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312화 (312/424)

13권 12화

진호 리, 여심을 흘리다.

엉뚱하고 당당해서 더 사랑스러운 존 리!

현직 펀드 매니저도 극찬한 더 로드 오브 월 스트리트!

다큐멘터리인가, 드라마인가! 디테일을 파헤치다!

반칙 그 자체! 스마트한 두뇌에 짐승 같은 몸!

외계인이 또 외계인 했다! 이번엔 주식 투자?

각종 언론이 진호와 관련된 내용으로 떠들썩했다.

현재 2화까지 방영된 더 로드 오브 월 스트리트가 뛰어난 완성도와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로 급격하게 인기를 끌며 출연진들이 화제가 되었는데, 그중에서도 진호를 향한 주목도가 상당했던 것이다.

더 로드 오브 월 스트리트는 단숨에 금요일 저녁 안방극장을 꿰찼고, 그에 언론들도 언제 떠나 버릴지 모를 진호를 최대한 뽑아 먹기 위해 미친 듯 달려들고 있었다.

"헛!"

햇살이 쏟아지는 커다란 방안, 침대를 박차듯 일어난 진호는 재빨리 핸드폰을 가져와 기사를 검색 했다.

"……흐흐흐."

절로 웃음이 흘러나오게 만드는 호의적인 기사들.

중간중간 안 좋은 소리를 하는 기사들도 보이지만, 이 정도면 예상한 것보다 훨씬 큰 성공이었다.

'여기에 OST가 얹어지면?'

강렬하면서도 중독성 깊은 인트로. 벌써 미튜브 크리에이터나 인터넷 방송 스트리머들이 따라 하고 있었다.

무심코 채널을 돌리다가 인트로에 사로잡혀 드라마를 시청하였고, 결국 팬이 되고 말았다는 이들이 나올 만큼 드라마와 OST는 큰 성공을 거두고 있었다.

'킬링 곡이라는 말도 듣고 있지.'

"어흐흐……"

여태까지 졸였던 마음이 싸악 풀리는 것 같았다.

이제야 제대로 안심한 진호는 기지개를 펴며 일어나 저택 뒤에 만들어진 수영장으로 향했다. 잘 먹고 잘 치료받고 잘 자서 그런지 이젠 제법 건강한 강아지 티가 나는 까망이가 잠에 취해 비틀거리며 진호의 뒤를 따랐다.

풍덩! 촤악! 촤악!

수영을 제대로 즐길 수 있도록 25미터 길이로 개조한 수영장. 진호는 한 마리의 범고래처럼 수영장을 갈랐고, 폴짝 뛰어난 까망이도 네 발을 버둥거리며 헤엄을 쳤다.

진호가 하도 수영을 시켜서 이젠 습관이 되어 버린 것이다.

촤아악!

1시간을 쉼 없이 수영을 하다가 범고래가 점프하듯 수면 위로 튀어 오른 진호는 챙겨 온 수건으로 몸을 닦으며 안쪽으로 향했다.

부르르!

"왕!"

몸을 턴 까망이가 진호의 뒤를 쫒았다.

"그렇지! 이거지!"

갑자기 튀어나온 환호성.

진호는 거실에서 허공을 향해 어퍼컷을 날리는 정 실장의 모습에 의아해하며 다가갔다.

"무슨 일 있어요?"

"있지! 이거 봐라!"

"음?"

거실 티 테이블 위엔 신문과 일간지, 주간지, 월간지들이 놓여 있었는데, 그중 정 실장이 가리킨 건가장 섹시한 남자 순위였다.

'3월 가장 섹시한 남자 순위 7위.'

진호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우와?"

그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가장 섹시한 남자 차트는 모델을 비롯한 남자 연예인에게 꽤나 의미가 있는데, 이는 인기 순위와 다를 게 없기 때문이다.

참고로 진호는 지금까지 가장 섹시한 남자 순위 10위에 겨우 랭크되어 있었다.

세계 1위의 모델이라도 미국에서 활동한 적이 거의 없고, 또 지니어스에게 절대 투표를 하지 말라고 했기에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런 그 순위가 드라마 방영 2주 만에 무려 세 계단이나 상승한 것이다.

"헐."

"이제 겨우 3월이니까 이제부터 시작인 거야! 1위 가즈아!"

"가즈아-!"

"와우우-!"

"……푸하핫!"

"크크큭."

