 주인공은 콧방귀를 뀌며 결국 발을 담그지 말아야 할 어둠에 발을 내딛고 만다. 1년에 몇 번 없는 카드 대회의 상금은 그에게 너무 적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타짜들에게 털려 버려 몸과 마음이 피폐해진다.'

설상가상 행운의 여신마저 떠나버린다. 그의 거지 같은 몰골이 보기 싫다는 듯이 말이다.

'하지만 이내 곧 그는 재기하지.'

억울해서. 타짜들에게 당한 게 너무 억울해서.

지독한 인간불신에 시달린 주인공은 결국 모든 이를, 타인의 모든 행동을 의심하게 됨으로써 자신의 두 번째 재능을 깨닫는다.

통찰력과 직관력, 그리고 그걸 완전히 다룰 수 있는 두뇌.

이를 바탕으로 한 그는 카드 대회를 통해 화려하게 재기한다.

'이렇게.'

진호는 마지막까지 자신을 따라온 30대의 무표정한 백인 남성을 보며 앞에 쌓인 칩을 모두 밀어넣었다.

"올인."

진호는 중간에 게임을 포기한 노인을 힐끔 보았다.

'음?'

"헛! 여, 여기서 올인을 한다고?"

"저런 패에서?"

테이블 중앙에 놓인 패는 A스페이드, 8클로버, J클로버, 9클로버, A 하트.

이미 A원페어가 완성되어 있기에 확실한 패가 아니면 결코 뛰어들어선 안 되는 판이었다.

웅성웅성.

사람들의 기대 가득한 소음이 울리자 백인 남성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내 승리다!'

"콜! 나도 올인!"

촤라락!

모든 칩을 밀친 백인 남성은 쥐고 있던 패를 높이 들어 테이블 위에 패대기쳤다.

"……억!"

"우아아아아! 푸, 풀하우스다! A 풀하우스야!"

"와아아아아!"

A클로버와 8하트. 완벽한 풀하우스였다.

"으하핫! 미안하다고, 친구! 잘 놀았……"

피식!

냉소를 지은 진호는 가볍게 본인의 패를 뒤집었고, 순간 다시 주위엔 침묵이 찾아 들었다.

"……허어억!"

"이, 이쪽도 풀하우스다!"

"와아악!"

하지만, 진호가 쥔 건 A다이아와 9다이아였다.

진호는 넋을 놓은 백인 남성을 향해 비웃음을 날렸다.

"잘……."

'아차-! 또 동화됐다!'

아직 스킬을 습득한 게 아니다보니 전처럼 휘말려 버리고 말았다.

진호는 재빨리 선한 웃음을 지었다.

"잘 놀았어요. 좋은 플레이였습니다."

"와아아아아!"

환호성이 터지자 진호는 혹여 다시 주인공의 성격이 나올까 딜러가 정리하는 칩들을 보았고, 순식간에 외톨이가 된 백인 남성은 멍하니 중얼거렸다.

"어, 어떻게……"

'보였거든요. 당신의 눈동자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그의 눈동자 움직임을 봤을 때, 결코 스트레이트 플러시가 아니었고, A원페어를 제외하면 가장 높은 카드인 J에 머물지도 않았다.

이는 [스킬: 셜록의 후예]나 [스킬: 괴도 루팡]의 관찰력이 아니다. 오직 이 스킬만의 통찰력이었다.

'그리고 행운의 파도가 내게 밀려오는 것도 보였죠.'

주인공이 말끔한 모습으로 테이블에 앉는 순간, 행운의 여신도 다시 복귀한다.

'표정 관리 잘 하시네. 친구들 사이에서 타짜 노릇을 톡톡히 하셨나 봐요. 수고하셨습니다.'

"이로써 8조 우승자는 3번 플레이어와 8번 플레이어십니다! 본선 진출을 축하드립니다!"

두근!

'아, 얻었다.'

5차 해금 조건이자 완전한 스킬습득 조건인 '라스베이거스의 카드대회에 출전에 1승 하기.'

'으음? 어? 오오옷?'

진호는 살짝 당황했다. 시야가 갑자기 더 선명해지고, 더 다양하고 많은 정보가 뇌 안으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젠 익숙한 일이라 얼른 정신을 수습하며 재빨리 8번 플레이어, 마지막 게임에서 승부를 포기함으로써 결국 본선에 진출하게 된 노인을 찾았다.

물어야 할게 있었다.

