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 7권 6화
이제 막 해가 뜨기 시작한 이른 아침. 진호가 동네를 달리고 있다.
'아, 취약하다. 취약해.'
도둑이 작정하면, 바로 털릴 것처럼 범죄에 취약했다.
담벼락이 없기 때문이다.
있는 거라곤 허리까지 오는 울타리뿐, 드라마 셜록 홈즈에서 본 베이커 스트리트 같았다.
'물론 함부로 울타리를 넘었다가는 총을 맞을 테지만.'
샷건을 맞을 수도 있다.
"안녕하세요."
맞은편에서 강아지를 산책시키며 다가오던 젊은 남성이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받았다.
"이사 오셨나 봐요?"
남성의 두 눈에 반가움이 가득하다.
진호는 간략하게 사정을 설명했고, 남성은 놀라워했다.
"오! 촬영인가요. 이 조용한 동네가 떠들썩해지겠네요. 저도 빵을 좋아하니까 나중에 함께 차를 마셨으면 좋겠네요."
"물론이죠. 언제나 환영이에요. 해가 떠 있을 때는 런던 중심부에 있을 확률이 크지만요."
"하하하! 즐거운 하루 되세요."
"즐거운 산책 되세요. 너도 안녕."
"월!"
진호는 다시 뛰기 시작했고, 부지 런한 동네 주민 스무 명과 안면을 틀 수 있었다.
그렇게 숙소로 복귀하니 문 앞에서 안절부절못하던 나연석이 급히 다가왔다.
"아니, 운동하고 온 거야? 시차 적응같은 건 없어?"
"한 달에 소화하는 해외 스케줄이 몇 갠데요. 겸해서 동네 지리도 알아보고 왔습니다. 저쪽으로 20 분만 걸어가면 작은 마트가 있던데요?"
아직 오픈 시간 전이라서 들어가 보지는 못했다.
"……하아, 메모라도 놔두고 가지. 깜짝 놀랐잖아."
"도망치시는 분들이 많았나 봐요?"
"미아 될까 봐, 이 녀석아. 미아 될까 봐. 그런데 그건 뭐야?"
진호는 제법 큰 노란색 종이 봉투를 들고 있었다.
맛있는 냄새가 솔솔 풍겨 왔다.
"빵집에서 아침에 먹을 빵 몇 개 좀 집어 왔어요. 방금 막 구운 따끈따끈한 것들이에요. 드시려면 개 당 2파운드."
"비싸!"
"하하하, 씻고 올게요."
진호는 얼른 2층으로 올라갔고, 그제야 마음을 놓은 나연석은 까치집 뒤통수를 긁었다.
"쟤, 나간 시간이 언제야?"
"6시요."
"……카메라들 수고해."
카메라맨들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자, 촬영 시작합시다."
치이익! 보글보글!
맛있는 냄새가 1층을 넘어 2층까지 침범했다.
"진호야, 나 소금."
"여기요."
"여기 있습니다."
"땡큐. 아, 빠릿빠릿한 사람이 곁에 있으니까 정말 편하네. 토마토 양배추 찜은 다 되어가?"
다진 고기와 피망 등을 삶은 양배추로 감싼 후 프라이팬에서 으깬 토마토와 향신료를 넣어 졸이는 요리다.
두 요리사의 아침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던 나연석은 흐뭇하게 웃었다.
분량이 폭발하고 있었다.
"네. 마무리만 해 주세요. 전 애들 깨워 올게요."
"그려. 다녀와."
2층에 있는 아이들의 방으로 간 진호는 피식 웃고 말았다.
일어나 있는 셋 모두 침대에 걸터앉아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하는데, 코는 계속 움직이는 걸 보니 음식 냄새에 깬 듯싶었다.
따라온 카메라맨도 웃고 말았다.
짜악!
"자, 모두 씻고 와. 아침 먹어야지."
"네……."
"네에……."
"제일 먼저 씻고 오면 스테이크 한 덩이 더 준다."
후다닥!
"비켜!"
"내가 먼저 씻을 거야!"
"응? 정태 넌 스테이크에 관심 없어?"
