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 12권 19화
7. 슈퍼스타 지니어스
"……."
PJY 엔터테인먼트의 회의실.
한쪽 벽에 걸린 커다란 TV, 진호의 방송을 보는 박 대표와 임원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 있다.
"돌겠군."
누군가 씹어 뱉듯 하는 말에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슈퍼스타 지니어스. 상황만 놓고 보면 참 재밌는 기획이다.
그러나 엔터테인먼트의 입장에서는 결코 웃을 수 없는 일이었다.
"지니어스 전 세계 전 지부에 공문이 내려갔다고요?"
"예. 방금 전 연예인과 모델에 관심이 있는 팬들은 모두 영상을 찍어 다미앙 지사의 메일로 보내 달라는 공지가 올라왔습니다. 추천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하얗게 질렸다.
"이, 이런 미친!"
"그게 말이 돼? 걔네들 브론즈 계급 이상 회원 숫자만 수백만이잖아!"
이게 문제다. 수백만의 회원 숫자.
그들을 비롯해 그들의 친구나 지인까지 합하면 수천만에 육박한다고 봐야 했다. 개중 만 분의 1만 재능이 있다고 해도 수천 명.
다미앙 지사에서 유일하게 부족 했던 점인 인재 풀, 양질의 연습생들이 단숨에 채워지는 것이다.
'그것도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막말로 지구본을 돌려 아무 나라나 찍어도 그 나라를 공략할 수 있는 인재 육성이 가능하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가 성립되는 것이다.
시작부터 수백만, 어쩌면 수천만의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고 시작하기에 더더욱.
이 말은 곧, 그동안 3대 기획사나 중소 기획사에 몰렸던 끼 많은 연예인 지망생들 중 눈치와 두뇌가 좋은 이들이 모두 다미앙 지사로 향한다는 소리라서 무척이나 심각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리고!"
"이를 위해 다미앙 지사에서 신설 콘텐츠 제작 팀 전원이 출발했다고 합니다."
"코, 콘텐츠 제작팀?"
"허-. 그런 것도 만들었어?"
원래부터 있었지만, 이번에 규모를 더 늘리고 전문화를 이룬 다미앙 지사의 콘텐츠 제작팀.
그 화려 했던 면면을 떠올린 박 대표는 테이블을 강하게 쳤다.
쿵!
"역시 판을 제대로 벌리겠다는 소리군."
막지 못하면 시장을 씹어 먹어 버릴 초거대 엔터테인먼트가 탄생 할 상황이다. 그런데 막을 수가 없다.
"바, 방송국은요?"
"다미앙 지사에 접촉을 하고 있다는 소식이지만……"
"다미앙 지사에서 거부하고 있겠죠. 그렇겠죠."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인 말이다.
박 대표는 앞에 놓인 핸드폰을 들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우-. 웬일이야, 박 대표? 네가 먼저 전화를 다 주고?
"……시치미 떼는 겁니까. 양 대표."
-시치미? 아, 슈퍼스타 지니어스? 그게 왜?
"……JH와는 이야기가 됐다는 소리군요."
-잉? 아닌데? 우리도 뒤통수 맞아서 회사가 뒤집어졌는데? 연습생들 단속한다고 난리도 아냐. 진호가 능력이 좀 좋아? 일단 멱살을 잡았다 하면 단숨에 정상까지 끌고 가잖아. 너희는 안 그래?
"……그런데도 그렇게 태연한 겁니까?"
-그럼 울까? 일은 이미 터졌는데? 거기다 이거 막을 수 있어?
"그건……"
못 막는다.
'PJY 소속 아티스트 전원을 그 인터넷 방송 플랫폼에 출연시킨 다면 저 빌어먹을 방송을 막을 수 있겠지.'
그러나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인터넷 방송 플랫폼은 저것 하나 만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진호가 컨택한 연습생을 빼올 수 있겠어?
못 빼온다. 다미앙 지사의 계약서는 자신들 엔터테인먼트 입장에 선 날벼락에 가깝기 때문이다.
