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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292화 (292/424)

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 12권 17화

"하핫! 3월에 봐요, 진! 난 먼저 갈게요!"

진호는 정말 만족스럽다는 듯 웃으며 피에트로와 함께 떠나는 팀을 보며 웃을 수가 없었다. 이 수 많은, 그것도 각계각층에서 유명한 이들 앞에서 디자인 노트를 한 권 도 모자라 두 권이나 채워 버렸다. 그것도 모자라 델핀과 앙트완이 맡은 파트의 디자인까지 해 버렸다. 때문에 델핀과 앙트완도 그들의 뒤를 쫒는 상태였다.

진호는 눈을 빛내는 사람들을 보며 이마를 잡았다.

'어이구야.'

델핀과 앙트완, 피에트로가 온 것 보다 더 귀찮은 상황이 벌어질 것 같았다. 델핀과 앙트완도 뮤즈, 영감을 주는 존재를 뜻하는 단어에 대해 다시 고찰하게 됐을 터였다.

여기 모인 사람들 역시도 말이다.

'한 번이면 우연이지만, 세 번이면 진짜다.'

팀은 벌써 세 번이 넘게 진호의 행동을 통해 대작들을 디자인했다.

'그래. 내가 이렇지, 뭐.'

진호는 한숨을 푹 내뱉었다. 그렇게 파란의 기념식은 끝을 고해 갔다.

* * *

"경매하자.

"……네?"

팬 콘서트를 성황리에 마친 후 뒤풀이 장소에 모여 술을 마시던 진호는 지니어스 회장의 말에 눈을 껌뻑였다가 재밌다는 듯 웃었다.

"박물관을 만들려는 게 아니……"

진호는 말을 하다가 멈췄다.

말을 한 회장뿐만 아니라 이쪽을 초롱초롱 바라보던 지니어스 간부들의 표정이 썩어 갔기 때문이다.

"애초부터 그런 생각이 없었네요."

회장은 활짝 웃었다.

"우리 진호, 이제 머리에 지방 끼기 시작하니? 이제 좀 성공한 것 같아? 물론 성공한 건 맞지만, 개념이 사라지는 중이야?"

"죄송합니다!"

진호는 재빨리 자세를 바로 했고, 회장은 코웃음을 쳤다.

"그래, 이 한국에서 은퇴하거나 죽은 스타도 아닌 인물을 위해 박물관을 지어 봐. 언론들이 좋다구나 까대기 시작할걸? 그건 답 없이 행동한 우리가 아니라 너에게 안 좋은 일이야."

"차이나 지부를 까는 건가요?"

찰싹!

"악!"

"그 동네랑 이 동네랑 사상이 다르잖아! 맞을래!"

"벌써 때렸……"

"확!"

진호는 재빨리 가드를 했고, 회장은 이를 드러내다가 이내 손을 거둬들였다.

"아무튼 그렇게 경매한 돈을 가지고 어려운 분들을 돕자는 말이야. 다미앙 지부 개관식 때 호재도 생겼으니까 흐름을 타야지."

이곳에 모인 팬클럽 회장과 간부들도 그 자리에 있었다.

"너도 시선을 분산시켜야 하잖아. 안 그래?"

정곡을 찌르는 말이었다.

세 사람의 방문이나 팀 존스의 일 때문에 지금 연락이 쏟아지는 중이었다.

'특히나 패션계와 미술계가 난리 났지.'

우리도 한번 보자며 방문 문의가 쏟아지는 중이다.

기업들도 만만치 않다.

델핀과 앙트완, 피에트로와의 친분 때문이다.

이전까지의 이진호가 그저 LVMH의 전속 모델이라는 성향이 강했다면, 지금은 LVMH라는 초거대 기업의 후계자들과 친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그 먼 거리를 날아올 만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후계자 중 한 명만 왔으면 모르되 세 명 모두가 온 상황. 기업들로서는 욕심을 낼 수밖에 없었다.

살짝 놀랐던 진호는 이내 재밌다는 듯 웃었다.

"이야……. 역시 회장 누나. 날카롭네요."

"닥치고."

"넵."

"아무튼 이렇게 되면……"

"차이나 지부가 만든 박물관에도 좋은 일이 되는 거죠. 그쪽도 곱지 않은 시선들이 있을테니까."

그랬다. 그래서 허튼 소리가 나오지 못하게 혼신의 힘을 다해 작업을 했다.

"그래. 난 거기서 한 발 더 나가려는 거야. 네 작품이 고가에 팔려 봐."

"차이나 지부는 이렇게 고가인 물품을 아무렇게나 둘 수 없어서 박물관을 만들었다는 쉴드를 얻게 되겠죠."

선후가 바뀌게 되는 것이지만, 포장하기 나름이었다.

"그렇쥐. 그래서 자선 경매로 갈 거야. 너 싫어하는 언론들이 개소리 못하게."

"……이야, 우리 회장 누님."

