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권 3화
진호는 음향기기를 조작하는 법부터 다시 배우기 시작했다. 이미 한 번 배운 내용을 복습하는 것이라서 진도는 무척이나 빨랐다.
"너도 이번 슈가달달을 봐서 알겠지만, 아이돌 노래가 성공하기 위해 선 춤과 노래, 외모가 합일되어야 해."
"끙."
뼈를 때리는 말에 진호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레오는 그런 그를 보며 눈을 빛냈다.
"그러니까 배우자. 춤."
진호는 이 인간이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멍하니 쳐다보았다.
그런데 잘못 들은 게 아니었다.
"어, 잠깐?"
'2차 해금 내용 안에 춤을 배우는 게 있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이론으로만 배워도 되는 건데! 그냥 연습생들 연습하는 거 보기만 해도 되는!'
춤은 안무가가 있지 않냐는 진호의 반항은 묵살되었다.
춤이 왜 저렇게 표현 되는 건지, 저 춤보다 더 이 비트에 어울리는 춤은 없는지, 쟤는 정말 춤에 재능이 있는 건지 등 그런 감각을 익히기 위해 서라는 레오의 말 아래 말이다.
'그래서 아쉽지.'
춤 관련 스킬이 몇 개 있다.
그러나 현재는 [스킬: 아이돌 마스터]를 습득하는 중이라서 습득을 할 수가 없었다.
"와, 부드러운 각목이다."
레오는 자신이 말해 놓고도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를 정도로 진호의 춤에 경악하고 있었다.
아주 유연하면서도 딱딱한 그 춤에 말이다.
"아니, 어떻게 저 상반된 개념이 공존할 수 있지?"
분명 발바닥이 이동하는 것만 보면 이보다 부드러울 수 없을 만큼 매끈한 얼음 위를 미끄러지듯 뒤로 이동하고 있다. 그런데 발목과 무릎 골반 상체 전반이 각목처럼 딱딱했다.
다른 춤도 리듬감은 발군인데, 그 표현이 딱딱하다.
"진짜 어떻게? 저럴 수가 없는데?"
"시끄러워요! 나 지금 집중하는 거 안 보여요?"
"아냐, 때려쳐. 넌 가망 없어."
"왜요! 이 정도면 엄청 유연하구만!"
'육체 관련 스킬들 덕분에 내 몸이 얼마나 유연한데! 역시 스킬들을 얻길 잘했지!'
레오가 보여 주는 춤을 그대로 복사하듯 따라 하는 자신의 능력이 무척이나 흐뭇한 진호였다.
그렇다 보니 이젠 춤에 재미가 붙기 시작했다.
"그래서 문제라고! 어디서부터 어떻게 건드려야 할지 모르니까! 대체 어떻게 그렇게 출 수 있는 건데!"
마치 유연한 오징어 다리에 녹슨 기계 관절을 달아 놓은 느낌이다.
결과만 보면 정말 훌륭한데, 과정이 에러다.
"……잘?"
"진짜 너 클럽은 어떻게 다닌……아, 클럽에선 리듬만 맞춰도 되지."
머리를 벅벅 긁은 레오는 신이 와도 고칠 수 없을 것 같은 저 몸치 아닌 몸치를 포기하기로 했다.
"됐다. 그냥 춤 영상이나 보자."
"……헷."
"아, 그리고 나흘 뒤 저녁에 시간되지? 약속 잡혔어."
"오."
'드디어 만나는 건가!'
레오가 아닌 다른 프로듀서.
진호의 눈이 빛나기 시작했다.
그들이 향한 곳은 홍대였다.
거리에서 빵빵 흘러나오는 노랫하고 재밌는 공연이 진호의 몸을 들썩이게 했다.
그러나 그 눈은 매의 그것처럼 사람들의 얼굴을 훑고 있었다.
"프로듀싱을 배우고 있다고 인재를 찾는 거냐?"
"……아하하."
머리를 긁적이며 긴장을 푼 진호는 다시금 신기하다는 듯 홍대를 둘러봤다. 연예인으로서 본 홍대와 프로듀싱을 배우는 입장으로서 보는 홍대는 제법 느낌이 달랐다.
"이래서 프로듀서나 스카우터들이 홍대를 많이 찾는 거군요."
"여기뿐만 아니라 명동, 청담동 등 젊은 사람들이 몰리는 곳은 모두 다 가지. 젊음이 모이는 곳에 끼도 모이는 법이니까."
그래서 유명 라가 하는 길거리 노래방이나 시민참여 댄스 콘텐츠같은 곳엔 신입 스카우터들이 상주하다시피 한다.
이런 레오의 설명에 진호는 감탄을 터트렸다.
"이쪽이야."
