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337화 (337/424)

14권 13화

기계엔 양심이 없다는 걸 잊었다.

"내 돈 30달러……"

10분에 약 3만 원. 양심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

"7분에 만 원인데……. 성인 오락실은 7분에 만 원인데!"

성인 오락실에서 최저 베팅을 하고, 정말 운이 좋지 않아 하나도 걸리지 않을 시 약 7분에 만 원이 소모된다.

'미국이라고 돈도 더 먹는 거냐-! 라스베이거스라는 프리미엄이냐! 그런 거냐!'

곧 터질 거란 욕심이 눈을 가려 그 프리미엄을 스스로 붙인 것이지만, 진호는 그 부분을 깔끔하게 잊어버렸다.

"아, 이거 오기 생기게 만드네."

진호는 달러를 꺼내 들었다.

"명심해. 10만 원이다. 100달러야."

"……쳇."

꺼낸 달러를 다시 주머니에 찔러넣은 진호는 한숨을 푹 내뱉으며 몸을 일으켰다.

"푸흐흐. 벌써 일어나는 건가?"

"네. 룰렛이나 하려고요."

"오, 룰렛. 나쁘지 않지."

2차 해금 조건인 룰렛 20판 이상하기.

'이번엔 한 판이라도 따겠지?'

이 스토리, 아니 이 스킬 주인공의 운을 보면 그럴 가능성이 높았다. 눈을 빛낸 진호는 성큼성큼 룰렛 테이블로 이동했고, 조나단 파블로는 그런 그의 뒤를 따랐다. 그리고 둘은 곧 놀라운 결과를 맞이하게 됐다.

"……한 판이라도 따기는 개뿔."

어떻게 다 이렇게 예상하는 족족 빗나가는지, 육감에 기름이라도 발라 놓은 것 같았다.

진호는 천장을 바라보며 허탈하게 웃었고, 조나단 파블로는 그런 그를 보며 혀를 내둘렀다.

"컬러 베팅을 하는데도 연달아 내리 지다니…… 정말 도박에 운이 없군, 지노."

조나단 파블로는 정말 안타깝다는 듯 말했다.

'응? 왜 이렇게 과하게 반응하시지?'

그가 무엇을 기대했는지 모르는 진호는 어깨를 으쓱이며 머쓱하게 웃었다. 조나단 파블로는 그의 그 모습에 울컥 화마저 났다.

"대체 왜 그런 식의 베팅을 한건가? 차라리 한 컬러를 우직하게 걸었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야!"

'아차!'

본인이 너무 과하게 반응했다는 걸 알아차린 조나단 파블로는 진호를 향해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었고, 진호는 이해한다는 듯 씩 웃었다. 진호 본인이 조나단 파블로의 입장이라도 정말 속이 터졌을 터였다.

"그냥 그렇게 하면 될 것 같아서요."

'해금 조건 때문입니다.'

2차 해금 조건인 룰렛 20판 하기에는 두 가지 전제 조건이 붙는다.

모든 베팅을 마음 가는 대로 해야 할 것과 가진 자본의 50퍼센트 이상을 룰렛에서 잃을 것.

'나라고 컬러나 로우 넘버 등의 아웃사이드 베팅의 법칙을 모르는게 아니에요. 그냥 스킬 해금을 시작하며 악운이 온 거예요. 이 스킬의 주인공은 이렇게 도박에 운이 없음을 확인하니까……'

그래도 이렇게까지 연달아 질 줄은 정말 몰랐다.

이 스킬의 주인공은 천운까지 갖춘 어마무시한 갬블러이니 말이다.

'당시 이 스킬을 해금할 때만 해도 이렇게까지 운이 없지는 않았는데……'

그래서 시간이 꽤 걸렸었다.

속으로 다시 허탈하게 웃은 진호는 이내 눈을 빛냈다.

'하지만 이내 곧 반전을 맞이한다.'

진호는 3차 해금 조건의 대상을 찾기 위해 시선을 돌렸다.

'아, 저기 있다.'

진호는 그 대상, 아니 그 대상들을 향해 빠르게 걸어갔다.

"안녕하세요."

"……이, 이진호?"

깜짝 놀란 30대의 한국인 커플, 아니 신혼부부는 재빨리 시선을 돌리며 무언가를 찾았고, 진호는 최대한 푸근히 웃었다.

