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264화 (264/424)

11권 14화

5. 명예시민.

병사 독려라는 미명하에 8공주와 함께 수도에서 꽤 멀리 떨어진 군영으로 소풍을 다녀오는 길.

"와아아아아아아!"

두두두두두두!

검은 옷, 검은 복면을 쓰고 말을 탄 칼과 방패, 활을 든 천의 군세가 사방에서 밀려오고 있다.

8공주 려위에와 장칭의 권유에 금군 말 관리인 된 진호는 입맛을 다시며 뒤를 돌아보았다.

금군 병사에게 둘러싸인 8공주가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하얗게 질린 채로 이쪽을 보며 고개를 젓고 있다.

"공주님을 노리는 것인가, 아님 나를 노리는 것인가."

진호는 옆을 보았다.

장칭이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언월도를 꽉 쥐고 있다.

"참 못된 사람들이 많네요. 천자 님께, 아니 자기 아빠한테 예쁨 좀받는 게 그리 아니꼽나? 남매끼리 말이야, 어?"

"……자넨 겁이 나지 않는 건가?"

"이 동네 와서 칼 맞을 뻔한 게 어디 한두 번 이어야지."

변복한 8공주와 객잔에 밥 먹으러 갔다가, 혼자 링링과 밍밍 먹일 고기 사러 갔다가 등등 모두 려위에를 언급하며 습격해 왔다.

여태껏 뒷배는 밝히지 못했지만, 그때마다 아주 난리가 아니었다.

"수도는 눈뜨고 코 베어 가는 곳이니까 가면 안 된다는 촌장님의 말을 믿었어야 했는데……. 에휴, 진짜 내 생활 돌려줘."

한숨을 쉬며 옆으로 맨 가방에서 아기 주먹만 한 쇠구슬 두 개를 꺼낸 진호는 자신을 태운 호랑이, 몸을 한껏 낮춘 채 으르렁거리는 링링의 등을 두드렸다.

"가자. 저 겁쟁이 말들을 놀래 주러. 산중 제왕의 힘을 보여 봐."

"푸허허허허헛! 역시 자네는 장군이 되기 위해 태어난 인물이야!"

"시끄러워요. 두당 넷씩만 치웁시다. 링링-!"

크헝헝!

크게 울부짖은 링링이 진호를 태운 채 앞으로 달려나가자, 장칭도 언월도를 고쳐 잡으며 크게 외쳤다.

"고작 말 관리인에게 뒤쳐져야 되겠느냐! 가자, 저 악적들을 멸하러! 히야앗!"

"우아아아아아아아!"

그렇게 천의 암살자 대 삼백의 금군 병사가 격돌하기 직전, 링링이 포효가 전장을 크게 울렸다.

"크헝헝헝헝헝헝-!"

"히이이이잉!"

"으아악?"

* * *

-어……. 일단 실사 맞지?

┗동물 현실. 등장인물 현실. 모두 현실.

-CG를 넣었다고 하지 않았어? 어디서 찾아야 하지? 아, 저기 남자 주인공이 CG인가? 수레 난간에 안착했다가 바로 지붕 위로 뛰는 거 보니까 CG맞지? 사람의 움직임이 아니잖아. 튀어나와서 위협하는 호랑이랑 곰도. 쉔수쉐이 이갈았네.

┗그거 CG 아니야. 현실에 존재하는 사람이고 동물이야. 심지어 노와이어 액션.

┗말도 안돼!

-쉔수쉐이 기사 떴다. 남자 주인공 액션은 98퍼센트가 노와이어 액션이래!

┗……겁이란 단어를 집에 두고 온 건가?

-장칭 대장군은 여전히 묵직하시네.

-근데 장칭에게 자기를 데려가 달라는 저 남주 친구 1은 악역이 되려나?

-나만 영화 한 편을 봤다고 생각하는 건가?

반응이 뜨겁다.

SNS를 비롯해 포털, 커뮤니티 사이트 모두 진호가 출연한 드라마를 언급하고 있다.

짝짝짝짝짝!

"최종 시청률 3퍼센트-!"

"성공! 대성공! 으아아아아!"

"축하드립니다, 감독님!"

모든 스태프와 배우들 모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 중국에서 1화 시청률이 3퍼센트면 초대박 중 초대박, 아니 역사를 쓰고 있다고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대만이나 홍콩, 인터넷 스트리밍 플랫폼에서의 조회수 역시 초대박이었다.

커다란 중식당에 모인 사람들은 쉔수쉐이를 보았다.

그는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듯 눈시울이 붉어져 있었다.

"감사합니다……. 정말, 모두 너무 감사합니다!"

쉔수쉐이는 끝내 도르륵 눈물을 흘렸고, 사람들은 다시 양팔을 번쩍 들며 기뻐했다.

진호도 그들과 함께 만세를 외쳤다.

그간의 고생의 모두 보상받은 기분은 무척이나 짜릿했다.

덥썩!