냉큼 그의 뒤를 따라 고기 굽는 냄새와 사람들이 가득한 술집안으로 들어간 진호는 이쪽을 향해 등을 보이고 있는 한 사람을 보곤눈을 빛냈다.
마치 군계일학이 이럴까.
오직 그만이 술집안 사람들과 다른 아우라를 뿜어내고 있었다.
'저분이!'
아이돌의 왕도인 SY에서 첫 번째로 만든 아이돌로 데뷔한 그.
그룹 해체 후 제작자의 길로 들어서며 손을 대는 모든 아이돌을 성공시켜 일각에선 아이돌의 신이라 불리는 프로듀서.
"형."
"오, 왔어? 아, 이분이 네가 지금 가르친다던?"
"이제 더 이상은 가르칠 게 없지만요. 인사해. 이 형님 알지?"
진호는 눈을 살짝 크게 떴다.
'아, 해금했다.'
레오가 방금 전 인정을 하면서 몸의 어떤 감각이 변화하는 게 느껴졌다. 그와 동시에 며칠 전 레오가 말한 춤에 관한 말들이 모두 이해되기 시작했다.
'그런 의미였구나……'
[스킬: 태양 여왕의 황금손]처럼 스킬 해금 조건이 해금되는 것과 동시에 능력을 얻어가는 [스킬: 아이돌 마스터].
춤뿐만 아니라 프로듀싱의 모든게 이해되고, 기존의 스킬들과 시너지를 일으키면서 아예 감각과 시야 자체가 달라졌다.
'오늘 정말 많은 이야기를 제대로 나눌 수 있겠는데?'
심장이 무척이나 가쁘게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곧 레오를 힐끔 보곤 속으로 미간을 찌푸렸다.
'……근데 이건 좀.'
마치 사랑에 빠진 소녀처럼 설레고 있다.
스킬이 2차 해금을 하며 얻는 능력 중 하나인 인재 선별 시야가 이런 식으로 반응하기 때문이다.
'아, 이거 위험해.'
지금 가쁘게 뛰는 이 심장이 과연 스킬을 해금해서인지, 아님 숨겨져 있던 성 정체성이 나타나서인지 의심이 들게 만들고 있다.
'물론 아니지만! 에부브!'
진호는 재빨리 레오에게서 시선을 떼며 안영진을 향해 환한 미소를 지었다. 어렵게 만든 이 기회를 마음의 흔들림 따위로 날려 보낼 수는 없었다.
진호는 환하게 웃었다.
"안녕하십니까 , 선배님! 이진호입니다."
진호는 전설의 아이돌의 비쥬얼이자 메인보컬이며 활동 당시 작곡가였던 안영진을 보며 눈을 초롱초롱 빛냈다.
안영진도 그런 진호를 보며 입을 벌렸다.
"……와, 이분이 우리 SY에 왔다고 해도 골치 아팠겠다. 어떤 꽃미남들을 붙여도 오징어 소리 들었을 테니까. 아, 활동하는 모습을 보고 정말 대단한 사람이 연예계에 들어왔구나 생각했습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안영진입니다."
"하하, 감사합니다. 저도 팀 다미앙이 가장 모시고 싶었던 프로듀서를 만나게 되어 영광입니다."
쿵!
잠시 그들 사이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레오는 처음 듣는 이야기라서 눈을 동그랗게 떴고, 안영진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우리 회사의 이지원 실장님과 PJY의 지경철 실장님은 잘 계세요?"
움찔!
사정을 알고 있는 레오의 얼굴이 미약한 경련을 일으켰다.
진호는 확신을 가지고 물어보는 그를 보며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어차피 곧 드러날 일이니까.'
이들이 안다고 해도 막을 수가 없는 일이다.
"두 분 모두 일본과 중국에서 잘 계십니다."
"푸하핫. 역시 그럴 것 같더라니. 앉아요, 앉아."
안영진은 대범한 모습을 보였지만, 레오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다.
"형, 그게……"
"괜찮아. 이 바닥 이직하는 거야 밥 먹는 것보다 빈번히 일어나는 일인데, 그걸 가지고 뭐라 하겠어? 아이돌 지옥인 한국에서 기획사 차린 게 아니라서 다행이지."
진호는 그가 겉으로 보이는 신호에 속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진심이시네.'
역시 활동 당시부터 천사표라 불렸던 사람답다 생각했다.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과가 늦어서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나도 이지원 실장님보며 참 안타깝다 생각했거든요. 스타일이 획일적인, 정확히는 나 때문에 획일적이게 된 SY가 아니라면 더 크게 날아오를 분이었으니까."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다행이네요."
"푸흐흐. 그래도 경우라는 게 있으니까 회사엔 비밀로 할게요."
