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331화 (331/424)

14권 7화

3. 투어 시작

"그 깜찍한 일을 벌인 사람이 전미 투어를 한다라……. 재밌군."

타임스스퀘어의 수 많은 모션 광고판에 걸리는 광고들은 결코 어느 한 광고 기업이 독점을 하는게 아니다.

다미앙 지사 미국 지부는 그 틈을 노렸고, 그 결과 80퍼센트 이상의 모션 광고판이 하나의 광고만 송출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당연히 타임스스퀘어에 산재한 광고 기업들은 난리가 날 수밖에 없었다.

"씨티 필드에서 시작한다고 합니다."

"뉴욕이라……"

결국 상반기 드라마시청률 2위를 달성한 더 로드 오브 월 스트리트의 배경인 뉴욕에서의 투어콘서트 시작.

제법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었다.

"흠. 과연 1위를 할 수 있을까?"

동양인이라는 인종은 문제가 안된다. 이미 K-POP은 빌보드에서 1위를 여러 번 한 전적이 있으니 말이다.

"이 미국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결국 1위는 할 수 없겠지."

고개를 끄덕인 사내, 70대의 노인은 이내 눈을 빛냈다. 이젠 너무 현란 하고 요란 해서 어지럽기까지 한 빌보드 음악보다 더 흥미를 끄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었다.

"요사이 세계 증권 시장에서 무패 행진을 이어 가는 세력이 그젊은 친구라고?"

"그의 자금 흐름을 조사해 보니 그렇습니다. 이번 타임스스퀘어 사태에 투입된 3천만 달러의 자금중 반절에 달하는 액수가 그에게서 흘러나왔습니다."

"흥. 그 사태가 자본만 있다고 해서 가능한 일이 아닐 텐데?"

"비상장을 제외한 모든 광고 회사들의 지분을 각기 최대 0.1 퍼센트씩 확보했습니다."

"그럼 그렇지."

이제야 내막을 파악한 노인의 미소는 더욱 짙어졌다.

"저우지엔과 웨이양이 제대로 된 비자금 관리팀, 아니 얼굴마담을 찾았군."

이번 타임스스퀘어 사태로 인해타임스스퀘어에 모션 광고판을 세운 광고 회사들의 주가가 꽤 상승했다.

겉으로 쓰인 1, 500만 달러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즉, 그들은 진호와 1, 500만 달러를 앞세우고, 뒤에서는 중국 자본의 영향력을 행사해 제법 큰 이득을 본 것이다.

움찔!

"음?"

노인은 미간을 좁혔다.

"잠깐. 자금의 흐름이 조사되었다고? 비자금의 흐름이?"

노인은 이게 어떻게 된 거냐는 듯 비서를 보았다가 다시 의아해했다. 비서의 낯빛이 흐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내 곧 비서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에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죄송합니다. 아무리 조사를 해도 중국 쪽 자본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쪽으로 돈이 흘러 가는 정황이 포착되지 않고 있습니다."

"아, 그렇다면 요즘 계속 주가가 올라가는 에드워드 왕자의 비자금이…… 아니군. 자네 표정을 보니."

"예. 에드워드 왕자의 비자금도, 아르노 베르베우의 비자금도, 피에 트로 베타리의 비자금도, HU 회장의 비자금도, 그 어느 개인, 그어느 세력의 비자금도 아닙니다. 오직 미스터 리가 여태껏 벌어들인 수입을 통해 형성된 자금입니다."

"……그러니까 지금 자네 말은 타임스스퀘어 모션 광고판의 80퍼센트 이상을 확보한 게 오직 HU 에이전시 다미앙 지사 미국 지부직원들의 영업력과 진호 리의 자금 때문이라는 건가? 진호 리가 광고 회사들의 지분을 확보한 것도 따로 팀을 운영한 게 아니고?"

'그게 말이 돼?'

냐는 물음이 삭제된 말.

비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법인 명의로 된 총 15개의 계좌를 직접 운용하고 있습니다. 접속 위치들과 진호 리의 동선이 겹치고 있습니다. 그리고 법인 등록자는 그의 부모인 형만 리, 진희 나입니다."

"즉, 그 말은……"

"예."

그 자금의 규모가 작아서 두드러지지는 않지만, 이미 알 만한 이들은 은밀히 뒤를 좆아 투자를 하고 무패행진의 세력.

"그 미라클이라 불리는 세력은 진호 리 개인인 것 같습니다. 그가 최대한 절세를 했다는 가정하에 나오는 세금과 그가 낸 세금의 액수가 89퍼센트 일치하고 있습니다."

