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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290화 (290/424)

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 12권 15화

뮤즈의 귀환. 만세를 외치는 LVMH!

런웨이를 압도하는 진호 리. 이진호, 파리를 흘리다.

그의 더욱 짙어진 아우라에 모두가 놀라다.

누가 이 외계인 좀 말려 줘!

드디어 재중전을 마친 이진호. 그의 다음 행보는?

한국, 중국, 일본, 프랑스, 영국, 포르투갈, 스페인, 스위스, 독일 등의 언론들이 떠들썩하다.

그럴 수밖에 없다.

그들 나라의 정부 관계자들이 하나같이 진호의 런웨이를 찾았기 때문이다. 스페인에서는 무려 왕비가 찾아 왔다.

그들은 진호의 화려한 복귀를 무척이나 반겼고, 그다음 행보의 귀추를 주목했다.

그렇게 많은 이들의 이목을 한 몸에 끌어안은 진호는 이제 막 인천공항에 입국하고 있었다.

"김치찌개, 된장찌개, 제육볶음, 불고기, 짜장면, 탕수육……. 아니야, 일단 라면 물부터 올리고…… 집에 김치 있겠지? 그래, 있겠지. 남아 있을 거야."

다미앙은 마치 약을 한 듯 퀭한 눈으로 중얼거리는 진호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저렇게 한식을 좋아하면서 유럽횡단은 어떻게 마쳤는지……. 이럴줄 알았으면 억지로라도 비행기에서 라면을 먹일 걸 그랬나? 정말 간절하고 간절할 때 먹는 게 천상의 맛이라고 강력하게 거부만 안 했어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저 모습이 이해되었다.

진호는 런웨이에 오르기 대략 2 주 전부터 극도로 예민해진다. 식사량을 조절하는 것은 물론이고, 사소한 것에도 험한 말이 나갈 만큼 신경이 예민해진다.

평소에도 그러한데, 이번 패션위 크는 무려 1년 만의 복귀전이다.

신경은 툭 건드리면 끊어질 만큼 예민해진 상태였고, 그 상태로 파리에서 열리는 LVMH의 모든 쇼에 섰다.

솔직히 쓰러지지 않은 게 용했다.

"정신 차리십시오, 진호 씨. 곧 게이트를 넘습니다."

"그래. 짜파구리부터 파김치에 싸서 호로록…… 네?"

다미앙의 목소리에 반응한 진호는 주위를 둘러보곤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저 언제 여기까지 왔어요?"

"……."

이 정도일 거라곤 생각지 못한 다미앙은 잠시 말을 잃었다가 대답 대신 진호의 옷매무새를 다듬어 주었다.

"됐습니다."

"고마워요."

"별말씀을. 그보다 지금 쯤 게이트 앞에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을 겁니다. 연예부와 사회부 기자들이 말이죠."

"네? 아……. 그러면 지니어스는요?"

"곧 열릴 대규모 복귀 팬 콘서트 와 팬들과의 여행 때를 기다리겠다고 자제를 한다는군요. 그래서 홈마 다섯 분만 나오기로 했습니다."

진호는 다행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약 1년간 그들과 소통을 안 했다.

지금 쯤 굉장히 굶주린 상태일 터라 공항에 나오지 말라는 말을 충분히 무시할 수도 있었다.

"다행이네요. 그럼 콘서트는 차질 없이 진행해 주시고……"

말을 줄인 진호는 숨을 길게 내뱉으며 아우라를 끌어 올렸다.

그의 등이 꼿꼿이 세워지고, 존재감이 거대해지자 다미앙은 찌릿찌릿 울리는 몸에 미소를 지었다.

"가시죠."

"예."

둘은 발을 성큼 내딛었고, 게이트가 열렸다.

그리고 그들을 향해 카메라 플래시들이 쏟아졌다.

"왔다!"

"이진호 씨! 복귀하신 소감이 어떻습니까!"

"체코에선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이진호 씨!"

"이진호 씨-!"

'……와우. 내가 정말 사고를 많이 치긴 많이쳤구나.'

약 서른 명의 기자들.

진호는 어색하게 웃었다.

* * *

띠리릭! 벌컥!

"다녀왔습니다-!"

타다닷!

"아들-!"