"고맙네! 정말 고마워!"

"……흐흐. 어디 저 때문인가요. 모두 잘해 주신 덕분이죠."

"자넨 정말……"

진호는 쉔수쉐이가 잡아 온 손을 두드리며 히죽 웃었다.

"뭐하세요. 이 기쁜 날 술 한잔씩 안 돌리실 거예요?"

"암! 당연하지! 받게!"

"저보다 는 제일어르신이 먼저죠."

"그렇지! 장칭 형님-! 룬파!"

"조금 만 늦었어도 정말 삐질 뻔했어."

"이제야 저희가 보이십니까?"

"아이고, 그게 무슨 말이십니까!"

쉔수쉐이는 그들의 술잔에, 아니이곳에 모인 모든 이들에게 술을 따랐다.

"자, 건배합시다!"

모두가 일어나 술잔을 들었다.

"우리 역사를 써 봅시다! 건배!"

"건배-!"

채채챙!

"크아!"

"캬아아!"

사람들은 웃음을 터트리며 자리에 앉아 흥분으로 가득한 이야기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수고 했어, 조카."

"그럼요. 모두 진호 덕분이지."

런다렌과 안젤리카의 칭찬에 헤벌쭉 웃은 진호도 이야기꽃을 피웠다.

그렇게 술자리는 깊어져 갔다.

1차, 2차, 3차.

마지막 한 명이 남을 때까지 술자리는 이어졌고, 술을 너무 많이 마셔도중에 빠져나와 차에 오른진호는 술 냄새로 가득한 기분 좋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정 실장님, 저 물 좀……"

"그래, 여기."

목구멍을 얼려 버릴 듯 시원한 물은 진호의 뜨거워졌던 몸과 머리를 잠시나마 식혀 주었다.

숨을 길게 내뱉으며 양손으로 얼굴을 비빈 진호는 제법 또렷해진 눈으로 핸드폰을 들었다.

"예, 다미앙 씨."

진호의 목소리가 심상치 않아서일까. 축하부터 하려고 했던 다미앙이 입을 다물었다.

-……이제 시작이군요.

"네. 프로젝트 아이돌 차이나. 출범시키죠."

파도가 왔으면, 타야 했다.

인터넷, 신문 모든 곳에서 역대급 출발이라고 외치고 있는 와중이니 편승해 줘야 했다.

-알겠습니다. 지경철 실장, HU 와 연계해서 최적의 결과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프로듀싱하느라 수고하셨습니다.

"다미앙 씨도요. 수고해 주세요."

그렇게 전화를 끊은 진호는 차의 천장을 보며 눈을 빛냈다.

"이제 난리 나겠네. 네가 뭘 좋아할지 몰라서 다 준비했어, 라고 작정하고 만든 애들이잖아."

"저 혼자 만들었나요. 지 실장님이나 다른 분들이 아니었으면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죠."

정말 그랬다. 그들이 아니었으면 애초부터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지도 않았을 거다.

'잘되겠지.'

"가요, 박 대리님."

"옙!"

차는 숙소를 향해 출발했다.

* * *

-크아앙!

-커어엉!

-아니, 잠시만 떨어지는 거라니까? 자, 잠깐! 매달리지 마! 바지 벗겨진다고! 야-!

커다란 모니터 속에서 재생되는 드라마의 한 장면.

볼을 씰룩이거나 미약한 감탄을 터트리며 끝까지 시청한 50대 초반의 중년인은 폴더 속 다른 영상을 클릭했다.

그러자 음악 방송 무대에서 다섯남자 아이돌이 춤을 추며 노래를 하는 영상이 나왔다.

"흠. 여기 있군."

마침 객석을 잡은 카메라에 방금전 시청한 드라마 속 남자 주인공이 환하게 웃고 있는 장면이 비춰졌다.

이후 여자 아이돌의 노래 영상까지 시청한 그는 들고 있던 볼펜끝으로 책상을 두드리며 생각에 잠겼다.

톡! 톡! 톡!

띠리링!

"흠?"

그는 전화를 받았다.

-웨이양 기관장님과 저우지엔 위원님이 도착했습니다.

"아, 얼른 모시세요. 차도 내오고."

중년인은 몸을 일으켰고, 문이 열리며 웨이양과 저우지엔이 들어오자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직접 찾아뵙지 않고 이렇게 모시게 돼서 송구스럽습니다."

"허헛. 죄송할게 뭐 있겠습니까. 아, 다시 한번 1서기가 되신 걸 축하드립니다."

"1서기의 부름인데 어찌 거부하겠습니까."

웨이양과 저우지엔은 웃으며 손을 저었지만, 중년인은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국가 주석으로 향하는 최고의 엘리트 코스인 공산당 중앙서기처제1서기라는 엄청난 직책에 있는 그라도 감히 함부로 대했다가는 큰일 나는 이들이 바로 앞에 있는 두 사람이기 때문이다.