무거운 침묵이 그들 사이에 내려앉았다.

노인은 이 믿지 못할 이야기에 한참 동안 침묵하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이들은?"

"CIA에서도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그렇겠지. 바라보는 관점이 엇나간 상태니까……"

아마 지금도 그들은 진호의 그열다섯 계좌에 든 자금이 조세 피난처로 이동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터였다.

톡톡톡.

검지로 책상을 두드리며 생각을 정리한 노인은 다시 비서를 보며 눈을 강렬하게 빛냈다.

"지금 어디로 가고 있다고?"

"씨티 필드입니다. 그러나 현재티켓은 모두 매진됐습니다."

"으음……."

* * *

전세기 안, 헤드셋을 낀 채 오늘 부를 노래를 다시 점검하고 있던 진호는 우우웅 알람을 울리는 핸드폰을 보곤 노트북을 꺼내 들었다.

뉴욕 증시가 마감하는 시간이었다.

"……흠. 내일은 팔아야겠네."

타임스스퀘어에 지분을 가진 광고 회사들의 파도가 잦아드려는게 보였다.

고개를 끄덕이며 홈 시스템 트레이딩 프로그램을 조작하고 끈 진호는 보안 프로그램을 열었다가 미간을 좁혔다.

"진짜 이놈들은 누구지?"

누군지는 모르지만, 자꾸 이쪽을 확인하려는 이들이 있었다. 못해도 서른 곳이 넘었다.

"……암튼 이놈의 파파라치와 악성 해커들."

솔직히 이들 말고는 노트북과 컴퓨터를 보려는 사람은 없다고 봐야 했다. 다행이 여태까지는 접속IP만 털렸지만, 아니 딱 그 정도만 보고 떨어지도록 설정해 놓았지만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내 노트북이나 핸드폰을 들여다보려고 해 봐라. 니들이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나!"

그러면서도 살짝 졸린 진호는 직접 만든 클라우드 서버에 밖으로 유출되면 살짝 곤란해질 사진들을 보내 놓고는 노트북과 핸드폰에서 완벽하게 삭제시켜 놓았다.

"……확, 씨. 바이러스 폭탄을 투하시켜 버릴까 보다."

힘들 때마다 조용히 꺼내 보던 아름다운 사진들을 보려면 이제 몇 단계를 거쳐야 하니 진호로서도 짜증이 날 수밖에 없었다.

"진짜 해 버려?"

이미 그들의 PC에는 트로이 목마가 잠들어 있다.

이쪽의 보안 프로그램을 파고드는 즉시 트로이 목마가 스며들게 프로그래밍을 짜 놓았기 때문에 명령어만 입력하기만 하면 된다.

진호는 진지하게 고민을 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에휴. 그놈들 컴퓨터를 날려 봤자 뭐하나. 어차피 다른 컴퓨터로 또 해킹해 올 텐데."

'몇 곳은 트로이 목마를 발견해서 삭제시키기도 했고.'

할 거라면 한 번에 모두 날려 버리는 게 속이 후련할 텐데, 그럴수가 없으니 찝찝하기도 했다.

"오늘 콘서트가 끝나면 보안 프로그램을 업그레이드해야겠네."

'트로이 목마를 더 작고 은밀하게 만들어야겠어.'

혀를 찬 진호는 몸을 일으켜 로날드 드롭과 까타레나 등 이번 전미 투어에 함께할 가수 파트 연습생들에게로 향했다.

"……자네."

방금까지 연습을 한 듯 머리카락이 달라붙은 잔뜩 지친 얼굴이 붉게 상기되어 있다. 계속 연습을 하다가 이 에어컨 바람에 깜빡 졸은 것이 분명 했다.

'그래, 너희가 더 긴장되겠지.'

진호 본인은 미국에서 처음으로 하는 콘서트지만, 이들에게는 생에 첫 번째 콘서트 공연이다. 그것이 혹여 오프닝 무대 혹은 중간에 숨을 돌리기 위한 무대라고 해도 이들이 느끼는 중압감은 이들 인생에서 가장 무거울지도 몰랐다.

진호는 이쪽을 향해 담요를 가져오는 승무원들에게 고개를 숙여주고는 다시 자리로 돌아가 헤드셋을 썼다.

"제자들에게 본이 되어 줘야지."

이번 투어 콘서트. 선생으로서의 권위마저 세워야 할 듯싶었다.

"와!"

"우와아!"

로날드 드롤과 까타레나 등 가수파트 S클래스 연습생들은 씨티 필드에 세워진 무대를 보며 형언할수 없는 감정을 느꼈다.

