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193화 (193/424)

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 8권 18화

"시청률 12.1 퍼센트로 마무리했습니다."

"……."

케이블 시청률 맞죠?"

회사의 회의실에 앉은 진호는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시청률 12퍼센트는 지상파 3사의 예능과 비교해도 높은 편에 속했기 때문이다.

"고작 1화에 12.1 퍼센트라……."

"분당 최고 시청률은 16.3퍼센트. 2화 예고편 때입니다."

네드 시런와 횡단열차 안에서 만나는 내용이 담긴 예고편은 큰 이슈가 되고 있었다.

진호는 재빨리 핸드폰을 들어나 연석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회식 쏘셔야죠. 투쁠 한우에 랍스터. 오케이?

지이잉!

-오케이, 콜!

히죽 웃은 진호는 아차하며 장경 아 실장과 회의실에 모여 있는 직원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이어서 프로그램이 방영된 이후 당시 제작진에서 따로 만들었던 공연 영상의 조회수가 폭발하고 있습니다. 최저 조회수가 812만입니다."

"와우."

다른 직원들도 박수를 쳤다.

"제작진, 아니 방송국에선 그 조회수만큼 기부를 한다고 합니다."

"……뉴스가 한 번 더 생산되겠네요."

힐링 뮤직여행 '산토리니로 가는 길'에 올라간 영상은 50개가 넘었다. 한 곡씩 따로 올린 것도 있고, 공연을 풀 영상으로 올린 것도 있기 때문이다.

한 영상당 천만 씩만 잡아도 5억이 넘는 돈이었다.

"물들어올 때 노를 저으려는 것 같습니다."

"흐음……. 뭐가 있는 건가요?"

겨우 노를 젓기 위한 것치고는 액수가 너무 컸다.

"내부 정보들에 의하면 시상식을 연중행사로 안착시키려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눈을 크게 떴다.

"드디어?"

"하긴 그럴 때도 됐지. 한해에 케이블에서 나오는 드라마가 몇 편 인데."

케이블에도 시상식이 있긴 있다.

그러나 그건 가수가 주가 되는 시상식이지, 지상파 방송국의 연기대상이나 연예대상처럼 드라마나 예능이 주가 되는 시상식이 아니었다.

진호는 머리를 긁었다.

온전히 진호 자신 때문에 일어난 일은 아닐 테지만, 그래도 정황상 좀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때 스케줄은 무조건 빼주세요."

"잘 생각하셨습니다. 그쪽도 그걸 바라고 있을 테니 모른 척하고 있다가 승낙하겠습니다."

"네, 그 부분은 장 실장님이 알아서 해 주세요."

직원들은 각자의 앞에 놓인 노트 북을 두드렸고, 진호는 다미앙을 보았다.

"이번 9월 패션위크에 데려갈 아이들은 모두 선별했나요?"

"예. 총 다섯 명을 뽑았고, 넘어가실 때 함께하시면 됩니다."

진호는 방금 전보다 놀랄 수밖에 없었다.

"티오가 그렇게나왔나요?"

"총 일곱 자리가 왔습니다. 쇼 규모는 30분, 총 50명의 모델을 기용할 생각입니다."

"……그게 가능해요?"

"선물이라고 하더군요."

"이런 엄청난 선물은 안 보내 주셔도 되는데……."

팀 존스와 마리나의 배려가 마음을 울렸다.

파리에 입국한 순간부터 런웨이에서 내려올 때까지 같이 갈 모델들은 진호 자신이 케어해야 하기에 이렇게 일의 진행사항을 챙길 수밖에 없었다.

"확정시킨 다섯 명중 두 명은 JH 소속, 연습생 2기생으로 정했습니다. 남은 티오 둘은 차차 정할 생각입니다."

연습생 2기는 '모델, 뉴욕에 도전 하다'에서 함께한 JH 엔터테인먼트 소속의 모델들을 말하는데, 그들은 사사로이 진호를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연습생 1기는 팀 이진호 소속인 12명의 모델들이다.

"아, 그건 잘하셨네요. 그런데 애들 폼은요?"

"땀을 쏟아 내며 연습 중입니다."

그렇다면 충분히 안심할 수 있었다.