따라 우는 까망이를 보며 웃음을 터트린 진호는 눈을 빛냈다.

3위 이상으로는 그해 최고로 인기 있는 남자 연예인, 넘사벽의 인기를 가지지 않는 이상 넘을 수 없는 장벽인 가장 섹시한 남자 차트.

'그래, 1위 가야지.'

"오늘 스케줄이 어떻게 돼요?"

"어? 아! 잠깐만."

정 실장이 얼른 다이어리를 펼쳤다.

"아침 9시에 한인 타운에서 봉사활동 있고, 2시에 인터뷰, 3시부터 촬영……. 응, 그게 끝이네. NG 많이 나지 않으면 8시 안에는 집에 올 수 있겠다."

"그래요? 그럼 저녁에 가볍게 파티 할까요? 진짜 파티는……"

"그렇지. 다음 주 토요일에 반응보고 해야지."

진호는 의미심장하게 웃었고, 정실장도 따라 웃었다.

* * *

치이익!

전이 노릇하게 구워져 가고, 한쪽에선 갈비찜이 익어 간다.

우글우글! 와글와글!

"꺄하하하하!"

"뛰지 마라. 다친다!"

"어이구, 맛있다!"

잔치 음식을 입에 물고 달리는 아이들과 그런 아이들을 흐뭇하게 보며 술잔을 기울이는 어른들. 웃음이 끊이지 않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시골 잔칫날의 풍경이 떠오른다.

'한국에선 거의 사라진 나눔의 정이 여기에선 유지되고 있네.'

한국과 다른 점이 있다면 문신을 드러낸 사람들이 섞여 있다는 것이었다.

"킁? 아, 다 익었다."

진호는 냉큼 바비큐 그릴 위에 고기들을 내렸다.

"여기 맛 좀 봐 주세요."

진호는 고기를 한 점 잘라 한인회장의 부인에게 내밀었다.

"뜨거우니까 조심하세요."

"……어머! 아니, 남자가 왜 이렇게 손끝이 야무져? 그것도 연예인이?"

"제가 천재 아닙니까, 천재! 자, 우리 이모님도 한 점."

"……오호호호호!"

"호호호호호!"

웃음과 정이 넘치는 분위기에 진호도 환하게 웃었다.

"신기하지?"

회장 사모님이 웃고 떠드는 사람들을 보며 말했다.

"……솔직히, 네. 그런데 이해가 아예 안 되지는 않아요."

미국에서 한국인은 멕시코, 쿠바, 흑인 등과 같은 비주류다.

그렇다 보니 불이익을 당하지 않기 위해, 혹여는 당해 버린 불이익이 더 커지는 걸 억제하기 위해서로 뭉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진호의 설명에 회장 사모님이 놀랍다는 듯 진호를 보았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이것도 진호 씨 온다고 해서 이렇게 모인 거야. 이민 2세대분들도 점점 하늘로 가시면서 이런 모임도 거의 사라져 버렸거든. 아니, 명절이나마 함께 모이면 다행인 수준이 됐지."

진호는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

진호는 재빨리 갈비찜을 끓고 있는 커다란 압력밥솥의 불을 꼈다.

회장 사모님과 어머니들이 그런 진호를 보며 눈을 빛냈다.

"그런데 진호 씨는 서빙 같은 거 안 해?"

그들의 눈이 기이하게 빛났다.

이렇게 음식을 하는 것보다는 서빙을 하며 어르신들과 함께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게 더 도움이 될 테니 말이다.

이런 뜻을 내포한 회장 사모님의 물음에 진호는 싱긋 웃었다.

"서빙보다는 이렇게 음식을 대접하는 게 훨씬 좋아서요. 그리고 제 대신 재들이 서빙을 해 주고 있고요."

진호의 손끝을 따라 시선을 옮긴 어머니들은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지었다.

집 안에서는 손 하나 까딱 안 하는, 학교에서 돌아오면 자기 방에 틀어박히기 바쁜 딸, 손녀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음식과 음료를 나르고 있었다.

"맞아."

"네?"

덥썩!

어머니들이 진호의 손을 잡았다.

"고마워, 진호 씨. 덕분에 우리 손녀가 좋은 중학교에 입학할 수 있게 됐어요."

"우리 딸은 의대에 들어가게 됐어요. 정말 덕분이에요."

