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250화 (250/424)

10권 25화

시속 157km의 사나이 이진호!

국대로!

만능형 스트라이커? 그는 언제부터 축구를 했나!

중국! 현재 진호앓이!

미남미녀들 사이에 파묻힌 이진호!

미녀와 다정히 이야기 나누는 이진호! 여성은 누구?

한국과 중국의 포털 사이트 연예란이 시끄럽다.

역대 최고로 빠른 슛 Top 10에 들어갈 만큼 빠른 슛이 그렇게 만들었다.

골키퍼가 반응하지 못할 수준의 속도와 정확성.

이미 지 메이킹으로 꾸며 낸 게 아니라 진짜 프로만큼 실력이 좋은 것이었다.

많은 이들이 진호를 욕심내기 시작했다.

-진호야, 할 거지?

"당연히 해야죠. 좋은 취지로 하는 것이니만큼 참가해 보도록 노력할게요."

-하핫! 역시 진호! 아주 천사표야, 천사표!

"하하핫."

-아, 그런데 그 어리고 예쁜 친구들은 누구야?

"음……. 지금은 노코멘트할게요. 형을 못 믿는 건 아닌데, 회사 일이라서요."

-아, 설마? ……진짜야?

"쉿!"

-흐흐. 내가 또 연락할게. 뿅!

진호는 전화가 끊긴 핸드폰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역시 재석 형은 눈치가 빠르다니까."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이번 일은 누군가의 입을 통해서가 아니라 아주 자연스럽게, 이를테면 누군가 우연치 않게 발견하면서 아이들의 정체가 들통나야 한다.

결코 진호의 입으로 아이들의 정체에 대해 말하면 안 된다.

"내 입으로 말했다가는 역풍을 맞을 수도 있지."

대중들의 기대감도 잔뜩 끌어올려져 장점보다 는 단점부터 찾으려 들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정말 답이 없기에 인터뷰에서도 언급조차 안 했다.

"어휴."

"예, 예. 알겠습니다. 스케줄을 확인해 볼 테지만, 기대하지는 마십시오."

전화를 끊은 정 실장이 혀를 내둘렀다.

"바쁘다, 바빠. 자, 여기."

"이런 거 하시지 말라니까."

진호는 내밀어진 커피를 보며 혀를 찼다.

정 실장은 회사 안임에도 이렇게 배달을 하고 있었다.

"야, 이런 거라도 안 하면 미안해서 월급 못 받아."

"에휴, 그래서 이번엔 어디에요?"

"연예인 축구팀. 이름이…… 천하불패? 천상불패? 암튼 지우진? 이라는 애가 이번에 만들었다네?"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이름이었다.

"재밌는 이름이네요. 아, 맞아. 재석이 형이 올해나 내년에 자선축구대회를 연다고 하네요. 두개의 심장 김지성 선수와 함께. 웬만하면 할 테니까 알아 두고 계세요."

"그런 걸 개인이 할 수 있는 거야? 돈은?"

"방송국 끼고 하시겠죠. 아니면 페이 없이 하실 분들만 모으던가."

"아아, 그럼 난 매니저 팀에 있을 테니까 필요하면 불러."

"옙! 아, 저도 같이 나가요."

"응? 왜?"

"기획부에 볼 일이 있어서요."

"볼 일? 스케줄?"

"아뇨. 실험이랄까?"

"그거 엄청 불길한 말이다? 또무슨 사고를 치려고?"

"이번엔 그런 거 아니에요."

"흐음……"

정 실장은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발을 뗐고, 진호도 그 뒤를 쫓아 기획부로 향했다.

"장 실장님."

"예, 진호 씨."

"아직도 제게 작곡 의뢰가 많이 들어오나요?"

"예, 그렇습니다. 진호 씨가 별말이 없으시기에 정중히 거절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가요? 그럼 주죠."

"예?"

너무도 뜬금없는 말. 장 실장뿐만 아니라 기획부 팀원 모두가 하던 일을 멈추고 진호를 보았다.

"지, 진심이십니까?"

"네. 제가 작곡 쪽으로 좀 많이 쉬었죠?"

장 실장의 눈이 화륵 타올랐다.

'드디어!'

따악!

그녀가 손가락을 튕기자 한 기획부 직원이 다급히 몇 장의 A4용지를 찾아 달려왔다.

"여기 보시면 알겠지만, 전에 같이 작업을 했던 김재범 씨와 김대현 씨가 매일같이 러브콜을 보내오는 상태고, 맨발의 여왕이신! 아니, 그 전에 일본과 영국에서도!"

진호는 싱긋 웃으며 그녀가 내민 인명부를 뒤집어 내려놓았다.

