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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249화 (249/424)

10권 24화

"네? 아뇨. 괜찮습니다."

진호는 정중히 거절했다.

예전에 저우양이 이야기해 준 적이 있기에 저우지엔이 대단한 사람임은 대충 알지만, 그렇다고 딱히 그의 도움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있다면 언론이겠지만……'

진호는 아이들의 미모를 믿었다.

"그러느냐."

저우지엔은 아쉬웠지만, 동시에 홀로 능력이 되는 만큼 해 보려는 진호의 자세가 꽤 기꺼웠다.

푸근한 미소를 지은 저우지엔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꺼내며 대화를 주도해 갔고, 진호는 그에 맞장구를 쳐 가며 그간 있었던 일을 맛깔나게 풀어 갔다.

그렇게 밤이 깊어 갔다.

똑똑똑!

밤이 늦어 하룻밤 자고 가라는 권유를 뿌리치지 못한 채 방으로 안내된 진호는 노크 소리가 난 문으로 걸어갔다.

벌컥!

"양?"

"한잔…… 하시겠습니까? 할 이야기도 있고."

캔맥주 두 개를 얼굴까지 들어올린 저우양의 눈동자가 불안과 걱정으로 흔들리고 있다.

진호는 의아해하며 그를 안으로 들였다.

그런데 그렇게 들어와 의자에 앉은 저우양은 맥주 캔을 만지작거릴 뿐 입을 열지 않았다.

진호는 그가 입을 열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그리고 한참의 시간이 흘러서야 저우양은 입을 열었다.

"쉔…… 성공할까요?"

'역시.'

투덕거려도 역시 가족이었다.

진호는 푸근히 웃었다.

"걱정이 되는 거야?"

"그래도 동생이잖습니까. 형님을 믿긴 하지만…… 집안에서 예쁨만 받고 자란 그 아이가 험하다 소문난 연예계 생활에 제대로 적응은 할지, 마음이 다치진 않을지……"

한숨을 푹 내쉰 저우양은 캔맥주를 따 벌컥벌컥 들이켰다.

진호의 미소는 더욱 짙어졌다.

"분명 다칠 거야."

"쿨럭! 혀, 형님!"

"연예계도 사람이 사는 곳이고, 사람이 사람과 일하는 곳이야. 몸과 마음이 다치지 않을 리 없잖아."

진호 자신도 그렇다.

촬영을 하다 보면 질시도 받고, 방해도 받는다.

하루에도 루머가 수면 아래에서 수십 개씩 생성되고, 개중엔 칼이 되어 심장을 찌르는 것도 있다.

"하지만 쉔이라면, 너와 내 동생이라면 이겨 낼 수 있을 거야. 내가 그렇게 되도록 도울 거고."

'그러고 보니 나도 이제 실험을 해 봐야겠네.'

진호의 눈이 일순 냉정하게 가라앉았다가 다시 따뜻해졌다.

"쉔이 택한 길이잖아. 믿어 보자."

집안의 권력을 믿고 방탕하게 살아왔던 쉔. 누군가에게 해를 끼친것은 아니었지만, 분명 평범한 학생은 아니었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형제끼리 감사는 무슨. 마시자."

"예."

둘은 말하지 않아도 마음으로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한편 테라스로 나온 저우지엔은 담배를 입에 물며 핸드폰을 들었다.

-늙으니 이젠 예의도 무시하는겐가?

늦은 밤이라서 그런지 웨이양의 잠겨 있는 목소리가 날카롭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그 정책 언제 채결할 겐가?"

-음? ……풋. 지금 진호가 거기에 있나?

"내 손자 쉔이 곧 데뷔한다는군."

저우지엔은 진호에게 들은 플랜을 말해 주었다.

웨이양은 잠시 말을 잃었다.

-자네, 팔불출이었나? 아니, 둘째 손자를…….

"셋째 손자."

-둘째 손자를! 없는 사람 취급할때는 언제고?

저우지엔은 사석에서 첫째 손자인 저우양에 대해서는 언급을 했어도, 저우쉔에 대해 말한 적은 없다.

저우쉔이 방탕해지기 시작할 때부터 말이다.

"눈 밖의 자식이라도 자식이네."

-허헛. 진호가 참여러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는군. 모자란 이는 자식 취급도 안 하던 자네마저…….

"아무튼 ."

-기다리게. 진호 그 아이가 잘해주고 있지 않나. 코리안 쉐프가 중국 전역 영화관에 걸리고, 그 드라마가 중국 전역에 상영되어야 자네 둘째 손자에게 달아 줄 날개도 커질 터.

불만족스런 대답이지만, 저우지엔은 참기로 했다.

"아, 진호가 상하이 선화의 시축을 맡게 된 건 아나?"

-뤼디의 상하이 선화?

뤼디 그룹은 중국에서 제일가는 부동산 전문 기업이다.

-장위량 그놈이 회장으로 있는.

"그렇다는군."

