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318화 (318/424)

13권 19화

-우린 더 많은 영상을 원한다. 더, 더!

-반성해라, 방송국 놈들-!

┗여기서 이러지 맙시다.

-왜 진호 리의 영상은 여기 밖에 없는 거지?

┗미튜브 한국, 중국 서버 가 봐. 많아.

┗인터넷이 느려서…….

┗아…….

┗빌어먹을! 내가 움직이는 루트에는 와이파이 존이 없어!

-하, 진짜 그 황홀한 버스킹. 웬만한 빌보드 가수보다 낫던데?

┗난 그 자리에 있었는데 집에 와서 팬티 갈아입었어.

-그러니까 존 리의 그 다재다능해서 멋진 모습들은 진호 리가 가진 재능의 일부라는 거지?

┗극히 일부야. 그는 정말 외계인이야.

-너무 바빠서 이번 편을 이제야 봤는데, 얘 사람 맞지?

┗아니, 외계인.

각기 인종이 다른 남녀 4명만이 앉은 회의실.

3명의 남성은 폭발하듯 글이 올라오는 코난 쇼 게시판을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지노 리가 이제야 알려지기 시작하는군."

원래 진호가 알려진 건 코난 쇼가 나간 바로 그날이다.

그러나 그들이 진짜 이름을 알렸다고 생각하는 건 이렇게 꽤 시간이 지난 후에 발생하는 이런 반응들이다.

"우리 미국인은 신중하니까요. 연예인이 이렇게나 많은데, 아무나 좋아할 수는 없잖아요. 더욱 이 그게 동양인이라면 더더욱."

"그렇지. 더 로드 오브 월 스트리트에서 키 포인트? 가 되면서 관심이 집중되기 시작했어."

"존 리는 사랑할 수밖에 없는 캐릭터지."

"당당하고 위트 있으면서 야망까지 많은. 희생 정신은 없지만, 미국인이 좋아하는 캐릭터 중 하나지."

"됐어요!"

사람들은 통화를 마친 코난 라이 언의 메인 작가인 소나를 보았다.

"지노 리 쪽에서 응했어요! 어떤 일이든 하겠대요!"

사람들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분명 원하던 일이 성사된 것이지만, 그들은 믿을 수가 없었다.

"저, 정말? 어떤 일이든?"

"네!"

"……와우."

그들은 진호의 배포에 감탄을 하고 말았다.

"어떤 일이든 하겠다는 그 말이 미국에서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이해하고 한 말이겠지?"

변기 커버 시트에 랩을 감싸 버리고, 헤어 드라이기 안에 밀가루를 처넣는 것이 가벼운 장난으로 취급되는 미국이다.

어떤 일이든이라는 말은 정말 신중하게 해야 한다.

"그렇겠지. 그렇지 않고서는 인기에 절실한 무명들만이 할 수 있는 그 말을 할 리가 없지."

"하긴……"

사람의 이목이 이해가 간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리는 흑인 중년인을 향해 쏠렸다.

"한국의 방송이 생각보다 다이나 먹하고 익사이팅하긴 하던데. 다들 지금 이걸 기획하는 계기가 된 그 아마존 영상 기억나지? 새끼 악어랑 놀던 지노 리의 모습을 말이야. 그건 정말이지……. 후유."

"호오?"

"흠……."

그들은 일리가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악어는 모성애가 짙은 동물이기에 그렇게 작은 새끼 악어들의 주위엔 무조건 어미 악어가 있다고 봐야 했다.

타잔이 따로 없는 광경에 넋을 놓고 바라보다 그걸 떠올린 순간 얼마나 섬뜩했는지 모른다.

"그런데…… 우리 정말 이래도 되는지 모르겠네요. 지노 리가 허락을 했다고는 해도……"

소나가 코난 라이언의 핸드폰을 툭툭 두드리며 말하자 사람들은 입을 다물었다.

