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폐인의 리셋라이프 5권 22화
7. 코드네임 J
[단독특종!]
-배우 이진호, 나도 가수다!
-광란의 5시간 콘서트!
-게릴라 콘서트의 계보를 잇다!
-강철성대 장파오! 더 씨프 천만 찍고파!
-알찼다. 풍성했다. 가수도 못하는 콘서트! 잘 노는 한국대!
인터넷이 시끄럽다.
실시간 검색어가 온통 진호와 연관된 검색어뿐이고, 음원 사이트에서는 다섯 곡의 역주행이 일어나고 있었다.
프로젝트 L의 작곡가가 레오임이 밝혀지자 기자들이 몰려들었고, '아이돌 음악이 아니면 성공 못하는 대중가요', '우리의 감성은 언제부터 메마르게 됐나', '낭만이 사라진 가요계' 등의 특집 기사들이 적혔다.
가장 이슈가 된 특집 기사는 매일 스포츠의 김영란 기자가 쓴 '아이돌 음악이 아니면 성공 못하는 대중가요'였다.
세상이 이렇게 시끄러워지자 더 씨프는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800만, 900만 관객 수를 늘려 갔다.
그러더니 결국 개봉 36일 만에 천만을 돌파했다. 그런데도 기세는 죽지 않고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었다.
진호도 이제 천만 배우가 되었다.
그사이 팀 이진호는 이사를 했다.
"……좋네요."
청소를 마친 넓고 깔끔한 내부. 평수만 따지면 이전 사무실보다 반 배는 넓다. 재준을 위한 방송 스튜디오를 따로 내줄 정도였고, 연습실도 많이 넓어졌다.
각 팀도 파티션을 나누어 정말 회사처럼 꾸몄다.
직원들 모두 만족했다.
다미앙은 진호의 말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
이제야 HU 에이전시 아시아 총괄 지사 있을 당시 자신과 자신의 팀원들이 머물던 사무실과 크기가 똑같아졌다.
진호와 계약하고 약 3년. 드디어 여기까지 온 것이다.
감흥이 남달랐다.
"그렇군요."
"다음에 옮길 땐 건물을 통째로 샀으면 좋겠어요."
"그, 그렇습니까?"
"네."
참 좋은 곳이지만, 겨우 이 정도로 안주할 수 없다.
"일단은 JH 구사옥 정도를 목표로 하죠."
"……멋지군요."
역시 다미앙 자신의 최고 작품다운 포부였다.
"그럼 재계약을 진행하실까요?"
"그럼요."
처음 다미앙과 계약했던 기간이 3년이다.
이제 재계약을 해야 할 때다. 모든 직원들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진호는 계약서를 훑어보았다. 그러곤 망설이지 않고 사인했다. 안도와 환희의 박수가 터져 나왔다.
진호와 다미앙은 서로의 손을 마주 잡았다.
재준이 그 장면을 실시간으로 송출하고 있었다.
이사한 당일에다가 재계약이다.
어수선한 분위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그래서 다미앙과 진호는 모든 직원들에게 아예 전화기 선을 뽑아 버리라고 명령했다.
둘은 다미앙의 사무실에 있는 소파에 앉아 커피를 마셨다.
"코드네임 J도 촬영이 확정됐으니, 이제 팀 이진호의 규모도 좀 키워야겠네요."
"흠. 아직은 이른 게 아닌가 싶군요."
진호가 천만 배우가 됐다고 하지만, 주연으로서 천만이 아니다. 결국 음원 사이트 1위를 포함해 10위안으로 모든 음원을 역주행 시켰다지만, 가수로서는 신인이다.
"그럼 협약을 맺는 걸로 하죠, 뭐."
"협약…… 말이십니까?"
다미앙은 미간을 좁혔고, 진호는 웃으며 커피 잔을 들었다.
"일본 아시아 총괄지사에 있는 팀 다미앙 소속의 모델, 그리고 모델과 연예인 지망생들이요."
흠칫!
다미앙의 낯빛이 변했다.
"……속이려 했던 것은 아닙니다."
"알아요. 그쪽에도 팀 소속의 캐스팅 디렉터가 있는 거죠? 그리고 원래 데리고 있었지만 떠나간 팀원들이 팀 다미앙 소속의 모델들을 방해하고 있을 테고요."
"후우."
정답이었다.
진호가 거듭된 성공을 하면서 위기감을 느낀 옛 부하 디렉터들이 훼방을 놓고 있었다. 그러나 그건 정당한 싸움이라서 HU는 방관을 하고 있었다.
