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129화 (129/424)

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 6권 4화

2. 리메이크

팀 이진호의 회사가 부산하다. The J가 첫 방도 하기 전에 이슈를 끄는 것도 있지만, 일본에서 오늘 넘어온 모델과 모델 지망생, 연예인 지망생들 때문이다.

진호는 그들 중 몇 명을 보곤 눈을 빛냈다.

'페이스 좋다.'

얼굴뿐만 아니라 몸매와 신장도 좋다.

"정말 작정하고 모으셨네요."

긴장으로 굳어 있는 12명의 젊고 어린 남녀들에게서 시선을 땐 진호가 다미앙을 보며 말했다.

모두 혼혈인데, 동양적인 외모가 더 두드러져 있다.

"칭찬 감사합니다. 그리고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저만 하나요. 다 같이 잘해야죠."

"옳은 말이십니다."

다미앙이 한발 뒤로 물러나자 진호는 남녀들을 향해 일본어로 말했다.

"여기서 날아는 사람은 손들어 주세요."

12명 모두 손을 들었다.

"오, 내가 일본에도 얼굴을 알렸나 보네요."

"유, 유명해요."

"어, 정말요? 뭘로?"

"일일이 열거하기가……."

외모면 외모, 노래면 노래, 기타면 기타, 연기면 연기, 요리면 요리. 진호는 인간이 아닌 어떤 초월적인 존재로 유명하다.

애니 속 친오빠, 애니 속 학교 선배 등 현실에선 결코 볼 수 없었던 유형의 존재.

이런 설명에 진호는 헤벌쭉 웃었다.

'다음 곡은 일본 곡을 리메이크하자고 할까?'

몇 개의 곡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아차.'

"어흠! 그럼 한국어 할 줄 아는 사람 손들어 보세요."

모두 침묵했다.

"영어는요?"

세 명이 조심스레 손을 들었다.

"한번 따라 해 보세요. Good morning? 그쪽부터."

"구, 굿드 모닝그."

절로 탄식이 나왔다.

진호는 다음 사람에게도 시켰다.

"후우."

12명은 몸을 더 움츠렸다.

진호는 그들의 눈을 보곤 다시 한숨을 내뱉었다.

겁을 먹었지만, 성공에 대한 갈망으로 가득한 눈빛이다.

'어쩔 수 없나.'

자신이 뱉은 말이다. 지켜야 했다.

그는 연습실 한편에 세워진 화이트보드로 다가가 원을 그리고 줄을 쳤다. 그리고 줄 사이에 글을 썼다.

"와서 핸드폰으로 찍어요."

주춤주춤 다가와 화이트보드를 살핀 그들은 하얗게 질렸다.

일단 기상이 아침 6시다. 잠은 11시.

그리고 그사이엔 언어 교육, 운동, 특화 교육 세 가지만 있다.

"내일부터 내가 그만하랄 때까지 오직 이 스케줄로만 진행할 겁니다. 이의 있나요?"

이의가 있어도 없어야 했다. 고개를 끄덕이던 진호는 갑자기 우는 핸드폰을 보았다.

"네, 레오 형."

레오란 말에 12명의 눈이 빛났다.

-진호, 어디야?

"회사죵?"

-스케줄 없어?

"네. 오늘은 휴일이에요."

-응? 예능 같은 거 출연 안 해?

"일이 많아서요. 그보다 무슨 일이세요?"

-아, 나 지금 '마이 솔로 라이프' 촬영 중인데, 너희 회사 놀러 가도 되냐고.

진호는 눈이 초롱초롱한 12명을 보며 피식 웃었다.

'운이 따르네.'

그 자신에게도 운이 따른다.

'모델, 뉴욕에 도전하다'로 쌓은 트레이너 이미지를 더 공고히 굳힐 수 있다.

"네, 오세요. 괜찮아요."

-역시 진호. 알았졍.

"빨리 와용."

전화를 끊은 진호는 다미앙에게 사정을 설명하곤 12명을 보았다.

"지금 당장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오세요. 한국 데뷔니까."

눈을 부릅뜬 12명은 다급히 바깥을 향해 달려갔다.

* * *

12명의 남녀들이 트레이닝복을 입은 채 책상과 의자에 앉아 있고, 진호는 화이트보드에 영어를 적으며 강의를 하고 있다.

정말 급하게 구해 온 싸구려 철제 책상과 의자들이다.

달칵 문이 열리며 누군가 들어왔지만, 그 누구도 듣지 못했다. 진호만이 5초의 시간을 두고 고개를 돌렸다가 놀랐다.

레오와 제작진이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이쪽을 보고 있었다.

그제야 12명의 남녀들도 동요를 보였다.

"아, 형 왔어요? 잠시만요. 今日はここまで(오늘은 여기까지)."

"お疲れ様でした(수고하셨습니다)!"

