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169화 (169/424)

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 7권 19화

이진호! 봄을 불러오다!

나도 같이 걷고 싶어!

노래 속 이진호의 연인은 누구? 무대에서 연기하는 배우! 아니 이제 가수다!

한국은 지금 진호 앓이!

이진호, 만능 엔터테이너의 계보를 잇다!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들이 각 포털 사이트와 일간지의 연예란을 도배하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다.

생방송으로 진행된 음악 방송에서 진호의 노래가 끝났는데도 MC가 1분 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 커다란 방송 사고였지만, 시청자나 관객 모두 그것을 인식하지 못했다.

그들도 하얀 조명 아래 발광하는 진호의 미모와 달콤하고도 수줍은 세레나데에 넋을 놓아 버렸기 때문이다.

이에 음원 판매 성적은 천장을 뚫을 듯 치솟았고, 진호의 팬클럽 숫자도 껑충 뛰었다.

"……워우."

진호는 결국 50만 고지를 돌파한 국내 팬클럽 회원 숫자에 입맛을 다셨다.

띠리링! 띠리링! 띠리링!

"네, HU 에이전시 팀 다미앙입니다! 네, 이진호 씨가 소속된 팀이 맞습니다!"

"어디요? 충북 제천이요?"

회사의 모든 전화통이 불나고 있다.

눈을 빛내며 일어선 진호는 다미앙의 사무실로 향했다.

"흠. 다음 앨범 작업할 땐 프로듀싱 스킬을 얻을까?"

이 노래를 작사작곡한 건 진호 자신이지만, 다듬은 건 레오다.

레오는 노래에서 고 김광재와 장인준의 느낌을 티끌만 남겨 놓고 모두 덜어내 버렸다.

진호의 외모가 빛을 발하도록 가사도 많이 수정했다. 직접 손을 본게 아니라, 이런 방향으로 하는 게 어떻겠냐 가이드 라인을 제시했다. 이 흥행에 레오가 톡톡히 한몫을 했다.

프로듀서의 감각은 작곡가의 감각과 많이 달랐다.

드라마나 영화로 치면 감독과 작가의 시선 차이였다.

"그 형은 대체 얼마나 많이 연애 해 본 거야?"

우우웅!

발신자를 확인한 진호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네, 나 피디님."

나연석이다.

-다른 말 안 할게. 한 달 뒤에 가자.

그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진지했다.

그래서 웃음이 나왔다.

분명 전에 구두 계약을 했지만, 노래가 너무 떠 버리니 혹여 진호 자신이 다른 생각을 하지 않을까 불안해진 나연석의 마음이 눈에 훤히 보였다.

"의왼데요?"

-대박곡 터졌으면, 급전 땡길 시간은 줘야지. 나 그렇게 경우 없는 사람 아니다?

"여정호 피디님도 그렇게 말하시던데……."

-누구? 여정호? 리얼정가? 진호야! 정글 갈 거 아니지? 그렇지? 그래, 왜 그런 곳에 가서 고생하려고 해? 난 풀 코스 자유 이용권으로 모신다! 원하는 거 다 해! 우리 진호가 다 해!

'약 치는 솜씨 하나는 진짜…….'

그래도 이런 정성을 들이는데 마냥 외면할 수는 없었다.

나연석과 코드가 맞는 것도 있었다. 그와의, 정확히는 제작진과의 눈치싸움이 재밌었다.

"한 달 뒤. 오케이, 대신 음악 여행 아니면 안 가요."

-캬! 역시 우리 진호! 쿨쿨해!

"그건 또 무슨 단어인가요……."

-끄, 끊을게!

통화가 끊긴 핸드폰을 보며 피식 웃던 진호는 장난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다가오는 재준을 발견했다.

"여, 생태계 교란종. 아니 미국에 간 가물치라고 불러줄까?"

"……너도 그 소리냐."

"맞는 말이긴 하잖아."

진호는 입맛을 다셨다.

타이틀곡이 대박을 치면서 앨범에 수록된 모든 곡이 30위 안에 랭크되었다.

1위부터 5위까지 줄을 세웠다.

야심차게 컴백곡이나 데뷔곡을 들고 나왔던 가수들은 그대로 묻혀 버렸다. 아니, 진호에게 먹혀 버렸다.