"신혼여행 오셨나 봐요?"

"아, 네네."

"오오. 정말 잘 어울리세요! 백년해로 꼭 하셔야 해요!"

신혼부부는 어찌 된 영문인지 모른 채 얼굴을 발갛게 붉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런데 진호 씨는 여기에 어떻게……"

"내일 MGM에서 콘서트를 하거든요."

"헉! 정말 입니까?"

"여보,예약! 얼른 예약!"

"아,이런……. MGM 콘서트는 모두 매진이 됐는데……"

올린 지 10분 만에 매진이 됐다.

"그런……"

그들은 크게 낙담했고,진호는 미 안하다는 듯 머리를 긁으며 눈을 빛냈다.

"음. 대신 3일 뒤에 벨라지오 분수에서도 공연을 하니까 꼭 찾아와 주세요. 이것도 인연이니까 벨라지오 분수 공연에 찾아와 주시면 두 분만을 위한 축하곡을 불러 드릴게요!"

둘의 입이 떡 벌어졌다.

"지, 진짜요?"

"그럼요. 이렇게 낙담하시는 모습을 보니 죄송하기도 하고……"

신혼부부의 얼굴에 감동의 물결이 몰아쳤다.

진호는 이제 때가 됐음을 알아차렸다.

"그런데 다른 게임을 찾아 가시나봐요? 저 게임은 재미없어요?"

"……아뇨. 알고 보니 저희가 도박에 운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숙소로 돌아가려는 길입니다."

"그 칩은 기념품 삼아서요?"

진호는 남편이 손에 꼭 쥐고 있는 한 개의 칩을 가리켰다.

"그렇죠. 하하하. 아, 이것 받으십시오."

"네? 아, 아뇨. 두 분의 신혼여행 기념품을 제가 어떻게!"

"아니요. 괜히 한국에 돌아가서 이걸 보면 미련만 남을 것 같아서요. 그렇지 않아도 오늘 돈을 꽤 써서 오늘 숙소로 돌아가면……"

움찔!

몸을 갑자기 뒤튼 남편이 웃음을 터트렸다.

"으하핫. 아무튼 이런 이유로 받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진호씨가 저희를 위해 노래를 불러 주신다고도 하고……"

남편이 칩을 내민 본심은 이것이었다. 제발 노래해 주길 부탁한다는.

진호는 은근슬쩍 압박하는 그들의 모습에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아뇨. 그래도 그럴 수 있나요."

진호는 남은 30달러를 꺼내었다.

"하나의 추억을 만들어 드리기 위해 다른 추억을 뺏을 순 없죠. 이건 제 매니저님이 오늘 딱 이 정도만 놀라고 허락한 전 재산인데, 대신이라고 하긴 뭐하지만 이걸 받아 주세요."

신혼부부는 감탄했다.

'와, 천사표라더니……'

서로를 본 신혼부부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신혼여행에서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이 생겨 버렸다.

재빨리 칩을 내밀던 남편은 순간 떠오른 생각에 기지를 발휘했다.

"여, 여기에 사인을 해 주실 수 있을까요?"

"어? 그럼 화폐 훼손……. 하하, 농담이에요. 당연히 해 드려야죠. 사진도 찍어 드릴까요? 물론 저기 보안 요원 몰래!"

"그, 그래 주시면 감사하죠!"

남편은 장하다는 듯 쳐다보는 아내의 시선에 어깨가 우뚝 솟았다.

그렇게 사진을 찍고 사인을 해 주며 다음을 기약한 진호는 몸을 돌렸다.

그리고 속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휴우. 처음부터 다시 할 뻔했네!'

칩을 기념품 삼아 떠나는 사람에게 가진 현금을 모두 주고 그 칩을 사야 하는 3차 해금 조건.

만약 이 중 하나라도 어그러졌으면 다시 슬롯부터 시작이었다.

"흠. 벌써 갈 건가?"

"아뇨."

'그럴 리가! 이제부터 시작인데!'

진호는 왜인지 체념하는 조나단 파블로에게 10달러짜리 칩을 보여주었다.

"딱 이것만 쓰고 갈래요."

"음? 그걸 쓴다고?"

