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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143화 (143/424)

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 6권 18화

예측대로 기사들이 양산되고 있다.

여기에 몇몇 배우와 가수, 중소 기획사에서 이렇게 인성이 모자란 연예인은 연예계에서 퇴출시켜야 한다는 발언을 했다.

진호를 아는 배우들과 가수들이 그럴 리 없다며 SNS에 글을 기재 했다.

인터넷이 기름이 끼얹어진 불처럼 타올랐다.

"크으. 좋구나. 정치권에서 사고가 터졌다고 오해하는 거 아냐?"

문제의 발단이 된 남자 아이돌이 소속된 기획사 대표의 얼굴에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직원이 걱정 어린 표정을 짓는다.

"이러다가 문제 생기는 거 아니에요? 이름도 알렸으니 여기서 접는 게 어떻습니까? 최소한 소속 연예인들이 SNS에 올린 글이라도 내려야 합니다."

"넌 그래서 문제야. 왜 이런 기회를 놓쳐? 혹여 진실이 밝혀진다고 해도 지가 어쩔 건데? 손해 배상 청구를 하겠어, 아님 이런 일로 고소를 하겠어?"

고작 사인을 해 주지 않은 걸로 불만을 말한 것뿐이다.

"거기다 걔 엄청 착하잖아. 천사라 불리는 놈이 뭘 하겠냐?"

지금껏 모든 연예인이 그래 왔던 것처럼 유야무야 넘어갈 수밖에 없을 거다.

"연예인도 참 힘든 직업이야, 흐흐흐."

"그놈이 천사가 아니잖아요."

이런 사고를 말도 없이 쳐 버릴 만큼 인성이 쓰레기다.

"들키면 정말 큰일 납니다. 그리고 JH도 있어요."

"연락 안 왔잖아. 그럼 JH의 양 사장도 암묵적으로 동의한다는 거야. 빼먹을 거 다 빼먹었다는 거겠지. 이젠 우리가 그걸 빼먹을 차례고. 캬, 역시 내 머리는 진짜."

남자 아이돌이 사고를 치자마자 SNS에 올린 글을 절대 내리거나 사과하지 말라고 연락한 게 대표다.

그는 진호가 궁지에 몰렸을 때 손을 내밀 참이다.

그래서 JH의 모델 파트처럼 소속 연예인들을 키울 생각이다.

"으흐흐. 돈이 굴러들어 오는 소리가 들리는구나!"

대표는 핸드폰을 들었다.

"어이쿠, PD님. 잘 계십니까? 그럼요, 저야 잘 있지요. 저희 애도 잘 있고요?"

직원은 그런 대표를 바라보다 몸을 돌렸다.

대표이사실을 빠져나온 그는 회사를 둘러봤다.

즐거워 하는 직원도 있고, 낯빛이 어두운 직원도 있다.

'안 좋아.'

연예인은 인성 논란이 있어도 잘 먹고 잘 살지만, 자신들 같은 직원은 아니다. 연예인에게 수작 부리는 회사의 직원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가는 많은 애로 사항이 생길 터다.

그는 문제를 일으킨 아이돌의 다른 멤버들을 보러 갔다. 모두 연습실 바닥에 퍼질러 누워 핸드폰을 보고 있다.

울컥!

"후우."

다 똑같은 놈들이다.

'그쪽에서 연락이 오지 않는 것도 마음에 걸려.'

귀국한 지 벌써 5일째.

진호는 침묵 중이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로 비방하지 말라는 소속사의 입장 표명 말고는 촬영장만 오가고 있다고 한다. 당당한 사람의 제스처가 아니다. 인터뷰든 회견이든 확실한 입장표명을 했어야 했다.

대표야 머리에 꽃밭이 펼쳐졌으니 무시한다고 해도, 아니 오히려 그걸 바라며 전화가 와도 끊는다 해도 이건 분명 이상하다.

마치 뱀이 발목을 타고 점점 올라와 목을 감는 느낌이다.

"하아."

가슴이 답답했다.

그는 머리를 쥐어뜯고 있는 한 직원에게 다가갔다.

"김 대리. 나 출장 갔다 올게."

직장에서 출장이란 말은 퇴근과 똑같다.

"예."

소속사 건물을 나선 그는 차를 타고 서울 외곽으로 빠졌다. 어느 백숙집의 야외 테이블에 앉은 그는 식사가 나오기 전에 술잔을 기울였다.

한 잔 두 잔. 빈속에 낮술이라 술기운이 금방 올라왔다.

착. 치익. 불붙은 담배가 타들어 간다.

"이 바닥 진짜……."

물고 뜯어야 성공하는 연예계.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참 환멸이 난다.

"차라리 도와 달라 제안해 보기라도 하지, 씨발."

물론 소속 연예인들의 인성을 보면서류 면접에서 탈락일 테지만 말이다.

이 바닥에서 구르고 구른 베테랑에 빠꿈이인 일명 팀 이진호의 직원들을 속인다는 건 하나님을 속이는 것과 똑같다.

"그놈의 대출금만 아니라면 지금 이라도 그만둘 텐데…… 후."

