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321화 (321/424)

13권 22화

디올 옴므의 뮤즈에서부터 시작해, 디올의 뮤즈가 된 진호와 디올 향수의 여신인 샤론 테즈.

당연히 서로 알 수밖에 없는 사이였다.

"오우, 꼬마. 이게 대체 얼마 만이지?"

진호는 그녀의 눈에 서린 짙은 반가움에 살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광고 캠페인을 한 번 같이 찍은 것뿐인데……'

이후 뒤풀이에서도 스쳐 지나가 듯 별다른 대화를 하지 않았고, 그녀와의 인연은 거기서 끝났다.

'그래도……'

"꼬마라……. 성격은 여전하시네요, 샤론."

굉장히 털털하고 와일드한 성격인 그녀. 초원의 암사자란 단어가 다시금 떠올랐다.

"하핫! 할리우드에 입성했다는 소리는 들었어."

"듣기만 했어요?"

진호는 말 잘 하라는 듯 눈을 가늘게 떴고, 그런 도발에 살짝 놀란 샤론 테즈는 고혹적으로 웃으며 진호의 볼을 쓰다듬었다.

"연기, 제법이었어."

"……흐흐. 고마워요."

칭찬은 언제 들어도 짜릿했다. 그것이 대배우의 칭찬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그래서, 오늘 파티는 어떤 자격으로 참가하게 된 거야? 모델로?"

파티를 빛낼 소품으로 참가했냐는 뼈가 있는 말이었다.

'정말 여전해.'

진호는 눈웃음을 지었다.

"코난에게 초대받았어요."

"……호, 그래?"

"네, 직접."

"흠. 존 리가 그 정도였나…… 아, 혹시 코난 쇼에 출연한 거야?"

"다다음주에 처음부터 끝까지 단독 게스트로 출연해요."

사론 테즈가 눈을 빛냈다.

"그런 거였군."

'코난이 도우려는 거야.'

이제야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놀랍다는 듯 진호의 위아래를 살폈다.

'그 깐깐한 괴짜가 도와주려 한다라……'

그녀는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왜인지 갑자기 오싹해진 진호는 '에어컨 바람이 세나'하며 엘리베이터 내부 이리저리를 둘러보다 아차하며 다시 샤론 테즈를 보았다.

"그런데 자선 경매 파티는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 거예요?"

1년에 최소 4번, 자선 경매 파티를 연다는 코난 라이언. 그러나 파티 내용이 흘러나온 적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었다.

"자선 경매 파티는 처음이라서요."

"흐응……"

순진무구한 진호의 눈을 샤론 테즈는 순간 짓궂게 웃었다.

"보면 알 거야."

"에이. 그러지 말고……"

띠잉!

"도착했습니다."

"먼저 가지."

샤론 테즈는 먼저 엘리베이터를 빠져나왔고, 진호도 재빨리 그녀의 뒤를 따랐다.

저벅! 저벅! 따라라!

'응?'

점점 또렷하게 들려오는 80년대 재즈음악과 인간이 만들어 내는 소음.

진호의 걸음이 약간 빨라졌다.

그렇게 약속된 장소에 도착한 진호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활짝 열린 문 안으로 보이는 슈트와 드레스의 향연. 마치 영화 속 귀족 파티의 한 장면 같다.

'위대한 개츠비가 아니구나……'

내심 기대를 했던 진호는 약간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샤론 테즈, 확인됐습니다. 파티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진호 리, 확인 됐습니다. 파티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다시 한번 검사된 파티 초대장.

"그럼 다음에 보자고, 꼬마."

투욱!

진호의 허리를 두드린 샤론 테즈는 인파 속으로 사라졌고, 진호는 고개를 저으며 호스트인 코난 라이언을 찾았다.

'아, 저기 있…… 우와!'

떼어지려던 발이 다시 붙들려질 만큼 화려한 게스트들.

배우로는 이언 맥컬렌과 사무엘 N 잭터 등이 보이고, 가수로는 브루노 마스와 카밀라 카베스, 마돈나 등이, 기업인으로는 마커 주크버드, 펠리스 엘튼 등이 보였다.

모델로는 옛 전설들이 가득 모여있었다.

