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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266화 (266/424)

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11권 16화

"아, 네."

진호는 숨길 이유가 없기에 업무통합시스템에 관하여 설명해 주었고, 직접 보여 주기도 했다.

주석이 없는 것도 있지만, 보안시스템을 깔아 두었기에 혹여 불법적인 경로로 유출이 된다고 해도 따라 하거나 카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함부로 건드렸다가는 그 컴퓨터뿐만 아니라 랜선이 연결된 모든 컴퓨터와 서버까지 함께 날아가도록 설계된 보안 프로그램.

"현재는 중국, 한국, 일본 삼국지부의 일을 어느 곳에서도 마우스 클릭 몇 번으로 다른 지부의 정보나 상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대규모 업그레이드 하고 있는 중입니다."

'HU 본사에서도 쓸 수 있도록 대규모로.'

HU 에이전시 아시아 총괄지사가 다미앙의 권유로 이 업무 통합시스템을 쓰면서 본사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 중이라 언제든 팔 수 있게 작정을 하고 업그레이드 중이다.

이런 속내는 숨겼지만, 임원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 그걸 혼자서 하신다는 말입니까?"

"네. 겸사겸사."

"……정말 대단하시군요."

혀를 내두른 임원은 아쉽다는 듯 혀를 찼다.

'분명 욕심이 나는 프로그램이지만, 용량이 작아.'

클릭 몇 번으로 현장의 상황이나 다른 부서의 정보, 회계를 알 수 있다는 것은 무척이나 매력적이다.

그러나 알리바마의 본사를 비롯해 모든 지점에 적용시키기에는 프로그램이 감당할 수 있는 용량이 적다.

'그렇다고 이런 몸값으로 움직이는 사람에게 프로그램을 따로 만들어 달라고 할 수도 없고.'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수 있다.

임원은 아쉽지만, 포기하기로 했다.

HU 에이전시 본사를 비롯해 전세계 모든 지사와 연동시키려는 진호의 속내를 알아차렸다면 어떻게든 구입을 했을 테지만 말이다.

'하지만?'

마케팅과 홍보라인을 타고 고위임원이 된 그는 진호의 노트북을 보며 눈을 빛냈다.

'분명 일본에서 찍은 그 드라마에서 실제로 프로그래밍을 했다는 걸로 이슈를 끌었다고 했지.'

시청자들도 그 때문에 더 몰입할수 있었다는 조사 통계도 있었다.

'그렇다면?'

그의 머리가 핑핑 돌아가기 시작했다.

"미스터 리, 작은 부탁을 하나 해도 되겠습니까?"

"어떤 일이신지……"

"이렇게 코딩하는 장면이나 다른 버전 역시도 비하인드 영상으로 만들어 SNS에 올리고 싶습니다. 물론, 이 일 때문에 촬영이 딜레이가 되거나 멈추지는 않도록 하겠습니다.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음…… 네, 그게 귀사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렇게 하세요."

"감사합니다."

볼을 씰룩인 임원은 재빨리 몸을 돌려 감독에게 다가갔고, 진호는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드라마도 아닌 데 도움이 되려나……"

동영상 사이트에 올린다고 해도 길어야 10분도 안 될 영상으로 큰재미를 볼 수 있나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러나 진호 본인에게는 확실히 도움이 된다.

'내 돈 쓰지 않고 스마트한 이미지를 알릴 수 있는 데 거부할 필요가 없지.'

"진호야."

"네, 정 실장님."

"갑자기 떠오른 일인데, 너 언제가 됐든 세계 바둑 대회에 나갈거잖아."

"그렇죠. 그런 데요?"

"그럼 한국 대표로 나가는 거냐, 중국 대표로 나가는 거냐?"

"…….어?"

진호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것까진 생각해 보지 않은 탓이었다.

* * *

광고는 총 세 가지 버전으로 제작되었다.

하나는 직장인, 하나는 롱 보더를 타는 학생, 나머지 하나는 거리 미화원이었다.

