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317화 (317/424)

13권 18화

"……와우."

"와, 미쳤다. 미쳤어."

HU 에이전시 다미앙 지사 LA 지점에 도착한 진호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한국의 다미앙 지사 못지 않은 건물 크기와 더욱 세련된 인테리어.

여태껏 스케줄이 바빠서 지점의 공사 현장에 와 보지 못했던 진호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투자를 제대로 했네."

"그러게. 뉴욕 지점과 LA 지점은 특별히 500억씩 투자했다더니……"

"건물에만 그 정도 값이 들었죠. 아, 뉴욕은 800억이에요."

"그, 그래?"

"네."

뉴욕의 부동산 시세가 워낙 높다보니 어쩔 수가 없었다.

"너 괜찮아?"

"뭐가요?"

"너 여기에도 투자했잖아. 괜찮겠어?"

정 실장의 말처럼 미국 지부의 각 지점 설립에 진호도 돈을 투자 했는데, 그 액수가 무려 4, 000만 달러였다.

진호의 수익이 상당하다고는 하나, 한화로 500억 가까이에 달하는 액수이니 결코 가벼운 액수는 아니었다.

"괜찮아요. 충분한 수익이 기대되니까요. 게다가 이미 투자한 만큼 벌기도 했고요."

"좋은 주식 몇 개 발견해서 꽤 재미 봤거든요."

최소 50퍼센트에서 최대 5배까지 뛴 주식들. 그로 인한 수익이 지점설립에 투자하며 비어 버린 통장을 다시금 채워 줬다.

"정 실장님이 맡긴 자산도 꽤나 늘었어요."

"지, 진짜?"

"예압! 조금만 더 놔두면 강남에 30평대 아파트 한 채 정도는 거뜬히 살걸요?"

"……사랑 한다! 뭐 먹을래? 내가 바로 사 올게!"

"됐어요. 이제 곧 사람들이 도착……아, 왔네요."

부우우우웅! 끼익!

건물 앞에 버스들이 멈춰 서며 사람들이 우르르 내렸다.

"선생님!"

"악! 선생님-!"

우르르 몰려오는 까타레나를 비롯한 아이들.

진호는 그들과 얼싸안고 방방 뛰었다.

그러며 놀라워했다.

'밸런스가 많이 좋아졌는데?'

근육이나 몸의 균형 등 안 본 사이에 육체가 꽤나 완성되어 있었다. 거기다 목소리도 많이 맑아져 있었다. 그동안 이들이 얼마나 노력했는지가 느껴져서 너무 기꺼웠다.

"진호 씨."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장이사님. 아니, 장 지부장님."

미국 지부의 지부장으로 승진한 장경아 이사.

냉혈마녀라 불릴 만큼 냉정한 그녀도 이번 승진만큼은 부담되는지 낯빛이 굳어 있었다.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

부딪치고 깨져도 그녀라면 분명 곧바로 일어서 가진 바 능력을 모두 뽐낼 터였다.

"올라가죠."

"네."

지부장실에 올라온 진호는 내부를 둘러보며 눈을 빛냈다.

'역시 장 지부장님은 센스가 있다니까.'

가까이 있는 진호 대신 미국을 오가며 인테리어 공사를 관리감독한 장경아 지부장. 그녀는 당장이라도 지부가 일을 시작할 수 있도록 모든 준비를 완벽하게 마쳐 놓은 상태였다.

"저를 기다리지 못해서 사고를 치셨더군요."

아서 챈들러가 올린 영상의 조회수가 약 3500만이었고, 그중 2000만이 미국 서버에서 접속했다.

"아하하. 직원들은 모두 뽑은 건가요?"

진호는 재빨리 화제를 돌렸지만, 마냥 헛말은 아니었다. 오늘 장경아 지부장과 함께 온 직원들의 숫자가 꽤 부족해 보였기 때문이다.

겨우 진호 한 명만 서포트할 정도의 인원.

"본사의 도움과 현지 채용을 통해 최소한의 직원은 확보해 놓은 상태입니다."

"그래요?"

최소한이라는 말에 진호는 미간을 찌푸렸다.

"네. 하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어째서죠?"

"PJY와 SY 미국 지사의 알짜배기 직원들을 스카우트했습니다."