"언제부터 아셨습니까?"
"다미앙 씨가 한번 일본에 가면 최소 오 일은 체류하실 때부터요."
다미앙은 종종 아시아 총괄지사의 일 때문에 일본에 넘어갔다.
"제 생각으론 여기서 쌓인 노하우, 그리고 저를 보며 쌓은 노하우가 그쪽에 풀렸을 것 같은데, 아닌가요?"
모든 게 들켜 버린 그는 결국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결국 거기까지 읽어 버리셨군요."
"다미앙 씨는 사업을 하는 사람이잖아요."
히죽 웃는 진호는 씁쓸히 웃는 다미앙을 보며 입을 열었다.
"그러니 이 부분도 사업적으로 접근하죠."
"……어떻게 말입니까?"
"분야를 넓혀야죠. 모델 에이전시 답게. 무대는 한국으로. 노하우에 대한 보안도 지킬 겸 해서요."
"……좋군요."
다미앙의 입가에 미소가 서렸다.
진호는 그게 너무 만족스러웠다.
"그럼 이 부분은 장경아 실장과 상의하도록 하겠습니다."
"저도 불러 주세요. 사업은 언제든 배우고 싶으니까."
"하핫.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둘은 다시 악수를 했고, 진호는 몸을 돌려 사무실을 나섰다.
그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기 시작했다.
다미앙은 진호 자신 때문에 모든 걸 포기했다.
그동안 쌓은 커리어, 직원, 모델. 승진 기회까지.
'저 때문에 포기하신 그 모든 것. 이제부터 천천히 돌려드릴게요.'
그를 위해서라면 남의 행복도 뺏을 수 있었다.
* * *
-그만. 뭐가 이렇게 사나워? 화 나는 일 있어?
"아, 죄송해요."
진호는 녹음 부스 밖에 있는 레오를 보며 사과했다.
예민해진 마음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었다.
-끙. 네 눈을 보니까 오늘은 더 이상 해도 힘들겠다. 그만하자.
"……죄송합니다."
진호는 기타를 들고 녹음 부스를 나섰다.
"자, 마셔."
레오가 건네준 따뜻한 녹차가 마음을 조금이나마 진정시켰다.
"무슨 일 있어?"
"아뇨."
남에게는 말할 수 없는 일이다.
그것이 설사 레오라고 해도 말이다.
"그냥 그런 날 있잖아요. 이유 없이 신경이 예민한 날."
"……있지. 그런 날. 우리 같은 사람은 특히나 더 많지."
진호의 얼굴을 보고 고개를 끄덕인 레오는 녹음실 한구석에 있는 작은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 왔다.
"헐? 이래도 괜찮아요?"
"내가 이런다고 내쫓겠냐?"
"……큭큭. 그렇죠."
치익! 딱!
"팬클럽은 좀 어때?"
"지금은 진정됐어요."
놀랐다가 화냈다가 다시 열광해 주고 있다.
게릴라 콘서트의 다시보기 영상이나 클립 영상이 나돌면서 팬클럽회원 수도 크게 늘었다.
이젠 A급 아이돌 팬클럽 수준은 됐다.
모델 이진호로서 중국,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 미국 등에 있는 팬의 숫자를 제외해도 말이다.
예능 섭외도 미친 듯 쏟아지고 있었지만, 음악 예능을 제외하면 다 정중히 거부했다.
"형은요?"
"곡 의뢰가 쏟아지지. 팬클럽은 음반 내라고 단식 시위 들어갈 태세고."
"크흐흐. 형도 바빠지겠네요."
"어후, 이젠 안 좋아해 줄 때도 됐는데."
더 원이 데뷔한 지 12년이 넘었다. 초기에 응집된 팬클럽들은 이제 다 서른이 넘거나 그에 근접해 있다. 40대 팬도 있다.
"또 마음에 없는 말한다."
"큼. 됐고. 이번에도 해외 로케라며?"
"아, 그 분량은 얼마 안돼요. 따지면 열흘 정도? 대신 십 화 사전 제작이죠. 최대 이십 부작인데, 십 화."
"그건 거의 완전한 사전 제작이잖아?"
"이번 게릴라 콘서트로 인해 투자금이 늘었거든요. 영상이 아주 죽이게 뽑힐 거예요. 거의 영화급으로."
"……나 출연해도 돼?"
진호가 이렇게 말할 정도면 편당 최소 1억 5천 이상이라는 소리다.
"윤식 아저씨랑 수혜 이모가 참여하시는데 괜찮겠어요?"