우렁차게 대답한 그들은 책상과 의자를 든 채 빠져나갔다.

다급히 비켜섰던 레오가 '마이 솔로 라이프'의 제작진과 함께 안으로 들어왔다.

"저 사람들은 누구야?"

진호는 그들의 정체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했다.

"얼마 전부터 이쪽에 합류했어요. 모두 다 지금 제가 찍는 드라마에 엑스트라로 출연할 예정이고요."

제작진과 레오의 눈이 빛났다. 진호는 계획대로 됐다며 속으로 웃었다.

"휘유. 일본에 있는 원석을 다 모은 거야?"

레오가 혀를 내둘렀다.

몇몇은 당장 한국에서 배우를 해도 먹힐 얼굴이다.

일본 특화가 아닌 세계 특화의 외모와 몸매들.

"아직 한참 멀었어요. 한국에서도 활동할 건데 한국어와 영어는 기본으로 탑재해야죠."

"네가 바라는 연예인 허들은 참 높은 것 같아."

"저와 다미앙 씨, HU 에이전시를 믿고 들어온 사람들인데, 혹여 길이 맞지 않아 떠나더라도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야죠."

참 많은 것을 떠올리게 만드는 말이었다.

레오는 생각에 잠겼다.

"아, 회사 구경시켜 드릴게요."

진호는 레오에게 회사를 구경시켜 주었다.

모두 반갑게 레오를 맞이해 주었다.

"여기가 팀 이진호의 두 번째 계약자의 사무실이에요."

벌컥 문을 연 진호는 미간을 좁혔다. 재준이 라꾸라꾸 침대에 누워 자고 있었다. 방송은 켜 놓은 채 말이다.

진호와 레오의 등장에 채팅창이 떠들썩해졌다.

"잠시만요."

진호는 걸어가 냅다 재준을 걷어 찼다.

쿵! 재준이 침대에서 떨어졌다.

"억! 뭐야! 지진이냐!"

"너 누가 일하는 시간에 처 자래."

"72시간 방송 중이다, 인마. 그리고 내가 월급 받고 일하는 것도 아닌데, 잘 수도 있지. 헉?"

레오를 발견한 재준은 벌떡 일어났다.

"아이고, 이게 누구십니까! 한류 최고 스타 레오 씨 아니십니까! 형님들 스톱! 후원금 쏘려는 마우스 손 떼! 출연료 감당 안돼!"

-응. 출, 연, 료, 였, 다.

-보, 태, 써.

"아아악! 하지 마! 하지 말라고요, 형님들!"

진호는 발광하는 부끄러운 친구를 외면하며 레오를 보았다.

"나가시죠."

"어, 으응."

둘은 근처의 카페로 향했다.

"회사가 넓고 좋던데?"

"경리실장님이 엄청 노력하셨죠. 그런데 어찐 일이세요?"

"아, 놀자고."

"응? 형하고요? 뭐 하면서요?"

클럽조차도 잘 가지 않는 레오다.

"……."

"풋!"

레오는 재빨리 제작진을 보았고, 그들은 급히 고개를 돌렸다.

"그러는 너는 마치 잘 노는 것처럼 말한다?"

이번엔 진호가 침묵했다.

레오는 가소롭다는 듯 웃었다.

"아, 저분이 그분이야?"

제작진도 눈을 초롱초롱 빛냈다.

요새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귀요미 보디가드다.

오늘의 월터는 노란 셔츠에 베이지 색 바지를 입은 채 여중생으로 보이는 듯한 소녀들에게 시달리고 있다.

딸보다 어린 소녀들이다 보니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진호는 그가 선 자리를 보곤 고개를 저었다.

'한국은 저격 같은 게 없다니까.'

경호 대상을 저격에서 보호하기 위한 포인트에 그가 서 있다.

카페에 들어서자마자 퇴로부터 살핀 진호 자신이 할 생각은 아니지만, 월터는 아직도 힘이 들어가 있다.

"최고의 경호 인력이죠."

"크크큭. 그나저나 네가 예능에 출연하지 않는 이유가 있구나."

진호는 현재 예능에 출연하지 않고 있다.

음악 방송이나 음악 예능도 마찬가지다.

새 작품이나 신곡이 나오면 무조건 해야 하는 스케줄들.

그래서 방송가에서 조금씩 말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웃긴 말이지.'

진호는 처음부터 예능에 잘 출연 하지 않았다.

"일본에서 스태프가 넘어오면 조금 여유가 생길 거예요."

"빨리 오길 바라야겠네."

고개를 끄덕인 진호는 조금 남은 커피를 원샷했다.

"일어나시죠."

"어디 가게?"

"음, 경복궁? 남산? 동물원? 뭐 어디든 가면 되죠."

어이없다는 듯 웃은 레오도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났다.

