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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124화 (124/424)

게임 폐인의 리셋라이프 5권 24화

* * *

오해를 풀 틈도 없이 훈련이 시작됐다.

환장할 노릇인 진호는 눈치껏 그들이 훈련하는 모습을 보며 따라 했다.

[스킬 : 사상 최강의 제자] 외에도 여러 육체 관련 스킬들로 인해 만들어지고 훈련한 육체, 그리고 [스킬 : 전국수석]으로 천재가 된 두뇌가 그걸 가능케 했다.

기가 막히게 똑같고 또 날렵했던 지라 오해는 더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시간은 그렇게 흘러갔다.

뻑!

튀어나가듯 달린 진호는 박아 놓은 장애물을 탓탓탓 가볍고 경쾌하게 뛰어넘으며 다음 장애물을 향했다.

철조망을 기거나 물결치듯 만들어진 언덕을 오르내리는 것조차도 그에겐 걸림돌이 되지 못했다.

아니 오히려 그런 곳에선 더 빨라졌다.

[스킬 : 나는야, 자연의 왕자] 때문이다.

타다탁!

"도착!"

둘러메 온 구조자를 내려놓은 진호는 같이 출발했지만, 한참 뒤처 진 사람들을 향해 보란 듯 검지를 치켜세웠다.

도착선에서서 캠코더를 들고 있던 총교관 월터는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총 3백 미터의 거리에 세워진 장애물들이다.

그런데 얼마 전까지 현역이었던 이들보다 50미터 이상 빠른 것도 모자라 숨결조차 흐트러지지 않았다.

다른 이들과 달리 단독 군장에 총까지 들었는데도 말이다.

덕분에 단독 군장과 총을 드는 훈련병들이 많아졌다.

몸과 정신을 가다듬기만 하면 되는데도 정말 정식 훈련을 받는 것 처럼 달려들었다.

캠코더는 다인 코프 본사에 보낼 훈련병들의 훈련 영상이다.

"지노, 정말로 미군에 입대하는 게 어때? 추천해 줄 수 있어."

"제가 한 달에 버는 수익만큼 월급을 준다면요."

"그건…… 불가능하지."

진호란 존재가 너무 독보적이라 한번 찾아본 적 있는 월터는 진호가 세계적으로 알려진 모델이자 한국에서도 유명한 배우라는 걸 알게 됐다.

별 4개 장군의 연봉을 월급으로 줘도 부족하다.

자신이 일하다 퇴직한 다인 코프도 마찬가지다.

"그럼 좀 있다가 봐요."

월터는 멀어지는 진호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헤이, 지노."

"욥. 브로."

훈련소의 식당, 음식이 가득 든 식판을 내려놓으며 테이블에 앉은 진호는 옆자리에 앉은 퀭한 눈빛의 흑인과 주먹을 부딪쳤다.

"살아 있어요?"

흑인뿐만 아니다.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눈이 퀭하다.

새벽 5시에 시작해 오후 8시에 끝나는 훈련이 벌써 3주 차다. 흑인은 처음 만났을 때보다 훨씬 더 피부가 탱탱해진 진호를 보며 혀를 내둘렀다.

진호는 자신들보다 2시간은 더 훈련을 받는다.

"지노, 나한테만 말해 봐. 너 부대에서 행정병 했지? 사격 빼곤 다 잘하는 거 보니 맞는 것 같아."

"……하아. 특수 부대출신이 아니라고요. 몇 번을 말해요."

"극비 부대야? 707? UDT?"

"군대 자체를 안 갔다고요."

"으하핫!"

안 믿고 있다.

"아, 이 '흑형'이 진짜."

흑인의 눈이 빛났다.

"'흑형'이 우리 흑인의 우월한 신체 능력을 부러워 하는 말이랬지? 으하핫! 칭찬은 언제든 환영이야! 헨리, '흑형'이라고 해 봐."

"꺼져, 껌둥아."

"오케이! 붙자, 이 밀가루 자식아."

그렇게 일어난 둘은 닭싸움을 시작했고, 먼저 와 밥을 먹던 사람들이 휘파람을 불며 환호했다.

진호는 고개를 저었다.

다 거친 군인들뿐이라서 그런지 텐션이 너무 높다.

'역시 터프해. 아직 놀 힘이 남았…… 음?'

