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296화 (296/424)

12권 21화

노래가 끝났다.

나른하면서도 섹시하고, 몽환적이기까지한 그녀의 성공을 위한 작은 바람을 담은 세레나데는 모든 이들을 흘리기에 충분했다.

……짝짝짝짝짝!

"브라보!"

"원더풀!"

벌떡 일어난 네드와 레오, 진아는 박수를 치며 혀를 내둘렀고, 채팅을 확인하던 진호는 엄지를 치켜 들며 환하게 웃었다.

"역시 브라질은 원석의 나라라니까."

수없이 많은 톱모델을 배출한 브라질.

양 볼이 발갛게 상기된 채 긴장에 숨을 헐떡이던 까타레나는 배시시 웃었다. 그렇게 미모의 꽃이 활짝 피자 채팅창은 더욱 난리가 났다.

흐뭇하게 웃은 진호와 심사위원 세 사람은 그녀에게 노래에 관한 조언을 해 주었다.

"감사합니다!"

"그럼 다음으로…… 응우옌 티앙?"

"네!"

네드 시런과 레오, 진아는 눈을 빛냈다.

응우옌 티앙도 진호가 캐스팅한 인물이다. 분명 범상치 않은 재능을 가지고 있을 터다.

'넌 대체 어떤 재능을 가지고 있니?'

진호와 그들의 눈동자가 반짝이기 시작했다.

시작한 지 약 3시간이 지나고서야 실력 점검 시간이 모두 끝났다.

자신의 끼를 마음껏 뽐낸 사람들은 모두 호평을 받으며 숙소로 돌아갔고, 진호와 네드, 레오, 진아는 시내의 한 술집으로 향했다.

3천 명의 팬들 역시도 어젯밤 진호와 바비큐 술 파티를 해서 그런지 별다른 요구 없이 시내 곳곳으로 흩어져 한국의 밤을 즐기기 시작했다.

"진, 까타레나 줘."

욕심이 가득한 네드의 말에 이술집을 가득 채운 지니어스들도 귀를 쫑긋 세웠다.

까타테나뿐만 아니다. 응우옌 티앙을 비롯한 몇 명이 엄청난 재능과 끼를 드러냈다.

까타레나처럼 노래에 재능을 가지고 있던 응우옌 티앙. 잘만 다듬고, 기획만 잘 한다면 베트남에서 레전드로 남을 가수로 만들 수 있었다.

다른 이들도 누군가는 모델에, 누군가는 댄서에, 누군가는 연기에 재능을 드러냈다.

"빌보드에서 통할 것 같죠?"

"그걸 말이라고 해? 물론 다듬어야 할 곳이 많지만, 타고난 목소리가……"

네드는 이쪽을 찍는 카메라를 보며 말을 줄였고, 진호는 키득키득 웃었다.

"그렇죠. 목소리가 타고 났죠. 그런데 너무 이른 거 아니에요?"

"응?"

진호는 이쪽을 찍는 카메라를 힐끔 보곤 입을 열었다.

"아직 캐스팅할 사람은 많은데. 오늘 끼를 드러낸 다른 팬들도 지금보다 훨씬 더 빛날 수 있는데."

네드와 레오, 진아의 눈이 부릅떠졌다.

"자, 잠깐? 그 말은……?"

"네, 여러분은 이제 예고편만 시청했다는 거죠."

"말도 안돼!"

네드와 레오는 크게 부정했다.

"왜 안 되죠?"

"그, 그건……"

진호는 힐끔 테이블에 올려놓은 핸드폰 속에서 빠르게 올라오는 채팅을 보며 살짝 뜨끔했다.

그는 카메라를 보며 입을 열었다.

"시간을 벌려는 거 아니냐고? 그런 마음이 없는 건 아닌데, 이 여행이 끝나면 얼마든지 접촉할 수 있는 걸 가지고 허세를 부려서 뭐해?"

그냥 자신이 있는 것이다. 그 어떤 매니지먼트라도 진호 본인이 점찍은 인재를 빼갈 수 없다는 자신이 말이다.