"1층에도 화장실이 있는데, 굳이 2층에서 다투며 씻을 필요 없잖아요. 잠시 후에 뵙겠습니다."
제법 합리적인 생각이었다.
'둘째 날이 되니까 캐릭터가 드러나기 시작하네.'
"그래. 얼른 씻고 와."
"네."
* * *
부엌에 모인 아이들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와!"
"우와!"
식탁 위에 음식들이 가득 차려져 있었다.
세 아이로서는 TV로만 봤던 음식들이었다.
제작진도 침을 꼴딱꼴딱 삼키고 있었다.
"뭐해? 어서 먹어."
"잘 먹겠습니다!"
"그래. 많이 먹어라."
재빨리 자리에 앉아요리를 먹은 아이들은 진호와 곽종훈을 향해 엄지를 치켜들었다.
진호와 곽종훈은 어제처럼 아빠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나연석과 제작진도 마찬가지였다. 빵을 사랑하는 아이들이지만, 그들이 가장 먼저 입에 넣은 건 고기였다.
"응? 진호야, 네 건 안 담았어?"
"영국에 와서 처음 맞이하는 아침이잖아요. 영국인답게 먹어 보려고요."
정확히는 스킬 해금 때문이다.
1차 해금 조건은 '한 번에 빵 열 종류 맛보기'다.
모카 번, 치즈 번 이렇게 이름만 다른 열 종류의 빵이 아니라 번, 스콘, 식빵, 도너츠, 케이크 등 큰 부류로 나뉘는 열 종류의 빵을 먹어야 했다.
양은 빵 한 개당 손톱만큼만 먹어도 되지만, 작정하지 않는 이상 해금하기 힘든 조건이다.
진호는 테이블 중앙에 놓인 빵 바구니에서 빵 하나를 가져오더니, 조금 떼서 입에 넣었다.
빵 바구니는 제작진이 준비해 두었다.
사람들은 그런 진호를 흐뭇하고도 걱정스런 눈으로 보았다.
한정된 예산 때문에 아이들에게 음식을 양보하는 것처럼 보인 탓이다.
물론 오해였다.
"음-. 맛없네요."
무심코 말했던 진호는 진짜 크게 놀라며 들고 있는 번을 보았다.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어떻게 번이 맛없을 수가……."
"에이, 오바한다. 아직 온기도 가시지 않는 빵이 맛없을 리가…… 있네? 이건 뭐지?"
곽종훈도 조금 뜯어먹은 빵을 보며 눈을 껌뻑였다.
호기심을 드러낸 아이들도 빵을 뜯어 먹었다가 충격을 받았다. 제작진도 마찬가지였다.
"빠, 빵도 맛이 없을 수가 있구나."
"역시 영국……."
제작진은 혀를 내둘렀지만, 아이들은 심각했다.
그들은 숫제 절망하고 있었다.
"설탕이 없어…… 번인데, 빵 반죽에 설탕이 들어가지 않았어."
"소금도…… 이스트도 쥐똥만큼 넣은 것 같은데?"
"이, 이건 똥이야! 어, 어떻게…… 어떻게…… 신성한 빵을 가지고! 밀가루에 치즈랑 버터만 때려 넣는다고 빵이냐!"
빵에서 풍기는 치즈와 버터 냄새는 좋았다.
진호도 이에 속아서 사 왔을 정도로 냄새는 정말 일품이었다. 하지만, 입에 넣는 순간 느끼하고 쓴맛이 혀를 강타했다.
그 괴악한 맛이 뭉친 솜사탕과 같은 쫄깃한 식감마저 박살 냈다. 여태껏 먹어 본 빵 중에서 가장 최악.
아니, 쓰레기다.
"물론 이스트 없이 이 정도까지 부풀리는 건 엄청난 일이긴 하지만! 그렇지만!"
"딱 그 스킬만 대단해. 와, 이것도 재주라면 진짜 재주다."
"한국이라면 무조건 망했다."
진호와 곽종훈, 제작진은 눈을 빛냈다.
