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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150화 (150/424)

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 6권 25화

오랜 시간 끓인 소 힘줄이 마치 도가니를 씹는 것처럼 이에 찐득하게 달라붙으며 이를 밀어낸다. 찌고 삶아진 탱탱한 생선살과 야채, 해물 국물에 조려진 무 조각이 알싸하고 매운 연겨자와 함께 입 안을 뜨겁게 달군다.

"하 뜨. 하 뜨."

"아따, 잘 먹는다. 먹을 줄 아네."

곽종훈은 흐뭇하게 웃었다.

음식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먹는 것만 봐도 딱 알 수 있다.

포장마차 내의 다른 손님들과 주인도 너무도 잘 먹는 진호를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고독한 미식가 애청자입니다."

"크크크. 나도."

"흐으. 여기 진짜 손맛 좋네요. 대표님이 여기 오자고 한 이유를 알겠어요."

진호는 주인을 향해 엄지를 치켜 들었고, 그걸 본 사람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여기가 진짜 맛집이거든. 도쿄 오면 꼭 이 집을 들르잖아."

"저도 이젠 그럴 것 같아요."

최소 10시간은 은근한 불에 우려 낸 육수다.

재료의 손질도 완벽하다.

"한잔하시죠."

"그를까아? 거기 다미앙 씨와 월터 씨도 한 잔씩 합시다."

넷은 맥주가 든 컵을 강하게 부딪쳤다.

"카!"

"크!"

무더운 여름날, 목구멍을 얼리며 넘어가는 시원한 맥주는 정말 별 미였다.

"그런데 하시려는 프로그램이 뭐 예요?"

진호가 구운 반 건조 오징어를 뜯으며 물었다.

곽종훈은 계란을 갈라 먹으며 말했다.

"재능은 있는데, 돈이 없어서 요리를 못 배우는 애들을 가르치려고. 요리도 돈이 많이 들잖아."

식재료부터 조리 도구까지.

요리를 제대로 배우려면 몇천만 원은 우습다.

"헬스 키친 알지? 그거 짬뽕 될 거야."

"전문적으로 가르칠 거면 쉐프님들이 낫지 않아요?"

"그래서 진호 네가 내 옆에서 또래 멘토를 해줬으면 좋겠어. 아마 나보다 네 역할이 더 중요할 거야. 그리고 우승자에겐 상금과 함께 가게 하나 내줄 거고."

"우승하지 못한 사람들은요?"

"성실한 애들은 내가 지원해 줘야지."

"아, 진짜 목적이 그거시구나. 포스트 곽종훈, 곽종훈 차일드. 요리 학교, 아니 요식업 학교를 만들려는 거죠?"

궁극적인 목적은 더 번 코리아 같은 요식기업이나 프랜차이즈 기업을 만드는 경영자를 육성하는 것.

곽종훈은 경악했다.

다미앙도 다급히 곽종훈과 진호를 보았다.

곽종훈은 자신이 한 말 중에 속내를 드러낸 말이 있나 다시 곰곰이 되짚어 봤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다.

"귀신이여?"

"많이 데이셨잖아요."

'골목식당부홍위원회'. 참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프로그램이다.

"방송에서 그렇게 목 아프게 말했는데도 사람들은 여전히 안일한 마음에 식당을 개업하고. 그러면서 최저 임금 탓, 물가 탓. 저라도 가이드라인을 만들었을 거예요. 그리고 여기."

진호는 빈 접시를 톡톡 두드렸다.

"이 정도 정성은 못 내는 곳이라도 국민들이 외식다운 외식을 할 수 있게끔 만들려는 거잖아요. 대표님 회사인 더 번 코리아도 있으니 실습도 오케이. 그러며 그들을 통한 새로운 시각에서 고쳐야 될 점도 알게 되실 테고. 워, 일석 몇 조예요?"

흥미가 간다. 무척이나 간다.

"어흐."

곽종훈이 환하게 웃었다.

"좋다. 우리 합이 디게 잘 맞을 것 같아. 그래서 생각은 어때?"

"좋은데요? 그리고 그 학교에 지분을 투자하고 싶어요."

"오, 그럼 나야 좋지. 그러면 같이하는 거다?"

"그럼요. 해야죠. 그래서 반응 좋으면 계속 시즌을 이어 갈 이 프로그램의 시즌1 테마는 뭐예요?"

"빵 만들 줄 알아?"

"파티쉐요?"

"제과제빵에 연관된 모든 것. 쇼 콜라티에까지."

"여성층은 확실히 잡겠는데요?"

제과제빵은 의외로 화려하다.

쿠킹 아트라는 게 있기 때문이다. 거기다 아는 냄새에 아는 맛이다.

제과제빵을 전문적으로 다룬 예능 프로그램도 없었다. 충분히 먹힐 것 같았다.

"진호 때문이라도 더 잡겠지."

"그것까지 포함해서 말한 겁니다."

"으하하하하핫!"

진호도 웃음을 터트렸다.