'더욱 이 까타레나는 미성년자임에도 브라질 지부, 아니 브라질 총괄지부의 간부로 활동할 만큼 머리가 좋고, 티앙은 현재 영국 사립학교에 유학 중일 만큼 명석한 두뇌를 갖췄지. 재력은 그 외의 문제고.'

이런 부분이 아니었다면, 진호는 결코 그들에게 손을 내밀지 않았을 것이다. 아무리 엄청난 원석이라고 해도 현재 본인의 일을 등한시 하는 이는 필요 없었다.

"그냥 지켜봐. 아직 본편은 멀었으니까."

네드와 레오, 진아는 단언하는 진호를 보며 전율했고, 그건 이 방송을 지켜보는 세계 각국 매니지먼트 관계자들도 마찬가지였다.

* * *

-Rolling in the deep-! You had my heart-

마치 동굴처럼 깊고 허스키한 목소리가 회의실을 쩌렁쩌렁하게 울린다.

"역시 우리의 황제는 하늘의 사랑을 받고 있나 보군요."

HU 에이전시 본사의 임원들은 커다란 스크린에서 방영되는 진호의 방송, 슈퍼스타 지니어스의 7일차 중간 점검을 보며 웃음을 터트렸다.

진호의 방송에다가 수백만이 어울리는 초대형 기획이라서 모니터링을 할 수밖에 없었던 그들은, 나날이 발전해 가는 참가자들의 실력과 정말로 본편이 시작됐다는 듯 갑자기 툭툭 튀어나온 경이로운 재능을 지닌 인재들을 보며 기립박수를 칠 수밖에 없었다.

진호가 잘 될 수록 HU 에이전시도 잘 되기 때문이다.

"현재 발굴된 모델들은 뒤로하더라도 빌보드 세 명에 할리우드 한 명, 피아노 한 명……. 누가 좀 말해 주겠습니까? 여태껏 저 미국놈들은 장님이었다고!"

오랜 시간 패션, 아니 모델의 종주라는 타이틀을 놓고 다뤄온 프랑스, 미국, 영국, 이탈리아.

그중 미국은 가장 골치 아픈 이웃이었다.

사람들은 50대 백인 남성의 오버스런 액션에 피식 웃고 말았다.

몸짓을 과하게 했던 백인 남성도 장난이었다는 듯 피식 웃었다.

그러나 정말 장난은 아니었다.

외모, 재능, 지성 모두 탐이 난다.

화면 속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응우옌 티앙은 베트남 가요계를 뒤로하더라도 커머셜 모델로서 동남아시아를 충분히 재패할 외모와 몸매, 끼를 지니고 있었다.

까타레나는 미국도 넘볼 수 있을 만한 외모와 끼를 지니고 있었다.

원석의 나라 브라질에 다시 한번 꿈을 심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HU 에이전시 소속의 지사'에서 발굴되지 않았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끌어 왔을 인재들.

명실상부 HU 에이전시의 황제인 진호의 손에 의해 발굴되어 무척이나 다행이었다.

"그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매니지먼트 쪽은 라인이 얇아서 잘 모르겠지만, 한 가지 공통된 이야기는 들려오더군요."

사람들의 시선이 레전드 캐스팅 디렉터 윌리엄에게로 향했다.

"유명 매니지먼트와 에이전시, 엔터테인먼트의 치프급 캐스팅 디렉터들이 모두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는 것."

HU 에이전시의 이사들은 깜짝 놀랐다.

"……설마 미국 놈들까지 움직인겁니까?"

"그렇습니다. 미국 놈들도 움직였습니다."

"그런……"

웅성웅성.

모델 업계에서 쓰이는 돈은 장난이라는 듯 상상을 초월하는 금액이 움직이는 빌보드와 할리우드.

세상에서 제일 엉덩이가 무거운 그들이 움직였다는 소식에 HU에이전시 이사들은 동요를 보일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우리의 황제가 발굴한 인재들의 재능이 그들을 움직이게 할 만큼 대단하다는 소리죠. 특히 미스 까타레나와 미스 에이미, 미스터 리토의 재능이."