놀랐던 진호는 이내 곧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 아이돌 가수들이 미국에 진출하면서 이전까지는 연습생 캐스팅과 연습생 육성만 했던 것을 벗어나 지사로서의 면모를 갖춰 가고 있었다.

"흠. 그래도 아직 모자라지 않나요?"

지사로서의 면모를 갖췄다고 하지만, 아직 온전히 소속 연예인을 서포트하고 기획할 정도는 아니라는 게 진호의 판단이었다.

'아직 그들은 공연 기획 정도밖에 못해.'

"그들 나름대로 쌓은 인맥이 있습니다."

그건 맞는 말이었다. 그 인맥이 프로모션 업체의 전화번호뿐만이라도 맨땅에 헤딩을 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그래도 그들이 순순히 응할 줄은 몰랐네요."

"저를 비롯한 지사의 임직원들때문입니다."

"……아아."

PJY에서 실장급 인사였던, 그것도 여성인 장경아가 다미앙의 품에 들어온 지 몇 년 만에 이렇게 미국 지부장이 되었고, 초기 함께 했던 직원들 모두 원래 있었던 곳 보다 훨씬 더 좋은 대우를 받고 있었다.

거기다 연봉은 업계 평균의 최소 두 배 이상.

혹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

"HU 의 미국 지사는요?"

"사원급만 겨우 3명 보냈습니다."

"……허. 밥그릇 싸움이네요."

이쪽이 이 이상 크는 걸 견제하겠다는 뜻이었다.

"그들은 저희의 배려를 똥으로 갚았습니다. 까드득."

'이런. 밥그릇 싸움만 하지 않았어도 서로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었을 텐데……'

글렀다. 장경아 지부장이 이렇게 화가 난 이상, HU 에이전시 미국지사는 앞으로 다미앙 지사 미국지부의 도움을 하나도 받지 못할터였다.

아니, 정확히는 아이돌과 가수, 배우 육성에 관한 노하우를 제외한 다른 노하우나 여러분야에서 성공이 확실한 이쪽의 도움을 받지 못하게 될 것이다.

'나도 이 일을 잊을 수 없을 테고!'

그쪽에서 협조를 제대로 해 주지 않았으니, 진호 본인도 당연히 협조를 할 생각이 없었다.

"흠……. 이거 골치 아파지게 됐네요."

지금 확보한 직원들로서는 한국에서 활동할 당시의 서포트는 기대할 수 없었다.

이는 꽤 심각한 문제였다.

그런데 장경아 지부장은 그런 진호의 걱정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듯 옅게 웃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응?"

"워너, 유니버셜 뮤직 등 미국의 유명 기획사들의 직원들도 헤드헌팅을 했습니다. 모두 과장급 이상으로."

진호는 눈을 껌뻑였다.

"……네?"

무언가 엄청난 소리를 들은 듯한 느낌.

아니, 엄청난 소리를 들은 게 맞았다.

"무, 무슨?"

사태를 파악한 진호가 벌떡 일어난 그 순간이었다.

똑똑똑!

"도착했나 보군요. 네, 들어오세요."

진호는 벌컥 문을 열며 들어오는 백인, 흑인 라틴 사람들을, 제법 관록이 붙어 있는 그들을 보며 입을 떡 벌렸고, 장경아 지부장은 그런 진호를 보며 입꼬리를 뒤틀었다.

"이 동네에도 업계 평균이라는 게 있더군요. 전 그 두 배를 줬습니다. 한국에서 그랬던 것처럼."

"……와."

진호는 감탄밖에 할 수 없었다.

* * *

엄청난 액수의 자금이 움직이는 할리우드와 빌보드.

당연히 기획사들도 엄청난 돈을 벌 수밖에 없다.

그런데.

"한국과 별 차이가 나지 않을 줄이야……"

"그러게. 난 연봉이 그것밖에 안되는 거 듣고 깜짝 놀랐잖아."

한화로 약 5천만 원. 미국의 살인적인 세금을 제하면 오히려 한국의 직장인이 손에 쥐는 것보다 훨씬 적다고 봐야 했다.

"미국이니까 막 억대로 받나 싶었는데……. 어휴. 암튼 이 바닥, 임금 짠 거는 알아줘야 한다니까."