-장위량이 수작을 부린 겐가? 그 종놈이 감히?

웨이양의 어투가 짐승처럼 사나워졌다.

"들어 보니 그건 아니었다는군."

저우지엔은 진호가 설명한 속사정을 말해 주었다.

-허허허허헛! 그 정도로 실력이 좋았던가. 아쉽구만, 아쉬워.

"그러게 말일세. 진호가 우리 중화의 인민이었다면, 국격을 참 높여 주었을 텐데……"

-그러나 꿈도 꾸지 못할 테지.

"한국을 사랑해서?"

-이유가 어찌 그것 하나뿐일까. 그나저나 뤼디라…… 량카이신을 만나 보아야 하려나?

"그놈도 생각이 있으면 먼저 접촉해 오겠지. 아니면 선물이라도."

-그렇겠군.

딱히 신경 쓸만한 아니었다.

-아, 그보다 자네 첫째 손자 만나는 사람은 있나?

"음? 진호라면……"

-진호는 내 손자라니까! 이 노망난 늙은이가 진짜!

둘은 그렇게 투덕거리며 대화를 이어 갔다.

뤼디 그룹이 중국에서 제일가는 부동산 전문 기업이라 하더라도 둘에게는 딱히 신경 쓸만한 곳이 아니었다.

* * *

중국 슈퍼리그의 시즌도 어느새 후반을 향해 달려가며 격렬하게 치열해져 갔다.

그에 상하이 선화 티켓, 굿즈 판매처는 매일매일이 지옥이었다. 그러나 오늘 만큼은 그들 사이에, 정확히는 여직원들 사이에 웃음꽃이 피어나고 있었다.

"자기, 이진호 축구하는 영상 봤어?"

"봤기만 했겠어요? 제 핸드폰에 고이 저장되어 있죠!"

"아, 진짜 구단 홍보팀은 일 안하나. 우리 팀 연습 구장에서 우리팀 선수들과 연습 경기를 했는데, 왜 그렇게 허둥지둥이야? 응? 알아보긴 뭘 알아보냐고!"

"그러게. 바로 인터뷰하고 명예선수로 만들어서 구단 출입을 쉽게하게 하고! 그렇게 되면 우리도…… 으흐흐"

"꺄아! 나도, 나도! 그런데 홍보팀에선 정말 별말 없어?"

남직원들은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는 여직원들을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런데 그 패스 죽이지 않았어?"

"말도 마세요. 저 그거 보고 베컴인 줄 알았잖아요."

"퍼스트 터치는 거의 즐라탄이던데?"

"그 라인 밖으로 나가는 걸 발끝으로 톡 쳐서 안으로 들여온 거말하는 거죠? 와, 진짜 그거!"

"야, 야! 팀장님, 팀장님!"

복도에 오와 열을 맞춰 모여 잡담을 떨던 직원들은 다급히 자세를 바로잡았다.

뚜벅뚜벅.

약간 빠른 걸음으로 걸어온 평범한 인상의 40대 중년인이 그들의 앞에 서며 안경을 치켜세웠다.

"모두 좋은 오후입니다."

"좋은 오후 입니다!"

"저번 홈경기에서 우리 팀원들의 응대가 미흡했다는 민원이 올라왔습니다. 총 3명이더군요."

순간 사원들의 표정이 굳었다.

"그게 누구인지는 본인들이 더 잘 알 테니 그에 대해선 여기까지만 말하죠. 이걸로 저번 홈경기 피드백을 마치겠습니다. 우리 조금만 더 친절해집시다."

"네!"

팀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직원들을 보며 히죽 웃었다.

들어온 피드백도 관객이 진상을 부린 거지 팀원들의 응대가 잘못된 것이 아니었다. 그래도 부장으로서 경각심을 심어 줄 수밖에 없었다.

"아, 맞아. 중요 전달 사항이 있습니다!"

직원들이 의아해하며 팀장을 보았다.

"오늘 시축을 맡을 분으로 한국연예인 이진호 씨가 선정되었다고 합니다. 팬클럽수가 백만이라고 하니 혼란스러운 상황이 벌어질 거라 예상됩니다. 때문에 구단 측에서 1시간 전에야 기사를 내보냈는데, 결국 서버가 다운이 됐다는군요. 그쪽 팀 일 못하는 건 진짜……"

"꺄아아아악!"

"어머머머머!"

"일했구나, 홍보팀!"

"팀장님! 이진호가 공연도 하나요?"

"글쎄요. 그 부분은 듣지 못했습니다."

"아아."

팀장의 미소는 더욱 짙어졌다.

"자, 그럼 구호 외치고 일과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우리가 상하이 선화의 얼굴이다! 고객 응대는 친절히! 스마일!"

"우리가 상하이 선화의 얼굴이다! 고객 응대는 친절히! 스마일!"