앨범 홍보 중이던 가수들도 하루 빨리 활동을 접으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생태계 교란종이라고 불려도 할 말이 없었다.

그런데 문제는 아직 앨범이 발매 되지 않았다는 거다.

'이러다 레코드를 세우는 건 아닌 지 몰라.'

흐름이 그렇다.

문의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예약한 물량이 얼마인지 확인해 보기가 무서울 정도다.

일단 초도 물량으로 잡아 놓은 150만 장이 모두 팔렸다.

앨범이 판매되는 순간 국내 최단 기간 백만 장 레코드 달성이다.

"근데 너 이렇게 있어도 돼? 안 바빠?"

"응? 아, 안 바빠. 행사 안가."

"왜?"

"페이가 안 맞아서."

죽제 주최 즉에서는 진호 자신이 화보를 찍을 때 시간당 받는 돈과 비교하면 현저하게 적은 액수를 말하고 있었다.

"내가 돈이 없는 것도 아닌데, 굳이 내 몸값을 깎을 이유는 없잖아. 아마, 유명한 축제 몇 곳만 가고 말 거야."

이건 경험을 위해서다.

예전에 행사 같은 걸 경험해 봤다면 이마저도 안 했을 것이다.

"……부르주아 새끼."

진호는 가운데손가락을 세웠다.

우웅.

문자가 왔다.

"응? 제니퍼네?"

"누구? 제니퍼? 헉! 제니퍼 로제?"

"엉. 잠깐만."

문자를 확인한 진호는 깜짝 놀랐다.

"곧 만나자고……? 아! 벌써 날짜가 그렇게 됐나?"

그녀가 다인코프 훈련소에서 죽을 등 살 둥 훈련하게 만든 그 영화.

지 아이 제인 : 리메이크가 일주일 후 한국에서 개봉을 한다. 진호가 미간을 좁혔다.

'또 무슨 사고를 치려는 거지?'

굳이 일주일 전부터 연락해 오는 게 굉장히 의심스러웠다.

말도 없이 파리 맨즈 패션위크에 찾아올 정도로 장난기가 넘쳐 나는 그녀니 말이다.

"흐음……."

톡톡 발을 까딱이던 진호는 이내 고개를 저으며 다미앙 사무실의 문을 열었다.

서류를 결재하던 다미앙이 고개를 들었다.

"무슨 일……. 아, 그렇군요."

안경을 벗은 다미앙이 날카로운 미소를 지었다.

진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제 다음 단계를 진행하시죠."

진호의 입가에도 의미심장한 미소가 피어났다.

* * *

"처음 뵙겠습니다. 이진호입니다."

"그러게요. 이 좁은 연예계에서 이제야 만나는군요. 박재영입니다."

"다미앙 토마소입니다."

"여, 박 대표."

PJY.

국내 3대 기획사 중 걸 그룹 명가라 불리는 곳이다.

보이 그룹은 망해도 걸 그룹은 절대 망하지 않는다는 PJY는 소속 연습생의 실력이 아무리 좋아도 인성이 올바르지 않으면 데뷔시키지 않기로 유명했다.

박재영은 양진혁을 보며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왜 왔어요?"

"네가 무슨 수작을 부릴 줄 알고?"

"파트너에 대한 믿음이 없네. 진호 씨, 저런 인간은 버리고 저와 손을 잡는 게 어떻습니까?"

"이것 봐! 바로 수작 부리잖아! 박 대표, 진짜 이러기냐?"

"그러게 누가 혼자만 독식하랍니까!"

"그래서 이렇게 왔잖아!"

유치하기 그지없는 두 대표의 모습에 진호는 어색하게 웃었다.

그 모습을 보고 아차 한 박재영이 사과를 하며 대표이사실 정중앙에 있는 소파를 가리켰다.

"연락을 받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박재영은 그렇게 말하며 진호를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봤다. 진호와 다미앙이 이해한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 양반이 이 안건을 허락한 것도 놀라웠고요."

"나도 허락하고 싶지 않았어."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듯 얼굴을 찌푸린 양진혁이 혀를 찼다.

"하지만, 걸 그룹만 놓고 보면 우리보다 너희가 더 일본에서 먹히잖아."