그렇게 혀를 차던 정 실장은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그런데 그 부자들은 뭐지? 프로듀서일 뿐인데 큰 저택에 사는 사람들이 꽤 있잖아."

"그것도 똑같아요. 대부분 프로듀싱과 작곡을 같이 할걸요?"

"……아아. 프로듀싱 의뢰만 들어와도 이름값이 있으니까 꽤 받겠구나."

"그런 거죠. 한국도 그렇잖아요."

"……이건 뭐, 전 세계 엔터테인먼트 업계 사람들끼리 모여 이렇게 하자고 담합한 것도 아니고……."

헛웃음을 짓던 정 실장은 돌연 한숨을 탁 내뱉었다.

"그래도 진짜 다행이다. 아오, 이제야 숨 좀 쉴 수 있겠네."

"흐흐. 그동안 수고하셨어요."

"아니야. 네가 큰 사고를 치지 않아 줬으니 내가 더 고맙지."

일단 쳤다 하면 대형사고인 진호다.

이렇게 서포트해 줄 인원이 없는 상태에서 그런 일이 터졌더라면, 정 실장은 아마 과로로 병원에 실려 갔을지도 몰랐다.

"미식축구는 빼고."

"흐흐흐. 아, 도착했네요."

제1연습실 앞에 도착하자 정 실장은 입맛을 다셨다.

"적당히 해. 애들 이제 막 도착했다."

"걱정 마세요. 점검만 좀 하는 것 뿐이니까."

"음……. 뭐, 네가 알아서 하겠지. 끝나면 연락해!"

그렇게 말한 정 실장은 멀어졌고, 진호는 제1연습실 안으로 들어갔다.

"아아아아아-!"

"아-!"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거울 앞에서 목과 몸을 풀고 있는 아이들.

진호는 손을 들었다.

짜악!

손뼉 소리가 그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헛! 선생님!"

"오셨습니까!"

"그래, 앞으로 있어야 할 곳은 모두 둘러봤어?"

"네!"

"예-!"

"선생님! 얼마 전에 선생님과 공연했던 그 미남은 누구예요? 우리랑 같이하는 거예요?"

"응. 며칠 뒤에 짐을 정리해서 합류할 거야."

"우와아-!"

마음에 든 듯 미소가 가득한 그들의 대답에 환하게 웃던 진호가 순간 낯빛을 가라앉혔다.

"자, 그럼 내가 없는 동안 얼마나 발전했는지 볼까?"

까타레나를 비롯한 아이들의 표정이 하얗게 질렸다.

선생님 모드로 바뀐 진호는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존재였다.

* * *

"꺄하하하하!"

"죽어라!"

"우푸압!"

진호의 저택이 처음으로 사람들로 미어터지게 됐다.

진호의 테스트를 무사히 마친 아이들은 긴 비행이 피곤 하지도 않은지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즐겼고, 직원용 숙소에 짐을 푼 직원들은 바비큐와 맥주를 즐기기 시작했다.

"체력도 좋지."

해맑게 웃으며 노는 아이들을 일별한 진호는 거실로 향했고, 그곳엔 가볍게 옷을 입은 임직원들이 모여 있었다.

"본의 아니게 이사 온 첫날부터 일을 시키게 됐네요. 죄송합니다."

진호는 정중히 허리를 숙이자 기존 다미앙 지사 직원들을 제외한 다른 직원들 모두 깜짝 놀랐다가 태연한 다미앙 지사 직원들을 보곤 다시 한번 놀랐다.

"아닙니다. 솔직히 지금 이 소집도 많이 늦은 것입니다."

장경아 지부장은 정말 진심으로 미안해했다.

진호를 방치 하다시피 제대로 된 서포트를 하지 못한 시간이 무려 37일. 아무리 장경아 지부장 나름의 계획이 있었다고 해도 사표를 써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었다.

"아뇨. 이 기다림은 저도 승낙한 일인걸요."

진호는 유니버셜 뮤직을 비롯해 미국 기획사들에서 헤드 헌팅을 한 사람들을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여러분들이 건의한 일이죠?"

