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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284화 (284/424)

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12권 9화

"하하핫! 조카를 여기서 만나게 될 줄은 몰랐군!"

진호는 이쪽을 보며 깜짝 놀라는 서형을 잠시 외면하며 양양을 강하게 끌어안았다. 그에 양양의 뒤를 따르던 중국 정부 관계자들은 경악을 했고, 각국 정부 관계자들도 동요를 했다.

"저도 여기서 삼촌을 될 줄은 몰랐어요. 어떻게 된 일이에요?"

진호에게서 떨어지는 양양의 눈이 빛났다.

"중한 연예인 활동 완화 정책 최종 결재자가 바로 나거든! 한국정부의 초청을 받고 왔다네!"

"잉? 그거 광전총국이 주관……. 아, 삼촌이 그곳의 기관장이셨어요?"

"아니지. 1서기라네. 중앙서기처 제 1서기."

진호는 깜짝 놀랐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 였다.

"와, 엄청난 권력가셨네요?"

양양의 눈이 더욱 강하게 빛났다.

"놀라지 않는군."

그의 말에는 여러 가지 뜻이 내포되어 있었다.

"예, 뭐. 어느 정도 짐작은 하고 있었으니까요. 삼촌이 웃어른처럼 대했던 웨이양 할아버지나 저우지엔 할아버지가 범상치 않은 권력가라는 것쯤은."

상해나 북경에 그런 저택을 가진 사람이 일반 공무원일 리가 없었다.

'그렇다면 내 중국 성공에 두 분의 입김이 좀 작용했을 수도 있다는 건데……'

이건 그 둘과 이야기를 나눠야했다.

꽤 진지하게 말이다.

"그보다 제가 보내 드린 그림은 어때요? 숙모님이 마음에 들어 하세요?"

"……후하하하하핫!"

'정말 이런 사내가 또 있을까!'

중앙서기처 1서기가 어떤 자리인지 알 텐데도 태연한 진호를 보니 괜히 웃음만 나왔다. 자신의 생각대로의 인물인 것 같아서 너무 기낍고, 또 만족스러워서다.

'이거 돌아가면 두 분께 혼 좀 나겠구만.'

둘의 정치적 위치를 거의 밝힌 셈이니, 그걸 진호에게 꽁꽁 숨겼던 웨이양과 저우지엔에게 꽤나 질책을 들을 게 뻔했다.

그러나 매체에 드러나지 않는 웨이양, 저우지엔과 달리 곧 차기 주석 경쟁자로서 매체에 드러날 양양으로 서는 진호가 어떤 인물인지 시험해 봐야 했기에 그 정도 각오는 해 둔 상태였다.

진호가 정말 착하고 성실한 조카라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였다.

"아무렴! 누가 보낸 건데! 아예 따로 방까지 만들어두었네!"

"……아, 그런 좋은 부담을 주시면 더 예쁜 그림을 그려 드려야 하잖아요. 맞아, 이번엔 사진을 보내 드릴까요? 테마는 집안에서 하는 유럽여행으로!"

"하하하하하핫!"

웃음을 주체 못하는 양양을 보며 진호는 피식 웃었다.

"아, 그런데 혼자 온 건가?"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저기 제 여자 친구가 있네요."

"음?"

"가요. 소개시켜 드릴게요."

"오오! 조카며느리와 인사하는 건데 당연히 가야지!"

"아직 거기까지 진도가 나간 건 아니고요."

"그런가?"

둘은 이서형에게로 향했고, 중국정부 관계자들이 황급히 뒤따랐다.

"진호 씨."

진호는 당혹스러워 하는 이서형을 향해 윙크를 했다.

"인사해요, 서형 씨. 이쪽은 제게 삼촌 같은 분이세요. 성함은 양양이시고요."

눈을 동그랗게 떴던 이서형은 이내 표정을 수습하며 고개를 숙였다.

"이서형이에요.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그녀의 능숙한 북경어에 양양은 살짝 놀랐다.

"양양입니다. 우리 조카가 과분한 여성과 교제를 하고 있었군요."

"……과찬이세요."

발그스름하게 달아오른 그녀의 양 볼에 양양은 흐뭇이 웃었다.