조금 떨어진 곳에 앉은 금발의 여성이 혼이 빠진 얼굴로 숟가락을 들고 있다. 툭 치면 쓰러질 듯 한 검은 낯빛. 눈빛도 그렇다.

"웩!"

제니퍼 로제는 입을 막으며 달려나갔다.

'쯧쯧쯧.'

특수 부대를 제대한 군인들도 이렇게 죽어나는데, 제대로 된 훈련 한 번 받아 보지 않은 그녀가 여기까지 버틴 게 용할 정도다. 고개를 저은 진호는 식사를 10분 만에 끝마치고는 테이블에 고개를 박았다.

"……드릉."

다른 군인들은 5주 차에나 하는 흔히 지옥주 훈련이라 부르는 훈련을 받은 지 벌써 3일째, 이렇게 짬짬이 자지 않으면 남은 훈련을 버틸 수 없다.

흑인과 주위 사람들은 머리를 대자마자 잠든 진호를 보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이런데도 군인이 아니라고?'

'정말 극비 부대인가 보네.'

'707일 확률이 높겠군.'

군인들의 오해는 날이 갈수록 깊어졌다.

* * *

오늘 오후 첫 번째 훈련은 레펠이었다.

"어후, 개운해. 완전 꿀잠 잤네."

[스킬 :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가 현재 조건을 해금을 시키고 있는 스킬과 시너지를 일으켜 아무 데서나 잘 자게 했다. 느낌상 효율도 훨씬 더 좋아진 것 같았다.

레펠을 배우기 위해 교장으로 이동하던 진호는 앞서 걷는 제니퍼 로제의 풀린 무릎을 보며 작게 한숨을 내뱉었다.

'이러다 정말 사고 나겠는데에!'

진호는 반사적으로 팔을 뻗었다.

그녀가 주저앉고 있었다.

꽉!

그녀의 몸이 줄에 걸린 인형처럼 그대로 멈춰 버렸다.

"괜찮아요?"

"……괜찮아요. 고마워요."

"음. 쉬는 것도 훈련이에요. 이러다 정말 사고 나요."

"극한을 알고 싶어서 그래요. 이 보다 훨씬 더 지독한 훈련을 통과해 당당히 네이비 씰이 된 여군들 처럼."

무릎에 힘을 준 그녀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독하다, 독해.'

고개를 저은 진호는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않으며 따랐다.

오늘 레펠 훈련은 머리부터 떨어지는 역레펠이었다.

'어후, 높다.'

5층짜리 구조물이다. 3층을 살피고 땅에 착지하는 게 목표다. 그러나 겁은 나지 않았다. 진호는 얼른 역레펠 자세를 취했다.

"헤이, 로제. 괜찮겠어요?"

"걱정…… 말아요."

옆에서 거꾸로 매달려 교관과 이야기를 나누는 그녀를 본 진호는 다시 혀를 찼다.

'머리에 피가 쏠리면 안 괜찮을 텐데.'

"지노. 괜찮아?"

"너무 편안해요. 이대로 자도 돼요?"

"……넌 정말 미쳤어."

"흐흐흐."

조교들이 모두 준비됐다는 신호를 보내자 월터가 호각을 불었다.

삑!

진호는 줄을 잡은 채 벌렸던 팔을 오므렸고, 몸은 빠르게 떨어져 내렸다.

지이이이이익!

'사 층. 삼 층!'

진호는 재빨리 팔을 잡아당겼고, 몸은 바로 제동이 걸렸다.

'오케이. 아무도 없…….'

지이이이이!

옆을 본 진호는 경악했다.

내려오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 눈도 눈동자가 보이지 않는다.

땅에 있던 조교들도 뭔가 이상함을 감지하고 달려왔다.

결국 사고는 터지고 말았다.

"이 씨발!"

생각할 것도 없이 벽을 찬 진호는 스쳐 떨어지는 제니퍼 로제의 바짓단을 움켜쥐며, 줄을 잡은 손을 잡아당겼다.

우직!

몸이 멈추며 어깨가 미미한 비명을 질렀다.

"끅!"

"Fuck! 지노! 그대로 버텨!"

"빌어먹을! 거기 있어요! 내려가는 게 더 빠르니까!"

진호는 천천히 내려가기 시작했고, 조교들은 재빨리 그녀를 받아 들었다.

