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329화 (329/424)

14권 5화

금연용인 시나몬 스틱을 입에 문채 케이지는 느긋이 걸음을 옮겼다.

그러다 잠시 멈춰 서며 미간을 찌푸렸다.

"빨라도 너무 빠른데……"

진호가 춤을 배우기 시작한 지 이제 고작 일주일이 지났을 뿐이고, 케일라 스튜디오에 들어간다고 연락이 온 지는 이제 겨우 하루가 지났을 뿐이다.

그럼에도 마돈나는 케이지를 뉴욕으로 불렀다.

"그것도 녹음기를 들고 오라니……"

'설마 포기인가?'

"그래, 포기인가 보군. 그렇지 않고서는 이렇게 빨리 부를 리가 없지."

그 괴악했던 댄스. 불타올랐던 마돈나도 드디어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했나 보다.

케이지는 아쉽다는 듯 혀를 찼다.

"그 외모에 댄스까지 되면 빌보드에 핵폭탄이 떨어지는 건데……. 아쉽게 됐어."

빌보드에서 성공한, 아이콘이라 불린 남자 가수들은 죄다 댄스를 출 줄 알았다. 댄스는 남자 가수가 세대의 아이콘이 되는데 거의 필수 조건이라고 할 수 있었다.

케이지는 미련을 품으며 케일라 스튜디오 안으로 올라갔다.

"케, 케이지?"

"도나, 아니 마돈나가 절 불렀습니다."

"아, 오시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이쪽으로."

감사하다 말을 전한 케이지는 프런트를 지키던 여성의 뒤를 좆아케일라 스튜디오의 맨 위층으로 향했다.

복도를 걷던 그는 문에 작게 난 창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스트릿 힙합 댄서들과는 차원이 다른 표현력.

'역시 케일라답게 춤의 수준이 높군.'

"이곳입니다."

"어? 여긴?"

아무 팻말이 없는 이곳은 케이지도 아주 잘 아는 곳이었다.

"여긴 전문 댄서, 이곳 케일라의 아티스트들이 연습하는 곳 아닙니까?"

'여기에 그 친구가 있다고? 아, 도나만 있나 보군. 그럼 그 친구는 어디에 있는 거지?'

안내인은 어색하게 웃으며 문을 열었고, 생각에 빠진 케이지는 무심결에 발을 내딛었다.

쿵, 딱! 쿵쿵, 딱!

경쾌하게 울리는 비트에 생각을 멈춘 그는 마돈나를 찾아 고개를 들었다가 이내 굳어 버리고 말았다.

십여 명의 댄서들의 가장 선두에 서서 춤을 추고 있는 진호가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마치 학이 고개를 드는 듯 위로 뻗는 손과 온몸을 옥죄는 단단한 알을 깨고 나오듯 강력하게 내뻗어지는 발.

케이지는 입을 헤 벌렸다.

"홀리……"

* * *

"요점은 무게 중심이야."

그 말이 맞았다.

발레보다 무게 중심이 낮은 그들의 춤.

고작 그 차이였을 뿐이다.

"헉! 허억!"

"허억! 헉!"

저벅저벅!

댄서들의 가장 앞에 있었던 진호는 이쪽을 향해 다가오는 마돈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봐, 내가 보면 안다고 했지? 결국 춤은 무게 중심의 이동에 어떤 뜻을 담냐는 것뿐이야."

진호는 이쪽을 괴물을 보듯 바라보는 전문 댄서들의 시선에 볼을 긁적였다.

'무중력……. 정말 사기네.'

"…….Jesus! What the fuck?"

"응?"

고개를 돌린 진호는 활짝 웃었다.

"케이지! ……아니, 아니지. 배신자가 여기까진 웬일이십니까?"

"저, 정말 너 맞는 거야?"

"……뭐라는 거예요?"

"정말 방금 춤춘 사람이 너 맞는 거냐고!"

"제가 춤추는 걸 케이지가 봤다면, 아마도?"

뿌듯했다. 유명 프로듀서인 케이지의 얼굴이 충격과 공포로 굳어 있는 모습을 보니 굉장히 뿌듯해졌다.

진호는 슬그미니 가슴을 펴고 코를 치켜세웠다.

"Jesus Christ…… 대체 무슨 마법을 부린 겁니까, 도나! 어, 어떻게 그 핵쓰레기가 이렇게 될 수 있는 거냔 말입니다!"

'……이 사람이 말을 함부로 하네.'