이쪽을 알고 있는 듯한 그 모습이 아니라, 어째서 올인을 했을 때와 마지막 결과에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미소를 지었는지에 대해 말이다.

"아, 찾았다. 잠시만…… 음?"

축하해 주려는 사람들을 헤치고 가려 했던 진호는 멈춰 섰다.

노인의 곁으로 월터와 똑같은 냄새를 풍기는 이들이 모였기 때문이다.

"으음."

"지노!"

"네?"

진호는 왜인지 잔뜩 흥분해 있는 조나단 파블로를 보며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그러나 그는 그런 진호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도박에도 재능이 있다니! 이 무슨!'

속으로 미쳤어를 크게 외친 그는 진호의 어깨를 강하게 잡으며 크게 외쳤다.

"투어가 모두 끝나면 영화 찍자!"

"네?"

"이곳 카지노에 관련된 영화로! 천재 도박사에 관해서-!"

진호는 이 사람이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건가하며 멍하니 조나단 파블로를 보았다.

* * *

웅성웅성.

"버, 벌써 가시는 겁니까. 게임은 이제 시작입니다!"

다급히 뛰쳐나온 총괄 매니저는 노인, 테드 창을 붙잡았다.

"아닐세. 충분히 즐겼네. 아주 재미가 있었어."

"하, 하지만……"

씩 웃은 테드 창은 총괄 매니저의 어깨를 두드리고는 몸을 돌렸고, 그의 곁으로 위험한 냄새를 풍기는 이들이 모였다.

그중 안경을 쓴 50대의 남성이 테드 창의 옆에 서며 입을 열었다.

"앨리가 아까운 청년을 놓쳤습니다."

그의 입에서 나온 앨리는 진호가 마카오 카지노에서 좋은 인연을 맺을 뻔한 그 앨리였다.

테드 창, 앨리의 아버지이자 웨이양이 눈독을 들일 만큼 거물이면서도 그 행적을 찾기가 힘들 만큼 비밀스런 행보를 이어 가는 노인.

그는 잠시 멈춰 서서 오늘따라 유난히 맑은 밤하늘을 보며 사색에 잠겼다.

"그래. 천운이 따르는 청년이지."

그 본인도 도박 하면 어디 가서 꿀린다 말할 수 없거늘, 진호에겐 이길 수가 없었다.

'아니, 분명 운을 조절했다. 마치 운이 눈에 보이는 듯 멋대로!'

그러면서도 승부사의 뜨거운 기질과 적을 제 맘대로 휘두르는 책사로서의 면모도 보였다. 솔직히 노련한 도박사보다 더 섬뜩하고 속을 알 수 없었던 플레이였다.

'아쉽구나, 아쉬워.'

"그 또한 앨리, 그 아이의 한계인게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회장님. 제아무리 SJ의 위세가 대단하다 한들……"

테드 창은 단호히 고개를 젓는 것으로 중년인의 입을 다물게 했다. 중년인은 탄식했다.

'천운이 따르는 이는 그 누구도 이길 수 없거늘!'

테드 창은 그런 중년인을 보며 씁쓸히 웃었다.

"비극은 애초부터 만들지 말아야 하는 게야. 무덤까지 가져가는 비밀이 있던가?"

"……죄송합니다."

"그보다 홍룬 어르신께서 그 아이의 후견인을 자처하셨다고?"

홍룬. 차이나타운의 지배자, 아니그는 화교의 지배자였다.

"때문에 말이 제법 많습니다. LVMH가 차이나타운에 들어와서 더더욱."

테드 창은 눈살을 찌푸렸다.

"제 손으로 이룬 것 하나 없는 놈들이 괜한 욕심을 내는구만……"

그의 말에는 여러 뜻이 들어 있었다.

LVMH의 입성은 완전히 홍룬만의 뜻이 아니었다.

'이것도 인연인 게지.'

딸인 앨리를 통해서 한 번, 홍룬을 통해서 또 한 번, 그리고 라스베이거스에서 비밀리에 소유하고 있는 많은 카지노 중 이 카지노에서 만난 것도 모자라 같은 테이블에서 게임을 했다.

가끔 하는 유희를 즐기러 왔다가 결국 인연이 만들어진 것이다. 한 번은 우연이어도, 세 번은 필연이었다.

"거기에 내 지지도 얹게."

움찔!

"…… 그럴 필요까지 있겠습니까?"

"천운이 양양을 따르고 있음이야."

"아."

언제나 고향인 중국으로 돌아가고픈 화교.