"엄마!"

신발을 벗은 진호는 달려오는 나진희를 향해 마주 달려가 와락 껴 안았다.

나진희는 왜 이제 왔냐는 듯 진호의 등을 퍽퍽 치며 눈시울을 붉혔고, 진호는 그녀를 더 힘주어 껴 안았다.

"으잉. 우리 아들 왜 이렇게 얼굴이 반쪽이 됐어."

얼굴을 조심스럽게 잡는 이 따뜻한 손길이 그리웠던 것 같았다.

"엄마는 어떻고. 엄마도 왜 이렇게 살이 빠졌어. 내가 만날 잘 놀고 있다고 사진도 보내고 영상통화도 했잖아."

"다, 다이어트. 엄마는 다이어트를 해서 그래."

울컥!

눈시울이 붉어진 진호는 어머니 나진희를 다시 한번 껴안았다. 그리고 억지로 태연한 모습을 가장 하고 있는 아버지 이형만에게 다가갔다.

"잘 놀고 왔냐?"

"네, 아버지."

"그래. 그랬다면 됐다. 밥 먹어야지."

"그래, 아들. 뭐 먹을래? 갈비찜 먹을래? 엄마가 다 해 줄게!"

"……아니, 라면!"

연말에 한국에 들어온 이후 약 9 개월 만에 다시 만난 부모님이라 조금 더 해우를 즐기고 싶었지만, 이미 식탐의 스위치가 올라가 버렸다.

입안에 고이는 침이 이성을 앗아가고 있었다.

아니, 이미 앗아가 버렸다.

"응?"

"라면! 라며언-!"

나진희와 이형만은 짐승처럼 포효하는 아들을 멍하니 바라봤다.

"후루룩! 후루룩!"

며칠 굶은 사람이 이럴까.

이형만과 나진희는 벌써 열 봉지 째 라면을 흡입하고 있는 진호를 보며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굶고 다녔어?"

"아들, 끼니 안 챙기고 다녔어?"

화가 난 듯한 아버지와 물기가 차오른 어머니의 목소리.

"음?"

진호는 재빨리 면발을 씹어 삼키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니에요. 일부로 한식이나 라면을 자제해서요. 제일 맛있는 건 가장 나중에 먹어야 제 맛이니까!"

"……."

"무, 물론 맛있는 걸 가장 먼저 먹는 것도 진리지만……"

"먹어."

"……네."

진호는 기름진 계란 프라이가 올려진 짜파구리를 시큼한 파김치에 크게 싸서 입안에 욱여넣었다.

'어흐으. 그래, 이거지. 이 맛이지!'

"흐흐흐."

나진희와 이형만은 빙구 웃음을 흘리는 진호를 어이없다는 듯 쳐다보았다가 이내 피식 웃었다. 이제야 진호가 돌아온 게 실감이 나는 것이다.

"꺼흑! 잘 먹었습니다!"

결국 라면 열다섯 봉지를 흡입한 진호는 더 이상 못 먹겠다는 듯 빵빵해진 배를 두드렸다.

"아빠랑 소파에서 쉬고 있어. 매실차 타 갈게."

"엄마, 땡큐!"

그렇게 소파에 앉은 진호는 약간 허덕이다가 발치를 맴도는 하양이를 안아 올렸다.

"이 돼냥이. 이놈. 요놈."

"캭!"

"뭐가 주인이 아니야, 이놈아. 확 러닝머신 사다가 뛰게 할까 보다."

"캬우으."

"어쭈? 어딜 도망가려고?"

"오자마자 하양이부터 괴롭히는 거냐?"

"흐흐흐. 반응이 만날 귀엽잖아요."

이형만은 풀썩 웃고 말았다.

"수고 했다. 큰 경험을 했어. 누가 그런 여행을 할 수 있겠어."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래서 좀 아쉬워요. 다음엔 아버지랑 엄마도 함께 가요."

"가게는 어쩌고?"

"직원들이 그렇게나 많은데 무슨 걱정이세요."

"그래도 그러는 게 아니야. 나 보고 오는 사람들인데, 어떻게 자리를 비워."

진호는 무척이나 아쉬웠지만, 아버지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

"그보다 이제 부터는 어떻게 할 거냐. 바로 활동을 시작할 거야?"

