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126화 (126/424)

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 6권 1화

1. The J

프랑스의 어느 레스토랑.

백발의 노인과 디올의 CEO 피에트로 베타리가 서로 마주 본 채 식사를 하고 있다.

"자네의 뮤즈가 한국 드라마의 주연이 됐군. 성공할 거라고 보나?"

"제 젊은 친구는 이번에도 제 예상을 뛰어넘는 성과를 이루어 낼 겁니다, 아르노."

아르노 베르베우, 초거대 명품그룹 'LVMH'의 주인이다.

"너무 빠져 있군."

아르노 베르베우의 눈빛이 날카롭다.

질책이다.

"매출 상승률을 보시고도 이런 말을 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후원금 50만 유로? 200만 유로를 준다 해도 모자랍니다."

"천만 유로라 생각하나?"

"그 이상."

끼긱! 스테이크를 우아하게 썰던 아르노의 칼이 엇나갔다.

"제 젊은 친구를 머리에 똥만 찬 머저리 모델들과 비교하면 곤란합니다. 악마 같은 두뇌와 끝 모를 재능이 그가 양손에 든 무기입니다, 아르노."

확실히 그렇다. 사람을 풀어 알아 보니 단 10분 만에 로마시에서 촬영 협조를 얻어 냈다.

몇 개 국어를 한다는 건 의미가 없다.

그 똑똑한 머리를 이용할 줄 안다는 게 중요하다.

끌려가는 사람이 아니라 주도 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악마 같은 두뇌라…….'

"흠. 적당한 걸로 세 곳 더 붙여 봐."

피에트로 베타리의 눈이 빛났다.

LVMH에 소속된 50여 개의 명품 브랜드 중 세 곳이라는 뜻이다.

"절 밀어주실 줄은 몰랐군요."

"기업가는 언제나 이득을 생각할 뿐이야. 지금 유리하다고 방만하게 굴어도 상관없어."

어차피 피에트로 베타리를 대신 할 사람은 수없이 많다.

"실망은 시켜 드리지 않겠습니다."

코웃음을 친 아르노 베르베우는 와인을 마셨고, 피에트로 베타리는 마지막 스테이크 조각을 입안에 넣었다.

이후 둘의 식사는 조용히 진행 되다가 끝났다.

* * *

"편당 5억이면 뭘 할 수 있을까, 진호야."

"뭐든 할 수 있겠죠."

자신의 늙은 친구 피에트로 베타리가 다시선물을 주었다. 명품 브랜드 세 곳과의 후원 계약이다.

그중 하나는 겐조였다.

그리고 그들의 The J 투자 계약. 그들이 그렇게 투자 계약을 맺자 원래 투자 계약을 했던 디올, 지방시, 태그호이어에서도 경쟁하듯 투자 금액을 높였다.

'가서 발이라도 씻겨 드려야 하나?'

이후 연락을 받지 않으니 머릿속이 굉장히 복잡했다.

무슨 사건이 일어난 것 같은데, 알 수가 없어서 답답했다.

진호는 핸드폰으로 인터넷에 접속해 봤다.

The J! 순수 촬영비만 백억! 총 제작비 예측 불가!

어디서 새어나간 건지 모르지만, 인터넷이 시끄럽다.

"흠. 일단 범인부터 찾아내서 쫓아내야겠네요."

"그, 그건 맞지만…… 안 떨려? 부담 안돼?"

"투자자들이 어떻게든 성공시키려고 할 것 같아서."

"그건 그렇지."

막 찍어도 성공할 것 같은 느낌이다.

"모레 출발하는 게 정말 다행이네."

진호도 고개를 끄덕였다.

"조연출! 촬영 기구부터 업그레이드해! 위약금 물어도 괜찮아!"

"예!"

"공항에 신고도요."

"그렇지! 공항에 신고도 해! 물품 바뀌었으니까!"

"예!"

진호는 몸을 일으켰다.

"어디 가? 이런 날엔 술 한잔 해야지."

"부모님 식사 차려 드려야 해요. 10일 외박하고 10년 쫓겨나지 않으려면……."

"독립 안 해?"

"나중에 결혼할 때쯤에나 뵙게 될걸요."

"그래, 수고해라. 첫 촬영에 선물 있을 테니까 기대하고."

"음? 네. 감독님도 수고하세요."

고개를 꾸벅 숙인 진호는 입술을 내밀며 집으로 향했다.

* * *

첫 촬영장소는 두바이의 어느 외곽이었다.

중동의 많은 나라 중 그나마 안전한 아랍에미리트. 거기서도 가장 안전한 두바이.

처음 물망에 올랐던 나라는 인도 였지만, 제작비가 풍족하다 못해 넘친다. 굳이 불편함을 자처할 필요가 없었다. 엑스트라로 쓸 배우들도 아랍에미리트에서 구했다.