"일본에서만 먹히는 거죠."

세계를 놓고 보면, JH와 YS가 우위에 있다.

정확히는 나라마다 선호하는 아이돌 스타일이 달랐다.

YS.

한국에 아이돌이란 개념을 처음으로 도입한 기획사로서 3대 기획사 중 한 곳이다.

"그래서 더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팀 다미앙 소속의 연습생들은 모두 모델이잖습니까."

모델의 길쭉길쭉한 팔과 다리로 춤을 춘다면 다노가 아니라 JH의 스타일이 훨씬 더 어울린다.

"일본을 공략한다면 PMC의 밴드 노하우도 좋을 테고요."

다미앙이 안경을 밀어 올리며 말했다.

"현재 HU 에이전시 아시아 총괄 지사, 정확히 팀 다미앙에서는 아이돌 지망생들을 본격적으로 모집 하고 있습니다."

진호와 다미앙이 생각하는 다음 계획이 이것이었다.

모델을 성공시켰으니, 다음은 아이돌이었다.

이건 하루라도 빨리 다미앙을 HU 에이전시의 높은 자리에 올리려는 프로젝트였다.

엉덩이를 들썩인 박재영이 눈을 가늘게 떴다.

"설마 일본식 아이돌을 만들려는 겁니까?"

"일본에서 시작하려는 겁니다."

"일본이 세계는 아닐 텐데요?"

"그런 인식을 일본인에게 심어 주려는 겁니다."

"우리도 세계에서 통하는 아이돌을 만들었다…… 끄응."

그 타이틀로 인해 벌어질 상황을 떠올린 박재영은 그제야 왜 이들이 자신을 찾았는지 완전히 이해 할 수 있었다.

PJY 특유의 귀엽고 사랑스러운 스타일.

일본에서는 무조건 먹힐 수밖에 없었다.

'만약 그렇게 만들어진 걸 그룹이 일본에서 국민 걸 그룹이란 타이틀을 얻게 된다면?'

그로 인해 벌어질 상황을 떠올리자 박재영은 미간을 누를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두통이 생겼다.

"각 나라에 제대로 된 지사를 갖춘 HU 에이전시이기에 가능한 전략이군요."

PJY도 일본에 지사가 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글로벌 아이돌을 만들기 위한 연습생을 모집하는 창구에 지나지 않았다. 지사라는 개념보다는 아카데미라고 봐야 했다.

'잠깐? 국민 걸 그룹? 국민?'

아연실색한 박재영이 다급히 양진혁과 다미앙을 보았다.

"설마 중국은 JH 스타일입니까?"

……씨익.

양진혁이 미소를 지으며 다리를 꼬았다.

"역시 박 대표는 눈치가 좋아."

"시끄럽습니다!"

빽 소리를 지른 박재영은 머리를 붙잡았다.

"뭐, 이런……."

분명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이들의 계획대로 될 것 같아서 더 무서웠다.

"하, 하지만 HU 에이전시 중국 지사에는 팀 다미앙이……."

"당분간은 제가 중국을 오갈 생각입니다."

다미앙의 말에 박재영은 맥이 탁 풀렸다.

이 말은 곧 HU 에이전시 중국 지사에도 팀 다미앙을 꾸리겠다는 소리였다.

"……만약 계획대로 된다면 중국과 일본에 생태계 교란종이 풀리겠군요."

중국 아이돌은 세계적인 아이돌이 아니다.

일본 아이돌도 세계적인 아이돌이 아니다.

그러나 한국 아이돌은 세계에서 통한다.

이런 아이돌 한류를 선도 하는 두 기획사의 시스템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현지인들로만 구성된 현지 아이돌을 만든다.

그 나라 가요계 시장은 생태계 교란종이라고 외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PJY라고 해서 이런 식의 프로젝트를 진행해 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현지 기획사들의 방해 탓에 언제나 실패하고 말았다.

"이 프로젝트도 진호 씨 덕분에 성공할 테고요."

"과찬이세요."

진호는 쑥스럽다는 듯 웃었지만, 박재영은 웃지 못했다.

진호는 LVMH의 뮤즈였다.