"그런데 이분은……"

"제 큰아버님이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이혁우입니다."

양양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건 진호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순간 머릿속이 엉클어졌지만, 재빨리 허리를 숙였다.

"안녕하십니까, 큰아버님! 서형씨와 좋은 만남을 가지고 있는 이진호입니다!"

"……혁진이에게 말은 많이 들었습니다. 제가 딸이 없어서 서형이를 이런 자리에 데려오게 됐습니다."

"네? 아."

진호는 장난스레 콧잔등을 씰룩였다.

"그건 잘못하셨네요. 서형 씨의 이런 예쁜 모습은 저만 보고 싶었는데……"

"하하하하핫! 미안합니다. 다음부터는 주의하겠습니다."

'좋은 분이시네.'

안심을 하던 진호는 순간 아차하며 구영재와 구정경을 보았다.

구정경은 웃고 있지만, 누가 봐도 군인인 구영재의 얼굴이 이쪽을 보며 살짝 일그러져 있었다.

진호는 재빨리 그들을 소개했다.

양양의 눈에 이채가 서렸다.

"허헛! 제 조카가 형과 아버님으로 모신다니, 그 인품이 얼마나 훌륭할지 예측조차 되지 않는군요. 양양입니다."

"오히려 제가 할 말입니다. 구정경입니다."

"여기 사고뭉치 때문에 고생이 많으시겠습니다. 구영 재 입니다."

그렇게 인사한 둘은 진호를 보며 꽤 할 말이 많은 듯한 눈빛을 보냈고, 진호는 슬그미니 고개를 돌렸다.

찔릴 건 없는데, 괜스레 찔렸기 때문이다.

그런 그에게 금발의 푸른 눈을 가진 50대 중년인이 다가왔다.

"처음 뵙겠습니다, 미스터 리. 영국 대사 로버트 왓슨입니다."

"네……. 이진호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뭐지?'

난생 처음 보는 이가, 그것도 일국의 대사가 먼저 다가와 아는 척을 하니 진호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아, 혹시 양양 삼촌에게 볼일이……'

"이렇게 직접 만나게 되니 왜 에드워드 왕자님께서 그렇게 칭찬하셨는지 알 것 같군요. 덕분에 저도 매일 흡족한 티타임을 가지고 있습니다. 시간이 나실 때 저희 대사관에 들러 레시피 교류를 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저희 대사관 쉐프들도 무척이나 솜씨가 좋습니다. 하하하."

'어라?'

진호는 더 당황했다.

양양과 서형을 비롯한 주위 다른 사람들도 당황했다.

'나, 날 만나러 온 거였어? 왜? ……아.'

뭐가 어떻게 되는 일인지 몰라 정신을 차리지 못했던 진호는 마치 로버트 왓슨이 방아쇠였던 것처럼 이쪽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한 각국 정부 관계자들의 모습에 일련의 상황을 짐작하곤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의 눈은 옆의 양양이 아니라 이쪽만을 보고 있었다.

"하하! 반갑습니다, 무슈 리."

"만나서 반갑습니다, 세뇨르 리."

'아까 내가 생각한 게 맞았네. 내가 사고를 치긴 참 많이 쳤구나…….'

양양을 비롯해 각국 정부 관계자들이 진호를 찾은 것이다. 대놓고 요구한 건 아닐 테지만, 청와대로서는 결코 무시하지 못했을 터였다.

'이거 귀찮아질 것 같은데……'

그럴 수밖에 없다.

각국 대사가 한자리에 모인 것도 모자라, 그 중심이 진호 본인이다.

이쪽을 보는 사람들의 눈빛이 뜨거웠다.

"대통령님께서 입장하십니다!"

진호를 비롯한 사람들은 모두 홀의 입구를 응시했고, 환한 얼굴로 들어오던 대통령은 한곳에 모여있는 사람들을 발견하곤 살짝 눈이 흔들렸다.

그걸 놓치지 않은 진호는 다시 속으로 한숨을 내뱉었다.

'귀찮아지겠네.'

"하하하. 앞으로 널리 한국을 알려 주세요. 이진호 씨 같은 분들의 힘이 참 필요합니다."

"네, 노력하겠습니다. 대통령님."

"하하하!"