"그래 주시면 오늘 술은 모두 제가 사겠습니다. 제가 고기를 아주 맛깔나게 구울 줄 압니다.
아, 그리고 말 편히 하십시오."
"푸하핫! 그럴까? 맞아, 프로듀서가 되고 싶다고?"
"네. 작곡만으로는 한계를 느꼈다고 할까요?"
[스킬: 위대한 언어]의 주인공도 이러한 이유 때문에 훗날 프로듀서, 제작자의 길을 걸었다.
하지만 성적은 크게 좋지 않았다.
작곡가의 재능과 제작자로서의 재능이 다르기 때문이었다.
"확실히 그렇지. 애써 작곡을 해도 내 의도가 무시되기 일쑤고, 별의별 요구를 해 오니까. 그 요구를 들어주다 보면 이게 내 곡인지 아닌 지도 모르게 되고."
이번 실패로 인해 진호도 크게 공감하는 부분이었다.
"내가 그래서 이 악물고 이 일을 배운 거잖아."
"아, 그분!"
"……응. 다행히 내가 감각이 있어서 그분을 밀어낼 수 있었던 거지, 그렇지 않았다면 우리 SY는 지금 쯤 다른 스타일의 아이돌을 만들고 있지 않았을까? 물론 회사 스타일을 획일시켜 버린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진호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만약 안영진의 그룹을 만든 그가 계속 SY의 간판 프로듀서였다면, 획일적인 스타일이라 했을지라도 굉장히 말들이 많았을 것이다.
그만큼 당시 그 프로듀서는 불미스런 말이 많았다.
'안영진이라는 걸출한 천재가 아니었다면 SY의 아이돌들은 아마……'
자유가 구속된 음악적 노예가 됐을 것이다.
타이틀곡을 제외하면, 앨범 구성에 있어 비교적 아티스트에게 자유를 주는 현재의 SY와 달리 말이다.
안영진에게 밀려서 나와 따로 기획사를 차린 그가 만든 아이돌들을 보면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래서 후회하시나요?"
"그럴 리가."
안영진은 씩 웃었고, 진호도 활짝웃었다.
이윽고 술과 고기가 나오면서 본격적인 술자리가 시작되었다.
* * *
진호는 그날 안영진과 굉장히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두 사람은 서로의 감각에 연신 감탄을 토할 수밖에 없었고, 그건 레오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진호에게 프로듀싱을 가르쳤던 레오는 '각성했냐!'라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영진이한테까지 인정 받았다면서!
"……가만 보면 레오형도 입이 참 가벼워."
-시끄럽고. 그 정도면 됐다. 하자.
순간 진호의 눈이 과도 하게 빛났다.
"날짜 잡혔어요?"
-잡힌 정도가 아니긴 한데…… 너 너무 신나 한다?
"크흠. 시간은 많이 뺄 수 없어요. 아시죠?"
-내가 그걸 모르겠냐? 그렇다면하는 걸로 알게! 땡큐!
"넵! 들어가세요."
전화를 끊은 진호는 조용히 주먹을 쥐었다.
"아자."
"……그렇게 좋냐?"
오늘은 웬일인지 말끔한 모습의 재준이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자 진호는 코웃음을 쳤다.
"넌 싫냐?"
"……아니, 오지게 부러워. 아오! 걸그룹을 만든다니!"
정확히는 'Pick me' 시리즈처럼 모든 아이돌 기획사의 여자 연습생들 및 데뷔한 아이들 중 가능성있는 아이들을 모집해, 시청자 참여 투표가 가능한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을 여는 것이다.
이번엔 중국과 일본도 대상으로 삼아서 'Pick me'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 할 수 있었다.
주관 방송사가 유명한 음악 방송사인 MC.
NET라서 더 그랬다.
진호는 이런 기회를 준 양진혁이 너무 고마웠다.
타다닥!
"진호 씨! 기사 떴어요, 기사!"
"기사?"
'……벌써?'
깜짝 놀란 진호는 재빨리 직원을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사무공간으로 가니 직원들 모두가 기사를 확인하고 있었다.
대한민국 3대장이 모였다!
JH 엔터테인먼트의 양진혁 대표, SY엔터테인먼트의 안영진 프로듀서, 대노의 박재영 대표가 모여 걸 그룹 서바이벌 오디션을 연다!
그들을 보조할 멘토로는 만능 연예인 이진호와 한 시대를 풍미했던 노아! 그리고…….
한중일 삼국에 동시 방영되는 이 오디션은 실시간 시청자 참여 투표가 가능함으로써 목요일 저녁의 재미를 책임지지 않을까 싶다.
"워. 네가 이런 곳에 출연한다고?"
