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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187화 (187/424)

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 8권 12화

네드 시런의 방한은 비밀리에 이뤄졌다.

"한국에 온 걸 환영해요, 네드. 직접 픽업을 가지 못해서 미안해요."

진호는 정 실장을 보내서 네드 시런을 픽업했다.

"아냐. 네가 왔으면 시끄러웠을 거야. 워낙 빛나는 외모여야지."

"하핫."

"그런데 여기가 네 회사야? HU Agency korea?"

"다미앙 토마소 아시아 총괄지사 치프 디렉터 산하의 팀 이진호예요. 나만을 위한 레이블."

"……와우."

네드 시런은 깜짝 놀랐다. 그건 그의 매니저 존도 마찬가지였다. 개인을 위한 레이블치고는 규모가 너무 컸다.

"뭐, 지금은 저만을 위한 회사가 아니지만요."

진호는 그 사정에 대해 설명했지만, 그래도 네드 시런과 존은 놀람을 금치 못했다. 그렇다치더라도 규모가 너무 컸다.

"이쪽은 제 파트너이자, 이 팀의 리더 다미앙 토마소."

"만나서 반갑습니다, 미스터 시런. 미스터 제임스."

"저도 만나서 반갑습니다, 미스터 토마소. 네드 시런입니다."

"사냥꾼 토마소의 위명은 많이 들었습니다. 조나단 제임스입니다."

"이쪽은 기획부서의 장인 장경아 실장님."

"한국에 온 걸 환영합니다."

그렇게 인사를 나눈 네드 시런은 진호의 안내를 받아 회사 이곳저곳을 구경했다.

"멋지네. 불필요한 곳이 하나도 없어."

회사의 구조나 구성뿐만 아니라 소속된 모델 및 연예인들까지 낭비되는 부분이 하나도 없었다.

"시작이 미약했으니까요. 아, 혹시 제 친구 인터넷 방송에 잠깐 출연할 수 있겠어요?"

"네 친구?"

"네. 아마 지금 방송 중일 거예요."

네드 시런은 허락을 맡기 위해서 매니저 존을 보았다.

그는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비밀리에 입국을 했다지만, 여기저기 돌아다니기를 좋아하는 네드 시런이라면 얼마 지나지 않아서 들킬게 뻔했기 때문이었다.

'들킨 순간부터 수많은 억측이 생길 테니까…….'

그럴 바에는 차라리 먼저 오픈해 버리면서 약간의 정보를 뿌리는게 훨씬 나았다.

"대신 출연료는 확실히 주셔야 합니다, 진호."

"한국 유명 쉐프의 시그니처 메뉴는 어떠세요?"

"훌륭하군요."

존은 흡족하게 웃으며 물러났고, 진호는 구석에 있는 룸의 문을 벌컥 열었다.

"……깜짝아! 노크, 인마! 노크!"

"야동 봤어?"

"방송 중이거든!"

재준의 방송용 모니터를 본 진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도 열심히 일하고 있네. 수고했다, 일개미."

"……시비 걸러 왔으면 조용히 문 닫고 꺼져."

"흠. 친구 좀 소개시켜 주려고 했는데,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야 ……."

"친구?"

"Come in(들어와요)."

갑작스런 영어에 의아해했던 재준은 선한 미소를 지으며 들어오는 네드 시런을 보곤 경악했다. 그의 방송 채팅창도 잠시 얼었다가 폭주하기 시작했다.

"네, 네드 시런!"

"반가워요, 친구의 친구."

"왓 더……."

진호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재준을 향해 미소를 지어 주었다.

"이제 문 닫고 꺼지면 되냐?"

"……어서 오십시오, 진호 님!"

약 10분간 재준의 방송에 출연한 네드 시런은 진호가 미튜브 업로드용으로 쓰는 녹음실을 둘러본 이후 호텔로 향했다.

매니저 존은 체크인을 하기 위해 프런트로 향했고, 진호와 네드 시런은 로비의 카페에 앉았다.

"음향 설비, 나쁘지 않더라."

"딱 그 수준이죠."

"확실히 그렇기는 했어."

음반을 녹음할 정도의 수준은 아니지만, 반복된 작업을 하기엔 안성맞춤인 장비들이었다.