"내 생각 아닌데?"

"응?"

"네 옆에 계신 여자 친구 생각인데?"

"엥?"

"어, 언니!"

"언니?"

진호는 서형과 회장을 번갈아 보며 어이없어했다.

"서로 언제 이렇게 친해졌대? 그 보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한 거예요?"

"……진호 씨도 경매를 생각하고 있었을 테지만, 이렇게 하는 게 더 포장하기 좋으니까요. 팬클럽의 강요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경매를 열었다는게."

마치 '넌 이런 방식으로 일을 진행하지 않을 거잖아'라는 듯 또렷이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에 진호는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맞다. 진호와 다미앙 지사도 자선 경매를 생각하고 있었지만, 팬들을 이용하려고 하지는 않았다. 정확히는 의견이 나왔지만 반려 했다. 자선 경매를 통해 현재 닥친 문제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작품의 가격이 올라가는 순간 지방자치단체의 콜이라든지, 어떻게든 찾아 오려는 미술계와 패션계, 그리고 다른 이들을 막을 수 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이런 일로 팬클럽을 이용할 수는 없었다.

그런데 서형은 그런 진호의 마음도 보이기 좋게 포장하고 있었다.

"서형 씨……"

감동한 진호는 그녀의 손을 잡았고, 서형은 옅게 웃었다.

"커플끼리 달달구리한 모습을 보이는 건 좋은데, 솔로들 앞에서는 자제하지?"

서형은 깜짝 놀라 손을 빼려고 했지만, 진호는 그 손을 더 힘주어 잡으며 회장을 보았다.

"연애들 안 해요?"

"나랑 급이 맞을 만한 사람이 있으면 하겠지. 내 나이면 이제 결혼을 생각해야 하니까. 그렇다고 재벌 쪽이랑 결혼해서 억압받으며 사는 것은 사양이고."

"아…… 확실히 누나 성격이면……"

"내가 뭐? 말 잘 해라?"

"사랑합니다."

"응, 나도. 퉤."

혀를 찬 진호는 눈빛을 가라앉혔다.

"그래서 난 나대로 이미지 메이킹을 하자?"

"네 이미지야 더 건드릴 곳이 없지만, 네 이름값이 커진 만큼 사회에 돌려줘야 하는 것도 커진 거니까. 그리고 지난 1년 동안 쉰 것도 있으니 이쯤해서 네가 어떤 사람인지 상기시켜 줄 필요도 있고."

"……아오. 누나가 부족한 것만 있었어도 스카우트 하는 건데."

"장 이사가 날 들들 볶을 테니까 거부하겠어."

"아쉽네요."

진심으로 아쉬워한 진호는 눈을 가늘게 떴다.

'상기시킨 다라……. 역시 사람은 많고 봐야 해.'

다미앙 지사에서도 발언되지 않은 내용이다.

어차피 진호가 복귀한 기념으로 팬 콘서트를 열고, 팬과의 여행을 떠나고 자선 경매를 하는 순간, 그의 천사 이미지는 다시금 대중의 머릿속에서 떠오르게 될 테니 말이다.

연예인으로서의 이진호도 나연석의 예능에 출연하면 끝이다.

"문제는 스케일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건데……"

"기업들과 미술계, 패션계 때문에요?"

"그렇죠. 이 문제 때문에 지금 내부에서 크게 할 건지, 작게 할 건지에 대해 의견이 좁혀지지 않거든요."

그들 세 곳 모두 어떻게든 진호의 작품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진호를 통해 LVMH와 콜라보레이션을 할 기회를 가지려는 기업들이라면 더더욱.

"……골치 아프시겠네요. 규모를 작게 열어도 경매 호가는 끝을 모르고 높아질 테니까요."

"그렇죠. 전 중국 정부의 고위 관계자와도 인연이 있으니까."

톡톡톡!

검지로 테이블을 두드리며 생각에 잠겼던 진호는 이내 결정했다.

"다미앙 씨."

"예, 진호 씨."

"자선 경매 규모를 작게 가죠."

사람들은 의아해하며 진호를 보았다.

사촌이 땅을 사도 배가 아픈 게 사람인데, 안 그래도 잘 나가는 진호가 단숨에 수억 수십억을 벌어 들이면 분명 말이 나올 터였다.

"규모가 작은 경매라면 분명 기만 한다는 소리가 나올 수 있습니다만……"

좋은 일이기에 별다른 말이 나와 서는 안 될 상황.

진호는 입술을 비틀었다.

"그 책임을 허튼 목적을 가지고 참석한 경매 참가자들에게 떠넘긴다면요?"

"예?"

사람들은 눈을 부릅떴다.

그러다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지금 진호는 모든 안 좋은 소리를 그들에게 떠넘기려고 하고 있었다.

"하핫, 훌륭한 생각이군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물밑 작업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부탁드릴게요."

"우리도 그렇게 작업해 놓을게."

"고마워요, 회장 누나."