"너무 태연한 거 아닙니까? 지금 우리 밥그릇이 위험해지고 있어요! 아무리 전략적 제휴 관계라지만 이건……!"
-그럼 그만큼 더 해 주면 되지. 소속 아티스트든, 연습생이든.
"양 대표!"
-……이봐, 박 대표. 지금 나한테 칭얼거리려고 전화한 거야?
"……후우. 함께 막아 보자고 전화한 겁니다."
-아, 그런 일이라면 난 빼줘. 벌써부터 끌어내려지긴 싫거든.
* * *
-알잖아. 이진호 카피 프로젝트를 발동시킨 후 우리 JH 매출이 얼마나 뛰었는지. 이사들과 투자자들이 날 쌈 싸 먹으려고 들 거야.
"정말 이러깁니까!"
-어. 이럴 거야. 그럼 수고!
전화가 매정하게 끊긴 핸드폰을 내려다보던 박 대표는 다시 테이블을 내려쳤다.
쿵!
"빌어먹을!"
이를 부득부득 간 그는 갈등을 하다가 다시 전화를 걸었다. 이번에는 SY의 대표 이사였다.
한편 전화를 끊은 양진혁은 핸드폰을 보며 코웃음을 쳤다.
"이놈 또 헛지랄 하겠네. 쯧쯧쯧."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는 건 맞지 않습니까?"
회의실에 앉아 있던 양진혁은 말을 한 임원을 어이없다는 듯 보았다.
"어떻게 막을 건데요?"
"그건……"
임원은 말을 못했고, 그건 이 긴급 소집에 달려온 다른 임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다 그중 한 명이 입을 열었다.
"대표님, 레오와 진아를 보내죠. 심사위원으로."
사람들은 식겁하며 그 임원을 보았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진혁의 반응은 달랐다.
따악!
"그렇지. 당연히 그렇게 해야죠. 그래야 진호 그 매 같은 놈이 컨 택한 미래의 괴물들을 끌어올 가능성이 생기죠. 박 부장, 월말 보너스-!"
"가, 감사합니다!"
"대, 대표님!"
갑자기 터진 외침에 한 임원을 바라본 사람들은 의아해했다.
그가 한쪽 벽에 걸린 TV, 진호의 인터넷 방송이 흘러나오는 TV를 가리키며 온몸을 떨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 의아해하며 TV를 본 사람들은 그대로 굳어 버렸다. 채팅창에 올라오는 내용들 때문이었다. 하얗게 질린 양진혁은 다급히 외쳤다.
"소, 소리! 소리-!"
"네, 네!"
한 사람이 다급히 리모컨을 들었다.
-정말 안 그래도 된다니까요?
-아냐, 진. 나도 좀 쉬고 싶어서 그래. 내가 정말 얼마나 너와 유럽횡단을 하고 싶었는지 모르지?
-하하, 그랬어요?
-응. 월드 투어 콘서트만 아니었어도 따라가는 건데……. 후, 아무튼 허락해 줄……
양진혁은 다급히 핸드폰을 들어 진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응? 잠시만요. 저 전화 왔어요. 끊지 말고 있어 봐요.
-그래, 알았어.
-고마워요. 네, 사장님!
"진호야!"
-어…….
전화를 하기 위해 몸을 돌렸던 진호가 화면 정면을 보기 시작했다.
-혹시 지금 제 방송 시청 중이세요?
"아이구, 우리 진호 눈치도 빠르지. 그럼 내가 다음에 할 말도 알겠네. 레오랑 진아, 그 집돌이, 집순이들 좀 데려가!"
회의실에 앉은 사람들은 식겁하며 너무 노골적으로 말한 양진혁을 보았다.
-푸하하하핫!
양진혁의 생각을 알아챘다는 듯 크게 웃던 진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저야 좋죠. 이야, 우리 팬들 호강하겠네. 일단 물어보고 연락드릴게요.