진호는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일단 팬 콘서트를 연 후에, 팬과 여행을 갈 거예요. 서형 씨랑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것도 풀고……. 그런 다음에 복귀하려고요."

"연석이 예능으로?"

"어? 아시네요?"

"연석이가 하루가 멀다 하고 전화하는데 모를 리가."

"하루가 뭐야. 네 아빠, 연석 씨랑 해진 씨, 종훈 씨, 그리고 윤식 씨, 정만 씨랑 일주일마다 술 마시러 다닌다."

"그래요?"

그건 몰랐던 진호는 깜짝 놀랐다.

"어흠. 그런 이야기는 뭐 하러 해?"

"집에 들어오면 내가 이런 말 안 하죠. 아주 한 달에 6일은 함흥차사다. 문자만 달랑 안 들어가 보내 놓고 집에 안 들어와."

"다, 당신도 제수씨들과 여행 가잖아! 저번에는 베트남 갔다며!"

"남편들이 말없이 집에 안 들어 오는데 마누라라고 집에 있어야 해요? 우리가 할 일을 안 하는 것도 아니고 응? 우리 남편님은 왜 이렇게 구닥다리실까?"

"……커흠흠."

그들과 언제 그렇게 친해졌는지 몰랐던 진호는 입을 떡 벌렸다가 이내 키득키득 웃었다.

이형만은 붉어진 얼굴로 입을 열었다.

"아, 아무튼 네 엄마랑 아빠는 이렇게 살았다."

"푸하하하하핫!"

"웃지 마, 인석아!"

웃음은 삼켰지만 그 때문에 몸은 더 크게 들썩이던 진호는 한숨을 길게 내쉬며 눈에 고인 눈물을 닦았다.

그리고 입술을 의미심장하게 비틀었다.

"뭐, 그것들보다 먼저 회사 이전 기념 개관식 및 지사창립 기념식부터 지내야겠지만요."

내부 단장을 끝내고 진호의 귀환만 기다린 HU 에이전시 팀 다미앙 지사.

HU 에이전시는 12층 건물을 산 다미앙에게 지사의 권한을 용인하였다. 일개 팀으로 두기에는 규모가 너무 커지고, 다루는 분야도 많아졌기 때문이다. 진호가 벌인 사건들도 큰 몫을 했다.

역사가 깊은 HU 에이전시에서도 처음 있는 일지만, HU 에이전시 임원들은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과연 어떤 사람들이 찾아 올까?'

"음?"

진호는 의아해하는 부모님을 보며 씩 웃었다.

* * *

우글우글.

사람들로 가득한 팀 다미앙 지사의 1층 로비.

사람들은 진호가 만든 핑거 푸드와 음료를 든 채 진호가 유럽횡 단 중간 중간에 제작한 조각상과 그림을 보며 감탄을 터트리고 있다.

"진호야-!"

"이열 삼촌! 대현 삼촌!"

서로를 끌어안은 셋은 방방 뛰었다.

"축하한다, 축하해."

"이야-. 그렇게 잘 나가더니, 이런 건물을 샀구나!"

"흐흐흐. 온전히 제 건물은 아니지만, 감사합니다. 아, 여기 다미앙 씨는 아시죠?"

"그럼-. 오랜만입니다, 다미앙 팀장님. 아, 지사장님이라고 불러 드려야 할까요? 정말 엄청난 일을 해내셨습니다. 앞으로 번창하시길 빌겠습니다."

"하늘도 좋은 날인 줄 아는지 화 창하네요.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이열 씨. 대현 씨."

셋은 뜨겁게 악수를 했다.

그때였다. 로비가 일순간 조용해졌다가 소란스러워졌다.

"헛. 네드 시런?"

"안나 마리도 왔어!"

눈을 동그랗게 뜬 진호는 선글라스를 벗으며 다가오는 친구들을 와락 껴안았다.

"와 줘서 고마워요, 네드. 그리고 안나."

"뭘. 이런 일이면 당연히 와서 축하해야지."

"축하해, 진."

그들도 다미앙과 장경아 등 다미앙 지사 임원들을 소개시킨 진호는 벽과 로비 곳곳에 전시된 작품 들을 소개시켜 줬다.