그래도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하지만 과거의 자신을 알고 있는 진호는 입을 다물기로 했다.

"이 애송이, 춤에도 재능이 있었어. 누구도 제대로 가르쳐 주지 않았을 뿐이지."

케이지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진호를 보았다.

"……이봐, 친구. 정말 외계인인거야?"

"사람입니다."

마치 나사에 전화를 걸려는 듯 핸드폰을 꺼내는 그의 모습에 단호히 말한 진호는 히죽 웃었다.

"어때요. 이젠 작업에 들어가도 될 것 같아요?"

"그걸 말이라고!"

피식 웃은 케이지가 몸을 돌렸다.

"당장 가야겠군. LA로."

화들짝 놀란 진호는 마돈나를 보았고,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담배를 물었다.

진호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제 시작이구나!'

* * *

-당장 가야겠군. LA로.

그렇게 영상이 끝나자 회의실에 앉은 스티븐 팀장이 입을 다물었다. 그뿐만 아니다. 미국에서 헤드헌팅을 한 임직원들 역시도 입을 다물었다.

찌리릿!

그들은 온몸을 관통하는 충격과 전율에 입을 열지 못했다.

-일단…….

회의실에 앉은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모니터 속 다미앙에게로 향했다.

-훌륭한 영상을 찍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미스터 파블로.

"허헛. 오히려 제가 더 감사합니다, 미스터 토마소."

이는 진심이었다. 진호가 마돈나, 케이지와 곡 작업을 하는 모습도 영상을 찍었기 때문이다.

'그런 천재였다니!'

댄스를 말하는 게 아니다. 마돈나와 케이지에 밀리지 않고 스스럼없이 의견을 밝히며 또 그 의견을 곡에 반영시킬 정도의 천재였다.

진호의 재능은 아시아가 아니라 이곳 미국에서도, 빌보드에서 통할만큼 엄청 났다.

"훗날 빌보드를 제패할 천재의 성장사를 찍게 해 줘서. 그리고 이런 대형 프로젝트에 함께하게 해줘서 정말 감사합니다. 녹음하는 영상은 곧 편집해서 보내겠습니다."

-별말씀을.

고개를 숙였다 편 다미앙은 미국지부 임직원들을 보았다.

-어떻습니까. 이제 왜 제가 다미앙 지사가 진호 씨의 서포터라 말했는지를 이해하시겠습니까?

"……이런."

"크흠. 이미 인정한 일 가지고……"

"예!"

"예써!"

대답을 하는 그들의 얼굴은 무척이나 밝았다.

'외계인, 외계인 하더니 정말 외계인이었어!'

'이 엄청난 재능들에 그런 기획 능력이라니! 하늘이 정말 불공평한 존재를 내려 주셨군!'

'대체 어떻게 이런 천재성을 대학 입학할 때까지 숨긴 거지?'

미국의 유명한 유명 기획사에서 일을 하면서 수 많은, 정말 해변의 모래알만큼 많은 진짜 배기 천재들을 봐 온 그들조차도 인정을 할 수밖에 없는 천재성.

-그럼 이제 지사의 능력도 인정합니까?

당연히 인정한다.

조나단 파블로를 끌어와 이런 영상을 찍게 만들고, 아마존 OTT 서비스와 계약을 해 놓았다.

인정을 안 하면 더 이상 이 자리에 앉아 있을 자격이 없다 할 수 있었다.

"예!"

"옛썰!"

-좋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이진호 빌보드 데뷔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가동하겠습니다. 움직이십시오.

"예!"

벌떡 일어난 그들은 움직이기 시작했고, 조나단 파블로도 몸을 일으켰다.

"벌써 가시는 겁니까?"

벌떡 일어난 장경아 지부장의 말에 조나단 파블로는 당연하다는 듯 씩 웃었다.

"세상 모든 사람들보다 한발 먼저 명곡을 듣는다는 건, 그 명곡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직접 본다는 것은 정말 짜릿한 경험이더군요."

너무도 끈적끈적해서 그저 노래를 듣는 것뿐임에도 볼이 절로 달아오르던 곡과 그 표정.

-I don't wanna be your……

지금도 눈을 감으면 들려오는 그 몽환적인 노래 소리에 조나단 파블로는 성큼성큼 회의실을 빠져나갔고, 장경아 지부장은 다미앙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은 사라지는 조나단 파블로의 등을 좇고 있었다.

달칵!

-장 지부장.

"예, 지사장님."

-조나단 파블로. 영입할 수 있겠습니까?