"……미쳤네."

미국에서 내로라하는 유명 인사들이 모두 여기에 모여 있는 것 같았다.

'인정한다.'

사론 테즈가 참가 자격을 물은건 결코 잘못된 게 아니었다. 이 파티는 그만큼 격이 높았다.

낯빛을 굳혔다가 활짝 웃은 진호는 코난 라이언에게 다가갔다.

"코난."

"오! 왔어? 이쪽은 알지?"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잭터. 팬입니다, 마블의."

"오우. 하하핫! 만나서 반가워요, 사무엘 잭터입니다. 그런데 내 기억이 잘못된 게 아니면……"

"과분하게도 LVMH의 뮤즈로 불리고 있습니다."

"아! 하하하! 역시!"

사무엘 N 젝터는 다시 악수를 청했고, 진호는 그와 주위 사람들의 시선에서 이 미국에서 본인이 어디쯤에 있는지 그 위치를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밑바닥 중 밑바닥이라……. 아, 이거 사람 오기 생기게 만드네.'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얼굴을 알리고 싶어 지는 생각이 울컥 목구멍을 울렁이게 만들었다.

그에 진호는 더 환하게 웃으며 코난이 소개시켜 주는 사람들과 악수를 나누며 눈도장을 찍었고, 그러며 갈무리해 두었던 존재감을 아낌없이 풀어 갔다.

혹여 호스트인 코난 라이언에게 실례가 될까 꽁꽁 숨겨 두었던 세계 정상에 선 모델로서의 존재감을 말이다.

"음?"

"호오?"

멀리서도 흠칫 놀라 고개를 돌리게 만드는 존재감.

사람들의 눈빛이 호기심을 머금어 갔고, 놀랐던 코난 라이언의 두눈이 마치 그래야 했다는 듯 호선을 그렸다.

그는 진호에게 다시 손을 내밀었다.

"유익한 시간이 되길 빌겠어, 지노."

"고마워요, 코난."

'이 은혜 잊지 않을게요.'

옅게 웃으며 몸을 돌린 진호는 눈빛을 서늘하게 가라앉혔다.

'후우우. 미련했어. 모델도 결국 나를 이루는 하나인데.'

왜 지금껏 배제를 하려 그렇게 아득바득 감추었는지, 머리를 후려치고 싶을 정도로 화가 났다.

이곳도 잡아먹지 않으면 잡아먹히는 정글이었고, 자신은 외부에서 찾아온 이방인이었다.

'그런 주제에 강력한 무기 하나를 빼놓고 움직이려 하니 얕보일 수 밖에 없지. 최소한 사람하고 만날땐 그 점을 드러냈어야 해.'

마음을 달리 먹은 진호는 존재감을 감출 생각을 하지 않은 채 아는 사람을 찾아 시선을 돌렸다.

'파티 분위기가 제법 자유롭네.'

드레스 코드만 슈트와 드레스일뿐, 한쪽에선 모델과 배우가 모여맥주 한 잔과 포켓볼을 치고 있고, 다른 한쪽에선 여성들 끼리 모여패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 순간 제법 큰 체구의 흑인 남성이 다가왔다.

진호는 깜짝 놀랐다.

'케이지?'

"헤이. 나 알아?"

"……당연히 알죠. 케이지.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 미국 힙합의 왕을 모를 리가 없죠."

케이지. 미국 힙합계에서 가장 부자인 프로듀서다.

주위 사람들은 세계 정상에 선 모델과 힙합의 왕의 만남에 잠시 숨을 죽였다.

"하핫! 젊은 친구가 처음부터 내체면을 세워 주는군! 네드에게 말 많이 들었어, 지니어스."

다시 놀란 진호는 푸근히 웃었다.

"네드가 절 욕하지 않았는지는 모르겠네요. 반갑습니다. 이진호입니다."

"……와우. 그 못난이가 너 같은 미남과 친구라고 말할 때는 믿지 않았는데……"

"그런 거라면, 저도 당신과 네드가 친구라는 게 믿기지 않는 걸요?"

"뭐? 하하하하하! ……오케이. 따라와, 친구! 내 친구들을 소개시켜주지!"