빵을 사랑하기에 그 자부심이 유별날 수밖에 없는 아이들의 분석이 굉장히 날카롭다. 빵을 부풀리고 부드럽게 만드는 이스트의 양을 읽을 수 있을 만큼 혀도 예민 했다.
나연석은 환하게 웃었다.
이 프로그램을 사들이고 기획하며 카메라에 담고 싶었던 어린 천재들의 모습.
의도해서라도 담고 싶었던 그 모습이 지금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그렇지! 좋아!'
"지, 진호 형!"
"응?"
"이, 이 빵집만 맛없는 거겠죠?"
'영국 빵은 다 이렇게 맛없냐'는 속내가 가득 들어간 그 질문에 진호는 씁쓸하게 웃었다.
"영국은…… 인도식 카레가 그나마 먹을 만하대."
영국 출신인 모델들이 말하길 인도식 카레도 눈물이 날 만큼 맛있는 게 아니라, 그냥 먹을 만한 정도라고 했다.
"정 영국식으로 먹고 싶으면 잉글리쉬 블랙퍼스트를 세 끼 내내 먹는 게 좋아. 아님 국적 모를 길거리 음식이라든가."
곽종훈이 덧붙였다.
쿠쿵!
아이들은 절망했다.
진호는 시큰해지는 눈가를 매만지며 다른 종류의 빵을 입에 넣었다.
"……이것도 맛없어."
아침 빵값, 20개, 12파운드.
스킬은 1차 해금됐지만, 정말 미치도록 아까웠다.
이 스토리의 주인공은 열 종류의 빵을 먹으며 밥이 아니라, 빵이라는 신세계가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충격을 받았다는 뜻이다.
확실히 충격은 충격이었다.
한 아이의 말처럼 빵을 가장한 똥이었지만 말이다.
* * *
절망과 행복이 공존하는 아침식사 후, 그들은 런던 중심가로 나갔다.
"와, 소시지만 맛있어."
말발굽을 연상시키는 킬바사 소시지가 들어간 핫도그.
소시지는 정말 맛있지만, 핫도그 빵은 아무 맛도 나지 않았다. 펜으로 쓴 글씨를 수정하는 것처럼 밀가루 특유의 맛을 화이트로 지워 버린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해, 햄버거 빵이 얼었어?"
"햄버거 빵만 얼었어! 미친!"
서리가 내린 햄버거 빵, 당연히 딱딱했다.
그런데 이 반쯤 언 햄버거를 먹는 사람들이 많았다.
가격도 한화로 17, 000원정도인데 말이다.
빵이 아닌 피시 앤 칩스도 지독 했다.
소금이 티끌조차 들어가지 않은 대구살과 튀김옷, 감자튀김.
튀긴 건 뭐든지 맛있다는 논리를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음식을 파는 이들은 어찌나 '어서 맛있다고 말해라!'라고 눈으로 외치는지, 진호와 곽종훈은 하마터면 그들의 멱살을 잡을 뻔 했다.
"……대단하다, 영국."
이 정도면 테러다, 미각에 대한 테러.
다섯 명 모두 멘탈이 탈탈 털려서 런던을 둘러볼 힘도 없었다. 당초의 계획과 달리 오후 3시에 숙소로 복귀한 아이들은 소파에 푹 퍼졌다.
하지만, 진호는 아니었다.
그는 이를 갈며 밀가루 포대를 옮겼다.
삼시 세끼 빵만 만들어 먹으라는 극악한 의도가 담긴 제작진의 선물이었지만, 쓰지 않고서는 배길 수가 없었다.
"뭐혀?"
"혀를 정화시켜야죠."
진호의 그 말에 곽종훈과 세 아이가 눈을 부릅떴다.
"맞아. 미각을 되돌려 놔야 해. 전 식빵을 만들게요."
"난 스콘. 꾸덕꾸덕한 땅콩 잼을 발라 먹으면 존맛탱!"
"그럼 난 포도 잼 페이스트리 파이……. 잠깐, 포도 잼도 만들어야 하잖아?"
"그냥 버터 파이나 만들어."