"진호 씨?"

"이번엔 이분들 말고 아이돌로 찾아보죠."

"……예?"

진호는 잘못 들은 것 같다는 듯 귀로 가져가는 장경아 실장의 손을 잡으며 더 환하게 웃었다.

"몇 년 째 무명이라든가, 얼굴은 알렸는데 1위는 하지 못한 그런 아이돌로."

'내가 만든 곡이 아이돌 세상에서도 통하는지 실험해 보기 위해서.'

진호가 생각한 새로운 도전이 바로 이것이었다.

타르르!

누군가 떨어트린 볼펜이 책상 위를 굴렀다.

* * *

진호가 곡을 준다는 소문이 퍼지자 대한민국에 산재한 아이돌 기획사들이 뒤집어졌다.

여태껏 아이돌이 아닌 뮤지션에게만 곡을 주고, 모두 성공시켰던 진호다. 아이돌 기획사, 아니소형 기획사들은 사활을 걸 수밖에 없었다.

"그 애들 때문이지? 중국 축구장에서 너와 같이 잡힌."

"그렇죠."

한시가 멀다 하고 찾아오는 아이돌 기획사 사람들 때문에 JH 엔터테인먼트로 피신한 진호가 양진혁과 차를 마시고 있다.

'역시 양 사장님. 눈치가 대단하네.'

"비주얼이 엄청나던데?"

"고르고 골랐으니까 당연하죠. 외모와 재능뿐만 아니라 두뇌까지. 성형도 안 했어요."

"응? 두뇌?"

"가장 성적이 낮은 애도 북경에서 300등 안에 들어요. 운동하는 애들은 다 1군이고."

"……아이돌이 아니라 네 후계자들이었냐!"

"에이, 그 정도는 아니고요. 아무튼 걔들을 위해서라도 제 능력을 객관적으로 알아볼 필요가 있더라고요."

"그를 위한 실험이다?"

"그렇죠."

양진혁은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전혀 객관적이지가 않은데? 결국 네 이름값으로 뜨는 거잖아."

"그러니 구매자들 반응을 살피려고요."

"아하. 그런 방식으로 확인해보겠다? 그렇다면 상관없겠네."

어느 한쪽만 이득을 보는 일이 아니다.

누가 곡을 받을지는 모르겠지만, 진호의 명성을 등에 업은 아이돌은 분명 뜨게 될 것이니 말이다.

무명이거나 1위곡이 없는 그들로서는 너무도 간절히 바라는 호재. 혹여 성적이 좋지 않더라도 진호를 원망하지 못한다고 봐야했다.

즉, 서로 윈-윈이었다.

"그런데 괜찮겠어?"

자칫 잘못하면 성공 가도만 달려온 작곡가로서의 명성이 깎일수도 있다. 아니, 깎이는 건 문제가 아니지만, 진호에게 우호적이지 않는 언론에서 그걸 잡고 늘어질 거라는 게 문제였다.

"리스크가 좀 있기는 하지만,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에요."

"흠. 그런 생각이라면 상관없겠네. 그래서 어떻게 고르려고?"

"……그게 문제죠."

생각 이상으로 무명인 아이돌의 숫자가 많았다.

많아도 너무 많았다.

"전 많아야 백여 팀 정도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히트곡을 가진 아이돌 숫자가 그 정도일걸?"

"그렇더라고요."

무명인 아이돌은 그 몇 배다.

지금 이 순간에도 사라지고 생겨나기에 정확히 산출하기가 불가능할 뿐이다.

"그래서 여기에 온 거고요."

"응?"

"스카우트 리스트 있죠? 무명인데 실력은 괜찮은 사람들. 망하면 데려오려고 준비하는 사람들리스트."

눈을 크게 떴던 양진혁은 이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미 표정을 들켰으니 거짓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건 또 어떻게 안 거야?"

"여기도 회사인데 그런 게 없겠어요?"

이는 장경아 실장에게 들은 말이다. 각 기획사는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그런 리스트를 만들어 놓는다고 말이다. 그리고 다미앙도 그런 리스트가 있다고 했다.

"그건 그렇지만……끙."

회사 기밀이다. 아무리 진호라도 기밀을 누출할 수는 없었다.

진호는 입을 꾹 다무는 그를 보며 눈을 빛냈다.

"그럼 추천이라도 해 주세요."

진호도 리스트 전부를 바라는건 아니었다. 허용할 수 있는 선을 넘는 부탁이기 때문이다.

"추천?"

분명 눈 가리고 아웅하는 말이다.

그러나 이 정도는 충분히 허용할 수 있는 선이었다.