HU 에이전시의 젊은 황제였고, 명실상부 세계적 톱 모델이기도 했다.

동원할 수 있는 힘과 인맥의 규모가 다르다.

거기다 진호는 작곡가다.

1위곡을 만드는 작곡가 겸 작사가.

대한민국 모든 기획사와 작곡가 작사가들이 곡을 주지 않아도 진호에게는 타격이 없다.

이 점이 가장 중요했다.

'이건 무조건 잡아야 하는 기회다!'

진호가 가진 인맥만 놓고 봐도 무조건 성사를 시켜야 한다.

그러나 이쪽에서 굽히고 들어갈 수는 없다.

"조건을 들어 보고 싶군요."

"팀 다미앙은 대노에서 걸 그룹 육성 및 관리 시스템과 노하우를 가져가는 대신 모델 육성 및 관리에 대한 시스템과 노하우를 드릴 예정입니다."

다미앙의 말에 박재영은 눈살을 찌푸렸다.

"아이돌과 모델, 차이가 너무 나는 것 아닙니까?"

맞는 말이었다.

수익의 차이가 수십 배였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3명이 진호를 보았다.

다미앙과 양진혁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고, 박재영은 미간을 좁혔다.

"진호 씨."

"저희는 종착지까지 가로등이 켜진 길을 조금 더 쉽게 가려는 거지 손해를 보려는 게 아닙니다."

"손해는 저희 쪽에서 보는 것 같습니다만."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더 이상 나눌 이야기가 없을 것 같네요."

진호의 차가운 미소에 박재영은 울컥했다.

그러나 말을 아꼈다.

JH가 진호와의 전략적 제휴를 맺은 이후 매출이 30퍼센트 이상 뛰었다. 주가는 말할 것도 없었다. 사업가로서 거부할 수 없는 딜이었다.

"……회의를 거친 후 연락드리겠습니다."

"부디 늦지 않기를 바랄게요."

진호는 몸을 일으켰고, 다미앙과 양진혁도 몸을 일으켰다. 그들이 대표이사실을 나가자 박재영은 한 숨을 내뱉었다.

"빌어먹을 놈의 갑."

이 거래에서 진호는 갑이었다.

* * *

한편, PJY 지하 주차장의 차에 오른 진호는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비즈니스를 원하기에 비즈니스를 해 준 것뿐이지만, 그래도 좀 아쉬웠다.

"욕심만 안 부리셨어도 나 피디 님 이번 예능에 PJY 소속 연예인을 데려갔을 텐데."

이제 나연석에게 그 정도 부탁은 할 수 있다.

비록 실망을 줄 수도 있지만 말이다.

"뭐? 나연석 피디?"

"아, 제가 말 안 했나요? 이번에 나 피디님과 음악 예능 찍어요. 출연자들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요."

"안 했어, 인마!"

버럭 소리 친 양진혁이 눈을 초롱초롱하게 떴다.

나연석은 접대나 3대 기획사라는 타이틀이 먹히지 않는 것도 모자라, 그 자신이 생각하는 그림에 어울리지 않는다면 그 어떤 대배우, 대가수라도 까버리는 인물이었다.

"어필은 나 피디님께 직접 하세요. 저와 JH의 관계를 아시니까 웬만하면 허락해 주실 거예요."

"그 정도만 해도 충분하지. 에휴! 박대표 이놈, 또 되도 않는 욕심 부리다가 기회만 날리네. 어차피 손잡을 거면서 말이야."

박재영의 말처럼 이 거래를 진행 하면 손해 보는 건 PJY였다. 그러나 이 거래 조건에 진호가 얹어지면 손해를 보는 건 오히려 진호 쪽이었다.

그건 박재영도 알고, 진호도 알고, 다미앙도 알고, 양진혁 자신도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괜히 하나 더 얻겠다고 뻗대다가 나연석이 연출하는 예능 하나를 날려 버렸다. 후에 계약을 맺어도 진호는 PJY를 잘 도와주지 않을 터였다.

'진호 이놈은 비즈니스라고 생각 하면, 비즈니스만 하는 놈이니까. 진짜 과거의 나! 잘했다!'

진호는 표정이 다채롭게 변화하는 양진혁의 모습에 웃으며 차를 출발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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