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138화 (138/424)

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 6권 13화

5. 포브스

엔딩 촬영을 위해 진호와 김세연, The J 제작진은 바로셀로나로 향했다.

당장 모레면 맨즈 패션위크에다가 중국 일본 스케줄이 줄지어 있다. 진호가 지금 말고는 시간을 낼 수 없었다.

"아주 스페인까지 진출하시려고요?"

뜨끔한 장영진이 헛기침을 했다.

원래 엔딩 촬영장소는 이탈리아 로마였다.

진호가 맡은 제이와 김세연이 맡은 안나가 처음 만나는 곳. 시작점이니 끝도 로마에서 맺으려 했다.

그러나 장영진이 갑자기 촬영장소를 틀어 버렸다.

"차라리 파리를 하시지."

"원래 잡은 물고기에는 먹이를 주지 않는 거야."

그래서 이탈리아 로마도 배제한거다.

"네. 그거 LVMH 임원분에게 잘 전해 드릴게요."

"진호야!"

콧방귀를 뀐 진호는 우유를 드링킹하는 세연을 보며 활짝 웃었다.

"너 오늘도 입에서 썩은 냄새 나면 내가 직접 이 닦아 준다."

움찔!

슬그미니 우유를 내린 그녀가 매니저를 찾아갔다.

"하아."

"크크큭."

"뭐가 웃기세요?"

"아냐. 아무것도."

말과 달리 모든 걸 다 안다는 표정이다.

흐뭇해 죽으려 하고 있었다.

곧 있을 키스신 때문이다.

완벽한 연인이 된 둘의 달달하고도 감미로운 키스신.

그러나 이 전에도 진짜 키스신은 있었다.

한국 여심을 폭풍처럼 흔든 담요 키스신.

썸 단계에서의 담요 키스는 올해 최고의 키스신이라며 네티즌들이 호들갑을 떨었다.

기획사들의 수작을 실력으로 돌파해 버리면서 기사들이 다시 양산되기 시작하자 언론도 떠들썩하게 떠들었다.

이렇게 몇 번 입을 맞췄기에 진호는 별 감흥이 없었다.

고개를 저은 진호는 월터에게 다가갔다.

"바로셀로나도 와 봤어요?"

"항구에 밀수 총기상이 있지. 그 때 얻은."

눈동자가 아련해진 월터가 말을 시작하자 진호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만약 여기서 시가전이 벌어지면 최악이겠는데?'

공격하는 입장에서 최악이다.

ㅁ 자로 지어진 붉은 건물 만싸나가 마치 체스 판에 오른 말들처럼 정렬되어 구역을 이루고 있다. 그리고 도시를 대각선으로 관통하는 도로 디아고날.

미로다.

'뭐 훔쳐서 튀기에는 딱.'

진호는 재빨리 고개를 저었다.

'나쁜 생각. 나쁜 생각.'

옳지 못한 생각을 털어 낸 진호는 자신도 입안을 세척하기 위해 움직였다.

바르샐로나 시내와 바르셀로나 항구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몬주익 언덕의 몬주익 성. 문화재로 지정되는 바람에 최소한의 스태프만 올라온 그곳엔 관광객들이 많았다.

스윽 슥!

진호 자신의 허벅지 위에 환하게 웃고 있는 그녀가 엉덩이를 움직인다.

진호도 그녀를 사랑스럽다는 듯, 정말 즐겁다는 듯 웃으며 복화술을 했다.

"죽을래?"

"왜? 우리 진호 힘들어?"

"나 여자도 때린다."

"응, 입술로 때려 줘. 아하하하하!"

'진짜 때릴까?'

"어이구. 좋다! 흐흐흐. 아주 좋아."

'안 좋습니다! 안 좋아요!'

특히 남자로서 안 좋다.

반응하지 않아야 할 곳이 반응하고 있다.

더욱이 입술마저 쪽쪽 부딪치고 혀도 얽히니 사람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반응했다가는 개망신이다!'

진호는 정말 초인적으로 참아야 했다.

"컷. 진호야 좀 더 사랑스럽게. 어허, 컷. 좀 더. 오케이 컷!"

진호는 아직도 자신의 허벅지에 앉아 있는 세연을 번쩍 들어 옆으로 내려놓으며 장영진에게로 향했다.

방금까지 장난을 치던 김세연도 진지한 표정을 지은 채 따랐다. 장영진이 모니터를 보며 감탄을 터트렸다.

"캬. 좋다. 하늘마저 돕는구나."

진호는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석양이 저무는 바르셀로나를 보며 하는 연인의 키스.

"두 사람은 어때? 더 찍어?"

"흠. 전 좋은데요? 세연이 넌?"

"음. 저두요. 더 추가할 곳은 없는 것 같아요. 오히려 빼면 모를까."

"으흐흐. 그거야 당연한 말이지. 그보다 둘 입술은 괜찮아?"

무려 세 시간을 물고 빨았다.