헤드 헌팅을 당한 사람들은 깜짝 놀라며 진호를 보았고, 그는 작은 원망을 담아 말했다.

"간단한 소거법으로 추론한 것뿐이니 너무 놀라지 마세요."

미국에 대해 잘 모르는 다미앙 지사 사람들이나 미국에서 지사를 운용하고 있지만 미국 연예계시장에 깊게 발을 담그지 않은 한국의 다른 기획사 사람들로서는 낼 수 없는 플랜.

이런 진호의 설명에 한국인이 아닌 사람들은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제대로 설명만 안 해 봐라.'

물이 들어왔는데 노를 젓지 못하게 한 죄를 톡톡히 물게 만들 생각이었다.

"유니버셜 뮤직에서 기획 5팀 팀장이었던 스티븐 조드입니다. 제가 대표해서 말하겠습니다."

"네. 경청하겠습니다."

진지한 진호의 모습에 눈을 빛낸스티븐 팀장이 입을 열었다.

"일단 이것부터 아셔야 합니다. 미국은 반응이 느립니다. 그것도 무척이나 느립니다."

"흐음?"

"간단히 예를 들어 미스터 리의 친구이자, 빌보드의 황제인 네드 시런이 새 앨범을 내고 밀리언을 달성할 때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아십니까?"

"……일주일? 아무리 길게 잡아도 그 정도는 걸리지 않을까요?"

"아닙니다. 단언컨대 최소 2주입니다."

"……그건 놀라운 말이군요."

무려 네드 시런의 앨범이다.

전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는 그의 앨범인데, 밀리언을 달성하는 데까지 2주가 걸린다는 건 꽤나 믿기지 않는 말이었다.

"왜죠?"

"인프라의 부족함도 있지만, 장기 간 계속 된 경기 불황으로 인해 구매에 인색해졌기 때문입니다."

"……아."

진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경기 불황은 소비 위축을 불러오죠. 소비도 현명하게 하려고 하고요."

"예. 즉, 아무리 일간지나 주간지에서 떠들어 댄다고 해도 미국 시민이 받아들이고 구매 욕구가 타오르는 데까지는 딜레이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이걸 미스터 리에 빗대어 보면 코난 쇼를 시청한 시청자들이 더 로드 오브 월 스트리트를 시청하고 존 리에 몰입해 미스터 리를 애달프게 원하는 데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말입니다."

"그럼 그 말은……"

그제야 모든 걸 알아차린 진호는 등골이 서늘해지는 걸 느꼈다.

"역시 섭외에 응하지 않기를 잘 했네요. 정말 동양에서 온 사기꾼 광대 프레임을 뒤집어썼을 수도 있겠어요."

진호는 마른침을 삼켰고, 스티븐 조드는 그의 영특함에 놀라면서도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동양에서 오는 스타들이 많이하는 실수입니다. 돈과 인지도 높은 쇼라는 함정에 빠져, 이후 진짜 어필할 기회를 상실해 버리는……. 팬은 빠르지만, 대중은 느립니다, 미스터 리. 그리고 그렇기에 당신의 버스킹은 제법 괜찮은 수가 되었습니다. 대중의 반응이란 불꽃에 장작 몇 개를 넣은게 되니까요."

'아자!'

혼날까 걱정했던 진호는 활짝 웃었다.

"다행이네요. 그럼 제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은 뭐죠?"

"앞으로요?"

"네!"

이 믿음직한 직원들의 모습에 진호의 눈빛이 초롱초롱 빛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스티븐 조드는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예?"

스티븐 조드는 검지를 들어 까딱였다.

"더 이상 아무것도 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어차피 시청자가 원하기 시작하면, 방송국이 움직일 수밖에 없으니까요. 이건 전 세계 어디서나 통하는 진리입니다."

우우웅!

갑자기 울리는 전화에 흠칫 몸을 굳힌 진호는 핸드폰 발신자를 보곤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이 사람이 왜 갑자기……"

코난 라이언. 37일 전 단독 게스트를 약속했지만, 여태껏 연락이 없어서 기억 속에서 지워 버렸던 그가 연락을 해 온 것이다.

"드디어 원하게 됐군요."

"네?"

"시청자들이 말입니다."

멍하니 스티븐 조드를 응시하던 진호는 이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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