코난 라이언조차도 정확히 모르고 있는 이 기획. 들켰다가는 코난 라이언이 입버릇처럼 장난으로 말하는 '해고'가 정말 현실로 일어날수 있는 기획이었다.

"……괘, 괜찮아. 시청률만 잘 나오면 되지!"

"그, 그래. 코난도 자기가 몰라야 더 재밌을 거라며 이렇게 핸드폰을 던져 준 거잖아. 프로그램은 시청률이 왕이야."

"그래도……"

머뭇거리던 소나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시청률이 왕이죠."

사람들은 환하게 웃었다.

"자, 그럼 의견이 일치된 것 같으니 움직여 보자고! 지노 리를 간절하게 원하기 시작한 시청자들이 포기하기 전에! 그리고 우리의 이 기획을 완성시키기 위해!"

그들이 짠 이 기획의 아주 중요한 조각인 진호. 그들의 얼굴이 발갛게 상기되기 시작했다.

"예!"

그들은 벌떡 일어나며 각자의 파트로 달렸다.

* * *

부우웅!

"오늘 출발한다고?"

-네! 이제야 모든 정리가 끝났거든요!

'다행이네……'

로날드 드롭과 인연을 맺은 지벌써 약한 달 가까운 시간이 지났다. 그동안 그는 부모님을 설득하느라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야했다. UCLA에 입학을 할 만큼 명석한 두뇌를 가진 그였기에 설득은 험난할 수밖에 없었다.

"역시 내가 부모님을 찾아 될 걸 그랬나? 그랬다면……"

-아뇨, 아뇨. 저도 이제 성인인데 제 일은 제가 해야죠!

'기특하네.'

피식 웃은 진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이사 잘하고, 저녁에 보자."

-네!

전화를 끊은 진호는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다가 정 실장의 뒤통수를 보며 불퉁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대체 어디 가는 건데요?"

"나도 몰라. 스티븐 팀장한테 주소만 받았어."

진호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불길하다. 무척이나 불길하다.

"그러니까 지금 나한테 들킬까봐 윗선에서 숨겼다?"

이게 불길하게 만드는 이유다.

여태껏 한국과 중국에서 여러 예능 프로그램을 찍으면서 이렇게 목적지를 말하지 않는 컨셉의 촬영을 하면 그 목적은 딱 한 가지 뿐이었다.

"서프라이즈 몰카 성향이 짙다는 거네요?"

'그리고 날 굴리고 굴린다는 거겠지.'

장난에 선이 없는 게 미국이다.

저러고도 절교 안 하나 싶을 만큼 험한 장난을 하는 미국 시청자들에게 자극을 줄 서프라이즈 몰카.

'대체 뭐지? 번지 점프? 스카이 다이빙?'

어차피 출연자가 다치면 안 되기에 안전한 것을 할 수밖에 없다.

'아니 위험한 걸 한다고 해도……. 산소통 없이 블루홀 밑바닥 찍고 오기 정도가 아니면 위험하다고 할 수 없는데……'

인간을 초월한 육체에다가 감각이다.

여기에 스킬들까지 있으니 솔직히 사막만 있는 네바다 주 한가운데 떨어트리고 나침반 없이 탈출하라고 해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아, 진짜로 네바다 주에 떨구는 건가? 흠, 나야 상관없지만…….코난 씨가 버틸 수는 없을 텐데……"

"나도 모른다니까. 스티븐 팀장님한테 전화해 볼래?"

"안 받는데요. 장 지부장님도."

진호는 장 지부장에게 발신을 보내고 있는 핸드폰을 흔들었다.

"아, 그래? 그러면 바쁜 가 보지."

"……뭐죠? 오늘의 그 컨셉은?"

얄미워도 너무 얄밉다.

진호는 슬그미니 숨겨진 카메라를 찾아 눈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없는데?'

진호는 무언가를 깨닫고 헛웃음을 지었다.

"아, 애인분이랑 싸웠어요?"