대통령은 진호의 어깨를 두드리고는 다른 사람과 인사를 나누기 위해 움직였고, 한숨을 내쉰 진호는 의외라는 생각을 가졌다.

'나한테 딱히 관심이 없으시네?'

대통령의 반응은 '봤으니 됐다'는 정도였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스킬: 셜록의 후예]가 말하고 있었다.

"……아, 이놈의 도끼병 진짜."

개인의 인연 따위가 국가 간의 일을 좌지우지하지 않을 텐데, 괜히 정치적으로 이용되지 않을까 걱정했다.

그것도 모자라 대응 방법까지 심각하게 고민했다.

'이용당해 봐야 연예인으로서 어디 중요한 행사에 자리를 지키는 정도일 텐데…… 아후으.'

쥐구멍에 숨고 싶을 만큼 얼굴이 화끈거렸다.

몸부림을 치던 진호는 구정경의 부름을 받고가 여러 대기업 사장들과 인사를 나눴는데, 그들 모두 코리안 쉐프를 후원하여 중국 내인지도 상승 등 제법 재미를 본 곳들이었다.

그들은 진호를 무척이나 반겼다.

이후 연예인 선후배들과도 뒤늦게 인사를 한 진호는 이서형이 있는 창가로 향했다.

"많이 놀랐죠, 진호 씨."

"당연히 놀랐죠."

그녀가 한국 재계 1위 그룹의 일가일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하지만 딱 그 정도였다. 꿀릴 게 없기 때문이다.

"서형 씨는요?"

"저도……"

이서형은 꼬치꼬치 캐묻지 않은 진호가 무척이나 고마웠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이에요? 중국연말 시상식만 마치면 다시 유럽으로 간다고 했잖아요."

진호도 캐묻지 않아 줘서 고마웠다.

"제 도움을 받고 싶어 하는 분들이 계셔서요."

"네?"

'각국의 대사들.'

개인의 인연이 국가 간의 일을 좌지우지할 수 없지만, 잘 보이고 싶은 상부의 누군가에게 호감을 심어 줄 수는 있다. 마침 진호는 그들의 상부, 아니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이들과 꽤 친분을 가지고 있었다.

"아……"

내막을 알아차린 이서형은 슬며시 웃었다.

"하긴 진호 씨가 만나기 쉬운 사람은 아니었죠."

"귀찮은 건 딱 질색이니까요. 그래서 일도 제 마음 가는 대로만 하고 있잖아요."

"……진짜 신기해. 연예인이 어떻게 그럴 수 있어요?"

"그러니까 계약서를 잘 봐야 한다는 거예요. 그보다 일은 좀 정리됐어요?"

"아뇨. 세계 증시가 요동친 여파가 아직 남아 있어요. 다행히 손해는 보지 않았지만……"

말을 줄인 이서형이 눈을 가늘게 떴다.

"벌었죠?"

진호는 대답 대신 손가락으로 브이를 그렸고, 서형은 얄밉다는 듯 발을 동동 굴렀다.

"진짜 사고 싶다."

"서형 씨 10년 연봉이면 생각해볼게요."

"비싸다! ……칫!"

진호는 삐진 서형의 손을 잡아쓰다듬었고, 이내 서형도 장난이었다는 듯 표정을 풀며 진호의 손을 매만졌다.

"아, 씨. 난 왜 이런 자리까지 와서 이런 달달구리한 모습을 봐야 하는 거지?"

진호는 눈살을 찌푸리며 다가온 구영재를 향해 손을 저었다.

"훠이. 좋은 분위기 방해 말고 가시죠?"

"네가 그 말하니까 안 가련다."

"…… 마음을 그렇게 쓰니까 모태솔로지."

"누가 모태 솔로야! 내가 너냐!"

"오을. 말 잘 하세요. 앞으로 나타나실지 모를 형수님께 드릴 증거품이 될 수 있습니다."

"야, 이씨……."

부들부들 떨던 구영재는 이내 피식 웃었다.

"그런데 네가 서형이랑 사귀고 있을지는 몰랐네. 서형아, 얘가 잘 해 줘?"

서로 아는 모습에 살짝 놀랐던 진호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아. 영재 형도 재벌가지, 참.'