"아, 아뇨. 제가 뭘 했다고요. 원래 다 재능이 있었던 거예요. 제가 한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어머니들은 진호를 흐뭇하고 대견하다는 듯, 은인을 보듯 보았고, 그 시선을 이기지 못한 진호는 머리를 긁을 수밖에 없었다.

기꺼운 눈빛이 더욱 짙어진 어머니들은 서로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고, 어머니들의 시선을 받은 회장 사모님이 입을 열었다.

"그럼 당분간 미국에서 활동하는 거예요?"

"음, 노코멘트할게요. 기밀이거든요."

진호는 윙크를 했고, 어머니들은 자지러졌다.

"흐흐. 그래도 드라마가 시즌을 마무리할 때까지는 미국에 있을 거라고 장담할 수 있습니돠."

"그래-?"

'음?'

진호는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는 그들을 보며 의아해했고, 어머니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호호호 웃었다.

"아, 지니어스! 와서 갈비찜 가져가!"

"네-!"

어머니들은 꾀꼬리처럼 대답하는 딸과 손녀들을 다시 어이없다는 듯 보았다가 다시 진호를 응시했다.

"진호 씨."

"네?"

"혹시 운동 좋아해?"

* * *

빵빵! 빵빵!

인터뷰와 드라마 촬영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해는 졌지만, 결코 어둡지 않은 창밖을 바라보던 진호가 입을 열었다.

"조금씩 입질이 오는 것 같죠?"

"응. 대물들이 입질해 온다."

오늘 코난 쇼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지 않는 이상, 스타라 불리는 사람이 아니면 결코 출연할 수 없는 토크쇼가 몇 개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코난 쇼다.

한국에도 제법 이름이 알려진 코난 라이언.

"어차피 커프 씨나 마크 씨 등 주연과 함께 나가야 하는 거지만, 일단 나가는 게 중요하지. 솔직히 지금도 네가 맘만 먹으면 나갈 수 있지만……. 쳇."

"알잖아요. 모델 타이틀을 걸고 나간 순간, 모델 출신 연기자밖에 안 되는 거. 아무리 연기를 잘 해도 모델 출신이라는 딱지를 벗기 위해서는 시간이 오래 걸려요."

제아무리 레전드라 불린 모델이라고 해도 영화나 드라마 판에서는 햇병아리나 다름이 없고, 인지 도만 믿고 무작정 덤볐다가 박살난 모델이 한 트럭이다.

이미 패션모델=발연기라는 공식이 성립되어 버린 것이다.

"안다, 알아. 그래서 안 하는 거잖아. 지니어스도 그것 때문에 침묵을 지키는 중이고."

진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침묵을 지키는 건 아닌 듯 싶지만……'

진호를 평가하는 게시물이나 댓글들을 보면, 종종 정말 냉정하게 평가하는 듯하면서도 교묘하게 찬양하는 글들이 보인다.

정말 부당한 일이 아닌 이상 나서기보다 뒤에서 은밀히 사람과 여론을 조종하는 지니어스의 성향인 글들이었다.

'베테랑과 베테랑이 만난 거니 그시너지 효과가……'

한국의 지니어스도 그렇지만, 미국도 지니어스가 된 이들 중 대다수가 이미 다른 연예인을 좋아하다가 여러 가지 이유로 탈덕하고 넘어온 베테랑 팬들이다.

연예인을 애인으로 생각하며 집착하는 게 아니라 마치 동생이나 자식, 혹은 최고애정캐릭터처럼 생각하는 메이 커 및 후원자의 성향이 강한 이들.

'그래서 더 무섭지. 그리고 교활……'

"응? 뭐라고?"

"아, 아닙니다!"

"……흠. 방금 네가 누굴 욕한 것 같았는데……"

"아니라고요. 이분이 엄한 사람 잡으시려 드시네. 신호 바뀌었으니까 얼른 출발하기나 해요! 그리고 아서 씨보고 타이밍 잘 잡으라고 하고요. 좋은 기회니까!"

"그건 당연하지! 최대리, 뭐해?"

코난쇼.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기가 막힌 타이밍이 다가오고 있었다. 다큐멘터리를 방불케 할 만큼 정교한 디테일과 연기가 코난 라이언이라는 명 MC의 레이더에 걸렸기 때문이다.

"아, 예!"

정 실장과 최대리의 관심이 돌려지자 진호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휴. 큰일 날 뻔했네. 암튼 귀는 밝아가지고.'

후비적, 후비적!

"아씨, 진짜 뭐지?"