"아니, 결혼 재촉. 부모님이."

"아……"

정 실장도 어느덧 30대 중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진호는 안쓰럽다는 듯 그를 보았다.

백미러로 그걸 보곤 발끈한 정실장은 이내 고개를 홱 돌렸다. 진호와 말싸움을 해서 이긴 적이 없기 때문이다.

진호는 그런 그를 보며 옅게 웃었다.

'다행이네.'

미국 지부 LA 지점이 활성화되기 전까지 무언가에 쫓기듯 잠조차 제대로 자지 못했던 그다.

나날이 수척해져 가는 그의 모습에 마음이 아팠는데, 이젠 이렇게 스스럼없이 장난을 칠 수가 있어서 참 좋았다.

마음마저 든든해지는 것 같았다.

'그나저나…… 흐음, 정말 뭘까?'

미국 방송의 몰카. 진호는 너무 황당한 것만 아니길 바랐다.

차는 그렇게 달려 목적지에 도착했다.

"진호야, 파이팅이다!"

"네, 네."

드르륵!

"……진짜 뭐지?"

그렇게 크지 않은 유로 주차장이다.

내리면 뭔가 더 보일까 했는데, 근처에 있는 것이라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건물들뿐이었다.

'저 멀리에 뭔가 있는 것 같은데……'

푸른색과 하얀색이 어우러진 건물이 눈에 띈다.

진호는 의아해하며 이쪽을 찍는 카메라를 보았다.

"전 이제 뭐 하면 돼요?"

마치 이 질문을 기다렸다는 듯 카메라 맨 옆에 서있던 한 남성이 드로잉북을 들어 올렸다.

'따라오라고? 정말 뭔데?'

왜인지 왼쪽으로 보이는 드넓고 푸른 바다가 눈에 거슬린다. 요트들이 정박해 있는 게 보였기 때문이다.

'정말 배 타고 나가는 건가! ……하! 이 사람들 실수하시네. 나에 대해서 조사를 제대로 안 했구만?'

코웃음만 나왔다.

바다와 정글은 자신의 영역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카메라맨이 멈춰서고 드로잉북이 다시 펼쳐졌다.

"엥?"

진호는 미간을 좁혔다.

'……여기라고? 겨우?'

유료 주차장에서 보았던 하얗고 푸른 건물.

아쿠아리움이었다.

'에라이.'

맥이 탁 풀리는 걸 느낀 진호는 의아해하는 모습을 연기하며 안으로 향했다.

"Buenos dias!"

"…….Buenos dias. Conan!"

좋은 아침이라는 스페인 인사.

진호가 스페인어를, 그것도 이렇게 유창하게 발음할 거라고 생각지 못한 채 그냥 장난으로 가볍게 인사했던 코난 라이언은 깜짝 놀랐다. 그건 제작진도 마찬가지였는데, 코난 라이언이 순간 짓궂은 표정을 지었다.

"오! 에스파냐어를 할 수 있을 거라곤 생각 못했습니다."

코난 라이언은 에스파냐어, 아니 스페인어로 말했고, 진호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멕시코 음식은 무척이나 흥미로우니까요!"

"……My god-!"

전체 미국 인구의 5분의 1 정도가 스페인어를 쓰는 히스패닉이다.

시청률이 올라가는 소리에 흥분한 코난 라이언은 한 번 더 진호를 시험하기로 했다.

"길거리 공연 정말 잘 봤어요! 그 황홀한 목소리, 정말…… 지노는 훌륭한 가수이기도 했군요!"

'……와. 거의 한 달 전 이야기인데, 이걸 언급해 주시네.'

고맙고도 너무 고마웠다.

진호는 수줍게 웃었다.

"일단 저도 앨범을 몇 개 낸 가수예요."

"와우! 정말 입니까?"

고개를 끄덕인 진호는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

'이 정도면 충분해. 일단은 밑밥을 던졌으니까.'