그렇게 이틀 동안의 촬영을 마친 진호는 드라마를 찍는 한편, 틈틈이 다른 광고들도 찍으며 하루 2시간만 자는 스케줄을 강행해 갔다.

"끄어어."

이 소리는 짐승이 아니라 진호의 입에서 나는 소리였다.

지난 2개월 동안 정말 쉴 새 없이 스케줄을 진행한 탓인지 [스킬: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의 영향으로도 피로를 해소하지 못해, 툭 치면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한 모습이었다.

"나왔어."

"사, 살아 계십니까?"

다크서클이 볼까지 내려온 진호의 모습에 식겁한 저우양이 재빨리 그를 부축했다.

갑작스레 진호가 찾아온다는 말에 기원에서 달려왔던 그는 울상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아니……아, 저기 내 차 트렁크에 있는 것 좀 꺼내 와라. 진짜 여기까지 운전해 온 게 용할 만큼 피곤해."

"드라이빙 매니저는 어디다 두고요!"

"개인 스케줄인데 그럴 필요 없잖아. 아무튼 너랑 할아버지, 어머니, 아버님, 쉔 선물이니까 좀 옮겨 줘. 부탁할게."

지금 온몸을 짓누르는 이 피로의 지분 중 2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는 것들이었다.

"선물이요?"

"어. 그럼 난 방에서 좀 자고 있을 테니까 어머니랑 할아버지 오시면 깨워 줘."

"예…… 아니, 제가 부축해 드리겠습니다, 형님."

진호는 됐다는 듯 손을 젓고는 이 저택에 놀러 오면 만날 자는 방으로 향했고, 저우양은 그런 진호 보며 안절부절못하다 이내 한숨을 푹 내뱉으며 차로 향했다.

덜컹!

"음?"

트렁크 안, 포장지에 싸여 가지런히 놓여 있는 커다란 사각형의 물건들.

"……그림? 설마 또?"

진호는 예전에 저우 가문의 가족원이 모두 나온 그림을 보내 준적이 있었다.

"잠 잘 시간도 없이 바쁘시다고 들었는데 이건 대체 언제……"

을 때마다 돈이 아니라 마음이 담긴 선물을 가져오는 진호. 오늘은 특별히 더 가슴이 울렸다.

저우양은 몇 점의 그림 중 하나의 포장지를 조심스럽게 벗겼고, 곧 이쪽을 보며 화사하게 웃는 미인과 눈을 마주칠 수 있었다.

"우리 어머니가 이렇게 예쁘셨나……"

진호의 마음 때문인지 특별히 더 아름답고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두개의 검은 눈동자에서 시선을 뗄수 없을 만큼 말이다.

저우양은 물기가 섞인 숨을 깊게 내쉬며 그림을 조심스럽게 들었다.

"돕겠습니다."

"아뇨, 됐어요. 이건 제가 옮기겠습니다."

저우양의 단호한 말에 경호원들은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끄아아!"

기지개를 쭉 편 진호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와, 이제야 좀 살겠네. 대체 얼마나 잔 거야?"

시간을 확인해 보니 오후 8시였다. 무려 10시간이나 잔 것이다.

[스킬: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의 제작법으로 만든 오일을 몸에 바르고 향초도 켰는데도 말이다.

'……컨디션이 좋을 수밖에 없구나.'

피식 웃은 진호는 눈을 비비며 화장실로 들어가 씻고 나왔다.

그러자 그의 눈에선 더 이상 피로를 찾아볼 수 없었다.

똑똑똑!

"네, 들어오세요."

벌컥 문이 거칠게 열리며 저우양이 들어왔다.

"벌써 일어나신 겁니까?"

"어우. 진짜 잠이 보약이다, 보약이야. 아니, 침대가 좋아선가?"

저우양은 진호의 능청에도 걱정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좀 더 주무시지……"

"됐어. 진짜 푹 잤어. 어머님이랑 할아버지는 오셨어?"

"아, 예. 오늘은 아버지도 함께 오셨습니다."