"오케이. 그럼 지금 보낸다!"
-넵.
알았다고 말하며 전화를 끊은 양 진혁은 임원들을 향해 빨리 움직이라는 제스처를 취했고, 진호는 다시 전화를 이어 갔다.
-네, 정말 그러시다면 상의해 보고 연락드릴게요. 이건 저와 팬들과의 여행이니까요. 이해하죠, 네드?
그랬다.
진호에게 전화를 건 상대는 월드 스타, 네드 시런이었다.
판이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커져 버렸다.
* * *
원래 저녁을 먹으며 깜짝 고백을 하려고 했던 진호는 네드 시런까지 얽혀들게 되자 바로 회장과 각 지부장들을 모아 사정을 설명할 수밖에 없었다.
"What the……"
"Oh la la……"
"야, 이씨! 숨기는 거 있는 거 맞잖아! 이거 진짜 또라이 아냐!"
"사랑합니다!"
"하루라도 사고를 안 치면 입안에 가시가 돋냐! 넌 진짜 죽었어! 이리 와!"
"살려 주세요!"
진호는 재빨리 회장의 손을 피해 도망쳤지만, 얼굴을 일그러트린 지부장들의 육탄 공격에 쓰러져 밟혀야 했다.
"악! 아악!"
몸을 말아도 소용이 없었다.
분노한 팬들의 손바닥은 온몸을 울렸다.
"나도 이렇게까지 판이 커질 줄은 몰랐……"
"확! 네가 몰랐다고! 한국대 수석 이진호가!"
입을 다문 진호는 이내 씨익 웃었다.
"요고 안 먹히네."
"야."
"네."
"설명."
잠시 생각을 정리한 진호는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요약하자면, 모두가 윈윈 하자는 거죠."
"……팬의 입장에서는 모델이나 연예인이 되고 싶은, 혹여 그런 끼를 가진 본인들이 발탁돼서 좋고, 지노의 입장에서는 차기 상품을 개발할 수 있어서 좋다는 건가요? 다미앙 지사는 지사로서의 규모를 갖추게 되고?"
"바로 그거예요, 이탈리아 지부장. 상품이란 말은 절대 아니지만요. 하지만 오늘 참가한 3천 명중 싫은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이 기획은 폐기할 겁니다. 엠바고가 걸어 놓은 기사 역시도 폐기되거나 내용이 달라져서 나가게 되겠죠."
오늘 진호가 기획한 이것은 어디 까지나 믿을 수 있는 인재를 받아 들이고, 또 그 인재는 믿을 수 있는 회사에 미래를 맡길 수 있는 기회를 주려는 것뿐이다.
이미 팬 사이트에 대대적인 연습생 오디션 공고를 올렸기에 여기 있는 3천 명이 거부를 한다고 해도 타격은 없다.
발탁한 연습생을 띄울 수 있는 기획은 무궁무진하니 말이다.
이런 진호의 설명에 회장과 각 지부장들, 간부들은 고민에 빠졌다.
"정말 반대하는 사람이 생기면 폐기할 건가요?"
"당연히."
진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고, 한국을 제외한 다른 지 부의 지부장과 간부들은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콘텐츠 제작팀을 불렀다면서요."
"돌려보내면 돼요."
"그런……"
진호는 불신하는 그들을 향해 단호히 말했다.
"내겐 방송이나 기획보다 날 사랑해 주고 아껴 주는 여러분이 우선입니다. 돈? 명예? 인지도? 그런 건 지금이 아니라도 언제든 얻을 수 있는 것들입니다. 그런 것들 때문에 당신들을 무시할 만큼 전 어리석은 사람이 아니에요."
사람들은 눈을 부릅떴다.
"그, 그렇다면 왜 이런 걸 기획한 거죠?"
"멀리 해외에서 온 여러분이 하나라도 더 많고, 더 강렬한 추억을 가져가길 바라서요. 말이 좋아 3 천명이지, 개인 대 개인으로 나와 대화를 나누거나 교감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요? 1분? 30초? 열 몇 시간 힘겹게 날아와서 겨우? 10일 동안 겨우?"