레오는 눈을 부릅떴다.
"김윤식 선배님은 드라마 안 하시잖아!"
"한번 해 보고 싶다고……."
"설마?"
진호는 머리를 긁었다.
레오는 혀를 내둘렀다.
"미쳤네. 여주가 누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웬만한 연기력 가지고는 현장은 물론 네티즌들에게도 죽는다.
아이돌은 명함조차 못 내민다.
"이십 대중에 되는 얘가 있던가?"
보통 배우는 30대가 돼서야 연기력이 빛을 발한다.
"몇 명 있기는 하죠. 이를테면 세연이나 김소영 씨. 아 김소영 씨는 너무 베이비 페이스라 안되겠구나."
"다 아역 출신으로 연기 십 년 차 이상 되는 중견 배우들이잖아."
"수혜 이모에게 잡아먹히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죠."
연기로 잡아먹힌다는 말이다.
김수혜가 여자주조연으로 발탁 됐다는 소문이 퍼지자 모든 여배우들이 숨어 버렸다.
김주아는 무조건 자기를 뽑아 달라고 조르고 있는 중이다.
"으음…… 허, 다시 생각해 봐도 미쳤네. 그럼 넌 그 대선배님들을 조연으로 만든 거잖아. 그리고 이런 캐스팅인데 고작 이십 부작?"
"……그것 때문에 돌겠습니다."
김윤식은 물론이고, 김수혜와도 부딪치는 신이 많다.
그 압도적인 비주얼과 포스를 주연으로서 찍어 눌러야 한다.
가슴에 큰 돌덩이가 올려진 것 같았다.
"어, 음. 네가 날카로운 이유가 있었네. 힘내?"
"감사합니다."
힘없이 고개를 숙인 진호는 맥주를 단숨에 원샷했다.
"그럼 전 이만 일어나 볼게요. 액션 훈련을 해야 하거든요."
"그래, 수고해."
"옙!"
* * *
김홍근 액션 스쿨, 이번 가칭 코드네임 J의 무술 감독은 천 년의 노래에서도 호흡을 맞춘 김홍근 무술 감독이다.
타닥! 탁! 탁탁!
진호의 손과 액션 전문 배우의 손이 빠르게 교차한다.
그들의 손에는 고무 칼이 쥐여 있었다.
쫙!
"그만."
물러난 둘은 서로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진호는 땀에 젖은 머리칼을 쓸어 올리며 김홍근에게 다가갔다.
"어때요?"
"역시 습득이 빠른데?"
"그런가요?"
'흠.'
현재 진호는 살상 무술이라고 할 수 있는 크라브마가를 배우는 중이다.
'얻을까, 말까?'
군용 살상 무술이 해금 조건인 스킬이 하나 있다.
주인공이 세계 최고의 민간 군사 기업을 세우는 스토리의 스킬.
마침 코드네임 제이의 주인공은 용병이었다가 어떤 사고로 은퇴해 경호원이 된다.
대인 경호 역시민간 군사 기업의 일중 하나기에 얻는다면 배역에 더 몰입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스킬 : 연신연왕]과 [스킬 : 유리가면]의 합이 일으킬 시너지 효과가 자신의 연기를 어느 영역까지 올려놓을지가 궁금했다.
'하지만 2차 해금 조건이…… 딱히 써먹을 곳도 없고…….'
"으음."
"왜?"
이번 드라마의 감독이자 작가인 장영진이 다가오고 있다.
"아, 오셨어요."
"잘하고 있어?"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전에도 느꼈지만, 이 배우가 습득이 아주 빠릅니다."
김홍근의 칭찬에 진호는 머리를 긁적였고, 장영진은 그 특유의 선한 미소를 지었다.
"힘든 점이나 부족한 점은 없고?"
"음."
진호는 일단 말이나 한번 꺼내 보자는 심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번에 주인공이 격투를 하거나 총을 쏘는 신이 많잖아요."
1화당 최소한 번은 그런 신이 들어간다.
"그렇지?"
"그래서 그런데 그런 걸 진짜로 배워 봐도 될까요?"
"어, 해."
"……예?"
고개를 턴 진호는 다급히 말했다.
"어, 제가 말한 건 실제 사격 훈련 같은 제대로 된 실전 훈련을 말하는 건데요? 사격장에서 총 몇 발 쏘는 게 아니라."
"그래, 알아. 해. 편당 투자금이 이억인데 총 몇 발 쏘는 게 문제겠니? 우리 진호가 하고 싶은 거 다 해."
"……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