"그게 낫겠다. 핫케이크 가루를 섞어 볼까?"
제작진이 선물로 준비한 밀가루는 일반 밀가루만 있는 게 아니었다.
강력분, 박력분, 중력분, 통밀, 핫 케이크 가루, 이스트 등 빵이란 카 테고리 안에 들어가는 모든 걸 만들 수 있도록 철저하게 준비했다.
"이 아저씨는 범용성 높게 잉글리시 머핀을 만들게. 내일 아침에 에그 베네딕트 만들어 먹자. 진호 너는?"
"쿠키 만들 겁니다. 어딜 가든 먹을 수 있도록 아주 많이!"
'그럼 2차 해금을 시작해 볼까?'
2차 해금 조건은 '빵 및 쿠키 반죽 50킬로그램 만들기.'였다.
이것을 달성하면 신체적 변화가 일어났다.
이 파티시에 관련 스킬은 해금 조건이 무려 5차까지 있는 까다로운 스킬이다.
팔을 걷으며 약동하는 근육을 드러낸 진호는 20킬로그램 밀가루 포대를 붙잡고 부엌의 식탁 위에 쏟아부었다.
나연석과 제작진은 눈을 반짝였다, 진호와 곽종훈, 세 아이는 필사적으로 반죽을 치댔다.
뇌마저 침범하려는 맛의 트라우마를 막기 위해서.
도중에 열이 오른 진호는 반팔만 입은 채 반죽을 치댔다.
"지, 진호야, 양이 너무 많은 거 아냐?"
식탁 위에서 만들어지는 반죽은 결코 5명이 소화할 수 없는 양이었다.
"만들어 놓으면 다 먹습니다. 여기 계시는 입이 몇 갠 데요."
"그럼. 우리가 그렇게 경우 없는 사람 아녀. 봐 봐, 얘들도 많이 만들잖아. 원래 요리하는 사람들은 손이 커, 나 피디."
"끝! 저 먼저 구울게요!"
한 아이가 반죽이 담긴 식빵 틀을 들고 부엌 한쪽에 있는 오븐으로 걸어갔다.
그냥 오븐이 아니라 빵집에서나 쓰는 7단 오븐이었다.
이 역시도 제작진이 미리 준비한 듯했다.
사랑스럽다는 듯 오븐을 쓰다듬은 아이는 틀을 집어넣고 능숙하게 타이머를 조작했다.
그러곤 뒤로 물러서 팔짱을 끼며 발을 떨었다.
이후 끝난 사람부터 한 명 한 명 씩 오븐에 틀을 집어넣고 타이머를 돌렸다.
그리고 나란히 서서 발을 떨었다.
빵이 구워지는 냄새가 희미하게 나기 시작하자 발을 떠는 속도가 배 이상 빨라졌다.
이 웃긴 모습은 카메라에 모두 담겼다.
"아! 홍차!"
영국에서 티타임을 가질 때, 마시는 차는 홍차였다.
"식빵 10분 남았어! 부탁할게, 진호야!"
"네!"
진호는 냉큼 가스레인지로 달려가 물을 올렸다.
차는 찻잎도 찻잎이지만, 물의 온도가 무척이나 중요하다.
진호는 [스킬 : 불을 지배하는 자]를 통해 그 찻물의 황금 온도를 맞출 수 있었다.
보글보글!
찻물이 끓는 소리와 짙어지다 못해 폭발하는 빵 냄새가 사람을 미치게 만들었다.
한국인이 만든 빵, 모두가 아는 맛을 내포한 냄새는 힐링 그 자체였다.
'음?'
주시하는 시선이 느껴졌다.
집 내부가 아니라 집 밖에서 말이다.
[스킬 : 괴도 루팡]이 그 시선을 읽어 내고 있었다.
기웃기웃 염탐하는 시선들에 의아해 할 때, 빵이 다 구워졌다는 소리가 정신을 빼앗았다.
띵!
"식빵 완료!"
"얼른 꺼내! 먹자!"
갓 구워 낸 뜨거운 식빵은 그 자체만으로도 헉 소리 나올 만큼 맛있었다.