진호는 실망하는 듯한 그를 보며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행운의 여신이 찾아 왔으니까요."

"행운의 여신?"

"걱정 마세요. 설사 잃는다고 해도 다시 살 테니까요."

의뭉스런 미소를 지은 진호는 몸을 돌렸다.

'이게 정말 행운의 여신이거든요.'

이 칩이 들어온 순간 주인공의 운이 폭발하면서 그의 진짜 재능도 개화한다. 진호는 4차 해금 조건을 해금하기 위해 블랙 잭 테이블로 향했다.

그리고 잠시 후, 조나단 파블로는 진호의 앞에 수북하게 쌓인 칩을 보며 입을 떡 벌렸다.

'이, 이게 어떻게?'

웅성웅성.

"봤죠? 이 칩이 행운의 여신이라고."

진호는 신혼부부에게 받은 칩을 손 위에서 굴리며 활짝 웃었다.

* * *

스킬을 거의 해금해서 기쁜 진호와 달리 카지노의 보안팀은 긴장이 고조됐다.

"저거 대체 누구야! 카메라 확인해 봐! 블랙리스트 확인해!"

"……속임수 없습니다!"

"블랙리스트 대조 결과 나왔습니다!"

사람들의 얼굴이 굳었다.

"블랙리스트도 아닙니다!"

"……그럼 대체 누구란 거야!"

50대의 팀장, 아니 그 옆에 있는 이 카지노의 총괄 매니저인 50대의 백인 남성은 정말 미칠 것 같았다.

'오늘 회장님의 중요한 손님이 오시기로 했는데이 무슨!'

곧 있으면 열릴 이벤트에 회장님의 중요한 손님이 참석하기로 했다. 이렇게 털리는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다.

"아, 팀장님! 저 사람 지노 리입니다. 요새 가장 핫한 가수요!"

"뭐? 가수?"

한 직원의 외침에 모든 이들의 시선이 집중되었고, 직원의 말은 재빨리 이어졌다.

"마돈나와 케이지가 프로듀싱한 천재 가수요. 내일 MGM 아레나에서 콘서트를 합니다. 그리고……"

직원의 설명이 이어질수록 총괄매니저의 눈빛이 기묘하게 빛났다.

"흠. 들어 본 적 있는 것 같군요. 그런데 그 정도로 유명하다는 겁니까?"

총괄 매니저의 질문에 그 직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말씀드린 대로 요새 가장 핫합니다. 얼마 전 참전용사들을 위한 추모곡을 발표해서 더욱 유명해졌습니다."

"흐음, 그래요?"

'외계인이라……'

갑자기 어떤 생각이 든 그는 왼손을 입가로 가져와 입을 열었다.

"한스, 지금 블랙잭 3번 테이블 보고 있습니까?"

-예, 총괄 매니저님! 역시 속임수입니까?

"아뇨. 운이 정말 좋은 사람이라고 판단되었습니다. 그보다 그 사람에게 곧 열릴 이벤트에 참석할수 있는지 물어봐 주세요."

-예?

"아니, 어떻게든 오늘 이벤트에 무조건 참석시키세요. 스위트룸을 줘서라도!"

무전을 끈 그는 전방의 화면을 보며 의미심장하게 눈을 빛냈다.

'어떤 파티든 꽃이 필요한 법이지.'

핫한 가수라니 아주 화려한 꽃이 되어 줄 터였다.

* * *

느껴진다. 아니, 보인다.

현재 게임의 흐름이 어떤지. 그리고 다음에 어떤 패가 나올지. 마치 몇 초 뒤의 미래를 보기라도 하는 듯 모든 게 선명하게 느껴진다.

'숫자 6 이상. 버스트. 3번 플레이어 아주머니 아웃.'

"8클로버. 3번 플레이어 버스트되셨습니다."

"아아!"

[스킬: 전국수석]이나[스킬: 셜록의 후예] 등 두뇌 관련 스킬로 남은 카드가 무엇인지 계산을 하거나 딜러의 표정으로 예측하는 게 아니다.

그냥 보이듯 느껴진다.

이것이 폭발한 운을 확인하는 4차 해금 조건 블랙잭 하기의 능력이었다.

'이 다음은 딜러의 블랙잭.'

카드를 나눠 주고 본인의 카드를 확인한 딜러가 바로 카드를 오픈했다.