"당장 어제까지만 해도 야구 경기를 했던 곳인데……"

그런데 지금 보이는 모습은 인터넷에서 매체에서 보던 콘서트장이다. 마치 마술을 부린 것 같았고, 자신들은 그 마법 세상에 있는 것 같았다.

진호는 그렇게 신기해하는 제자들을 향해 다가가며 싱긋 웃었다.

'나도 저랬지. 아니, 지금도 그렇지.'

지금도 단 하루 만에 콘서트장으로 바뀌는 경기장을 보면 놀랍기만 하다.

'그래도 긴장보다는 감탄부터 하는 걸 보니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네.'

스탠딩까지 4만 명이 넘는 팬들을 수용할 콘서트임에도 얼어 버린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역시 범상치 않은 아이들이었다.

"누가 오프닝이야?"

"저요!"

"까타레나 네가?"

"네!"

"……그래, 성량이 좋은 네가 오프닝을 맡는 게 좋겠네."

진호는 그들의 무대 순서에 대해 터치를 하나도 하지 않았다. 지금부터 스스로 하는 버릇을 길러 주려 한 것이다.

"그렇죠? 선생님도 그렇게 생각하시죠? 봐, 로날드! 넌 아직 오프닝 같은 중요한 무대는 할 수 없다니까! 베-!"

"……크으윽! 내가 3개월만 빨리 선생님을 만났어도!"

"패배자의 변명이야?"

"이 꼬맹이가 진짜 죽을려고! 누가 패배자야!"

"누가 꼬맹이야! 이렇게 잘 빠진 꼬맹이 봤어?"

한숨을 내쉰 진호는 둘의 머리를 탁탁쳤다.

"니들이 사귀든 말든 신경 안 쓰는데, 일하러 왔으면 집중하자."

"사, 사귀긴 누가……. 예,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고개를 끄덕인 진호는 까타레나의 등을 살짝 밀었다.

"네?"

"오프닝 음향 점검해야지."

"네? 제, 제가요?"

"그럼 네 무대 점검을 누가 해야 하는데?"

"어……"

그건 맞는 말이었다.

"그, 그렇지만 저는!"

"실수해도 상관없으니까 해 봐. 더 나은 방향이 있으면 알려 줄테니까."

"……네!"

믿겠다는 듯 고개를 크게 끄덕인 그녀는 스태프가 건네는 마이크를 들고 무대 위로 올라갔고, 진호는 음향 감독을 찾았다.

아이들이 졸졸졸 진호의 뒤를 쫒았다.

"반갑습니다, 이진호입니다."

"이번 투어 콘서트에서 음향 감독을 맡은 샘 스미스입니다."

"총괄인 잭슨 빌입니다."

"이런, 세 번째로 잘 보여야 할 분이 여기 계셨네요. 이진호입니다."

"세 번째 말입니까?"

"두 번째는 무대 연출을 해 주실 감독님이죠."

"……하하핫!"

아이들은 이 숨 막히는 공간에서 장난까지 치는 진호는 존경스럽다는 듯 보았고, 진호는 솟으려는 콧대를 슬그미니 눌렀다.

"아, 이쪽은 오프닝과 브레이크타임에 설 저희 회사 연습생들입니다."

"아."

그들은 서로 인사를 나눴다.

그 후 총괄인 잭슨 빌은 진호의 뒤를 살폈다.

"그런데 마돈나 씨는……"

"케이지와 함께 곧 도착할 예정입니다."

"그렇습니까?"

잭슨 빌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지자 진호도 웃음을 터트렸다.

-아아! 체크!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무대에 선 까타레나의 말에 모든 이의 시선이 그녀에게로 향했고, 진호의 눈빛은 차갑게 가라앉았다.

미국에서는 처음인 콘서트다.

아무리 그녀가 제자라지만, 실력이나 컨디션이 좋지 못한다면 빼는 게 맞았다.

본인의 콘서트를 망치기 전에 말이다.

진호는 귀를 활짝 열고 그녀의 입을 주목했다.

그리고 이내 흐뭇하게 웃었다.

* * *

우글우글! 웅성웅성!

"하, 드디어 지노의 콘서트를 보는구나."

"길었어, 정말."

"이젠 한국행 비행기를 타지 않아도 되는 거지?"

누가 지니어스 아니랄까 봐 가지런히 줄을 서서 씨티 필드로 입장하는 지니어스 뉴욕 팬들의 얼굴이 밝다.