"백스테이지에서 나올 말들이야 걔들 실력이면 충분히 찍어 누를 수 있으니 상관없을 테지만……."

진호 자신에게 우호적이지 않는 한국 언론들이 실력보다 뒷배경으로 들어갔다고 말할 수가 있어서 걱정이었다.

"언론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 부분은 저희에게 맡기십시오."

"……네, 알겠습니다. 믿을게요."

이후회의는 계속 진행되었다.

"끄으으. 그럼 전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시계를 본 진호는 일어섰다.

"아,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군요. 다녀오십시오."

"네. 모두 오늘 하루 수고하세요. 파이팅!"

직원들도 환하게 웃으며 파이팅을 외쳤다.

회의실을 나선 진호는 누군가를 찾듯 주위를 둘러봤다.

때마침 재준이 문을 열고 들어오고 있었다.

"늦어!"

"몰라, 시끄러. 어제 늦게 잤어."

"여자랑 술 마시느라?"

화들짝 놀란 재준이 옷 냄새를 맡았다.

"……냄새 많이나?"

"좀 씻지 그랬냐. 아니지, 빡세게 땀 빼다 보면 술기운도 다 빠지겠네. 어차피 땀 홀릴 거운동하고 씻어."

"무슨! 난 안 할 건데!"

재준이 경기를 일으키며 외쳤지만, 진호는 한심하다는 듯 쳐다봤다.

"너 배 나왔어."

"……설마?"

"한 6킬로그램 꼈지?"

"씨바. 귀신이야?"

"핏이 그렇게 변했는데 모를 리 있겠냐. 어머님한테 걸려서 풀 뜯어가며 운동할래, 삼겹살 먹으면서 운동할래?"

"……악마 같은 새끼."

"빡세게 운동하자, 친구야."

"……응."

그렇게 둘은 진호가 무사하다는 것을 팬들에게 보여 주기 위한 영상을 찍기 위해 피트니스 센터로 향했다.

* * *

"후우우!"

총 180킬로그램의 레코드가 끼워진 바를 어깨에 걸친 채 수건을 입에 문 진호가 무릎을 굽혔다가 폈다.

그의 전신에서 땀이 주룩주룩 흘렸고, 피트니스 센터 안 사람들이 그걸 보며 감탄을 하고 있었다. 재준은 벌써 20개씩 3세트를 한 친구를 향해 결국 한마디를 할 수 밖에 없었다.

"미친 또라이 새끼. 무릎 나가, 이 새끼야."

"네가 너무 소심한 거야. 네 몸뚱이에 그 무게가 말이 되냐?"

삼각대에 핸드폰을 고정시켜 놓은 재준은 진호의 옆에서 3킬로그램 아령을 들고 팔 운동을 하고 있었다.

"이것도 충분히 힘들거든?"

"저기 오시는 관장님도 그렇게 생각하실까?"

"절대 그렇게 생각 안 하지! 재준이 너 12킬로그램짜리 안 들래! 이놈이 어디서 농땡이를 부려?"

"준비 운동이에요, 준비 운동!"

"뭔 준비 운동만 1시간째 해? 죽을래?"

"……그건 또 언제보셨데? 절 너무 사랑하는 거 아니세요?"

"스쿼트 200개 할래, 아님 12킬로그램짜리 들래?"

"쳇."

재준은 아령을 바꿔들기 위해서 움직였고, 관장은 그런 그를 보며 혀를 찼다.

"아우, 저 뺀질이 시키."

"큭큭쿡."

그는 진호를 보며 걱정 어린 표정을 지었다.

"역시 웨이트를 안 하니까 체력이 떨어진 거지?"

"그런 이상한 말은 하는 게 아니에요. 제가 웨이트만 안 했을 뿐이지 러닝이나 수영은 계속했잖아요."

"그런데 그렇게 쓰러지냐?"

그에 대해선 할 말이 없었다.

관장은 그렇게 자신의 이상한 논리를 상식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런데 운동은 허락 맡은 거야?"

"아, 팬들에게 저 멀쩡하다는 것 좀 보여 주려고 일부러 하는 거예요. 내일부터 드라마 끝날 때까지 웨이트는 금지예요."