"네. 실력은 있는데 운이 없는 아이돌 좀 추천해 주세요. 많이도 필요 없으니까 비교적 최근에 생겨난 팀들로."

진호가 진짜 바라는 부분이 이것이었다.

장경아 실장이 팀 이진호에 합류하면서 갱신되지 못한 리스트를 갱신하는 것. 원래 직원들이 해야 할 일이지만, 진호가 피신할 겸 와서 물어보는 것이었다.

"……흠, 추천이라. 몇 팀이 있기는 하지."

"그래요?"

진호의 눈이 빛나자 양진혁의 눈도 빛났다.

"그런데 너 이거 빚인 거 알지?"

"허……. 우리 사이에 이러깁니까? 사장님이 이러시면 저도 추심 들어갑니다?"

이런 식의 빚은 양진혁이 더 많았다.

움찔!

"아무튼!"

그의 억지에 진호는 눈을 가늘게 떴다.

"또 뭔데요? 무슨 일인데요?"

"……아오, 진짜! 좀 속아 주면 안 되냐?"

"흐흐흐."

"에휴, 네가 크게 귀찮을 만한 일은 아니야. 어쩌면 네가 지금 하려는 일에 도움이 될 일이지."

"……아하, 그거구나?"

"쉿! 이거 뽀록나면 나 돈 물어내야 한다."

"푸흐흐. 알았어요. 미리 연락만 주세요."

"오케이! 리스트랑 자료는 오늘 내로 보내 줄게."

"감사합니다. 그럼 전 빈 녹음실에서 놀고 있을게요."

"그래, 심심하면 연락할게. 아니, 저녁에 술 한잔 어때?"

"좋죠!"

환하게 웃은 진호는 녹음실로 향했다.

* * *

"아이구, 안녕하십니까!"

"헛! 네네. 안녕하세요."

진호는 허리를 깊이 숙여 인사하는 40대 중년인의 행동에 식겁하며 허리를 숙였다.

"뭐해, 이놈들아! 어서 갓진호님께 인사드리지 않고!"

'가, 갓진호 님?'

"……억!"

진호의 외모에 넋을 팔고 있던 다섯 청년이 기겁하며 허리를 숙였다. 그들의 인사가 회사 안을 쩌렁쩌렁 울렸다.

"아, 안녕하십니까! 누나들을 달콤하게 녹여 버리겠다! 슈가달달입니다!"

'으허억!'

코앞에서 듣는 보이그룹 인사는 손발을 오그라들게 했다.

'……와, 남자애들도 이런 인사를 하는 구나. 그런데 슈가달달은 진짜 너무 한 거 아닌 가?'

그래서 고를 때 굉장히 고민되었다.

"네, 안녕하세요. 이진호입니다. 오늘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저, 저희가 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다시 허리를 숙이는 그들의 눈물 어린 눈에서 간절함과 희망을 볼 수 있었다.

'자료대로 인성도 좋은 것 같네. 2년 동안 무명이라고 했지?'

"정말 감사합니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크흑!"

'이분은 감수성이 많으신 것 같고.'

"정말 저희 애들이라서 하는 말이 아니고, 애들 모두 실력이면 실력, 인성이면 인성, 모자라는 부분이 없는 애들입니다. 정말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하하. 그래 주면 저야 좋죠. 아, 사장님은 어떻게 하실래요? 가녹음이라지만, 시간이 걸릴 수도 있는데……"

"실례가 안 된다면 녹음이 끝날때까지 있고 싶습니다."

"그러실래요? 김 대리님, 여기 사장님 휴게실로 안내 좀 해 주세요. 부탁드릴게요."

"네, 진호 씨!"

사장은 슈가달달을 향해 파이팅포즈를 취하며 멀어졌고, 진호는 눈동자가 이리저리 움직이는 그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이쪽이에요."

"마, 말 편하게 해 주십시오."

"차차 그럴게요."

그렇게 그들을 데리고 녹음실안으로 들어간 진호는 기기들을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크, 좋다. 좋아.'

언제까지고 JH 나 스튜디오를 빌릴 수 없기에 제대로 투자해 바꾼 음향기기들.

그냥 보고만 있어도 배가 불렀다.

'아차.'

돌아선 진호는 딱딱하게 굳어있으면서도 녹음실 이곳저곳을 힐끔거리는 슈가달달의 모습에 속으로 눈살을 찌푸렸다.

'너무 얼어 있네.'

이런 상태라면 나올 실력도 나올 수 없었다.

분위기를 푸는데 있어 최고의 비법인 술도 의미가 없다.

진호는 싱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여기서 노래 제일 잘하는 사람, 손?"

"……네?"

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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