그런데 그중에는 놀랍게도 40대 이상의 사람들도 제법 있었다.

"마돈나의 무대를 볼 수 있다니, 크으-! 대체 몇 년 만이야!"

"좀 비쌌지만, 케이지의 랩을 단한 곡이라도 라이브로 들을 수 있다면 손해는 아니지!"

"어서 오세요! 진호 리 콘서트입니다!"

"수건과 물 받아 가세요! 디을과 제주 삼다수에서 후원합니다! 동봉된 설명서 무조건 확인하세요!"

"방수 핸드선풍기 받아 가세요! 한국의 SJ그룹에서 후원합니다!"

"부채도 팝니다! 지노가 직접 디자인했고, 전액 기부합니다!"

가만히 걷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어느새 양손 무겁게 굿즈를 들게 된다.

그렇게 지정된 자리에 앉거나 서서 굿즈를 살피던 그들은 갑자기 불이 팍 꺼지자 모두 무대를 응시했다.

"오프닝 무대가 누구야?"

"까타레나? 신인 가수인가?"

"무슨 소리야. 지노의 제자잖아!"

"뭐? 진짜? 슈퍼스타 지니어스의 그 까타레나? 브라질의 그 까타레나?"

"와우. 까타레나가 벌써 데뷔하는거야?"

커다란 스크린에 나오는 오프닝싱어의 이름 까타레나. 지니어스의 눈에 온기가 퍼져 갔다. 그 자신들이 직접 참여한 슈퍼스타 지니어스를 통해 발굴되어 계속 응원해온 동료였기에 질투보다는 흐뭇함이 앞선다.

"쉿. 노래 나온다."

"어? 이 노래는?"

미국인이라면 너무도 익숙한 전주였다.

사람들의 눈이 동그랗게 떠진 그 순간.

-Listen-.

파파팡!

무대의 불이 켜지며 힘껏 꾸민 까타레나가 모습을 드러내자 지니어스는 입을 활짝 열었다.

"……꺄아악!"

"까타래나-!"

꺄아아아아악!

문과 벽을 찢고 쏟아지는 비명과 같은 함성 소리에 진호는 옅게 웃으며 옆을 보았다.

가죽으로 만든 검은색 코르셋을 착용한 마돈나.

늙은 나이임에도 여전히 섹시함이 철철 흘러넘친다.

"변장술이에요? 이 정도면 주름이 안 보이겠는데?"

"시끄러."

"푸흐흐. 어때요. 제 제자의 솜씨가?"

"……흥. 그럭저럭 들을 만하군."

"암튼 솔직하지 못하다니까."

"누가 솔직하지 못한……"

벌컥!

"지노! 이제 이동해야 됩니다!"

순간 대기실을 침묵에 빠트리는 외침이었다.

진호는 조용히 인이어를 끼며 몸을 돌렸다.

"이따가 봐요."

"휘저어 버려, 애송이."

씩 웃은 진호는 월터를 비롯한 경호팀을 보며 발을 내딛었다.

그와 함께 무대로 향한 진호의 이동이 시작되었다.

저벅, 저벅, 저벅!

복도를 바쁘게 뛰던 스태프들이 벽에 달라붙고, 경호원들은 혹시 모를 위험이 있을까 잔뜩 긴장을 하며 움직였다.

그렇게 무대 아래에 도착한 진호는 조용히 눈을 감으며 마음속으로 곡을 흥얼거려 갔다.

"지노, 올라가야 합니다."

"예."

진호는 무대로 향하는 계단을 강하게 밟았다.

그러다 깜짝 놀라 멈춰 섰다.

"서, 선생님……"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하얗게 질린 까타레나.

패닉 상태인 건지 입구 쪽으로 퇴장해 버린 그녀의 모습에 웃음이 튀어나온 진호는 그녀의 어깨를 툭툭 두드린 후 경호팀에게 인계 했다.

"잘 했어. 그리고 잘 봐."

"네?"

의문을 뒤로한 진호는 불이 켜진 무대 위를 걷기 시작했다.

그 순간, 씨티 필드에 정적이 내려 앉았다.

저벅, 저벅, 저벅!

"……까아아아아아아악!"

"와아아아아아악!"

'그래, 이거지!'

이 함성. 이 외침. 이 갈망. 그리고 이 수 많은 사람들.

참 지독히도 오랜만이었다.

진호의 얼굴이 만족으로 가득 해졌다.

그리고 무대 뒤편에서 댄서팀이 우르르 몰려나오는 것과 동시에 타이틀 곡의 음악이 흘러나왔다.

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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