"당연히 잘 해 주지. 누구 남자 친군데."

진호는 팔짱을 끼는 서형의 행동에 헤벌쭉 웃었고, 구영재의 표정은 썩어 들어갔다.

그렇게 서로 이야기를 나누던 중 서형은 목이 마르다며 자리를 옮겼고, 진호와 영재는 잠시 그 자리에 남겨졌다.

"어떻게 된 일이야?"

이서형에 대한 물음이 아니었다.

"보시고 생각한 그대로예요."

"……앞으로 골치 좀 아파지겠네. 기업들이나 어설픈 정치인들이 널 노리겠어. 저기 대사들이 널 노리는 것처럼."

구영재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서늘했다.

그에 진호는 서늘히 가라앉은 눈으로 피식 웃었다.

"어떻게요?"

"……아, 그러네. 너도 저들을 이용하는게 되겠구나. 그래, 우리 구씨랑 이씨 일가가 네 배경이 될 텐데 누가 감히 건드릴 수 있을까."

"이씨 일가도요? 아, 확실히 그렇겠네요."

인연이란 그런 것이다.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도 나랑 친한 사람의 지인이라면 좋게 본다는 것. 진호가 그 어떤 부탁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해도 그들은 지금보다 더 서로를 좋게 보게 될 것이다.

"그렇지. 어떤 일을 진행할 때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든다는 건 엄청난 이득이니까. 그리고 이걸 가능케 만드는 건 네 지랄 맞은 성격때문이고."

"비즈니스는 비즈니스로 대한 것 뿐이에요."

"그게 중요한 거야. 비즈니스 상대에겐 딱 비즈니스만 한다는 것. 설혹 마음이 맞아 사귀었다고 해도 비즈니스가 먼지 한 톨 만큼이라도 끼어 있다면 절대 네 다른 지인에게 소개시키지 않는다는 것이 중요한 거라고."

그게 신뢰를 만든 거다.

"방금 전 제1서기에게 서형이를 소개시킨 건 좀 의외기는 했지만."

"서형 씨가 제게 아무런 신호도 주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믿을 만한 분이구나 생각했죠. 그리고 그 생각은 맞아떨어졌고요."

이혁우는 담담히 본인의 이름만 말하는 것으로 사적인 만남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리고 삼촌이 날 시험한 것도 있고.'

"……미친 놈. 속이 그렇게 꼬였으니까 이렇게 복잡하게 사는 거야."

"무슨 말이세요. 나만큼 멋대로 사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LVMH, 인마. 너 거기 후계자 싸움에 꼈잖아."

"군바리가 그건 또 어떻게 알았대?"

영재는 진호는 노려봤고, 진호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것도 오늘로써 끝이죠. 저기 초청된 기자분들이 오늘 기사를 쓰는 순간, 그분들은 이제 절 건드리지 못해요."

"아……. 그게 또 그렇게 되네."

진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찍은 사진이 기사로 나가는 순간, 앙트완과 델핀은 진호가 어떤 이들과 인연을 맺고 있는지 명확하게 알게 될 터였다.

아르노와 캘러 메시어의 비호가 아니라도 허튼 수작은 부릴 수 없게 됐다.

'이젠 완전히 해방이지. ……그분들을 이용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좀 그렇지만.'

사과를 하고 앞으로 더 잘 하면 되는 일이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해도 마음이 무거운 건 어쩔 수 없었다.

구영재는 그런 진호를 기이하다는 듯 보았다.

'정말 운이 따르는 건지, 아님 그렇게 의도를 하는 건지……'

귀찮은 일이라면 피해 가는 진호의 성격이라면 정말 운이 따르는 것일 수도 있었다.

"그래서 앞으로 어쩔 거냐?"

"다시 여행을 가야죠. 한동안 아무도 찾을 수 없게 숨어 있을 거예요."

"……뭔 개소리야? 여행을 한다는 거야, 잠수를 타겠다는 거야? 그리고 네 얼굴로 어떻게 숨어?"

"그런 게 있어요."

이런 복잡한 일들은 이제 사양이었다.

'아, 스킬 얻는 곳에 서형 씨도 데려 갈까?'

진호는 음료가 든 컵을 들고 이쪽으로 오는 이서형을 보며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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