"오, 그래? 드디어 뵙는 건가?"

"그런데……"

"음?"

"손님도 세 분 오셨습니다."

"손님?"

진호는 살짝 난처해졌다.

'내가 너무 막 왔나?'

새벽까지 촬영을 마치고 이틀의 휴가를 가지게 되자 처음엔 웨이양과 리즈한을 찾아가려고 했다.

그런 데 둘 모두 약속이 있어서 자리를 비운다는 말에 어쩔 수 없이 저우지엔의 저택을 찾은 거다.

"그런 데 그중 두 분은 형님도 잘 아시는 분입니다."

"잉?"

고개를 모로 기울였던 진호는 곧 그 둘이 누구인지 알게 되었다.

"할아버지! 할머니!"

웨이양과 리즈한.

그 둘이 저우지엔의 거실에서 차를 마시고 있었다.

"이제 일어났니? 더 자지 않고."

"쯧쯧. 몸 좀 생각하며 일하라고 해도."

"아니, 두 분이 여긴 어떻게……."

"오늘 북경에 파티가 있어서 왔다가 여기 지엔 씨의 초대에 들르게 됐단다."

"네가 여기 있다는 건 이곳에 와서야 알게 됐다."

"그 약속이란 게 이거였군요…… 아."

진호는 이쪽을 보며 눈을 빛내는 두 중년 남성 중 안경을 쓴 이를 향해 허리를 숙였다.

"처음 뵙겠습니다, 아버님. 이진호라고 합니다."

"……그래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첫째 아들이 됐다는 말은 들었습니다. 저우리펑입니다."

"하하."

저우리펑은 머리를 긁는 진호를 보며 따뜻한 눈빛을 지었다.

언제나 아픈 손가락이었던 막내아들 쉔이 정신을 차리다 못해 중국을 넘어 타국에도 이름을 알리는 아이돌의 멤버가 되었다.

그 모든 건 눈앞에 있는 진호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던 일이라 고마울 수밖에 없었다.

"아, 이쪽은……"

스윽!

저우리펑은 갑자기 자신의 무릎을 두드린 손님의 행동에 그 의도를 알아차리곤 황급히 말을 바꿨다.

"양양입니다. 같은 곳에 근무하는데, 막역지우처럼 친한 사이죠."

'아, 이분도 고위 공무원이시구나.'

저우리펑도 고위 공무원, 아니 정치인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제겐 삼촌이 되시겠네요. 처음 뵙겠습니다. 이진호입니다."

"삼촌 말입니까? 하하핫. 역시 훤칠한 외모답게 성격도 호쾌하군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덕분에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네? 제가요? 언제요?"

웨이양과 저우지엔이 왜 그런 걸 말하냐는 듯 못마땅한 표정을 지어서 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공산당 중앙서기처 제1서기 양양은 미소를 지었다.

"조카님 덕분에 일주일에 이틀뿐이지만, 제 아내 잔소리가 무려 1시간 30분씩 멈추게 됐으니 말입니다. 제겐 정말 은인입니다."

"네에?"

양양은 윙크를 했고, 진호는 풀썩 웃고 말았다.

'유쾌한 분이시네.'

긴장을 풀며 빈자리에 앉은 진호는 가정부가 내온 차 한 잔에 티끌처럼 남은 마지막 피로마저 날려 보낼 수 있었다.

'아, 진짜 살겠다.'

"그 바쁜 와중에도 선물을 준비했단 말은 들었다."

저우지엔과 웨이양뿐만 아니라, 양양과 저우리펑을 제외한 모든 이들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그 시간에 더 쉬지, 라는 따뜻한 질책에 진호는 다시 머리를 긁었다.

"긴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작업한 건데요, 뭘."

처음 웨이양과 리즈한, 저우지엔 일가에 그림 선물을 보낸 후부터 지금까지 천천히 만든 작품들이었다.

"그보다 보셨어요? 어때요, 마음에 드세요?"

"선물을 준 사람이 없는데 어떻게 확인해 볼까. 이제 봐야지."