앨리와도 그랬듯, 남자는 키스를 할 때 본능적으로 여성의 가슴을 찾는구나, 하는 걸 다시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래서 더 미치는 줄 알았다.

"감각 없습니다."

"이젠 남자 친구 사귀어도 키스 못할 것 같아요."

진호는 뭔가를 바라는 듯 보는 그녀의 옆구리를 푹 찔렀다.

"억! 야!"

"그래그래. 사랑싸움은 나중에 하시고. 하아, 너무 아깝다."

진호와 김세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배우로서 잘라 내기가 너무 아까웠다.

"적당히 좀 연기하지."

"님이 할 말이세요?"

둘 중 보다 적극적으로 덤빈 건 그녀다.

얼굴이 살짝 달아오른 김세연의 철권이 옆구리를 때려 왔다.

진호는 재빨리 팔꿈치를 내렸다. 퍼억!

"야! 내가 감정 실어 때리지 말랬지?"

"흥!"

김세연은 몸을 돌려 스태프들에게 수고했다 말하고는 매니저를 찾아갔고, 진호는 아릿한 팔꿈치를 문질렀다.

진심으로 아팠다.

"복싱 다이어트 한다더니 진짜 저 같은 것만 배웠네."

타격 순간 분명 팔목이 뒤틀리며 파괴력을 높였다.

"유부남 염장은 그만 지르시고. 안 가? 스케줄 있다면서 이러고 있어도 돼?"

"아."

시계를 확인한 진호는 기겁했다.

"좀 있다가 봬요. 식사는 하지 마시고요."

"그래, 조심히 다녀와."

고개를 끄덕인 진호는 다급히 월터를 향해 달렸다.

차를 타고 도착한 곳은 어느 카페였다.

그곳엔 슈트를 빼입은 패셔너블 한 여성이 앉아 있었다.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진호의 스페인어에 환하게 웃으며 일어난 여성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아직 약속 시간까지 10분 남았는걸요. 역시 지노는 제예상처럼 스페인어를 할 줄 아시는군요. 참 스마트하고, 패션 센스도 대단해요."

그녀의 눈에서 꿀이 떨어진다.

"과찬이십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이진호입니다."

"포브스 스페인의 디렉터 니냐 에르난데스라고 해요."

그렇다. 진호는 지금 세계적으로 유명한 매거진 포브스와 인터뷰를 하기 위해 이 자리에 온 것이다. 원래는 포브스 코리아와 하려고 했지만, 그쪽 스태프가 묘하게 권위적이어서 거부해 버렸다.

그러자 포브스 지사가 있는 세계 각국에서 연락이 왔다. 타이틀이 타이틀이었기 때문이다.

커피가 앞에 놓이자 그녀가 입을 열었다.

"인터뷰 시작에 앞서 먼저 축하 드릴게요.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모델 6위, 남자 모델로서는 1위에 랭크되신 걸 축하드려요."

영향력과 수입을 통틀어 남자 1 위다.

위로는 모두 레전드밖에 없다.

모델에 대해 모르는 일반인도 한 번쯤은 들어 봤을 이름들.

한 해 공식적으로만 백억 단위의 수익을 올리는 톱 모델들.

진호의 입가가진한 미소를 그렸다.

'드디어 여기까지 왔군.'

남녀 통합 6위다.

여자 모델이 최고인 모델계, 거의 최초인 일이다.

아시아 모델로서도 최초다.

그래서 무려 2페이지나 할당된다.

"소감이 어떠신가요?"

"참 감격스럽고 감사하면서도 이제 시작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위에 있는 모델들도 다 눌러야지.'

"역시 한국인이라서 그런지 겸손이 많으시네요."

그녀는 경이롭다는 듯 진호를 보았다.

남자 모델 2위와 압도적인 격차다.

순수하게 모델로서만 판단해도 압도적인 격차가 있다.

그런데 진호에겐 그뿐만 있는 게 아니다.

요리, 연기, 노래, 연주, 트레이너로서의 재능까지.

특히 얼마 전 들은 피아노 연주는 왜 피아니스트들이 감탄했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그녀 자신의 혼을 빼놨다.

'만약 이 남자가 이대로 계속 행보를 이어가 끝내 1위에 랭크되게 된다면?'

그녀는 미리 전율했다.

'미련한 포브스 코리아.'

최소 3명의 목이 날아가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이런, 너무 띄워 주지 마세요. 제가 실수할 수 있어요."

"어머, 전 그걸 바라는걸요?"

"굉장히 조심해야겠네요."

"그건 아쉬운 말이고요."

둘은 웃음을 터트렸다.

그렇게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먼저 지노의 데뷔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네요. 보그 이탈리아. 포토그래퍼 장의 눈에 띄어 데뷔를 하게 됐죠."

"그랬죠. 계속 연락하고 지냅니다."

"그런데 이후 행보가 참 독특해요. 강한 인상을 남긴 당신이 고국으로 돌아가 학업에 매진할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어요?"