"뭘. 우린 너의 서포터잖아."

순간 가슴이 뭉클해진 진호는 이내 아차하며 입을 열었다.

"맞아. 그래서 하는 말인데……"

"음?"

"이번 팬들과의 여행 있잖아요. 전 세계 지부를 대상으로 하는 게 어때요?"

"……어?"

이벤트를 진행해야 하는 다미앙과 직원들도 경악하며 진호를 보았다.

"유럽을 돌아다니다보니까 내 팬들이 의외로 많더라고요. 이왕 할 거 스케일 크게 하자는 거죠. 이슈가 될 자선 경매 이야기를 묻어 버릴 겸."

"……방식은?"

회장의 눈이 살벌하게 떠졌다.

"오로지 추첨식. 한 사람당 도전 할 수 있는 기회는 딱 한 번. 추 첨권 같은 거 구할 필요 없이 내가 만들 사이트에 로그인만 하면 돼요."

"……지난 1년간 네가 활동을 안 했으니까 우리 한국 애들도 별말을 못하겠네. 그런데 꽤나 실망할 걸? 중국 일 때문에라도."

"그러니까 이 기회에 전 세계 지니어스들이 모여 화합을 해 보자는 거죠. 그리고 여행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논스톱 스트리밍을 하는 거예요."

"저번처럼?"

진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규모는?"

"흠, 만날 천 명씩 했으니까 이번엔……. 3천 명으로 할까요?"

사람들은 입을 떡 벌렸다.

말이 3천 명이지 천문학적인 돈이 깨질 터였다.

넋을 놓았던 회장은 이내 고개를 털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하지만 좀 어렵게 사는 사람이 당첨될 수 있잖아."

"비행기값이나 체류비 모두 제 사비로 해결해야죠."

"야, 그럼 우리는?"

"대신 한국 팬들은 나와 이틀 먼저 만나서 놀기. 노예처럼 부려 먹어도 됩니다."

"콜! ……아니, 잠깐."

회장은 급히 간부들을 보았다.

이건 혼자 결정할 문제가 아니었다.

그들은 환하게 웃으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코올-!"

"이건 못 먹어도 고!"

"역시 내 연예인! 멋지다! 만날 반해 버리네-!"

"흐흐흐. 그럼 그렇게 하는 걸로, 땅땅땅."

"이예-!"

오늘 뒤풀이에 참석한 지니어스 간부들은 벌떡 일어나 하이파이브를 했다.

회장은 굉장히 상기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래서 이번엔 어디로 갈 건데? 3천 명이면 폐교, 아니 지니어스 펜션에서 감당을 못하잖아. 어느 호텔이나 콘도를 가도 한곳에서는 다 못 잘 걸?"

맞다. 그 문제가 있었다.

나눠 잔다고 해도 꽤나 문제가 생길게 분명 했다.

하지만 진호는 이것도 이미 답을 구해 놓은 상태였다.

그는 그들을 보며 씩 웃었다.

"전에 어쩌다 찾아 본 적이 있는데, 망해 버린 대학교가 꽤 많더라고요."

"……응?"

"날이 서늘해지려면 아직 멀었으니까 전국 여행 한번 갑시다."

잠시 이해를 못했던 사람들은 이내 입을 떡 벌렸다.

* * *

최고가 56억원! 부르고뉴의 아침은 대체 어떤 그림인가!

구성건설의 구정경 사장! 훌륭한 작품을 싼값에 샀다!

춤추는 바이올린 청동 조각상! 27억! 서울 유명 갤러리 전시행! 억대의 경매! 이진호. 거품인가, 실력인가!

참가자들! 정식 경매가 아닌 것이 아쉬워! 정식 경매였으면 10배도 무리가 아니다.

미술계 관계자들! 미술계에 샛별이 떴다 극찬!

자선 경매 참가자들! 아낌없이 주머니 풀어! 좋은 일에 써 주세요!

이진호, 경매 수익 전액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쓰겠다!

연예면뿐만 아니라 사회면까지 시끄럽다.

오직 일개인의 경매에서 100억이 훌쩍 넘는 수익이 난 것도 모자라 그 전액을 기부했기 때문이다. 진호는 서울뿐만 아니라 각 지방 도시를 돌며 경매 수익을 전달했고, 이것들 역시 떠들썩하게 다뤄졌다.

이로써 진호는 화려하게 복귀를 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천사 이진호를 다시 상기해 냈고, 그의 복귀를 무척이나 반겼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진호는 다른 사고도 칠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웅성웅성!

사람들로 가득한 인천공항. 사람들과 카메라에 둘러싸인 진호는 전세기를 타고 온 팬들이 나올 입국 게이트를 보며 발을 떨었다.

그 순간.

기이잉!

활짝 웃은 진호는 문이 열리며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을 향해 양 팔을 활짝 벌렸다.

"어서 와!"

"……이, 이진호!"

"꺄아아아악!"

팬과의 여행,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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