"음. 네 근육이야 쉽게 풀어지지 않을 걸 알지만……"

관장도 대체 어떻게 만들었는지 궁금해서 미쳐 버릴 것 같은 근육이 진호의 근육이다. 상식적으로 진호처럼 슬림한 몸매로는 180킬로그램의 중량을 견딜 수 없어야 정상이었다. 그런데 진호의 스쿼트 최종 중량은 210킬로그램이었다.

"논문에 도움 안 드릴 겁니다."

"……나쁜 시키."

"흐흐흐. 아, 그런데 회원이 좀 많이 늘었네요?"

처음 본 얼굴들이 많았다.

"그러게. 우리 센터가 그리 싼 곳이 아닌데……."

스쿼시에 수영, 그 외에도 여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서 회원 비가 만만치 않다. 거기다 기존 회 원에게 추천받지 않으면 들어 올수 없는 멤버십 운영이라서 등록 절차도 까다로웠다.

때문에 한 달에 등록하는 신규 회원의 숫자는 많아 봐야 열 명 안팎이었는데, 요 근래 오십여 명이나 등록했다.

"거기다 몸도……"

"다들 하나 같이 말랐고, 젊죠?"

"응."

진호는 열심히 운동하는 척하며 이쪽을 힐끔힐끔 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무시했다.

대충 예상이 갔기 때문이다.

"설마 진호 너 때문이야?"

"이번 파리 패션위크에 티오가 좀 났거든요."

'대체 이야기가 어디서 흘러 나간 거지?'

티오는 굉장히 민감한 문제다 보니 보안은 철저할 수밖에 없었다.

'설마 HU 에이전시 코리아인가?'

그럴 확률이 높았다.

아니면 JH 측에서 흘러 나갔을 수도 있었다.

"아, 그래? 근데 너 그런 부탁 안 받잖아."

"당연하죠. 실수했다가는 저뿐만 아니라 제 친구들 얼굴에도 먹칠하는데, 어떻게 받아요."

진호는 들으라는 듯 일부러 크게 말했다.

"에이, 용돈 손님들이었네. 어쩐지 PT 등록을 안하더라. 아, 그런데 그쪽은 우리 같은 사람들을 위한 옷은 안 만든다니?"

"사이즈가 나오길 기대하느니 근육 다 빼는 게 빠를걸요."

"너 지금 수천만 운동인들 무시 하냐? 우리도 패션에 돈 쓸 줄 알거든?"

"화제가 왜 거기로 번지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차피 사셔 봐야 운동복이잖아요. 설마 따님한테 옷 선물할 때도 운동복으로 하는 건 아니죠?"

움찔!

"서, 설마 내가 그러려고. 나도 아빤데……. 그런데 박재준 이놈은 왜 이렇게 안 와? 어라? 이놈 어디로 도망갔어?"

얼굴이 발개진 관장이 멀어지자 진호는 다시 운동에 집중했다. 철컹!

"후우우."

진호는 이제야 좀 활력이 도는 것 같아서 미소를 지었다.

그런 그에게 한 청년이 다가왔다.

"저, 안녕하세요."

"죄송합니다. 아까 전에도 말했듯이 청탁 같은 건 받지 않겠습니다."

"아……."

이렇게 단호할 줄 몰랐던 것인지 청년은 말을 잃었고, 진호는 그를 지나쳐 한쪽에서 300킬로그램의 무게를 양발로 올렸다 내렸다 하는 월터에게 다가갔다.

"푸후! 벌써 쉬려고?"

"도망 온 거예요."

"왜?"

진호는 사정을 설명했고, 월터는 경멸 어린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 보았다. 그와 눈이 마주친 사람들은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꼭 있지. 자신의 실력이 아니라 다른 무언가로 쉽게 일을 하려는…….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최소한의 실력은 갖춰야지."

진호를 따라다니며 많은 모델들을 보아 온 월터다.

그가 판단했을 때, 이곳에 있는 마른 몸매의 젊은 사람들 중 세계 레벨은 커녕 한 나라를 대표할 만한 몸매를 갖춘 사람조차도 없었다.

진호도 같은 생각이라서 그의 말에 반박하지 않았다.