"음. 그때는 여행지에서 일어나는 일종의 해프닝이었습니다. 여기 스 페인이 한국의 사정을 모르듯 저도 이탈리아의 사정을 몰랐죠. 그 보다는 안정적인 길이 있었으니까요."

"한국 최고의 대학 한국대학교의 경영학과 수석 입학."

"그렇죠. 대기업의 회사원으로서, 또 어쩌면 벤처 사업가로서 꿈을 키웠죠."

"그 꿈을 잠시 접어 둔 계기가 있을까요?"

진호는 피식 웃었다.

그때만 생각하면 정말 웃음만 나왔다.

"현재 디올 옴므의 수석 디자이너인 팀 존스가 저를 찾아왔습니다."

"유명하죠, 그 사건. 당시 패션계가 뒤집어졌죠."

그렇게 인터뷰는 시작되었다. 디렉터는 최근 근황에 앞으로의 계획까지 물어봤고, 진호는 성실히 답했다.

뺄 건 확실하게 했다.

예로 들자면, 중국의 광전총국이 움직여 디올을 압박한 일이라든지, 일본을 끌어들이기 위한 진호의 기획이라든지 등등.

드러낼 수 없는 일이나 모르는 일들은 철저히 감추고 부정했다. 디렉터는 아쉬워하면서도 만족스런 미소를 지으며 돌아갔고, 진호는 차게 식은 커피를 힐끔 보곤 핸드폰을 들었다.

"네, 다미앙 씨. 방금 인터뷰를 마쳤어요."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모두 다미앙 씨 덕분이에요."

-진심인 걸 알기에 감격스럽군요.

"하하."

다미앙이 장난스럽게 말했지만, 그도 진심이란 걸 진호는 알고 있었다.

고개를 끄덕인 진호가 눈빛을 차갑게 가라앉혔다.

전화를 건 진짜 연유를 말해야 할 때다.

"HU의 반응은 어떻죠?"

모델 순위보다 이게 더 궁금했다.

-이번 맨즈 패션위크에서 임원을 만나게 되실 겁니다.

다미앙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변했다.

진호의 눈이 번쩍 떠졌다.

"겨우 그 무거운 엉덩이가 떼어 졌군요."

웃겼다.

동시에 메인 모델 계약을 맺은 브랜드만 여섯 개다.

무수히 긴 HU 에이전시 역사상 10번째 안에 드는 업적이다.

그들은 진작 움직였어야 했다.

-일본마저 끌어안으니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었을 겁니다.

장영진과 일본 방송국.

당연히 갑은 장영진이었다.

그는 뜯어 낼 수 있을 만큼 뜯어냈다. 그리고 진호는 일본에 많은 스케줄을 잡아 놓았다.

-아시아 총괄지사는요? 어떻죠? 다미앙을 떠나고 배신한 이들을 말한 것이다.

-치프 디렉터 후보에 다시 이름을 올렸습니다.

보이는 듯하다. 온화하게 웃고 있지만, 차갑게 빛나고 있을 그 두 눈이 말이다.

"좋군요."

아니, 좋지 않다.

긴 역사만큼 꽉 막힌 회사가 실수를 하고 있다.

"얼른 연습생 1기, 아니 2기들을 성공시켜 야겠어요."

머리가 핑핑 돌아가기 시작했다.

-시간은 많습니다, 진호 씨.

단호하면서도 여유로운 목소리가 의지를 꺾어 버렸다.

"하아. 알겠습니다."

'그래, 시간은 많아.'

이제 이십 대 초반이다.

톱 모델로서의 전성기라 부르는 삼십 대까지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아 있다.

-후후, 그보다 이사를 하신다고요.

화제를 돌리려는 게 보였지만, 진호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네. 맨즈 패션위크가 끝나면 바로 이사할 거예요."

-축하드립니다.

"휴지만들고 오세요. 비싼 걸로."

-하핫. 예. 물에 녹는 3겹 데코로 사 가겠습니다.

"베리 굿. 역시 센스쟁이."

- 하하하하하!

진호도 웃음을 터트렸다.

-아, 예능에 출현하실 생각은 없으시죠? 리얼정가에서도 연락이 왔습니다. 어디까지 먹힐까도 시즌 4를 준비한다는군요. 이번엔 진호 씨를 메인으로 해서.

"글쎄요…… 딱히?"

정글에 가는 것도 좋고, 요리를 파는 것도 좋다.

하지만 지금은 시간이 없었다.

-음. 알겠습니다. 그렇게 일러 놓겠습니다. 그럼 파리에서 뵙도록 하죠.

"네. 내일 파리에서 돼요."

전화를 끊은 진호는 몸을 일으켰다.

그의 눈빛은 무척이나 차가웠다.

'관계의 역전도 얼마 남지 않았어.'

그땐 이 홀대를 이자까지 쳐서 톡톡히 갚아 줄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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