더욱 이 둘은 그를 시 당서기에서 현재의 직책에 밀어준 인물들. 결코 함부로 대할 수 없었다.

둘에게 자리를 권한 그는 차가 나오자 다시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큰일을 해내셨습니다."

차를 마신 웨이양이 옅게 웃었다.

외국 연예인 중국 내 활동 완화정책은 어찌 보면 문화 개방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에서, 아니 주석의 자리를 노리는 눈앞의 1서기에게는 무척이나 위험한 도박이었다.

삐끗했다가는 여태껏 쌓아 온 모든 권세를 무너트려 버릴 수도 있는 일.

그런데 그 도박은 멋지게 성공했다.

단순히 진호나 다른 외국 연예인이 출연한 드라마와 예능 등의 시청률이 잘 나오거나 콘서트 관객이 많아서가 아니다.

이번 정권 최초로 중국 내에서 제작한 드라마가 한국, 일본뿐만 아니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등유럽권에 팔려나갔다는 게 중요하다. 순수 중국인들로 이루어진 아이돌이 '그 옛날'처럼 해외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도 중요했다.

중국이 자국의 문화를 수출했다는 것.

그 첨병에 중국을 대표하는 연예인들이 있다는 것.

그것은 무척이나 대단한 일이었다.

또한 어느 사건을 기점으로 중국내에서도 손가락질을 받는, 해외여행을 나가 난동을 부리는 중국인들의 숫자도 급감했다.

중국 내 언론과 여론도 그들을 중국의 망신이라고 표현하며 중국의 국격을 높이기 위해선 저러지 말아야 한다며 바뀌고 있었다.

이전까지는 손가락질을 할망정남의 일이기에 신경을 쓰지 않았던 언론과 여론이 말이다.

"어디 그게 제공이겠습니까. 모두 저희의 의견을 주석께 건의하고 성사시킨 1서기의 공이지요.

제 의손자의 공도 약간은 있겠지만 말입니다."

"확실히 같은 남자가 보는데도 질투심을 잊어버릴 만큼 훤칠한 청년이더군요. 그런 손자를 얻은 두 분이 무척이나 부러울 만큼 말입니다."

웨이양과 저우지엔의 입이 주욱찢어졌다.

"하나…… 그가 한국인이라는 게 못내 마음에 걸리는 군요."

웨이양과 저우지엔의 미소가 더 화사하게 피었다.

그러자 하얗게 질린 1서기는 재빨리 손을 저었다.

"물론 어찌 제가 저를 이 자리에 올려 주는데 큰 공을 세운 그 청년을 폄하겠습니까. 그 청년의 드라마가 성공을 하면서 제가 이 자리에 앉을 수 있게 됐는데 말입니다."

진호를 비롯한 여러 해외 연예인들의 성공으로 인해 그가 이 자리에 앉을 명분과 실적이 만들어졌다면, 진호가 기획한 아이돌들의 성공이 그의 정책은 훌륭했다는 걸로 결론짓게 했다.

그에게 있어 진호는 웨이양과 저우지엔처럼 은인이었다.

"그래서 그런데……"

"말씀하시지요."

"두 분의 의손자, 명예 중국인으로 임명하면 어떻겠습니까?"

"……호?"

"흠. 명분이 부족하지 않겠습니까?"

"부족하다니요. 이런 결과를 만들어 낸 예술가인데 당연히 우리 중국인으로 만들어야지요. 그 청년의 일신상의 이유로 국적을 주지 못하는 게 참으로 아쉬울 뿐입니다."

"허헛. 그렇다면야……"

둘은 환하게 웃었고, 1서기는 속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렇게 알고 진행하겠습니다. 그리고 그걸 시작으로 중한 양국 간 서로 좋은 일을 만들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허헛. 나라 간의 일이야 관심 없는 일이지만…… 그래도 1서기의 일이니 지지하겠습니다."

"어려운 일이 있다면 저희가 돕겠습니다."

1서기는 크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이 둘의 지지는 천군만마를 얻은 것과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그 청년에게도 선물을 크게 줘야겠군. 무슨 선물이 좋으려나……'

아래서 보내온 진호의 세밀한 자료들.

그는 진지하게 고민했다.

* * *

"수고 했다."

"에이, 뭘요. 이제 초단을 딴 것 뿐인데요."

"그래도 1등이잖아."

진호는 방금 전 폐막한 입단 대회에서 1등을 하며 당당히 대한민국 프로 바둑기사가 되었다.

"흐흐. 아, 그보다 무슨 일 없었죠?"

"있었지."

"네?"

"방금 전 중국에서 사무실로 연락을 해 왔는데, 너 명예 시민권준대."

"……그건 또 무슨 저질 몰카예요? 녹음기 숨겼어요?"

차 안에 카메라가 없으니 녹음기 일 수밖에 없었다.

"진짜로. 중국 중앙 정부에서 연락이 왔어."

눈을 껌뻑이던 진호는 이내 입을 떡 벌렸다.

'왜?'

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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