"에구, 그냥 보시지."

진호는 저우양을 보았고, 고개를 끄덕인 저우양은 냉큼 몸을 일으켰다.

"형님은 여기 계십시오."

"아니…… 쩝, 알았어. 아, 할아버지랑 할머니 선물은 제가 택배로 보내 놓았어요."

고가 미술품용 택배를 이용해서 보냈다.

"그러니? 집에 내려가면 보고 연락하마."

리즈한이 진호의 손을 꼭 잡고 토닥였다.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네요."

"누가 준 선물인데 못마땅할까. 그래도 다음부턴 이러지 마렴. 너도 쉬어야지."

"흐흐. 안 그래도 드라마 끝나면 쉴 생각이에요."

사람들은 순간 눈을 빛냈고, 그 순간 열려 있는 문을 통해 저우양이 들어오며 크게 외쳤다.

"선물 왔습니다! 자, 일단 할아버지부터."

"어디."

그림을 한 점씩 넘겨받은 저우지엔 일가는 포장을 풀기 시작했고, 엉덩이를 들썩이며 그들의 표정을 살핀 진호는 이내 다행이라는 듯 웃을 수 있었다.

"호오."

"와."

그들뿐만 아니라 그림을 구경한 사람들도 모두 감탄을 터트렸다.

온화하고, 듬직하고, 차분하고.

모두 각자의 성격이 고스란히 그림에서 드러나고 있었는데, 기본적으로 그림이 주는 느낌 자체가 따뜻했다.

쉽게 볼 수 없는 명작이었다.

그렇게 혀를 내두르던 그들은 하나의 그림을 보곤 눈을 동그랗게떴다.

"응? 이건?"

현 주석과 영부인이 다정하게 나란히 서 있는 그림이었다.

그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고, 그에 진호는 짓궂게 웃었다.

"음, 과시용? 고위 공무원은 사무실에 주석님 사진을 걸어 놓는다면서요. 부하 직원들이 잘 보는 곳에 걸어 놓으세요."

"……뭐? 푸하핫!"

"예끼, 이놈아! 그렇다고 그 아까운 시간을 쪼개 가며 이런 그림을 그려?"

"무슨 선물을 드릴지는 제 마음임돠."

"푸하하하하핫!"

사람들은 다시 웃음을 터트렸고, 같이 웃던 진호는 아차하며 양양을 보았다.

"삼촌도 사진 몇 장 보내 주세요."

"저, 저도 그려 주려는 겁니까?"

양양은 깜짝 놀랐지만, 진호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젠 제 삼촌이시잖아요. 그리고 그 김에 숙모님 얼굴도 먼저 뵈려고요. 나중에 실수 안하게."

단 한 점의 사심이 없는 순수한 눈망울에 화들짝 놀란 양양은 저우지엔과 웨이양을 보았다. 그들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또 오지랖부린다면서 혀를 차면서도 양양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허어."

이제야 저우지엔과 웨이양이라는 두 괴물이 왜 진호를 의손자로 받아들였는지를 명확하게 알게 된 그는 헛웃음을 흘렸다.

'이런 사내였던가.'

울타리 속 사람이라면 그 무엇이라도 아낌없이 주는 순수한 사람.

'이런 사람이 정말 존재했구나.'

정치 가문의 맏아들로 태어나 정치 외길을 걸어오며 온갖 인간 군상을 다 봐 왔던 그가 유일하게 만나지 못한 부류의 사람.

그는 본능적으로 깨닫게 됐다.

'아무래도 준비해 놨던 선물은 포기해야겠군.'

고작 그딴 걸 조카에게 줄 순 없었다.

'그럼 뭘 줘야 하려나……'

공산당 중앙서기처 제1서기로서 조카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

그는 그걸 고민하기 시작했고, 진호는 너무 오랫동안 놀라고 있는 그를 보며 '꽤 감성적이시기까지 하네.'라며 생각했다.

그렇게 저우지엔의 저택의 밤은 깊어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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