"음? 어?"

흙과 돌뿐인 언덕의 공터에 세워진 벽 없는 천막.

오늘 촬영에서 소품으로 쓸 총기류를 살피던 진호는 깜짝 놀랐다. 총구에 희미하게 남아 있는 화약 냄새.

진짜 총이다.

그는 다급히 장영진을 보았다가 다시 놀랐다.

완전무장을 한 채 다가오는 열 명의 사내들 때문이다.

"월터! 헨리!"

마이애미 다인코프 훈련소의 스태프들.

진호는 그제야 진짜 총이 이곳에 있는 이유를 알게 됐다.

'감독님이 말한 선물이 이거구나. 와! 제작비를 아주 막 쓰시네.'

포옹하는 것으로 오랜만의 해우를 나눈 진호는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런데 다들 연기는 할 수 있어요?"

"가끔 용돈벌이로 할리우드 영화에 엑스트라로 출연하니까 걱정 마. 그보다 이 장소 지노 네가 정한 거지?"

"이 근처에서 진지로 쓸 곳은 여기밖에 없더라고요."

"정말 소름 끼치는 재능이야. 자, 다들 내놔."

월터를 제외한 다른 스태프들이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10달러를 꺼냈다.

어이없어하던 진호는 고개를 저었다.

"아, 화기를 지원해 준 거 고마워요."

제작된 소품으로는 표현하기 힘든 진짜만의 디테일이 있다.

"우리를 위해 비행기 표와 숙소를 구해줬는데, 이 정도는 해 줘야지."

"난 이번에 처음으로 전세기를 타 봤잖아. 군용기가 아니라 여객기에 딱 우리 열 명만 있는 기분은, 크으."

'정말 막 쓰시네.'

엑스트라를 할리우드 톱 배우 대접해 주고 있다.

물론 그게 아니라면 이들은 움직이지 않았을 테지만 말이다.

"그래서 우린 지금부터 뭘 하면 되지? 미스터, 아니 디렉터 장이 지노 네게 들으면 된다고 했는데 말이야."

"당연히 브리핑부터죠. 시간 때는 해 진 저녁. 인질을 끌고 가다가 습격을 받을 예정이니까."

"호오."

"그거 재밌겠네."

실제라면 끔찍하지만 가짜라면 재밌다.

그들은 벌써부터 흥분했다.

진호는 그런 그들을 보며 진한 미소를 지었다.

이들의 합류로 동선의 디테일이 미친 듯 올라갈 예정이다. 일반인은 아무리 설명해도 이해할 수 없는 포지션과 대형이란 게 있다. 사격이나 대응 자세, 그리고 리얼리티도 다르다.

영상이 죽이게 뽑힐 게 분명했다.

"아, 험비 가져오셨죠?"

"당연하지. 이런 지형에 험비가 없으면 쓰나."

"대전차 지뢰도 가져왔어. 뇌관은 제거한."

"와우."

진호의 미소는 더욱 짙어졌다.

* * *

타다당! 투다다다다!

어둠으로 가득한 사막의 도로에 총격전의 총성이 울려 퍼진다.

"Back-up! Back-up!"

"RPG!"

"In Coming! In Coming!"

콰고ㅏ쾅!

앞의 험비가 폭발해 뒤집히고 주위에 있던 용병들마저 날아간다.

"대형을 맞춰!"

"크악!"

"6시! 저격수!"

"대장!"

몸을 돌린 진호가 조준경을 보며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Clear!"

오싹! 급히 고개를 돌린 진호가 입을 크게 벌렸다.

퍼억! 어깨에 큰 충격이 일어나며 몸이 넘어졌다.

"윽!"

"대장!"

"난 신경 쓰지 말고 몰아쳐!"

"FUCK!"

투다다다다다!

진호도 다급히 일어나 총을 들어 한 명씩 제거해 갔다.

저녁, 적의 총구에서 일어난 불꽃이 그들의 위치를 알려 주었다.

커어어어엇!

타당! 마지막 총소리와 함께 적막이 찾아들었다.

짝! 짝! 짝! 짝! 짝!

"오케이! 빌어먹을 오케이! 브라보! 원더풀! 퍼펙트!"

메가폰을 든 장영진이 방방 뛴다. 피식 웃은 진호는 다인 코프 훈련소의 스태프들을 보았다.

"크아! 스트레스가 해소되는구나!"

"와오. 이런 상황이면 꼼짝 없이 죽는 건데 이기고 있어!"

웃음만 나왔다.

진호는 흙과 피로 물든 헬멧을 벗으며 장영진에게 다가갔다.

"캬. 이게 영화야, 드라마야?"