"딜러 블랙잭입니다."

"앗!"

"으윽!"

이번에도 예측한 진호는 딜러의 시선이 닿자 고개를 젓고는 그에게 팁을 주곤 칩을 챙겨 몸을 일으켰다.

그런 그의 눈빛은 꽤나 의미심장하게 빛나고 있었다.

'행운의 여신이 이 정도로 말해주지는 않는데 말이야……'

생각나는게 있었다.

'블랙펄의 선장과 시너지를 냈다?'

"…… 재밌네."

"지노, 넌 대체……"

경악과 불신, 충격으로 가득한 조나단 파블로의 모습에 씩 웃은 진호는 딴 칩의 일부를 그에게 넘겨주었다.

"음?"

"이걸로 게임 하고 계세요. 전 이거 다른 애들에게 나눠 주고 올게요……. 응?"

무언가를 느끼고서 고개를 돌린 진호는 이쪽으로 다가오는 게 분명한 카지노의 스태프들을 보며 낯빛을 굳혔다.

'별로 안 땄는데?'

겨우 5천 달러 땄을 뿐이다.

물론 10달러를 500배 불렸으니 카지노 보안팀의 시야에 걸리긴할 테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었다.

'이러면 나가린데. 여기서 블랙먹으면 5차 해금 조건을 해금하는데 지장이 생길 수도 있는데…….

으음. 이렇게 되면……'

진호는 의심을 벗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안녕하십니까, 진호 리."

'응?'

진호는 눈을 끔뻑거렸다가 이내 옅게 웃었다.

'이거 봐라?'

"저를 아실 줄은 몰랐네요. 반갑습니다, 진호 리입니다."

"예, 저도 반갑습니다. 이곳 카지노의 홀 매니저 한스 그루버입니다."

"네, 안녕하세요."

'이럴수록 더 당당해져야 해!'

여기서 무마를 하고자 딴 돈을 모두 돌려줬다가는 오히려 더 의심을 받는다. 진호는 갑작스럽게 찾아온 행운에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는 사람의 감정을 연기했다.

"그런데 무슨 일이시죠? 다른 게임을 하러 가 봐야 하는데요!"

"오, 정말로 행운의 여신께서 찾아 오셨나 보군요. 축하드립니다."

"하하하! 네!"

"그렇다면 그 운을 더 크고 화려한 게임에서 시험해 보시는 게 어떻습니까?"

"더 큰 게임이요?"

'오! 이게 그건가?'

마카오에서 만나고 한때 좋은 감정을 가졌던 앨리에게 들어 본 적이 있다. 카지노는 가끔 큰돈을 딴사람에게 더 큰 판으로 유인해서 딴 돈을 모두 잃게 만든다고 말이다.

이걸 직접 당하고 나니 괘씸해진 진호는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어떤 게임인가요!"

"오, 역시 외모처럼 성격도 시원하시군요! 다름이 아니라 9시부터 본 카지노에서 작은 이벤트를 개최합니다. 종목은 텍사스 홀덤."

"네?"

진호는 눈을 다시 끔뻑였다.

'……잉? 이게 이렇게?'

5차 해금 조건이자 온전한 스킬습득 조건인 '카드 대회 참가하기'.

꼭 이곳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대회에 참가해야 하는 터라 혹여 블랙리스트에 올라 대회 접수조차 불가능해지는 건 아닌지 마음을 졸였던 진호는 속으로 헛웃음을 흘렸다.

'이 사람들이 찾아 왔을 땐 블랙리스트도 참가할 수 있는 정말 큰대회에 참가해야 하는 건 아닌지 걱정해야 했는데 말이야……'

모든 카지노는 블랙리스트를 공유하기 때문에 만약 블랙리스트에 오를 경우에는, 블랙리스트도 참가가 허용되는 정말 큰 대회에 참가 할 생각이었다.

이런 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홀 매니저는 작은 기대와 초조함을 담아 입을 열었다.

"우승 상금은 5만 달러입니다. 참가하시겠습니까?"

진호는 활짝 웃었다.

"당연히."

'스킬을 습득할 수 있는데 당연히 해야죠!'

진호는 속으로 그를 향해 허리를 꾸벅 숙였다.

'시간을 줄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