진호는 이제 영어로 말하기로 했다.

"그런데 여기 아쿠라이움에 입사하셨어요? 경비로?"

"……나도 그런 거라면 행복하겠네요."

"음?"

코난이 눈을 가늘게 뜨며 메인작가 소나를 가리켰다.

"저 빌어먹을 내 직원들이 오늘 내가 뭘 해야 하는지 아직도 가르쳐 주지 않고 있어요. 자, 노예들아! 이제 게스트가 왔으니 내가 뭘 해야 하는 지 알려줘 봐!"

'풉!'

진호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코난 라이언을 보았다가 흔들림 없는 그의 표정을 보곤 혀를 내둘렀다.

'와-. 미국은 노예란 말을 방송에서 써도 되는 거구나……'

프로 불편러들이 많은 한국에서 말했다가는 큰일 나는 말.

진호는 이들의 수위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별거 아니에요, 보스. 오늘은 물고기 사육사가 되어 물고기 밥을 주고 아쿠아리움을 청소하면 돼요."

'엥? 겨우 그거?'

진호는 더 기대감을 잃어 갔고, 코난도 꽤나 실망했다.

'아니, 이 좋은 아이템을 가지고 겨우!'

그러나 그는 환하게 웃었다.

"그래, 드디어 너희들이 일을 하는 구나! ……어? 잠깐만?"

코난 라이언의 얼굴이 급격히 파랗게 질렸다.

"아, 아쿠아리움에 팽귄도 있겠지?"

"팽귄은 없는데 물개는 있어요."

'오, 물개!'

물개가 왜 물'개'겠는가.

익사이팅한 재미 대신 힐링의 재미를 찾기로 한 진호는 눈을 초롱초롱 빛내기 시작했지만, 코난 라이언의 얼굴은 더 파랗게 질려 갔다.

그가 이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게 바로 물고기였다.

"내, 내가 알기로 물개의 먹이가……"

"물고기죠."

"오케이. 난 여기서 촬영 접겠어! 난 스시도 못 먹는 사람이라고!"

"알아요."

"……이런 식으로 복수하는 거냐!"

방방 뛰는 코난 라이언과 비릿하게 웃고 있는 제작진을 번갈아 본 진호는 아하며 깨닫는게 있었다.

'내가 메인이 아니라 코난 씨를 엿 먹이는 거구나. 평소에 쌓인 게 많다더니……'

직설적인 화법으로 유명한 코난 라이언.

가끔 코난 쇼에 등장하는 그와 스태프 사이의 에피소드는 100퍼센트 꾸며 낸 게 아니라는 말을 떠올린 진호는 코난 라이언을 안쓰럽다는 듯 보았다.

"이봐, 지노! 너도 말 좀 해 봐!"

얼마나 다급한지 존칭도 까먹어버린 그.

그러나 진호는 그에 동조해 줄 생각이 없었다. 이미 물개에 신경이 팔려 버린 탓이다.

'이런 기회가 아니라면 물개와 놀수가 없잖아!'

"전 딱히 상관없는데요?"

"이 배신자! 어떻게 그 징그립고 냄새나는 괴물들이 좋을 수가 있어!"

"맛있어서?"

"맛있다니……"

진호는 이쪽을 향해 엄지를 치켜 드는 제작진을 향해 히죽 웃었다.

'어차피 물속에만 들어가지 않으면 되지.'

[스킬: 나는야 자연의 왕자]와 [스킬: 페로페로몬]의 시너지가 불러일으킬 사태만 조심하면 된다.

'물속으로 페로페로몬의 페로몬이 퍼지지는 것만 주의하면 돼.'

"자, 그럼 가시죠!"

진호는 코난 라이언의 손목을 붙잡고 발을 됐고, 코난 라이언은 기겁하며 발버둥쳤지만 소용없었다.

"이 괴물-!"

"네, 네."

진호는 몰랐다.

오늘의 이 기획은 그 역시도 망가져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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