"……작가팀부터 꾸려 보겠습니다."

-믿겠습니다.

"예!"

고개를 푹 숙인 장경아 지부장은 회의실을 빠져나갔고, 다미앙은 조용히 중얼거렸다.

-OTT 서비스…….

Over The Top.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는 TV 서비스를 일컫는 단어인 OTT 서비스.

-정말 만세로군. 이런 세상이 와줘서.

그렇지 않았다면 조나단 파블로 같은 거 물을 영입할 생각은 꿈조차 꾸지 못했을 것이다.

다미앙은 옅게 웃었다.

-그나저나 진호 씨는 지금 뭘 하고 있을지……

그는 자신을 이렇게 뜨겁게 만드는 진호의 근황이 무척이나 궁금했다.

* * *

"좋다."

작열하는 LA의 햇빛조차도 침범하지 못하는 파라솔 아래, 비치 체어에 누워 바람에 일렁이는 커다란 수영장을 바라보며 휴식을 만끽하던 진호는 귀를 자극하는 코고는 소리에 옆을 응시했다.

"도르릉!"

"고르릉!"

마돈나와 케이지, 두 사람이 알몸으로 엎드려 누워 잠을 자고 있었다. 둘의 몸은 마치 기름을 바른듯 번들거리고 있었다.

"에비."

못 볼 걸 봤다는 듯 고개를 돌린 진호는 다시 한적한 수영장을 응시했다.

"진호야, 회의 결과…… 커헉?"

순간 얼굴이 달아오른 정 실장이 필사적으로 시선을 돌렸다.

"저, 저거 뭐야?"

"제가 만든 오일을 발라서요. 물론 제가 발라드린 건 아니지만."

이곳 케이지의 저택에 상주하는 전속 마사지사가 정성 들여 마사지를 했다.

"그 수면제?"

"심신이완용 마사지 오일."

"업어치나 메치나. 그런데 효과가 너무 빠른데?"

"제가 쇼에 서기 전에 쓰는 특제품이에요. 그래서 회의 결과는 어떻게 됐는데요?"

"아, 맞아."

고개를 끄덕이던 정 실장이 환하게 웃었다.

"프로젝트 가동했다."

"오오!"

벌떡 일어난 진호는 흥분으로 가득한 눈으로 정 실장을 향해 손을 내밀었고, 정 실장은 들고 있던 회의록과 프로젝트 내용을 진호에게 넘겼다.

"호오. 흐음."

샤락! 샤락!

"음? 이번엔 콘서트 일정까지 잡혔네요? 그런데……"

진호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마지막 콘서트 장소가 너무 경악스웠기 때문이다.

"워후. 메디슨 스퀘어 가든이요? 이게 가능해요?"

"당연히 빌보드에 이제 막 데뷔하는 일반적인 가수라면 불가능하지. 하지만 넌……"

"Madison Square Garden?"

진호와 정 실장의 고개가 돌아갔다.

마돈나와 케이지가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아, 일어나셨어요?"

"시끄러워서. 그런데 그게 무슨 말이야?"

"메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콘서트를 할 거래요."

마돈나와 케이지가 눈을 껌뻑였다.

"네가?"

"와우. 너희 회사 영업력 죽이는데?"

메디슨 스퀘어 가든. 여기 마돈나나 케이지, 네드 시런 같은 빌보드의 정상들만이 콘서트를 할 수 있는 프라이드 높은 장소다.

그렇기에 그들은 믿을 수가 없었다.

"아직 미정이에요. 희망 사항이죠. 확정된 곳은 시티 필드."

뉴욕 메츠의 홈구장으로, 약 4만 여 명의 객석을 갖춘 곳이다.

지니어스 USA 뉴욕 지부에 가입한 팬의 숫자가 약 10만 명 정도 되었기에 1회라면 충분히 할 수 있었다.

"……그럼 그렇지."

마돈나와 케이지는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둘이 프로듀싱을 했다는 타이틀을 달고 있어도 메디슨스퀘어 가든에서 공연을 한다는게 쉽지 않다는 걸 아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둘은 눈을 빛냈다.

"하지만 혹시 모르지. 지금 녹음하고 있는 메인 타이틀이 대중에게 먹히고, 그게 또 전국적으로 인기를 끈다면 할 수 있을지."

곡들은 정말 죽이게 뽑혔다. 셋과 조나단 파블로를 비롯한 촬영팀전원이 감탄을 할 만큼 말이다.

그러나 그들의 감상과 대중의 입맛이 같다고는 장담할 수 없었다.