똥물을 뒤집어 쓰긴 싫었다.

지이잉.

습관적으로 핸드폰을 확인한 그는 그대로 굳어 버렸다. 한참을 고민하던 그는 답문을 보내곤 다시 담배를 물었다.

약한 시간이 흐른 후 두꺼운 대 봉투를 든 여성이 안으로 들어왔다.

차디찬 인상을 지닌 커리어우먼.

"안녕하십니까."

커리어우먼이 명함을 내밀었다.

HU agency 아시아 총괄지사 팀 다미앙

기획실장 장경아

라노의 냉혈 마녀라 불린 그 장경아 실장이다.

"일단 합의라면 제 소관이 아닙니다."

장경아 실장의 입꼬리가 씰룩였다.

"합의는 범죄 행위를 저질렀을 때나 쓰일 말이죠. 그리고 합의 따윈 절대 없을 겁니다."

"그럼 왜 저와 만나자고 한 겁니까."

"제가 아는 박 실장님이라면 지금쯤 환멸을 느끼고 계실 테니까요. 이 만남을 허락하신 게 그 증거겠죠."

정답이다.

"저흰 지난 5일 동안 조사를 했습니다. 저희 진호 씨의 적이 누군 지, 어떤 단체인지, 구성원인적 사항은 어떤지."

'역시! 빌어먹을.'

박 실장은 눈을 질끈 감았다.

"자리에 앉아도 될까요?"

"그러십시오."

장경아 실장이 빈자리에 앉으며 대봉투를 올렸다.

퉁! 소리가 너무 묵직하다.

박 실장은 대봉투가 마치 벌려진 뱀의 아가리처럼 느껴졌다.

장경아 실장이 대봉투를 쓰다듬었다.

"이게 뭔지 아십니까?"

그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최악의 가정을 입에 담으면 그대로 실현될까 무서워서 말이다.

"디올, 겐조, 지방시, 태그호이어 등 진호 씨에게 붙은 패션 브랜드와 모든 협찬 업체들, 그리고 LVMH의 손해액 산출표입니다."

덜컥! 그의 몸이 굳었다.

그리고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최악에 최악에 최악의 상황이 닥쳤다.

하지만 그녀의 말은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거기엔 중국과 일본, 프랑스의 방송국과 The J에 연관된 스폰 업체들의 손해액 산출표도 들어 있지…… 아, 장 실장님이 맡겨 달라 말하지만 않았어도 내가 갔을 텐데."

장 실장은 이런 문제는 직원들 소관이라고 극구 말렸다.

커피를 마시는 진호의 읊조림에 재준이 미간을 좁힌다.

"그게 가능하냐?"

"안 될 건 또 뭐야? 이번 일로 인해 그분들도 손해 봤잖아."

"증거가 없잖아."

진호는 피식 웃었다.

"있어, 증거. 나한테 없는 거지."

"그게 무슨 개소리야?"

"PD는 시청률에 미친 존재라지만, 다른 스태프도 그럴까?"

"아, 그래서 다미앙 씨가 귀국하지 않은 거구나."

관련자라고 치부하기엔 존재감이 부족한 이들.

모난 놈 옆에 있다가 횡액을 맞기 싫으면 살길을 찾는 게 맞다. 재준이 입술을 비틀었다.

그도 이번 사태에 굉장히 화가 난 상태였다.

지이잉!

진호는 핸드폰을 들었다.

"네, 다미앙 씨."

-영상 원본을 모두 확보했습니다. 장 실장에게도 연락했습니다.

그 프로그램의 출연자들이 다가 올 때 카메라도 따라왔다. 즉, 진호가 그 프로그램의 출연자들에게 사인을 하고 사진을 찍어 주는 모습을 담은 영상들이었다.

PD는 대박 소스라며 무조건 찍으라 했다.

"네, 수고하셨어요."

전화를 끊은 진호는 입술을 비틀었다.

재준이 눈을 반짝였다.

"그래서 진짜 한 명 한 명, 개인으로 소송할 생각이야?"

기획사들, 직원들, 비방한 연예인들, 악플러들 모두.

"통장에서 썩어가는 돈 이럴 때 써야지. 후, 쓸데가 없다."

"미친 또라이 새끼. 아, 그런데 네 팬들이 다치지 않겠어?"

"몰랐냐? 나 귀국한 날부터 지니어스 침묵했어."

"끝났네."

빠져나갈 구멍이 보이지 않는다.

"응. 끝났지. 이제 남은 건……."

내부자의 양심 고백뿐이다.

그 대가는 충분히 지불할 터였다.

파리에 있는 그 스태프도 마찬가지다.

지잉.

장경아 실장에게서 문자가 왔다.

[성공입니다.]

입술을 비튼 진호는 수고했다 문자를 보내곤 남은 커피를 다 마셨다.

"아차."

그는 얼른 다시 핸드폰을 들었다.

"네. 피에트로."

-일은 잘 해결됐습니까?

"곧 해결될 것 같아요. 심려를 끼쳐 드려 죄송했습니다."