착지한 진호는 바닥에 눕혀져 뺨이 두드려지는 제니퍼 로제를 보며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어후. 니가 재준이었으면 정말 한 대 맞았다."

퍼억!

"억!"

온정을 담은 손바닥들이 등과 머리에 쏟아졌다.

"수고했어, 지노! 넌 오늘 전우를 살린 거야!"

"역시 스페셜리스트, 진!"

"이 영상을 다음 달에 올 네 촬영 팀에게 주면 좋아하겠는걸!"

진호는 카메라를 든 조교를 보며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뭐해요! 어서 병원으로 옮겨야지!"

"걱정 마. 바로 앰뷸런스를 불렀으니까. 넌 어깨 괜찮아?"

"……네. 괜찮은 것 같네요."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같이 앰뷸런스 타고 가 봐."

그렇게 앰뷸런스가 올 때까지 그녀는 깨어나지 않았고, 그날의 훈련은 더 이상 진행되지 못했다.

* * *

3차 해금 조건 '다섯 가지 총기로 총알 천 번씩 쏘기'와 4차 해금 조건 '군용 살상술 세 가지 배우기'를 해금할 때까지 제니퍼 로제는 돌아오지 못했다.

사실상 거의 아웃이라고 봐야 했다.

이제 남은 건 5차 해금 조건인 '일주일간 정글에서 생존하기'와 6 차 해금 조건 '인질 구출하기'뿐이다.

한꺼번에 해치울 수 있는 조건이었다.

"정확히 팔 일째 되는 날 찾아가도록 할게요."

월터는 콧방귀를 꼈다.

"그 전에 잡히게 될 거야, 지노. 정글은 네 생각보다 훨씬 위험한 곳이거든."

"글쎄요……."

진호는 의미심장하게 웃었고, 다시 콧방귀를 뀐 월터는 캠코더를 툭툭 두드렸다.

"제대로 망신, 아니 메이킹 필름으로도 쓸 수 없게 해 주지."

진호가 VVIP 코스를 선택하며 붙였던 옵션.

한국에 있을 장영진에게 보낼 메이킹 필름 촬영본.

그날그날 보내기 때문에 만날 장영진의 흥분한 목소리를 들어야했다. 장영진은 만날 액션 장면을 고치고 있다며 행복한 비명을 질렸다.

"지면 바비큐 파티 잊지 마요. 저 많이 먹는 거 알죠?"

장난스럽게 웃은 진호는 마지막으로 장비를 점검하곤 정글로 향했다.

대검, 소음기 달린 라이플과 권총, 탄창 6개.

모두 완벽했다.

진호는 정글에 발을 딛기 전 복면을 끌어 올렸다.

'정글은 내 집이란 걸 알까나 모를까나.'

돼지, 소, 닭. 애정 그 자체인 세 종류 고기로 하는 바비큐 파티. 벌써부터 침이 꼴깍꼴깍 넘어갔다.

그렇게 진호가 정글로 들어간 지 정확히 6시간이 흐른 후 월터는 조교들을 둘러봤다.

"지면 진짜 망신인 거 알지?"

"……."

그들은 대답 대신 가상 모의 훈련에서 쓰이는 배터리 달린 군용 조끼와 무장을 점검했다.

"출발."

* * *

탁!

택시의 차 문을 닫고 내린 장영진은 카메라 가방을 고쳐 매며 다인 코프 훈련소를 보았다.

'우리 진호가 일주일 사이에 얼마나 변했을까?'

언제나 새로운 모습을 보인 진호다.

심장이 거세게 뛸 만큼 기대되었다.

"한국에서 온 미스터 장입니까?"

다가온 덩치 큰 백인이 영어로 묻자 장영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제가 미스터 장입니다. 내 배우는 훈련을 잘 받고 있습니까?"

"잘 받고 있냐라……."

어이없어 하는 월터의 모습에 장영진은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직접 보시면 알 겁니다. 따라오십시오."

월터는 그를 사격장으로 안내했다.

총소리가 점점 커져 갔다.

그렇게 야외 사격장에 도착한 장영진은 순간 눈을 깜빡였다. 낯익으면서도 낯선 등을 지닌 선글라스와 복면, 헬멧을 쓴 사내가 총구를 이리저리 돌리며 표적을 향해 총알을 발사한다.

타타탕! 타타탕! 타타탕!