박수까지 세 번 친 그들은 환하게 웃으며 각자의 판매대로 향했다. 그렇게 판매대 앞에 선 그들은 이어폰을 귀에 낀 채 시계를 보며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치직! 이, 일 분 후 정문 오픈하겠습니다.

-후, 후문도 일 분 후 정문 오픈입니다!

"응?"

-음…… 티켓 판매처 수고하세요. 굿즈도요.

"응?"

-부디 살아남으시길.

뭔가 굉장히 불길한 말이었다. 그들의 목소리가 떨리고, 여태껏 이런 말을 들어 본 적이 없어서 더 그랬다.

-정문 오픈합니다!

-후문 오픈합니다!

-꺄아아아아악!

-흐헉! 비켜! 깔린다!

-지, 질서를! 질서를 지키…… 네? 치이이이익!

"뭐, 뭐야?"

"무슨 일인데?"

당황한 그들은 이내 곧 흔들리는 바닥에 의아함을 드러냈다.

두두두두두두!

소란스런 소리와 함께 지축이 울리고 있었다.

"저기다!"

"와아아아아아!"

그제야 직원들은 무슨 상황인지 깨달았다.

이진호=백만 팬클럽.

다급히 판매대 유리창에 얼굴을 붙여 밖을 본 직원들은 하얗게 질렸다.

저 멀리 서부터 사람이 파도처럼 밀려오고 있었다.

이진호 사랑해, 라는 커다란 피켓을 든 사람들이 말이다.

* * *

"하하핫! 많이 당황하셨겠네요."

진호의 웃음이 필드로 향하는 복도를 울린다.

"당황만 했으면 다행이겠군요."

홍보팀장이 한숨을 내뱉으며 이마에 흐르는 식은 땀을 훔쳤다.

오늘 홍커우스타디움에 몰려든 인파는 어림잡아 8만 명이었다.

그것도 경기 시작 세 시간 전에 현장판매 티켓을 사기 위해 몰려든 인파만 그 정도였다.

'다행히 티켓을 구하지 못한 사람들은 돌아갔다지만……'

대부분 홍커우 스타디움 주위에 있는 음식점이나 술집들로 흩어졌다고 한다.

그것도 아주 질서정연하게. 그 어떤 분란도 없이 말이다.

'이건 엄청난 기삿거리야!'

상하이 선화와 진호, 크게 나아가면 상해인까지 제대로 된 이미 지 메이킹을 할 수 있는 대사건이었다. 진호를 시축 선수로 삼은 이결정을 인생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결정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그런데 이게 어떻게 가능하지?'

그래도 의문은 의문이었다. 그는 이 점을 진호에게 물어보았고, 진호는 다시 한번 웃음을 터트렸다.

"제 팬들이 많이 착하거든요."

"아니, 그저 착하다는 개념으로는 설명이……"

'무서운 누나가 상해 지부장으로 계시기도 하고.'

상해 지부뿐만 아니라 중국의 다른 성이나 대도시의 지부장들 모두 배경이 대단한 이들뿐이다.

"그래서 전력으로 때리면 되는 건가요?"

"예, 전력으로 때리시면 됩니다. 그리고……"

"관객들에게 정중히 인사하고 이곳으로 퇴장하면 되죠?"

"웃으며 손도 흔들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꺄아아악!"

"와아아아악!"

"……시간이 된 것 같군요. 가실까요?"

"옙! 아, 형님들! 파이팅!"

진호는 뒤에 정렬해 있는 선수들중 상하이 선화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넣어 주고는 홍보팀장을 쫓아발을 크게 떼었다.

딱딱! 화악!

"……까아아아아아아악!"

"우와아아아아아아!"

'……와우.'

몸을 터트려 버릴 듯 밀려오는 함성들.

온몸을 내달리는 전율에 진호는 절로 환하게 웃으며 관객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고, 함성은 더욱 커졌다.

'이젠 한국 복귀구나.'

이 시축을 끝으로 당초 예정되었던 중국 스케줄은 끝난다.

이후 별당신이 종영되면 다시 넘어와 투어 콘서트를 하고, 드라마촬영에 들어가면 된다.

'코리안 쉐프가 문체부 선정이 되면 더 빨리 넘어올 수 있겠지만…… 이 시축으로 인해 더 그럴확률이 높아졌지만…… 그래도 좀 아쉽다.'

어딜 가나 열렬히 반겨 줘서 더이런 감정이 드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가야지.'

한국엔 새로운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그는 관중석에 모여서서 이쪽을 향해 악을 지르는 아이들을 보며 옅게 웃었다.

삐이익!

고개를 돌린 진호는 잔뜩 긴장을 한 채 제대로 자세를 잡고는 이쪽의 눈동자를 뚫어져라 응시하는 상하이 선화 골키퍼를 보며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미안합니다, 형님. 넣을게요."

타다탓! 뻐엉!

진호의 발을 떠난 공이 레이저처럼 쏘아지며 골대를 향해 날아갔다.

철써억!

"……우아아아아악!"

"와아아아아악!"

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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