"만들 줄 모르면 배워 둬. 10월에 시작할 거니까. 대빵 투인데 기본적인 건 알아 둬야지."

"네. 걱정 마세요. 욕먹지 않을 정도는 만들어요."

"오? 그래?"

든든하다는 듯 웃는 그의 모습에 진호도 활짝 웃었다.

'파티쉐 스킬을 얻어야겠네.'

* * *

첫 스케줄은 악수회였다.

이른 아침 악수회가 열리는 회관 같은 장소에 도착한 진호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테, 텐트? 천막? 침나앙?'

노숙을 한 듯 보이는 인원만 오십 명이 넘었다.

'왜?'

이 악수회는 선착순이 아니라 팬 미팅, 팬사인회처럼 굿즈를 샀을 때 주는 응모권을 통한 추첨 방식이다.

굳이 노숙을 하지 않아도 악수를 할 수 있다.

다미앙이 입을 열었다.

"애정하는 연예인의 말을 한마디라도 더 듣기 위해서입니다. 대략 300명이 넘어가면 감사하다는 말 밖에 못 듣습니다."

표정이야 연기를 한다고 해도 피로나 목이 아파 말수가 줄어드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진짜 덕질도 경력이네요."

혀를 내두른 진호는 트렁크 쪽을 보았다.

오늘 고생할 스태프들을 위해 먹을거리를 사 왔는데, 아무래도 주지 못할 것 같다.

"세워 주세요, 다미앙 씨."

"역시. 알겠습니다."

세워진 차에서 내린 진호는 노숙 하는 팬들에게 다가갔다.

잠에서 깨 핸드폰을 보고 있던 한 여성은 갑자기 드리워진 그림자에 고개를 들었다가 그대로 굳어 버렸다.

진호는 자신보다 어려 보이는 그녀의 앞에 쪼그려 앉았다.

"진짜 말 안 듣는다. 왜 이렇게 말을 안 들어? 나 이런 행동들 싫어하는 거 알잖아."

"그, 그게."

"헉!"

"지, 진 짱!"

"진 사마!"

뭔가 이상해 고개를 든 이들 모두 경악했다.

진호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그녀에게 샌드위치와 음료수를 쥐여 주었다.

"이거 먹고, 씻고 와. 네 자리는 맡아 둘 거고, 목욕비는 나한테 청구해. 만약 좀 이따가 땀 냄새 풍기거나 입 냄새 난다? 무조건 팬 클럽에서 아웃시킬 거야. 씻는 것도 목욕탕이 아니라 어디 만화카페에서 씻는다? 알지?"

"네, 네! 흑!"

진호는 안심과 감동을 하며 우는 여성 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여러분도 다 마찬가지예요! 좀 이따가 냄새만 나 봐라, 진짜. 뭐 해요, 얼른 이것들 좀 받아요. 나 팔아파."

어젯밤부터 기다리던 팬들은 눈 시울을 붉히며 자리를 떴다.

그들의 이름과 순번을 적은 진호는 악수회 장소 안으로 들어갔다. 프로모션 대표가 황급히 다가왔다.

"죄, 죄송합니다."

"죄송할게 뭐 있어요. 제가 유별 난 거죠."

프로모션 대표는 잘못한 게 없다. 팬들이 노숙하는 걸 말리거나 되돌려 보내는 건 그에게 허락된 일이 아니다.

"그래서 조금 더 유별나지려고요."

"무슨……."

"일단 에어컨을 더 공수할 수 있나요? 안 되면 이동식 에어컨을 한…… 백 대만 사 와 주세요."

"예에?"

"칠십 대는 바깥에 설치해 주시고, 나머지 삼십 대는 안에 설치해서 기온을 20도로 맞춰 주세요. 그리고……."

"지방시에서 손수건을 후원해 주기로 했습니다."

"역시 다미앙 씨."

전화를 끊은 다미앙이 고개를 끄덕이자 진호도 미소를 지었다.

"다른 곳도 연락해서 뭐든 받아 내 주세요. 그걸 현장 판매 하는 한이 있더라도."

이렇게 열악할 줄 알았다면 프로모션 대표와 스케줄을 정할 때 요구했을 것이다.

"예. 시간 안에 준비하겠습니다."

진호는 프로모션 관계자를 보았다.

"그리고 핸드 선풍기를 오늘을 팬들 숫자대로 준비해 주시고, 이 옆 편의점과 계약 맺어서 팬들이 뭐든 먹을 수 있도록 해 주세요."

"자, 잠깐!"

"왜 그러시죠?"

"도, 돈을 벌지 않으려는 겁니까?"

"음? 이걸 하고도 돈이 엄청 남을 것 같은데요?"

"그, 그건 그렇습니다만! 3천만 엔 대신 2천만 엔만 가져가는 건 너무 손해가 아닙니까."

이 악수회 한 번을 통해 번 수익은 그보다 많다.

"그 천만 엔 버려서 팬을 천 명 더 끌어모을 수 있다면요?"