가창력이나 연기력 쪽은 잘 쳐다보지도 않은 채 오직 인지도와 외적 매력만 봤던 모델 에이전트인 본인들마저도 홀려 버릴 재능들.

이들을 뺏길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이사들의 표정은 나빠질 수밖에 없었다.

"음."

"이 빌어먹을 졸부 새끼들이 또."

그 순간이었다.

윌리엄의 실소가 그들의 귀를 파고들었다.

시선이 몰리자 그는 익살맞은 표정을 지으며 양팔을 벌렸다.

"뭘 그렇게 걱정하십니까. 그들이 아무리 돈을 휘두른다고 하더라도 다미앙 지사장의 계약서를 넘어설수 있다고 봅니까?"

"……아."

"푸하핫! 그랬지. 다미앙과 진에게는 그 끔찍한 계약서가 있었어!"

일단 계약 기간이 데뷔 후 2년에서 3년이고, 스케줄 선택은 무조건 아티스트의 결정에 맡긴다. 정산 비율은 6:4부터 시작하지만, 계약 기간 내에 최대 8:2까지 조율을 할 수 있다.

주주와 투자자들, 그리고 세간의 인식을 신경 써야 하는 이들은 절대 내밀 수 없는 계약서다.

그건 HU 에이전시 본사라도 마찬가지였다.

여기에 계약 방식은 또 어떤가.

변호사 입회하에 얇은 책자만 한 두께의 계약서 내용을 모두 이해시킬 때까지 설명해 준다.

이 때문에 HU 에이전시도 한바탕 몸살을 앓았었다.

"혹여 슈퍼스타 지니어스를 따라하려는 움직임이 관찰 된 건 있습니까?"

다미앙 지사가 아이돌파트를 개발하고 엄청난 성과를 거두면서 이제 다른 분야에도 욕심을 내게 된 그들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발굴하지 못한 인재는 발굴해 낼 때까지 묻혀 있기를 바랐다.

"아직은 없다고 합니다. 혹여 한다고 해도 그쪽 소속 아티스트들이 용인하겠습니까? 진이 지금까지 쓴 액수가 어림잡아도 5백만 유로를 넘겼습니다."

슈퍼스타 지니어스의 임팩트를 넘어서기 위해선 그 이상이 되어야 하는데, 이것도 주주와 투자자들 때문에 불가능했다.

"거기다 언제나 극성 팬, 아니 악성 팬에 시달리는 그들입니다. 언제 어떤 미친 악성 팬이 사고를 칠지 모르기에 아티스트들은 난색을 표할 수밖에 없습니다."

"확실히……. 그런 걸 보면 지니어스가 스페셜하기는 하죠."

자체적으로 악성 팬을 거르고 사장시키며, 그래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면 아예 감옥에 넣어 버리는 지니어스.

전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분명 상식적이지만 그들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성향을 가진 팬클럽이었다.

"그리고 진은 그런 팬들을 위해 신설한 경호팀 전원을 불렀다고 합니다."

"PMC 소속이었던 용병들을 말하는 겁니까?"

"허어."

이는 그 누구라도 접근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이거 한국에 간 디렉터들이 가물치 같은 놈들이라고 욕을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군요. 미국이 지금 한국의 가물치 때문에 생태계가 망가지고 있다죠?"

"하하핫!"

"흐허허허헛!"

같은 소속에게도 상도의가 없는 진호와 다미앙.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그제야 긴장을 놓으며 기꺼운 마음으로 진호의 방송을 시청했다.

"아, 그런데 다미앙 지사에선 언제 직원들을 파견해 준다고 합니까? 지금 각국 지사장들이 5분마다 한 번씩 전화를 하고 있습니다."

"아마 지사가 안정이 된 후에……"

그들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가벼웠다.

* * *

진호는 눈을 깜빡였다.

"누가 뭘 해요?"

-PJY와 SY가 팬과의 여행, 아니 슈퍼스타 지니어스를 따라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했습니다.

"어……"

진호는 머리를 긁적였다.

"왜 그런 결정을 내렸대요? 윽박을 지르고 타일러도 이빨조차 박히지 않는 강성 팬들을 뒤로하더라도 저보다 더 크게 판을 벌이려면 감당이 안 될 텐데?"