"……JH 엔터테인먼트와 팀 다미앙의 전략적 제휴 관계를 다시 견고하게 다지려는 의미지. 난 멘토로 참여하는 거지만 프로듀서, 제작자로서의 커리어를 대중에게 인식시킬 수 있는 이득이 생기고. 그래서 우리 직원들도 승낙을 한 거야."
JH가 건의를 해 오자마자 고민할것 없이 허락을 한 직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한자리에 모인 연습생들이 사고만 치지 않는다면 무조건 이득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많은 부분에서 말이다.
"모델에 이어 아이돌이라…… 그냥 네가 다 해 먹어라."
'안 그래도 다 할 거다.'
[스킬: 아이돌 마스터]의 마지막 해금 조건이 바로 '아이돌 기획 및 제작해서 데뷔시키기'다.
사실 '혼자'라는 조건이 붙지 않기에 스킬을 습득하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데뷔를 앞둔 중국과 일본 아이들 데뷔에 한 발 걸 치는 것만으로도 스킬을 습득할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진호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 아이들은 이왕이면 스킬을 얻은 뒤 완벽하게 케어하여 데뷔를 시키고 싶었다.
"그런데 이 정도 스케일이면 나중에 네가 만드는 애들하고 싸움 일어나는 거 아냐? 삼국 동시 투표잖아. 투표 수를 생각하면 중국애들이 압도하다 못해 그 인기를 업고 데뷔할 텐데?"
날카로운 지적이었다.
진호도 그 부분이 걱정되긴 했지만, 제작진에서 공정한 심사를 위해 어떠한 장치를 한다고 했다.
이러한 진호의 설명에 재준은 미심쩍어 하면서도 이해했다.
"거기다 혹여 그렇다고 해도 이프로젝트 활동이 끝나면 원래 자리로 돌아가야 하지. 그렇게 되면 한 그룹당 한두 명이나 겨우 뜬 상태일 텐데, 멤버 전원이 매력으로 철철 넘치는 우리 애들 앞길을 막을 수 있을까?"
그건 한국에서 뽑힐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Pick me' 시리즈로 선발되었다가 계약 기간이 끝나며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간 이들을 보면 답이 나온다.
개인은 떠도 팀은 뜨지 못했다.
'그러나 이슈는 엄청나지.'
몇 달 사이 동안 이슈란 이슈를 모두 흡수한다.
그걸 잘만 활용하면 한층 더 높은 곳에 도달할 수 있을 터였다.
"그렇구나……. 뭔가 복잡하네."
"원래 비즈니스는 복잡한 거야, 인마."
재준은 진호를 빤히 바라봤다.
"왜?"
"아니, 고3까지만 해도 핸드폰 붙잡고 서울 여기저기 쏘다니며 밥도 잘 챙겨 먹지 못하던 어리바리 길치 둥땡이가 어느새 이렇게 비즈니스를 논할 정도로 성숙해졌나 싶어서……. 이게 다 성장한 동생을 보는 큰 형의 마음일까?"
푸흡! 주위에서 웃음이 터졌다.
"……욕이냐, 칭찬이냐?"
"칭찬. 그러니까 적당히 해. 요즘 너 보면 일 못 해서 안달인 것 같으니까."
진호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건 직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보여?"
"엉. 예전처럼 네 줏대대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끌려다니는 것 같아. 물론 네 지랄 맞은 성격이 그런 걸 용납할 리 있겠냐마는."
"……확실히 그렇기는 하네."
진호는 씁쓸히 웃었다.
일이 너무 재밌고, 스킬을 얻어가는 게 재밌다 보니 스케줄이 이렇게 타이트해진 것도 모르고 있었다.
'드라마 끝나면 여유 좀 가질까? 연예인 신분으로서는 얻을 수 없는 다른 스킬도 얻을 겸?'
그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뭐, 네가 알아서 하겠지. 그럼 수고해라. 난 방송하러 간다."
"그래. 너도 수고해."
"오냐. ……아오, 부러워 미치겠네!"
"사인 받아다 줘?"
"사진도!"
진호는 손을 흔들며 멀어지는 재준을 빤히 바라보다가 옅게 웃었다.
"고맙다."
덕분에 여유를 잃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렇다고 한들 벌여놓은 일에서 손을 떼지는 않을 테지만, 어쩌면 더 큰 즐거움을 쫓아치열하게 움직일 수도 있지만, 분명 그럴 테지만 그래도 다시 마음의 여유를 찾을 수 있게 됐다.
재준은 역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친구이자 축복이었다.
"……끄으-! 그럼 나도 일하러 가 볼까? 다녀오겠습니다!"
오늘은 지방시 화보 촬영이 있는 날이었다.
걸음을 옮기는 진호의 입가엔 환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팀 존스가 봤다면 황홀해 마지않을 그런 미소가 말이다.
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