"오우, 그러면 저야 감사하죠! 그런데……"

진호는 누군가를 찾아 주위를 두리번거렸고, 케이지는 눈살을 찌푸렸다.

"설마 너……"

"네. 여신님은 어디 계시죠?"

육감적인 몸매와 폭발적인 성량으로 디바이자 레전드, 그리고 미국인들에게 여신이라 불리는 가수, 지젤 노울스.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 뮤즈로 꼽지 않을 수 없는 그녀는 안타깝게도 여기 대머리 흑인 프로듀서 케이지의 아내이기도 했다.

케이지의 낯빛이 딱딱하게 굳었다.

"경고하는데, 절대 내 아내를 좋아하지 마."

"그건 폭거입니다만! ……아, 설마?"

"시끄러. 따라오기나 해!"

눈이 동그래진 진호는 이내 황홀해하며 케이지의 뒤를 따랐다.

'그 지젤 노울스가 내 팬이라니-!'

방금 전 다짐을 순간 잊어버릴 정도로 아찔한 기쁨.

그건 케이지가 소개시켜 주는 사람을 만나면서 더욱 증폭되었다.

'브루노마스, 카밀라 카베스, 그리고……'

많다. 대단한 가수들이 너무 많다. 그중 가장 눈에 들어오는 사람은 역시나 그녀였다.

'마돈나! 와, 나 미쳐.'

그것도 마돈나가 피아노에 앉아 끈적끈적한 재즈를 연주하고 있다.

그걸 눈앞에서 보고 있는 거다. 숨이 멎는다는 감각을 다시 상기한 진호는 주위를 둘러보았다가 깜짝 놀라야 했다.

'여기 모인 가수들과 주위 몇 명만 신경 쓰고 있어!'

무려 마돈나의 공연인데도 그랬다.

그렇다는 말은 마돈나가 이 자선 경매 파티에 자주 참석했다는 이야기고, 이런 공연도 매번 했다는 말이 된다.

"그렇다고 해도, 아무리 부족한 연주라고 해도 이런 아우라가 잠식하고 있는데……"

"풉!"

"응?"

고개를 돌린 진호는 옆에서 먼산을 바라보는 브루노 마스를 보며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뭐지?'

따당! 당!

"휘익! 브라보!"

진호도 재빨리 박수를 쳤다.

그 순간이었다.

"역시 늙어서 손가락이 굳었다니까요, 루이스. 잘 하지도 못하는 피아노를 쳐서 내 귀를 왜 괴롭히는 겁니까?"

진호는 식겁하며 브루노 마스를 바라봤다.

'미친 건가!'

분명 약간 부족하긴 했지만,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은 사람이라면 잡아 내지 못할 만큼 미묘한 실수들이었다.

즉, 제법 훌륭한 연주라는 뜻이었다.

그런데 가관은 마돈나의 반응이었다.

"시끄러, 애송이. 그렇게 듣기 고약했으면 네가 쳐 보던가."

치익! 딱!

담뱃불을 붙이며 권태롭게 말하는 그녀는 삶에 찌든 노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아우라는 일반인의 것이 아니지만……'

솔직히 이 정도의 레벨까지 올라서지 않았다면, 그녀를 쳐다보지도 못했을 정도로 그녀는 거친 야생의 짐승을 연상케 했다.

"흐흐. 그럴까요? 새로운 멤버가 될 지도 모를 사람이 왔으니?"

"음?"

고개를 돌린 마돈나는 진호와 눈이 마주치자 눈을 빛냈다.

'아, 제법이라고 생각한다.'

"누구?"

"이진호입니다. 지노 리라는 이름이 편할 거예요."

"……아, 그래. 아르노 회장의 혼외자."

"풉! 아, 아닙니다만?"

"농담이야. 패션계의 격변은 잘 보고 있어. 그보다 나 알지?"

'……이 할머니도 좀 막 나가는 경향이 있으시네.'

그래도 눈에 악심이 서려 있지는 않다. 그저 말버릇이 험한 것뿐이었다.

"당연히 알죠. 80년대와 90년대의 디바이자 레전드, 한 시대를 대표한 섹시 아이콘을 모를 리가 없잖아요."