* * *

레오와의 하루는 자전거를 타고 경복궁과 남산을 둘러보는 것으로 끝났다.

일상은 다시 평소대로 돌아갔다.

수많은 엑스트라가 참여한 공원.

탁. 대본을 덮은 진호가 미간을 좁힌다.

"흐음."

"왜?"

진호는 옆에서 초콜릿을 까먹는 김세연을 보며 콧잔등을 씰룩였다.

"양치 안 하냐?"

오늘은 그녀와 키스신이 있는 날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키스는 아니지만, 마우스와 마우스가 부딪치는 건 맞다. 그리고 오늘 일로 인해 제이의 마음에 큰 파문이 생긴다.

"올! 우리 진호찡. 누나와의 키스를 기대하고 있쪄요? 그래, 이 누나가 한 입술 하지?"

"당장 순댓국 시켜 먹기 전에 양치하고 오지?"

"순댓국! 내 거도 시켜 줘!"

'때릴까?'

진호의 주먹이 부르르 떨렸다.

"니들은 또 싸우냐?"

장영진과 김윤식이 한심하다는 듯 보았다.

너무 억울했지만, 진호는 어른이 참는 거라고 생각했다.

"안 싸웁니다. 꼬맹이하고 무슨."

"야! 너 이렇게 글래머한 꼬맹이 봤어?"

진호는 가슴을 내미는 세연을 안 쓰럽다는 듯 보았다.

"응. 많이 봤어. 피팅하는 애들은 다 너보다 몸 좋아."

"씨이."

무시한 진호는 장영진은 보았다.

"그런데 안나가 너무 불쌍하지 않아요?"

제이는 가출한 안나를 달래 그녀에겐 감옥인 집에 데려가기 위해 뇌물로 복숭아 아이스크림을 준비해 안나에게 아빠가 준 거라며 속인다.

지독한 복숭아 알레르기가 있는 그녀에게 말이다.

미치도록 아빠를 사랑하지만 돌아봐 주지 않는 아빠에 점점 지쳐 가던 안나에겐 그건 사형 선고였고, 결국 그녀는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인다.

"그런 불쌍한 애들 네가 죽이는 거지. 이 나쁜 놈."

맞는 말이라 뭐라 반박할 수가 없다.

"쩝. 그래도 안나가 다른 선택을 했으면 좋을 텐데."

생사의 위기지만, 결국 자살이다.

"맞아요. 저라면 오히려 이 악물고 살아남을 거예요."

진호는 세연의 말에 고개를 끄덕 였고, 김윤식과 장영진은 씁쓸히 웃었다.

"이런 사람이 있으면 저런 사람도 있는 법이지."

"그럼요. 남들이 보기엔 사소한 것 같지만, 그게 당사자에겐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 이유가 될 수 있으니까."

진호는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자신도 그런 적이 있으니 말이다. 여드름 뚱땡이일 시절에 말이다.

'흠. 리메이크는 그 곡으로 해 볼까?'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아, 그보다 진호야."

"네?"

"요새 예능 쪽에서 콜 많이 오는 거 알지?"

안다. 지상파 예능에서 엄청난 콜이 들어오고 있다.

이십 대 초반의 주연 배우에 김윤식, 김수혜, 김세연, 장영진.

이 외에도 멤버가 너무 화려하다. 더욱이 예능을 거의 찍지 않아서 신비함 그 자체인 김윤식과 김수혜가 있다.

"첫 화가 방송되면 그중에 하나 정도는 출연해야 할 것 같은데, 괜잖겠어?"

"이 아저씨는 진호 네가 나가야 출연할 거다. 수혜도 그럴 거고. 혼자 나가기에는 예능 울렁증이…… 대체 예능에 나가면 무슨 말을 해야 하는 거냐?"

김세연도 슬그미니 고개를 돌렸다.

모두 연기만 해 온 사람들이라서 예능 울렁증이 있었다. 그들이 예능에 출연하지 않은 이유는 이 울렁증 때문이었다.

"큭큭. 그럼 토크 예능 쪽으로 한 번 알아볼게요."

장영진을 위해서라면 예능 한번 출연하는 것쯤은 상관없었다.

"방송사는 상관없으시죠?"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진호는 김세연을 보았다.

"그런데 너 진짜 양치질 안 할 거야?"

"양치질?"

씩 웃은 그녀는 과자를 뜯었고, 진호는 활짝 웃으며 그녀를 덮쳐 갔다.

"오냐, 배 터질 때까지 먹어 봐라!"

"꺄아악! 진호가 여자 친다!"

김세연은 도망쳤고, 진호는 그 뒤를 쫓았다.

장영진과 김윤식은 음흉하게 웃었다.

"저러다 정들지."

"뭘요. 한쪽은 이미 좋아하는 것 같던만."

"그렇지?"

둘은 서로를 보며 흐흐흐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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