-아닙니다. 끝났다니 다행입니다. 아르노도 많이 걱정했습니다.

진호는 깜짝 놀랐다.

"아, 아르노 씨가요?"

'왜?'

-9월 패션위크 때 식사를 하자더군요.

'그니까 왜?'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하나는 이해가 갔다.

'그래서 이모가 그런 변호인단을 꾸릴 수 있었던 거구나.'

최소 차장검사 출신의 변호인단이다.

대기업 수준의 변호인단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LVMH 코리아 지사가 움직였다.

진호는 머리를 긁적였다.

"음. 감사하다 전해 드려야겠네요."

-아마 좋아하실 겁니다.

'뭘 선물해야 하지?'

-그보다 이제 한국이 떠들썩해지겠군요.

"네. 꽤 재밌는 구경거리가 될 거 예요."

당하는 입장은 재미없을 테지만 말이다.

* * *

이날 저녁 미튜브에 하나의 영상이 올라왔다.

그날 아침에 있었던 일들이 단 1 초도 편집되지 않은 영상.

그뿐만이 아니다.

박 실장이란 사람이 양심선언을 했다.

경악한 사람들은 그걸 퍼다 나르기 시작했고, 이를 갈며 침묵하고 있던 진호의 팬들이 움직였다. 단숨에 포털사이트를 점령한 이 일은 삽시간에 일파만파 퍼져 갔다. 매일스포츠와 JH엔터테인먼트에 우호적인 언론사에서 심도 있게 다루었다.

그리고 진호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꿀꺽.

PJY엔터테인먼트 박 대표는 사회적 이슈로까지 번진 이번 일에 마른침을 삼켰다.

대규모 소송 사건.

기획사뿐만 아니라 직원들, 진호를 비방한 연예인들, 악플러들 수만, 아니 수십만 명에게 소송이 걸렸다.

'양 대표가 말한 게 이거였군.'

"우리 직원이나 연예인 중 가담한 사람들은 없죠?"

"예. 단단히 주의를 줬기에 없습니다."

"다행이군요."

박 대표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왠지 불안해 스톱시킨 게 정답이었다.

백억 대의 손해 배상 청구다.

계속 검증되지 않은 내용으로 비방하지 말라 외쳤고, 어떻게든 무마하기 위해 그쪽 소속사와 연락을 하려 노력했다는 증거까지 들고 나온 마당이니 명예 훼손이 성립되는 순간 수십만 명이 파산 절차를 밟아야 한다.

입을 함부로 놀렸다가 고발된 수 십 명의 연예인도 마찬가지다.

너무 사태가 커지니 진정하는 게 어떻겠냐 감히 입을 뻥긋거리기조차 두려운 상황이다.

한중일 삼국 합쳐 백만이 훌쩍 넘는 지니어스가 움직이고 있었다.

"누가 이놈보고 천사라 지칭한 거지?"

"디올이 움직인 거잖습니까. 그리고 이진호 배우는."

박 대표는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비서의 입을 막았다.

"푸흐흐."

모두가 속고 있었다.

요사이 양 대표가 승승장구한 이유는 운이 좋아서가 아니었다.

"9 대 1. 들어줄걸……."

너무 안타까워 속이 쓰렸다.

"그보다 그……에이, 아무튼 그 중견 기획사가 엎어지면 흡수해야 하니까 준비하세요."

배우 여섯에 아이돌 팀 둘. 이 정도면 중견이다.

갈기갈기 찢긴 순간 수많은 기획사들이 달려들 것이다. 공짜 먹이를 눈 뜨고 놓칠 수 없었다.

'그대표는 지금쯤 뭘 하고 있으려나.'

눈에 훤히 보이지만, 그래도 보고 싶었다.

* * *

털썩!

진호는 앞에 무릎 꿇은 대표와 그 남자 아이돌, PD를 무심하게 바라봤다.

"사, 살려 주십시오."

"죄, 죄송합니다. 제, 제가 잘못했습니다."

절절한 목소리였지만, 진호의 눈은 여전히 무심했다.

'뭘 숨기고 있네?'

아마 녹음기일 것이다.

죽어도 그냥은 죽지 않겠다는 뜻.

'끈질겨.'

진호는 목소리에 미안함을 가득 담아 말했다.

"죄송합니다. 당신들로 인해 피해를 입은 제 후원 기업들이 움직이는 거라서 저도 어쩔 수가 없어요."

똑똑똑.

"네, 들어오세요."

"경찰분들이 오셨습니다."

경찰이란 말에 셋은 다급히 고개를 들었다.

일어선 진호는 들어온 경찰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이들 말고도 만나야 할 사람이 한 가득이다.

경찰들은 씁쓸히 웃으며 셋을 끌고 나갔고, 셋은 발버둥을 쳤지만 벗어나지 못했다.

"크악! 내가 이대로 당할 줄 알아!"

"너 나 잘못 건드린 거야! 감히 방송국 PD를 건드려!"

진호는 멀어지는 그들을 향해 잘 가라는 의미를 담아 허리를 숙였다.

그런 그의 입가엔 미소가 걸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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