정론이다. 하지만 누구도 하지 않는 일이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팬은 생기기 때문이다.

"그리고 제 수익 걱정은 안 해 주셔도 돼요. 경비를 지원해 주는 곳이 있거든요."

HU 에이전시 본사다.

"아, HU 로고도 집어넣을 수 있도록 해 주세요. 스폰서 비슷하게 됐으니 홍보는 해 줘야죠."

진호는 다미앙을 보았다.

"무리한 부탁일까요?"

"아닙니다. 훌륭한 생각이고, HU에서도 무척 좋아할 겁니다."

"부탁드릴게요."

다미앙이 나가자 진호는 프로모션 대표와의 대화에 멈춰 서 있는 스태프 알바생 중 가까이 있는 이를 지목했다.

"아침 먹었어요?"

"아, 아뇨. 아직."

"다른 분들은요?"

사람들은 얼떨떨하게 고개를 저었다.

진호는 혀를 찼다.

"에이, 사람은 아침밥을 먹어야 힘을 내죠. 다들 손에 들고 있는 거 내려놔요. 악수회 시작 전에도 먹을 거니까 간단하게 먹자고요. 라면에 교자 콜?"

사람들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여태까지 스태프를 위해 식사를 사 준다는 연예인은 처음이었다.

여름의 햇볕이 내려쬐기 시작한 거리에 이동식 에어컨과 대형 선풍기들이 설치되고, 이 모습들이 악수회를 찾은 팬들의 SNS를 통해 인터넷에 번지자 방송국에서 사람이 찾아왔다.

젊은 여기자는 선풍기 앞에서 편안 얼굴로 하드바를 물고 있는 팬에게 마이크를 내밀었다.

"안녕하세요. 도쿄 TV에서 나왔습니다. 참으로 희한한 광경이 아닐 수 없는데요. 팬들을 위해 이렇게 많은 준비를 한 연예인의 행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여성팬은 낯빛을 진지하게 굳혔다.

"진호 님이 진호 님을 한 것뿐입니다."

"네?"

잠시 정신을 차리지 못했던 여기자는 살짝 놀랐다.

"진호라면 The J의 주인공 이진호 씨를 말하는 건가요?"

"네. 그 진호 님이십니다. 자세한 건 저기 오는 회장에게 물어보세요. 회장! 여기 인터뷰!"

"시끄러워! 바빠! 너 손수건 받았어?"

"받았어! 쓰고 있는 중이야!"

"너 무료 증정이라고 막 쓰면 진짜 죽는다!"

"내 마음이지롱! 베!"

여성 기자는 팬이 자신의 입가를 훑는 손수건을 보곤 경악했다.

"지방시? 그건 지방시 아닌가요?"

그녀는 그제야 깨달았다.

'오, 오타쿠 옷차림이 아냐! 입고 있는 옷들 모두 명품들이야!'

줄을 선 팬들 모두가 명품 옷을 입고 있다.

팬질을 위해 옷 살 돈을 포기하는 일반적인 덕후들이라고는 생각 할 수 없었다.

'디올, 지방시, 펜디, 겐조……."

여기자는 마른침을 삼켰다.

"놀라지 마십시오. 진호 님께서 저희 팬들을 위해 준비한 증정품 일 뿐입니다."

다가온 삼십 대 초반의 미녀가 다소곳 서서 말했다.

"언제나 기대하는 것 이상을 되돌려 주시는 저의 남편……."

"대가리 싹 다 밀어 버린다, 회장!"

"우우우!"

"큼. 우리의 신이십니다."

"이, 이런 일이 흔한가요?"

"팬들을 위해 메인 모델로 있는 6개 패션 브랜드와 콜라보를 하여 저가 라인을 만드신분인데, 이 정도쯤이야……. 이런 방송이 아니어도 그분의 추종자는 계속 늘어날 테지만, 그래도 오셨으니 받으시죠. 아, 그런데 생방송인가요?"

"네? 네. 생방송입니다."

"쯧. 이상한 생각을 가진 애들이 꼬이겠네."

회장은 지방시 손수건을 비롯한 악수회 증정품을 여기자에게 안겨 주고는 뒷줄을 확인하러 떠났다. 멍해 있던 여기자는 재빨리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카메라를 보며 입을 열었다.

"이곳은 얼마 전 인기리에 방영이 종료된 한국 드라마 The J의 주인공 한국 배우 이진호 씨의 악수회 현장입니다. 이 물품들은 오직 일본 팬들만을 위해 준비한 특별한 선물일까요?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 보겠습니다."

여기자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시, 시원해!'

이곳이 천국일까 생각하던 그녀는 저 멀리서 자체 발광하고 있는 진호의 얼굴을 보곤 그대로 굳어 버렸다.

'무, 무슨 사람의 얼굴이? CG가 아니었어?'

그렇게 생각하는 건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점심나절 TV 앞에 있던 주부들의 엉덩이가 들썩였다.

(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 7권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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