"캬! 닭고기 살처럼 찢어지는 이 아름다운 모습 봐라!"
"진호 형, 여기요."
입안에 들어온 뜨거운 식빵을 몇 번 씹은 진호는 눈을 지그시 감았다.
통밀가루와 우유, 설탕, 버터, 소금의 환상적인 앙상블, 누구나 아는 그 맛이 입안에서 휘몰아쳤다. 감동 또 감동이었다.
"맛있다……."
"에헤헤."
진호는 뿌듯해 하는 아이의 머리를 헝클었다.
"아, 식빵 좀 잘라서 위생백에 담아 줄래?"
"네? 왜요?"
"저 밖에 계시는 이 동네 주민분들에게 나눠 드리게. 앞으로 6일 동안 얼마나 시끄러울지 모르니 뇌물 정도는 드려야지."
"네에?"
진호가 벽을 가리키자 제작진도 깜짝 놀라서 밖을 살펴보았다. 정말로 몇 명의 사람이 산책하는 척 집 앞을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실력 좋은 요리사 둘에 대회 입상 경력이 있는 아이들 셋이 빵을 만들었다.
그 냄새는 충분히 동네 사람들을 유혹할 만했다.
"아, 네!"
아이는 얼른 위생백에 식빵을 반 덩이씩 담아 가져왔고, 진호는 그걸 들고 밖으로 나갔다.
얼른 카메라가 뒤따랐다.
"안녕하세요."
마침 앞을 지나던 늙은 남성은 화들짝 놀랐다가 이내 인사를 받았다. 오늘 아침 러닝 때 인사를 건넨 주민 중 한 명이었다.
"크흠, 안녕하시오."
"어제 오늘 저희가 많이 시끄러웠죠? 아직 티타임 전이시면 이것 좀 드셔 보세요. 앞으로 6일 동안 잘 부탁드린다는 뇌물이에요."
"……하핫! 고맙소. 잘 먹겠소. 뭐 필요한 건 없소?"
"아, 혹시 남는 잼이 있을까요? 저희가 잼을 못 샀거든요."
"잼이야 많지. 내 금방 가져다 드리리다."
"감사합니다!"
환하게 웃은 진호는 슬그미니 다가오는 주민들에게도 빵을 들려 주었다.
그들 모두 방금 전 노인처럼 무언가를 가져다주겠다 말하고는 걸음을 재촉했다.
진호는 미소를 지었다.
"이게 상부상조 시골 인심이지. 자, 들어가시죠."
나연석은 진호의 넉살에 어이없어 하면서도 흐뭇한 표정으로 뒤 따랐다. 그리고 진호와 곽종훈, 세 아이는 오늘 받은 충격을 한 잔의 홍차와 함께 깨끗이 씻어 버릴 수 있었다.
나연석을 비롯한 제작진도 마찬가지였다.
"아, 제대로 현타 왔다. 아무것도 하기 싫어."
진호의 말은 모두의 심정을 대변했다.
띵동!
진호는 대신 나갈 사람을 찾아 눈을 돌렸지만, 모두 그의 시선을 외면했다.
"……네, 나가요."
밖으로 나가니 방금 전 빵을 받아 간 노인이 각기 다른 잼 두 병을 들고 있었다.
'아싸! 사과 잼, 포도 잼!'
"잘먹겠습니다!"
"허허, 생전 처음 맛보는 최고의 빵이었소."
정말로 행복해 하는 노인의 얼굴은 최고의 찬사였다.
"갓 구운 빵은 언제나 맛있죠."
"허허헛!"
진호는 의아해 했다.
노인이 망설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슨 일 있으세요?"
움찔!
"그게…… 음……."
"괜찮아요. 말씀하세요."
"음, 실례가 안 된다면 내일도 빵을 얻을 수 있겠소? 내일부터는 돈을 주고 살 테니 부탁하오!"
"……네?"
호기심에 따라 나온 식빵을 만든 아이도, 카메라맨도 입을 떡 벌렸다.
[스킬 : 태양여왕의 황금손]
[이, 입안에서 우주가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