빗나가는 것 없이 총알은 모두 철제 표적에, 그것도 모두 머리에 박히며 때대댕 소리를 낸다.

총을 비틀어 탄창을 뽑아내고, 절도 있으면서도 매끄럽고, 순식간에 다시 탄창을 결합해 다시 총을 발사하는 모습은 마치 누군가를 연상시켰다.

'존 윅?'

"키아노 어빙입니까?"

"……역시 당신도 그렇게 느끼시는군요."

장영진은 눈을 부릅떴다. 온몸에서 닭살이 돋았다.

월터는 헛웃음을 흘렸다.

그는 아직도 그날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정글을 집처럼 삼아 오며 수많은 작전을 완수해낸 자신들이 무려 일주일 동안 진호를 찾지 못한 것도 모자라 8일째 되던 날 새벽 소리 없이 전멸을 당했다.

자고 있던 중 목에 닿는 날붙이에 기겁하며 깼을 때 본 진호의 하얀 건치.

그리고 밖으로 나가자 보인 불이 깜빡이는 헬멧을 쓴 채 멍 때리고 있던 동료들의 모습은 다시 꾸고 싶지 않은 악몽이었다.

그렇게 자신들 6명은 그날 한 번 죽었다.

"푸후!"

헬멧을 벗으며 복면을 내리자 진한 화약 냄새가 코를 찔러 왔다. 표적을 보곤 만족스럽게 웃은 진호는 그대로 몸을 돌려 장영진에게 다가갔다.

그가 왔다는 건 이미 느끼고 있었다.

"감독님!"

"……어이구, 내 새끼!"

'잉?'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었다.

뭔가 얼떨떨했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아, 그보다 일 화 폭파 신 동선 도면 가져오셨죠?"

"암. 누가 가져오라고 한 건데, 당연히 가져왔지."

아지트를 습격해 온 특수 부대를 몰살시키는 신이다.

"그거 폭탄 위치와 특수 부대 진입 루트를 다시 짜야 할 것 같은데……."

스킬을 얻자 시선이 달라졌다.

어떻게 하면 더 쉽게 몰살시킬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더 쉽게 침투할 수 있는지. 어디서 저격을 해야 하는지.

[스킬 : 괴도 루팡]과 시너지를 내자 떠나기 전에 보았던 모든 신의 동선들이 거슬렸다.

그렇다면 고쳐야 했다.

"그래. 우리 진호가 하고 싶은 거 다 해."

"흐흐. 그런가…… 응?"

옆 복도를 본 진호는 깜짝 놀랐다.

제니퍼 로제가 이쪽을 향해 다가 오고 있었다.

'어? 야. 잠깐?'

와락!

거침없이 다가온 그녀가 거칠게 안아 왔다.

"음."

'닿았!'

떠나가는 감촉이 무척이나 아쉬웠다.

마주 본 그녀의 눈은 굉장히 맑았다.

"고마워요, 지노."

"……무사해서 다행입니다, 로제. 그럼 전 이만."

진호는 장영진을 부르며 몸을 돌렸다.

그 순간 팔이 잡혔다.

"지노!"

몸이 돌려진 진호는 그녀의 눈동자를 보며 입을 열었다.

자존심이 구겨진 건지 굳어 버린 눈.

'아, 이 죄 많은 남자 같으니…….'

"세 살 이상의 연상은 취향이 아니라서 읍?"

피하는 건 남자가 아니었다. 하지만 물컹 들어오는 혀가 모든 정신을 빼앗았다.

"……휘이이익!"

"멋지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휘젓다가 빠져나간 물컹이가 아쉬울 뿐이었다.

제니퍼 로제는 멍한 진호를 보며 윙크를 했다.

"연락해요. 감사할 게 아주 많이 남았으니까."

종이를 쥐어 준 그녀는 왔던 것 처럼 거침없이 걸어나갔고, 진호는 그녀가 보이지 않을 때쯤에야 정신을 차렸다.

"……와우."

'역시 미국! 화끈해!'

"그냥 미국에서 살아?"

"안 된다, 진호야!"

진호는 버럭 소리를 지르는 장영진을 보며 아차 했다.

[스킬 : 갓 오브 워]

[고개를 들지 마라. 숨을 쉬지 마라. 긴장을 늦추지 마라. 그리하면 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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