움찔 몸을 굳힌 진호는 재빨리 창밖을 보았고, 차는 그렇게 저택으로 향했다.

진호는 정 실장, 최대리, 월터 등 스태프 전원과 파티 아닌 파티를 열었다. 점심나절 스태프들로서는 손가락만 쪽쪽 빨아야 했던 바비큐 파티였다.

"후우."

수영장 옆 바비큐 파티를 위해 가져다 놓은 테이블에 앉은 진호는 왁자지껄 떠들며 술과 고기를 먹는 스태프들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이게 미국 라이프인가……"

가족과 같은 스태프들의 입가에 미소가 가득하니 절로 웃음이 나왔다.

지이잉!

"음?"

정 실장의 핸드폰 발신자 표시에 나타난 이름, '냉혈 마녀'.

진호는 냉큼 전화를 받았다.

"네, 장 이사님. 저 진호예요. 저희 지금 파티중이에요."

-……그렇군요.

"네. 무슨 일이세요?"

-아, 혹시 오늘 한인 타운 봉사활동에서 무슨 일 하셨습니까?

"……글쎄요? 아, 몸이 불편하신 어르신들을 위해 개인적으로 기부금을 좀 냈어요. 그것 말고는 딱히……"

-흠. 그렇습니까? 흐음…….

"뭔데요?"

-한인 커뮤니티의 흐름이 심상치않아서 말입니다.

진호는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진호 씨를 옹호하고 있습니다.

"……그게 왜요?"

진호는 더 의아해했다.

"오늘 봉사 활동을 하면서 기부금도 30만 달러나 전달했으니까 당연한 거 아닌가요?"

-그게 아니라…… 음, 죄송합니다. 정보팀에서 과민하게 받아들였나 봅니다.

"네. 그 부분은 최 이사님에게 조율해 달라고 말해 주세요."

홍보부를 담당하는 최 이사. 정보팀은 그녀의 산하에 있었다.

"그보다 OST 이후 플랜은 세웠나요?"

-축구가 좋으십니까, 야구가 좋으십니까?

"……메이저리그 시구는 불가능하지 않나요?"

-그래서 LA 한인 야구 클럽으로 노선을 바꿨습니다.

'LA 한인이라……'

오늘 회장 사모님이 말한 '운동 좋아해?'라는 단어가 문득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고교와 사회인 클럽으로 가죠."

-알겠습니다. 한인 선수가 많은 고교와 사회인 클럽 둘 다 잡겠습니다.

"음, 네. HU에는 계속 언론 통제해 달라고 부탁드리고요."

- 걱정 마십시오. 진호 씨가 모델로서의 명성에 기대는 모습은 절대 미국 언론에 나오지 않을 겁니다. 코난 쇼가 방영되는 당일 날까지!

진호는 눈을 빛냈다.

"부탁드릴게요."

전화를 끊은 진호는 맥주가 얼마남지 않은 것을 발견하곤 몸을 일으켜 안으로 향했다.

"야구라……"

'그러고 보니 미국에서 얻을 수 있는 스포츠 스킬이 두 개였던가? 아, 세 개구나.'

고개를 주억이던 진호는 기지개를 쭉 폈다.

"아으으-! 좋다, 좋아."

드라마도 잘 되고, 빵 터질 이슈도 하나 남겨 둔 상태라 마음이 무척이나 평화로웠다.

"이대로 별 사건 없이 주욱 정상까지 올라갔으면 좋겠네!"

띠리리! 띠리리!

흠칫!

깜짝 놀란 진호는 울리기 시작한 전화기를 빤히 바라봤다.

왜인지 갑자기 불길해졌기 때문이다.

[스킬: 괴도 루팡]이 지금 당장 튀라고 외치는 것 같았다.

"여, 여보세요?"

-정문입니다. 지금 제니퍼 로제가 지노를 찾는 중입니다.

"……네? 누구요?"

'제니퍼? 걔가 왜 갑자기?'

-예. 그 제니퍼 로제입니다. 그리고 한 동양인 여성이……아, 잠시만요. 바꿔 달라는군요.

'동양인 여성?'

왜일까. 심장이 갑자기 미친 듯 떨리기 시작했다.

-진호 씨, 미안해요.

철렁!

아주 익숙한 목소리, 여자 친구 이서형의 목소리가 들린 순간 진호는 깨달았다.

'일 났네?'

온몸의 피가 빠져나가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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