"……당연히 그래야죠. 당연히."

진호의 눈이 기이한 열기를 머금기 시작하자 마돈나는 만족스럽게 웃으며 담배를 물었다.

"희망 사항을 이루는 건 네 역량이야, 애송이."

"당연한 말씀을 하시네요."

'곡뿐만이 아니야. 성공하기 위해서는 홍보도 받쳐 줘야 해.'

제아무리 좋은 곡이라도 홍보의 역량이 딸리면 빛을 다 발하지 못하고 잊혀진다.

진호는 프로젝트 내용 중 홍보내용을 세심히 살피기 시작했다.

일단 지니어스에 알리는 것으로 시작해, 300만 명이 넘는 지니어스의 화력으로 인터넷에서 이슈를 만든다는 골자의 내용.

"그 외로는 지하철과 버스, 미튜브 등에 광고를 도배한다라……"

"완벽하지."

"그렇죠. 완벽하죠. 그런데……"

'왜지? 임팩트가 약하게 느껴져.'

빌보드라는 거대한 무대의 데뷔라는 긴장감 때문인지, 아니 마돈나와 케이지에게 피해를 끼치고 싶지 않다는 마음 때문인지 홍보내용이 빈약하게 느껴진다.

"그런데 뭐?"

정 실장은 이 완벽한 계획에 꼬투리를 잡으려는 듯한 진호의 모습에 갑자기 불안해지기 시작했고, 마돈나와 케이지는 눈살을 찌푸렸다.

"뭐야, 둘만 이야기하는 거야?"

"아."

진호는 재빨리 둘에게 홍보내용을 말해 주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막대한 지분을 차지하는 둘이기에 알려 줄 수 밖에 없었다.

둘은 다시 놀랐다.

"와우. 정말 그걸 다 할 수 있다고?"

"이미 여기까지는 진행된 거예요."

"……아주 엄청난 능력자들을 직원들로 뽑았나 보군."

케이지뿐만 아니라 마돈나도 혀를 내둘렀다.

말이 버스와 지하철 광고지, 미국은 52개 주의 드넓은 대륙이다.

그곳에 있는 모든 중요 도시에 버스와 지하철에 광고를 싣는다는 건 그들 소유의 회사도 모든 역량을 발휘할 때나 가능한 일이었다.

'역시 내 기우일까.'

케이지와 마돈나의 칭찬에 진호도 마음을 살짝 놓으며 웃을 수 있었다.

"유니버설을 비롯해 수 많은 기획사들에서 유능한 인재들을 헤드헌팅 했거든요."

"……너희 정말 자본력이 좋구나."

"그렇죠. 엄청 좋죠. 미국의 웬만한 대형 기획사…… 응? 자본력?"

거기다 미국 중요 도시 지하철과 버스에 광고를 실을 수 있게 만드는 영업력과 인맥을 갖춘 유능한 인재들이 진호의 머릿속을 스쳤다.

그와 동시에 하나의 단어 역시도 떠올랐다.

진호의 눈이 프로젝트 서류로 향했다.

'스퀘어!'

그는 재빨리 콘서트 내용이 적힌 페이지를 열었고, 정 실장은 그런 진호의 모습에 불안감이 더욱 짙어지는 걸 느꼈다.

"또, 또 뭐하게! 인마-!"

"흐음. 흠……"

'임팩트라……. 이게 가능하면 정말 미친 짓인데……. 에이! 모르겠다! 한번 말해나 보자!'

진호는 핸드폰을 들어 스티븐 팀장에게 전화했다.

-네. 스티븐입니다, 지노.

"팀장님, 이거 미친 놈 헛소리라고 생각하지 말고 들어 보세요. 왜인지 여러분의 능력이라면 가능할 것 같아서요."

-……대체 뭘 말하시려고?

이젠 스티븐 팀장도 진호에 대해 어느 정도 육감이 생겼다.

그는 갑자기 미친 듯 불안해지기 시작했고,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에 흥분하기 시작한 진호는 재빨리 입을 열었다.

"타임스 스퀘어!"

-타임스 스퀘어? 거길 왜……

"거기 모든 광고판을 빌리는 거 가능합니까?"

-……예?

"……미쳤냐-!"

영어로 된 대화에 정 실장뿐만 아니라 마돈나와 케이지 역시도 입을 떡 벌렸다.

'홍보는 임팩트 있게 가야지!'

그동안 벌은 돈 모아 둬서 뭐하나. 인생은 한 방이었다.

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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