장영진이 혀를 내두르고 있다. 영화를 찍을 때도 잘 터트리지 못하는 폭약이 미친 듯 터졌다. 할리우드 전쟁 영화를 보는 것 같다.

"잘 나왔어요?"

"그걸 말이라고 해?"

장영진은 방금 전 열 대의 카메라로 찍은 장면을 보여줬고, 진호는 눈빛을 가라앉혔다.

그러다 이내 엄지를 치켜세웠다.

"역시 우리 감독님. 윤식 아저씨 도 얼른 와서 보세요."

잠시 주위가 조용해진다.

"에이. 이놈은 만날 안 속아 줘."

스태프 사이에서 김윤식이 모자를 벗으며 나왔다.

"으흐흐."

김윤식은 모레 있을 촬영을 위해 하루 먼저 온 듯했다.

다가와 영상을 본 그는 혀를 내 둘렀다.

"좋네. 역시 우리나라도 시간과 돈을 투자하면 이런 영상이 나온다니까. 역시 믿고 보는 장영진 감독님. 응?"

"믿고 보기는. 말아먹은 게 몇 갠데."

그래도 그의 입술은 꿈틀거렸다. 진호가 씩 웃었다.

"저희 다시 찍을까요?"

장영진과 김윤식이 식겁했다.

"돼, 됐어! 다시 찍으려면 폭약에 험비에! CG 입히면 돼!"

"돈 무서운 줄 알아, 인마!"

진호는 웃음을 흘렸고, 이내 다가온 다인코프 훈련소의 스태프들도 영상을 보더니 함박 미소를 지었다.

* * *

치이이이익!

"음. 음음."

커다란 그릴 위에서 햄버거 패티와 소시기, 고기가 익어 간다.

여자 스태프들은 또 살찌겠다 울상을 지었고, 남자들은 맥주를 찾았다. 월터 등 퇴역 용병들은 이미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정말 여기가 중동기지인지, 휴양지인지."

5.11 택티컬 바지만 입은 채 막사 앞에서 고기를 굽는 진호의 모습은 중동에 지어진 미군 기지의 미군 병사와 똑같다.

그런 진호의 등엔 미 특수부대의 문신이 그려져 있다.

헤나다.

"그런 칭찬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정말 생각 없어?"

이곳 진지의 모든 소품 배치를 진호가 다 했다.

미치도록 욕심이 나는 인재가 아닐 수 없다.

"월터가 제 경호원 되는 건 어때요? 1년에 10만 달러. 숙식 제공은 별도."

"그건 좀 흥미가 당기네."

다인코프 훈련소가 다인코프 기업을 퇴사한 이들로 꾸려졌다지만, 월터는 아직 월급쟁이다. 수익은 당연히 용병으로 될 때보다 적다.

"생각해 봐요."

아직까지 경호원이 크게 필요한 건 아니지만, 앞으로 더 유명해지면 분명 필요해지는 순간이 있을 것이다.

그를 위해 먼저 투자를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준비는 다 하고 요리하는 거지?"

장영진과 함께 다가온 김윤식의 눈빛이 차갑다.

진호의 눈빛도 날카로워졌다.

"그럼요."

오늘 둘은 처음으로 맞붙게 된다. 연기 대결을 말하는 거다.

마주 보는 대결이 아니라도 존재감이 묻힐 수 있다.

"이 아저씨 안 봐준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진호의 목소리에서린 각오에 수더분하게 웃은 김윤식은 몸을 돌렸고, 진호는 그 등을 빤히 바라봤다.

'드디어 여기까지 왔구나.'

한국에서 연기하면 언제나 상위권에서 거론되는 연기자와 연기로 대결을 하게 됐다.

감회가 남달랐고,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는 것 같았다.

'질 순 없지.'

진호의 입가가 꿈틀거렸다.

"휘유. 미스터 킴은 무서운 사람이로군."

"할리우드의 조지 컬루니라고 생각하면 돼요."

"그렇게 잘생기지는 않았는데?"

튀어나오려는 웃음을 참은 진호는 소시지를 쿡쿡 찌르는 장영진을 보았다.

"그런데 감독님은 무슨 일이세요?"

"아, 맞아. 중국 쪽 투자자들 알지?"

"네."

중국 쪽에서 투자하는 게 편당 1 억였다.

"이탈리아에서 촬영할 때 참관하기로 했어. 알아 두라고."

"아, 그래요?"

"엉. 그런데 이건 언제 다 익냐?"

진호는 고기를 살짝 눌러 봤다.

"딱 좋은 미디음 웰던이네요."

진호는 집게로 그릴 통을 크게 쳤다.

따아앙!

"모두 접시 들고 줄 서세요! 식사 시간입니다!"

"오오오오오오!"

"밥이다!"

모두가 재빨리 달려왔고, 장영진의 특명을 받은 카메라 스태프가 이 모습을 찍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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