"그곳도 빈틈이 없네."

네드 시런이 눈을 빛냈다.

진호는 그의 눈동자와 전신이 말하고 있는 그의 생각에 살짝 놀랐다.

"기획사를 차리려는 거예요, 네드?"

흠칫!

경악했던 네드 시런은 이내 순순히 인정했다. 진호가 사람의 생각을 귀신같이 읽어 내는 건 시베리아 횡단 열차 안에서 이미 수없이 느꼈기 때문이었다.

"독립을 할까 생각 중이야. 지금 처럼 서브 레이블이 아닌 단독 레이블로."

진호는 말을 아꼈다. 커다란 회사에 소속된 것과 혼자서 하는 것은 저마다의 장단점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고마워. 네가 내 체면을 생각해 준 덕분에 생각을 더 깊게 할 수 있게 됐어."

"……아, 그게 그렇게 해석될 수도 있군요."

"어? 아니었어?"

"전혀요. 내 사람들에게 내 친구를 소개시켜 주고, 내 친구에게 내 사람들을 소개시켜 주려는 것뿐이었어요. 서로 모두 좋은 사람들이니까."

"……내가 너무 속물인가?"

네드 시런은 회사 안내를 통해 진호가 그 자신의 세를 드러냄으로써 우린 서로 격이 비슷하다라는 걸어필하려는 건 줄 알았다.

네드 시런 자신이야 인종이나 나라 따윈 신경 쓰지 않는다지만, 매니저인 존은 친구도 가려 사귀어야 한다고 말할 정도로 깐깐하니 말이다.

그런 존이 진호와의 만남을 거부 하면, 네드 시런은 어쩔 수 없이 그 의견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물론 존이 세계에서 유명한 셀럽인 진호와의 만남을 거부할 리 없지만, 만에 하나라도 그럴 수 있기에 어제 진호가 회사를 안내해 준 게 얼마나 고마웠는지 몰랐다.

네드 시런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 올랐고, 진호는 키득키득 웃었다.

"요새 스트레스가 너무 많이 쌓인 거 아니에요?"

"……그런 가 봐. 하아. 미안. 내가 너무 예민해졌나 봐."

네드 시런은 쥐구멍이 있으면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크흠. 케이크 좀 골라 올게."

그는 급히 계산대로 향했고, 진호는 다시 키득키득 웃었다.

우우웅!

테이블에 올려 준 핸드폰이 울었다.

발신자를 확인한 진호는 피식 웃으며 전화를 받았다.

"네, 이열 삼촌."

-어디야?

능글맞은 말투의 물음에 진호의 표정도 느슨하게 풀렸다.

"호텔이요."

-네드랑?

"네. 실시간 검색어 보고 연락하신 거예요?"

네드 시런의 인터넷 방송 출연은 현재 인터넷을 뒤집어 놓고 있는 중이었다.

-…… 진짜 네드가 너랑 작업하러온 건 아니지?

"맞는데요?"

-헐? 나도.

"네, 물어볼게요."

-어? 정말? 캬- 역시 우리 진호! 사랑사랑해!

"하핫. 잠시만요."

진호는 케이크와 슈 몇 개를 테이블에 내려놓는 네드 시런을 향해 입을 열었다.

"네드, 이열 삼촌이 내일 같이하고 싶다는데 괜찮아요?"

"이열이라면 오히려 내가 부탁하고 싶은데? 나와 연관된 뮤지션이나 작곡가, 프로듀서들은 모두 오케이만 외치는 중이라서."

"음. 힘들겠네요."

"그렇지."

모든 일이 그렇듯 제3자의 입장에서 봐 주는 사람이 없는 것만큼 힘든 일도 없다. 내가 지금 제대로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곡에서 부족함을 느끼고서 한국까지 찾아온 네드 시런이라면 그동안 답답해 죽으려고 했을지도 몰랐다.

이제야 네드의 심리 상태를 확실하게 알게 된 진호는 순간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인물이 있어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혹시 내 곡 Si Tu 기억해요?"

"당연하지. ……아, 그 뮤지션이라면 나도 찬성. 더 원의 레오를 말하는 거지? 부탁할게."