그러나 그들이 원하는 고향은 지금보다 훨씬 나아지고, 하나 되며 세계에 우뚝 서는 중국이었다.

이곳 미국처럼 말이다.

양양은 그런 중국을 만들 확률이 아주 높은 지도자였다.

세계와의 문화 교류의 진정한 첫발을 내딛었기에 더더욱.

"우리 형제들의 대업이 이뤄질 확률이 높아질 수 있는데, 그 청년의 앞길에 우산 한두 개 씌워 주는 게 문제일까."

"생각이 짧았습니다."

"한국에서 분탕을 치는 어리석은 형제들에게도 자중하라 말을 전하게."

그 말에 중년인의 눈동자가 따르르 떨렸다.

"설마 회장님께선……"

"쯧. 허튼 소리. 제 아무리 천운이 따르는 청년이라지만, 그 어떤 머저리가 있어 타인에게 가업과 꿈을 맡긴단 말인가. 흰 소리 말고 앨리나 불러오게. 그만큼 밑바닥을 굴렀으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지."

중년인의 눈동자가 다시 파르르 떨렸다.

이번엔 다른 의미였다.

그의 마음속에 격동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후계승계를 서두른다는 의미는 뒤를 든든하게 해 더욱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뜻.

마카오를 지배하는 존재이자, 화교의 2인자나 다름이 없는 그가 앞으로 나아간다는 건 오직 하나만을 위해서였다.

"예!"

"가세."

* * *

"이로써 상금 5만 달러의 주인은 진호 리가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본 카지노의 특별 이벤트를 관람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와아아아아아!"

언제나 승리는 짜릿했다.

진호는 주먹을 불끈 쥐며 천장을 향해 들어 올렸고, 환호성은 더욱 커졌다.

이후 커다란 상금 피켓을 들고 사진을 찍은 진호는 카지노를 나섰고, 그의 일행들이 재빨리 따라붙었다.

"싸늘하다. 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꽂힌다."

"아닌데? 그런 적 없는데."

'긴장 같은 걸 할 리가 있나.'

"진짜요? 와-."

"형! 나 카드 좀 가르쳐 주세요! 이 썩을 놈의 코쟁이 시키들이 카드 못한다고 겁나 무시한다고요!"

"저도요!"

진호는 감탄하는 아이들의 머리를 헤집었고, 정 실장이 어이없다는 듯 실 웃음을 흘리며 다가왔다.

"그래서 이제 어디 갈 거냐? 바로 숙소로 돌아갈 거야?"

아이들뿐만 아니라 조나단 파블로를 비롯한 모든 일행들의 눈이 번쩍 떠졌다.

"숙소라……"

진호는 거의 반사적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느덧 시간이 11시가 넘어 불이 꺼진 곳이 군데군데 보이긴 하지만, 아직 라스베이거스는 불야성이었다.

그는 흐뭇이 웃었다.

"당연히! 아니죠. 밤은 이제부터 시작인데 벌써 들어가면 되겠어요?"

"오옷!"

"우오옷! 오빠! 우리 메인스트립 놀러 가요!"

"그럴까? 그럼 어디로…… 음?"

"왜요?"

봄이 의아해하며 물어왔지만, 진호는 한곳에 시선이 붙들려 있었다.

'운의 파도가 보인다? 잠깐, 행운의 여신은 도박에서만……아, 사라졌다.'

순간 정신을 차리지 못한 진호는 이내 곧 '시너지'를 떠올렸다.

'아이돌마스터 스킬의 스위치가 여기에 연동된 거네.'

이게 말이 되냐며 어이없다는 듯 웃은 그는 그냥 받아들이기로 하며 다시 그곳을 바라봤다.

이제 본격적인 관광을 시작하려는데, 오직 그곳에서만 운의 파도가 철썩철썩 몰아치고 있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였다.

"본격적인 관광 전에 배도 채울겸 핫도그에 맥주 드실 사람 손? 왜인지 저기가 맛집 같아 보이네요!"

처저적!

사람들은 모두 손을 들었다. 음식에 관해선 진호의 의견이 갑이었다.

그 순간 코끝을 스치는 핫도그냄새를 맡은 진호는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이야. 요고 봐라? 하긴 관광지에서 맛집 찾는 것도 복불복 도박이지.'

진호의 눈이 의미심장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아주 좋은 여행이 될 듯했다.

[스킬: 골드 아이]

[눈을 크게 떠라. 행운이 언제 널 찾을지 모른다.]

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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