"……빌어먹을. 이 애송이가 저하와이 애송이가 했던 말과 똑같은 말을 하는군. 난 40년 전이 아니라 지금도 현역이야!"

"아, 네. 뭐……"

따다당!

"음?"

강력하면서도 경쾌하게 울리는 재즈의 선율.

마돈나의 연주가 도시 외곽 허를 한 바의 술에 쩔은 연주라면, 브루노마스의 연주는 잘 나가는 도시 중앙 클럽의 신나는 연주였다.

'다루지 못하는 악기가 없다더니……'

절로 어깨를 들썩이게 만드는 경쾌한 선율에 진호는 짙은 동미를 드러냈다. 주위 사람들도 브루노마스의 연주에 귀를 기울이며 몸을 살짝 살짝 흔들었다.

'아, 이거 손이 근질거리는데……'

진호는 다른 악기를 찾아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렸지만, 아쉽게도 다른 악기라고는 클래식 악기 말고는 없었다.

'그럼 바이올린을……'

그 옛날 경쾌한 악기로, 그것도 서민의 악기로 취급받은 바이올린.

'아, 참. 난 바이올린을 다루지 못하지.'

순간 스킬을 얻을까라는 욕구가 울컥 솟았다.

그러나 이내 그는 곧 고개를 저었다.

이 경쾌한 연주를 방해할 수는 없었다.

'오늘 파티가 끝나면 얻자. 파티가 끝나면.'

그렇게 결심을 할 때, 브루노마스의 연주가 끝났다.

따다당!

"브라보!"

"휘이이이익!"

짝짝짝짝짝!

이 연회 홀에 있는 사람 반절 정도가 그의 연주에 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진호도 손바닥이 터져라 열렬히 박수를 쳤다.

연주를 끝내고 자리에서 일어선 브루노마스는 마치 다음 순번을 정하듯 시선을 돌리다가 진호에게 고정시켰다.

'응? 나?'

브루노마스가 맞다는 듯 환하게 웃으며 손짓을 했다.

"헤이, 지니어스. 컴온."

'아?'

사람들이 진호를 볼 때, 투욱! 누군가 진호의 등을 떠밀었다.

그는 케이지였다.

"가수는 음악으로 말하는 법이지, 친구."

'……아.'

짓궂게 웃는 케이지뿐만이 아니다.

이곳에 모인 가수들 모두 마치 포장된 크리스마스 선물을 보듯 진호를 응시하며 흥미진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건 진호에게 꽤나 충격을 주었다.

'빌보드의 정상들인데……'

역시 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어딘가 하나 망가진 게 분명 했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렇게 이방인을 반길 리가 없었다.

'그걸 내가 할 생각은 아니지.'

피식 웃은 진호는 한발 앞으로 내딛으며 입을 열었다.

"그럼 여기서 가장 잘 생긴 미인의 연주를 들려 드리도록 하죠."

"……푸하하하핫!"

"휘이익! 입담이 좋은걸?"

진호는 씩 웃으며 부르노마스가 비켜 주는 의자에 앉았다.

브루노마스가 진호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 예민한 귀만큼 잘 연주하는지 보자고, 친구."

"……헐. 한국어를 할 줄 알았어요?"

"한국은 공연을 하기에 무척이나 황홀한 곳이지. 내겐 제3의 고향이랄까?"

윙크를 한 부르노마스는 다시 진호의 어깨를 두드리곤 물러섰고, 멍하니 그를 보았던 진호는 이내 고개를 털며 피아노에 집중했다.

내리꽂히는 사람들의 시선이 기낍게 반겨 주었지만 얼마나 잘 하는지 보자는 맹수들의 시선이 절로 피아노에 손을 올려놓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재즈라……'

연주할 장르는 정해졌다.

마돈나와 부르노마스가 재즈였으니, 이쪽도 재즈다.

이왕 저들에게 이진호라는 사람을 선보일 거라면, 그렇게 도전할 거라면 제대로 해야 했다.

"……그래, 재즈는 애환이지."

히죽 웃은 진호는 건반을 강하게 눌렀다.

그리고 그의 손끝에서 그가 직접적으로 겪어온, 그리고 간접적으로 겪은 삶이 흘러나왔다.

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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