"오케이. 아차."

진호는 아직 전화가 끊기지 않은 핸드폰을 재빨리 들어 허락했다고 말했고, 나이열은 만세를 외치며 네드 시런을 바꿔달라고 했다. 그렇게 통화를 마친 네드 시런은 룸으로 올라갔다.

파티와 클럽을 좋아하는 그였지만, 지금은 오랜 시간의 비행으로 쌓인 피로를 푸는 게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 * *

다음 날, 네드 시런은 다시 진호의 회사를 찾았다.

그뿐만 아니라 나이열과 김대원, 레오와 양진혁도 왔다.

그들을 위한 다과를 가져가던 진호는 갑자기 걸려온 전화에 웃을 수밖에 없었다.

-사랑한다, 진호야.

"하핫."

나연석이 무슨 오해를 하고 있는 지 눈에 훤히 보였지만, 완전히 틀린 오해도 아니었고, 또 곧 방송되는 힐링 뮤직 예능에 엄청난 호재 였기에 진호는 말을 아꼈다.

-내가 해 줄 건 없고? 촬영 스케줄을 조정해 줄까?

"그래 주시면 감사하죠. 며칠 걸리지 않을 거예요."

-그래. 파이팅! 영원히 함께하자 -!

웃으며 전화를 끊은 진호는 녹음실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오, 과자다!"

"진호가 직접 만든 수제 과자! 캬! 내가 그동안 이걸 얼마나 먹고 싶었는지!"

네드 시런과 그의 매니저 존도 과자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다 큰, 그것도 모두 서른이 넘은 남자 여섯 명이서 과자를 보며 눈을 초롱초롱 빛내는 모습은 정말 웃음만 나오게 했다.

'이런 건 사진으로 남겨야지!'

진호는 재빨리 핸드폰을 들었다. 찰칵!

"으악!"

"말하고 찍지! 나 오늘 화장 안 했는데!"

"푸하하하핫!"

진호는 테이블에 과자와 음료가 담긴 쟁반을 내려놓았고, 사람들은 투덜거리며 과자를 향해 손을 뻗었다.

"네드, 레오 형과는 인사 나눴어요?"

"당연하지. 여기 미스터 양과도 인사했어."

"어흠."

양진혁은 가슴을 쭉 폈지만, 그두 눈은 흥분으로 가득했다.

'암튼 어린애 같은 면이 있으시다니까.'

그러니 레오만 불렀는데도 기어코 따라온 것일 터였다.

고개를 저은 진호는 네드 시런에게 손을 내밀었다.

"일단 들어 보죠."

"아, 그래."

진호는 매니저 존이 넘겨준 USB를 기기에 꽂고 몇 가지를 조작해 음악 파일을 열었다.

곧 진호에겐 낯익은 음률이 네드 시런의 몽환적인 목소리와 함께 울려 퍼졌고, 나이열과 김대원이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 이거?"

이 곡은 시베리아 횡단 열차 안에서 네드 시런과 작곡 했던 곡이었다. 기차 안에서 만난 헤어진 연인의 이야기.

"쉿. 일단 들읍시다, 이열이 형."

아차 한 나이열은 입을 다물었고, 낯빛을 진지하게 굳힌 사람들은 눈을 감으며 귀를 기울였다.

진호도 집중했다.

'흐음. 음?'

노래를 듣던 진호는 이내 미간을 좁히며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그건 레오와 양진혁도 마찬가지였다.

철렁!

굳어 버린 진호의 낯빛을 발견한 네드 시런은 초조하게 뛰던 심장이 그대로 멎어 버리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후. 역시 포기해야 하나.'

무려 세 달 넘게 매달린 곡이었다.

시베리아 횡단 열차에서 운명처럼 만난 진호와 함께 만들어서 더 각별했던 곡.

그러나 이젠 포기해야 할 것 같았다. 아무리 좋은 곡이라고 해도 완성되지 않은 곡을 시장에 내보일 수는 없었다.

'진이라면 어떻게 해 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네드 시런은 매니저인 존을 보며 씁쓸히 웃었고, 존은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긁었다. 그는 지난 3개월 동안 네드 시런이 얼마나 심적 고생을 했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4분가량의 노래가 끝나자 녹음실엔 정적이 찾아들었다.