"아악! 자, 잠깐만요! 운동하고 있었다니까요!"

"시끄러! 넌 오늘 무조건 스쿼트 200개야!"

저 멀리서 관장에게 귀가 잡힌 재준이 끌려오고 있었다.

……피식.

"그럼 좀 이따가 봐요. 난 재준이 좀 놀려야 해서."

"내가 놀릴 것은 남겨 줘."

"푸하하하하!"

진호는 웃으며 재준에게 다가갔다.

구르는 친구를 놀리는 것만큼 재밌는 일은 없었다.

* * *

8월 마지막 금요일이 되자 사건 사고가 많았던 '우리들의 1987'의 첫 화가 방영되었다.

이제는 추억으로만 남은 그때 그 시절의 이야기는 티비 앞에 모여 앉은 시청자들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부모는 자식에게 저때 이런 일도 있었다며 아련한 추억을 풀어놓았고, 신기해하며 경청한 자식은 지금 흘러나오는 OST에 어떤 스토리가 숨어 있는지 고하며 부모를 신기해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그들은 웃고 떠들며 첫 화 시청률 13.8퍼센트, 2화 시청률 15.2퍼센트의 신화를 이룩하게 만들었다.

덕분에 진호는 안심하고 파리로 떠날 수 있었다.

"케이블 최초 맞죠, 쌤?"

책을 읽던 진호는 옆자리에 앉은 여성이 핸드폰을 보며 하는 말에 대수롭지 않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어."

"아, 부끄러워하신다."

"시끄러. 자기나 해. 핸드폰은 끄고."

"잠이 안 오는데요."

"그러다 컨디션 망가지면 너만 손해다. 안 챙겨 줄 거야."

"……와, 이게 비즈니스 클래스구나."

여성은 안 들리는 척 커다란 좌석을 이곳저곳 눌러 보고 만져 보았다. 그런 그녀에게 금발의 승무원이 다가왔다.

"필요한 게 있으신가요, 손님?"

"네. 물 좀 가져다주세요. 선생님 은요?"

승무원이 영어로 물어오자 능숙하게 영어로 대답한 여성은 진호를 보았다. 진호는 옅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와인 한 잔만 추천해 주세요, 잔느. 제 주위에 있는 잘생기고 예쁜 모델에게도 필요한 게 있냐고 물어봐 주시고요. 모두 비즈니스는 처음이거든요."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프랑스어였다.

이 비행기의 항공사가 에어 프랑스이기 때문이다.

"후후. 알겠습니다, 무슈 리."

승무원이 뒷좌석으로 향하자 여성 모델은 초롱초롱한 눈으로 진호를 응시했다.

"선생님, 너무 무리하시는 거 아니에요? 솔직히 저희가 비즈니스 클래스에 탈 레벨은 아니잖아요. 선생님도 저희 때문에 일부러 비즈니스에 타시고……."

진호의 주위에 있던 7명의 선남 선녀들이 고개를 끄덕였지만, 진호는 책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그건 이번 쇼에서 판가름 나겠지. 현재 너희들의 레벨이 이런 대우를 받아도 될 정도인지, 아님 이 코노미 클래스가 어울리는지."

냉정한 그 말에 마른침을 삼킨 7 명의 모델들은 비즈니스 클래스의 풍광과 나긋나긋한 미소를 짓는 승무원들을 보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감았다.

진호는 굳은 얼굴로 컨디션 관리에 들어간 그들을 둘러보고는 피식 웃었다.

'이제야 좀 봐 줄만 하네.'

백스테이지는 전쟁터다.

아니, 팀 존스와 마리나가 준 7 개의 티오 때문에 모든 모델들이 진호의 주위에 있는 7명의 모델들을 하찮게 여기고 깔보며 적대할 것이다.

이런 상황인데 마냥 들떠 있기만 해서는 곤란했다.

"……그놈들 긴장해야겠네."

다시 주위를 둘러본 진호는 모델 들이 스멀스멀 내뿜는 아우라를 보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네?"

"아냐. 쉬어."

"……네."

진호는 더 흡족하게 웃으며 책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이번 쇼, 정말 재밌겠어.'

그렇게 비행기는 프랑스 파리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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