개관식 및 기념식을 찾은 사람은 이들뿐만이 아니었다.

김윤식, 이재정, 우해진, 곽종훈, 서정문, 장진, 양진혁, 레오 등 진호와 좋은 인연을 맺은 모든 연예인들과 모델들, 감독들이 찾아 왔다. 중국과 일본, 파리 등에서도 말이다.

경제정치 쪽으로는 구정경 사장과 웨이양, 저우리펑과 각국 대사들이 찾아 왔고, 예술 쪽으로는 유키 구라모토가 찾아 왔다.

그 한 명 한 명, 결코 허투루 볼 수 없는 거물들이었다.

화환을 보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윌리엄 씨."

HU 에이전시의 이사이자, 전설적인 캐스팅 디렉터 노인 윌리엄 우드스미스.

"허헛. 다미앙이 이런 역사를 썼는데 당연히 와야지요, 뮤즈. 축하 한다, 다미앙."

"……감사합니다, 스승님."

둘은 뜨겁게 악수를 하며 눈으로 수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두 사제의 각별한 모습에 진호는 흐뭇하게 웃었다.

그러다 누군가를 찾는 윌리엄의 모습에 피식 웃고 말았다.

"장칭 할아버지와 웨이양 할아버지는 회사를 구경하고 계세요."

"오, 그럽니까?"

진호가 중국에서 처음으로 정규 콘서트를 열었을 때 인연을 맺게 된 셋.

진호는 정말 간단히 인사만 시켜 줬는데, 셋은 콘서트 뒤풀이 자리에서 친해지더니 이제는 나라와 나이를 초월한 지우가 되었다.

"다녀오세요, 다미앙 씨. 여긴 저와 장 이사님이 있을게요."

팀 다미앙이 다미앙 지사로 승격을 하면서 대규모인사 이동이 있었는데, 장경아를 비롯해 팀 다미앙의 초창기 직원들은 모두 이사 급 및 실장급으로 승진을 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대규모 채용을 통해 제법 많은 업무가 신설되고 세밀하게 나뉘어졌다.

"……부탁드리겠습니다. 가시죠, 스승님."

"그럼 잠시 후에 뵙겠습니다, 뮤즈."

"네, 다녀오세요."

그렇게 둘이 떠나자 진호는 사무적인 표정을 짓고 있는 장경아를 보며 피식 웃었다.

"이사라는 말이 그렇게 좋으세요?"

"……으흐흠."

"킥킥킥. 아, 월터! 경호팀, 다인 코프 훈련소 교관들과 다른 용병들은 언제오기로 했어요?"

다미앙 지사는 경호팀을 재줄범 시키면서 다인코프 훈련소의 교관 들이나 퇴역한 용병 등 전문적인 경호 인력을 불러 모았다.

"방금 전화 왔는데, 1시간 정도 걸린데. 입국 심사에서 문제가 좀 있나 봐."

"그래요? 설마 무기를……"

"아니, 덩치나 외모가 워낙 험악하잖아. 그런 놈들이 줄줄이 들어 오는데, 그냥 통과시키는 게 이상 하지."

"아-. 큭큭. 도와 드릴 건 없고요?"

"괜찮아. 이런 일이 한두 번인가. 아마 오면 맥주부터 찾을 테니까…… 음?"

월터의 고개가 로비 입구 쪽으로 돌아가자 진호도 고개를 돌렸다. 아니, 진호가 월터보다 먼저 고개를 돌렸다.

이쪽을 향해 접근하고 있는 날카로운 기운들.

"1시간 정도 걸린다면서요."

"그러게. 벌써 나올리가 없는……."

"진-!"

진호는 로비를 통해 들어오는 사람을 보곤 깜짝 놀랐다.

"팀-!"

팀 존스. 그가 온 것이다.

그런데.

"헛?"

그의 뒤를 따라 들어오는 이들을 본 진호는 눈을 부릅떴다.

"오-. 진, 오랜만입니다."

"반가워요, 진. 나완 처음 만나죠?"

"반갑습니다, 뮤즈. 앙트완입니다."

피에트로 베타리, 델핀 베르베우, 앙트완 베르베우.

진호는 갑자기 나타난 세 명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당신들이 여기 왜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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