네드 시런은 미약한 기대감마저 버리며 입을 열었다.

"어때?"

"뭘 어때. 당연히 좋지!"

"캬. 노래 좋은 거 봐라!"

김대원과 나이열이 극찬을 했다.

낯빛이 살짝 밝아졌던 네드 시런은 이내 진호를 보며 허허롭게 웃었다.

"역시 별로지?"

진호는 모든 걸 포기해 버린 듯 한 그의 모습에 깜짝 놀라며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뇨. 나쁘지 않아요. 훌륭하고 좋아요."

네드 시런의 노래는 중독성까지 확실하게 갖추고 있었다. 그동안 얼마나 노력했는지가 훤히 보였다.

"분명 좋기는 한데……."

'이걸 말해야 돼, 말아야 돼?'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요."

"애매하다."

"그래, 바로 그거. 애매해!"

네드 시런의 말에 레오가 박수를 치며 맞장구를 쳤지만, 진호는 이번에도 고개를 저었다.

"아뇨. 그것도 아니에요. 하지만 네드가 왜 애매하다고 했는지 알것 같아요."

네드 시런은 미간을 좁혔다. 사람들도 진호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고, 그 모습을 본 양진혁은 한숨을 내뱉었다.

"미묘하게 안 어울려."

사람들이 급히 양진혁을 보았지만, 그는 진호를 응시했다. 작곡가나 프로듀서가 아니라 매니지먼트 사업가의 입장으로서 들으니 문제점이 확실하게 보였다.

'나라면 이 완성된 곡을 다른 가수에게 줄 거야.'

아무리 좋고 예쁜 옷이라도 안 맞는 걸 억지로 입혀 카메라 앞에 세울 바에는 아예 입히지 않는 게 나았다.

양진혁은 자신이 느낀 점을 진호도 느꼈을 거라고 단언했다.

"맞지?"

"네. 사이즈는 맞지만, 기장이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미묘하게 안 어울려요. 재단은 제대로 했지만 제작 과정에서 실수를 해서 기장이 길어진 것처럼. 그래서 이상해요."

"……아!"

네드 시런은 순간 정수리에 벼락이 내려친 것 같았다.

그건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사업가가 아니라 친구의 입장으로서 노래를 들었던 나이열 역시도 말이다.

'그래! 이거였구나! 이거였어!'

"하하하하하핫!"

네드 시런은 환하게 웃었다. 드디어 문제점을 알게 돼서 속이 후련 했다.

'역시 얼른 독립해야겠네.'

바로 옆의 매니저 존을 비롯해 작곡가, 프로듀서, 경영진 모두 오케이만 하던 상황이었다.

'모두 내 눈치만 보니까.'

이 점 때문에 그동안 더 답답했었다.

'이래선 그들은 만족할지라도 난 더 이상 발전할 수가 없게 돼.'

"고마워, 진."

네드 시런은 진심을 듬뿍 담아 말했다.

'역시 넌 내…….'

"하하. 아뇨, 뭘요……."

"덕분에 완전히 포기할 수 있겠다."

"……네?"

진호는 네드 시런의 얼굴을 보곤 경악했다.

'뭐야? 진짜야?'

"아뇨, 아뇨! 이 좋은 곡을 왜 포기해요. 기장이 맞지 않으면 수선 하면 되는 거잖아요. 나는 이 간단한 걸 네드가 간과하고 있기에 이상하다 느꼈던 거라고요!"

너무 간단한 내용의 지적이기에 진호는 네드 시런이 이 점을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뭐?"

눈을 부릅뜬 네드는 멈추었던 심장이 다시 뛰는 걸 느꼈다.

"지, 진짜? 이걸 살릴 수 있다고? 내게 맞춰서?"

"네. 원래 옷을 사면 기장을 내 몸에 맞추는 게 순서잖아요. 그리고 이곳엔 일류 수선사들이 이렇게나 많이 있어요."

네드 시런과 매니저 존은 이쪽을 향해 미소를 짓는 사람들을 보며 입을 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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