"……아!"
"그, 그래서 이런 기획을 한 건가요!"
"네."
진호의 단호한 대답에 한국 지부는 흐뭇이 웃었고, 다른 나라의 사람들은 눈물을 글썽거렸다.
"팬들과의 여행이라고 못 박은 거라면 정말 팬들과의 여행일 뿐 입니다. 난 이걸 가지고 이득을 볼 생각이 결코 없습니다."
"진, 당신은 정말……"
왜 이렇게 착한 거냐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가 내려앉았다.
"이런 진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한국 지부와 본부가 무척이나 부럽네요. 특히 진과 가장 가까이 지 내는 회장이."
"그러니까 진호가 한국에서 별다른 이벤트를 안 해도 웃으며 넘길 수 있는 거죠. 일종의 자긍심? 그걸 만날 채워 주거든요."
진호는 분위기가 좋아 지자 속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자칫 팬들이 배신감을 느끼게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선을 갑자기 넘어 버렸어. 대체 방 비밀번호는 어떻게 안 거야?'
네드 시런이나 양진혁이 전화만 주지 않았다면, 이런 상황이 발생 할 이유도 없었다.
물론 변명에 가까운 투정이었다.
"그래서 대상은 장기 자랑을 신청한 애들로만?"
"그리고 제 눈에 들어온 몇 명도 함께요. 아, 그중에는 까타레나, 당신도 있어요."
"저, 저요?"
사람들이 브라질 지부의 간부인 까타레나를 봤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굉장히 매력적인 외모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네. 솔직히 이 기획이 아니었다면 바로 스카웃을 했을 만큼."
"……노, 농담이죠?"
"진담이에요."
까타레나는 그중 하나에 아주 특별한 재능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스킬: 아이돌 마스터]가 반응할 리가 없을 테니 말이다.
그것도 노아를 봤을 때만큼 심장이 뛰고 있다.
'거의 나라를 대표할 재능……'
결코 놓칠 수 없는 인재였다.
'만약 노래에 재능이 있다면?'
빌보드를 씹어 먹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진호의 머릿속에서 수 많은 플랜들이 세워지고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그런……"
"당장 결정해 달라는 게 아니에요. 이번 여행을 모두 즐기고 브라질로 돌아가 진지하게 고민한 후에 가부를 결정해도 괜찮아요. 아니, 그렇게 해 주세요. 당신의 인생이고, 일단은 지금의 여행을 즐기는 게 먼저니까요. 아셨죠?"
"……네."
사람들은 큰 기회를 얻게 된 까타레나를 눈으로 축복해 주었고, 진호는 그런 그들을 보며 흐뭇이 웃었다.
'역시 내 팬들이라니까.'
솔직히 질투가 날 수 있는 상황 임에도 축하부터 해 주는 팬들이 진호는 너무 좋았다.
"자, 그럼 어떻게 하실래요? 팬들에게 물어보시고 오실래요, 아님 여기서 반대하고 끝내실……"
"아니."
"음?"
진호는 의아해하며 회장을 보았고, 그녀는 씩 웃으며 테이블에 올려놓았던 핸드폰을 뒤집었다.
그건 다른 지부장들과 간부들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그들의 행동에 진호는 더 의아해했지만, 이내 입을 떡 벌려야 했다.
"한국? 어때?"
-코오오올~!
'억?'
진호는 눈을 부릅떴다.
스피커폰이었다.
"……자, 잠깐?"
진호는 다급히 다른 이들을 보았다.
그들도 음흉하게 웃으며 어떠냐고 말했다.
-디이이이일!
-으자아!
'……헐?'
진호는 멍하니 회장을 바라봤고, 그녀는 코웃음을 쳤다.
"너만 사고 치라는 법 있니?"
진호는 풀썩 웃어 버리고 말았다 슈퍼스타 지니어스,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