그러고도 인재를 찾아낸다면야 상관없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돈을 허공으로 날려 버릴 것만 같다.

'솔직히 나도 아이돌 마스터 스킬이 아니었다면 이런 기획은 못 짰지.'

보는 순간 성공의 유무를 알아차리는 [스킬: 아이돌 마스터].

'물론 아이돌 마스터에 비견되는, 어쩌면 넘어설 캐스팅 재능을 가진 사람도 있겠지만……'

그런 사람들은 모두 다미앙 지사에 몰려 있다고 봐야 했다.

아니, 그럴 기미가 손톱만큼이라도 보이는 이들은 죄다 연봉과 보너스를 미끼로 헤드헌팅을 했다.

"진짜 아무리 생각해도 삽질하는 것 같은데……"

-건국 공신들이, 지금의 PJY와 SY를 만든 이들이 있잖습니까.

"농담이시죠?"

각 기획사의 대표들도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이들.

그들을 억지로 움직이려 들었다가는 그들이 기획사를 떠나 버리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

-하하. 그렇습니다. 그런데 그러면서 PJY 박 대표가 한 사람을 만나 줄 수 있냐고 하더군요.

"……미국 매니지먼트 관계자?"

PJY의 박 대표 하면 미국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아마 그렇지 않겠습니까?

"이야……"

'뻔뻔하네, 정말.'

헛웃음을 지은 진호는 눈빛을 서늘히 가라앉혔다.

"그리고 그들이 노리는 진짜 타깃은……"

-진호 씨겠죠.

까타레나 등의 원석들이 아무리 크다 하더라도 이미 찬란하게 빛나는, 그것도 까타레나 같은 원석을 얼마든지 찾아 낼 수 있는 진호와는 비교할 수가 없었다.

한 번은 우연이라도 그 이상은 실력이었다.

-축하드립니다. 이제야 그들이 그 무거운 엉덩이 움직일 만큼의 괴물이 되셨군요.

다미앙은 유쾌하게 말했다. 얼마만큼의 돈을 준다고 해도 진호가 떠나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다미앙 씨도 축하드려요. 전 세계에서 인재들이 몰려드는 소리가 들리네요. 뭐, 일단은 회사로 날아온 오디션 영상 수십만 개를 확인하는 게 먼저 일테지만요."

-이제 3일 후면 진호 씨도 함께 검토하셔야 하는 일입니다만.

"……그러니까요."

'아니, 끼 있는 사람이 왜 그렇게……. 많은 거야 좋지만! 그렇지만!'

그중 원석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이가 얼마나 될 지는 알 수 없지만, 많아도 너무 많았다.

급격히 우울해진 진호는 한숨을 내쉬었다.

"PJY와의 비즈니스 파트너십 계약 만료일이 언제까지 였죠?"

-이제 2개월 남았군요.

"해지하죠. 빼먹을 건 다 빼먹은 것 같으니."

-알겠습니다.

"네, 그럼 더 수고하세요. 저는 저를 찾아온 이들이 무슨 말로 꼬드기는지 다 듣고 알려 드릴게요."

-푸하하하하핫! 알겠습니다. 건투를 빌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진호는 축 처진 얼굴로 무전기를 들어 주파수를 조정했다.

"월터, 경비 상태는 좀 어때요?"

-아, 그렇지 않아도 지금 근처에서 얼쩡거리던 놈들을 몇 명 잡았…….

"월터?"

-아, 이 자식이 할 말이 있다는군.

"바꿔 주세요."

-크흠. 안녕하십니까, 진호 리. 난 모타운의…….

진호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모타운 레코드. 지금은 약간 유명무실해졌지만, 한때 수십 년간 미국 내 아프리카계 미국인 업계에서 가장 많은 소득을 기록한 회사였다.

'와, 진짜가 왔네. 내가 이 정도로 커졌단 말이지?'

언젠가 조나단 파블로에게 했던 할리우드가 저를 전용기로 픽업할 수 있도록 성공하겠다는 그 다짐을 이제 곧 이룰 수 있을 것 같았다.

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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