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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폐인의 리셋 라이프-118화 (118/424)

게임 폐인의 리셋라이프 5권 18화

"스, 스탠 스탈리 스미스!"

"안녕?"

핸드폰이 고정된 셀카 스틱을 든 그녀는 모델들을 보곤 미간을 좁혔다.

진호는 눈을 빛냈다.

'스트리밍?'

20만 명이 넘게 시청하고 있었다. 이런 우연이라면 언제든 환영이었다.

한참을 고민하던 그녀가 입을 열었다.

"생존자?"

"땡! 탈락자입니다."

"왓 더……."

그녀뿐만 아니라 주위 사람 모두 놀랐다.

채팅창도 마찬가지다.

"그게 말이 돼? 지금 당장이라도 중저가 브랜드 쇼에서도 될 것 같은데? 그럼 생존자들은 하이클래스라는 거야? 말도 안돼!"

처음 SNS를 통해 본 모델들은 정말 눈 뜨고 봐 줄 수 없었다. 그런데 직접 본 지금은 아니었다.

"대체 무슨 마법을 부린 거야, 진!"

코앞에서 받은 칭찬에 모델들은 멍해졌다.

진호는 실실 웃었다.

"그것도 땡! 서로 비슷한 레벨이야."

"그건 말이 안 되잖아!"

"간단해. 처음부터 성공의 맛이 무언지도 모른 채 달리는 사람과 한껏 느끼고 나서 추락한 사람은 과연 똑같이 간절할까? 똑같은 것을 배우더라도 받아들이는 게 과연 똑같을까? 그리고 그 추락한 자의 비참한 모습을 지켜보는 생존자들은 또 어떤 마음일까?"

"……."

"그래, 겨우 그것뿐이야."

그런 마음가짐으로 지난 1달간 코피를 쏟을 정도로 노력했다. 변하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하다.

"하이패션은 밀리미터의 세계니까."

"Jesus Fucking Christ……. 전혀 간단하지 않잖아."

"큭큭쿡. 그런데 얘들은 그게 전부가 아니다?"

깜짝 놀란 스탠과 주위 사람들은 이내 잔뜩 기대하는 표정을 지었다.

"뭔데?"

"그건……."

"그건?"

초조해하는 그녀를 보자 장난기가 고개를 들었다.

"방송으로 결제해서 봐 주세요? 투 비 컨티뉴드."

"……야! goddammit! son of."

진호는 식겁하며 외쳤다.

"우와악! 야, 방송이야! 진정해! 너 스트리밍!"

"닥쳐!"

성격이 불같은 그녀는 욕을 쏟아 냈고, 진호는 허탈해하며 피디를 보았다.

그런데 피디는 뭐가 좋은지 엄지를 치켜세우고 있었다.

'삐 처리하면 된다고요?'

뻐끔거리는 그의 입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케이블이라 규제가 좀 완화되는가 보구나.'

그렇다면 다행이었다.

1분간 욕을 쏟아 낸 그녀는 씩씩 거리며 찬 커피를 들이켰다.

진호는 그녀가 화를 가라앉힐 때 까지 건드리지 않기로 했다.

"저, 쌤?"

"응? 왜?"

"방금 무슨 말을 하신 거예요? 분명 저희에 대해 말하지 않으셨어요?"

"……오?"

영어 실력이 1달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늘었다.

모델들은 쑥스럽다는 듯 웃었고, 진호는 방금 전 상황에 대해 설명 했다.

그러자 살짝 동요한 그들은 서로를 쳐다봤다.

'어라?'

진호는 눈을 빛냈다.

그들이 눈빛으로 나누고 있는 이야기가 모두 읽혔기 때문이다.

"그, 그게 저희한테 도움이 될까요?"

"당연히 되지."

전혀 관계가 없는 완벽한 타인들앞에서 자신의 끼를 보인다는 건 엄청난 자신감이 생기게 만든다.

"왜? 하고 싶어?"

움찔!

"그……네. 어, 어차피 한국에 가면 쇼에 설 테니까! 쇼에서면 관객들도 많고! 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냐……."

한심하다는 진호의 눈빛에 모델 들은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그 눈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운 좀…… 띄워 주시면 안 될까요?"

'안 되긴.'

진호는 그들의 불타오르는 눈에 며칠 안에 하기로 마음먹은 다음 플랜을 지금 진행하기로 했다. 모델들에게 도움이 되면서도 자신에게도 아주 큰 도움이 되는 플랜. [스킬 : 유리가면]의 또 다른 효능을 보여 줄 수 있는 플랜.

"하. 이번만이다."

"가, 감사합니다!"

'전혀.'

속으로 씩 웃은 진호는 뭔가 낌새를 눈치채고 이쪽을 다시 집중 하는 사람들을 무시하며 입을 크게 열었다.

"Nants in! gonya!"

쩌렁쩌렁!

사람들은 귀를 강하게 때리는 막대한 성량의 노래에 놀라고 말았다. 스탠이나 피디도 눈을 부릅뜨며 진호를 보았다.

'어?'

'이 노래는?'

너무도 잘 알 수밖에 없는 노래.

귀를 꿰뚫는 높고도 시원한 고음.

멀리 있던 사람들마저 이쪽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진호는 자신의 예상보다 훨씬 더멀리 퍼져 가는 자신의 목소리에 놀랐다가 이내 더 크게 입을 열었다.

"ma bagithi Baba!!!"

뜨거운 여름의 뉴욕.

아프리카를 무대로 한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의 주제가가 울려 퍼졌다.

"휘이이익!"

"멋지다!"

박수들이 쏟아졌고, 모델들은 일어서 허리를 꾸벅꾸벅 숙였다. 진호도 손을 들어 몰려든 수백명의 사람들을 향해 고마움의 뜻을 표했다.

그런 후 스탠을 보았다.

그녀는 굉장히 복잡한 눈빛을 짓고 있었다.

피디도 마찬가지였다.

"진. 대체…… 성량이."

"원래 이렇게 컸냐고?"

"응. 이건 마치……."

"원래부터 그랬던 것 같다고?"

"……그래! 너 실력을 숨기고 있었어?"

'너랑 만난 날 얻은 거야.'

스토리 '레전드 오브 뮤지컬'의 주인공의 노래는 마이크 없이도 거대한 오페라 하우스를 쩌렁쩌렁 울린다.

[스킬 : 유리가면] 때문에 목소리의 울림통이 남다른 거다.

한국 대중가요의 키 작은 거인, 이정희나 소프라노 최수미처럼 말이다.

"편할 대로 생각해."

"……하. 너 진짜."

우우웅! 우우웅!

"아, 너 전화 온다. 네 매니저 같은데?"

"……나중에 봐. 연락 안 받으면 죽여 버릴 거야."

스탠은 모델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곤 급히 떠났다.

"……진호 쌤."

"오늘 이 장면이 유명해질 것 같냐고? 그렇겠지."

많은 사람들이 핸드폰으로 진호 자신과 모델들이 노래하는 모습을 찍었다. 거기다 스탠은 시청자 수가 20만 명이 넘는 스트리밍을 하던 중이었다.

"그, 그럼 만약에. 정말 만약에 패션 관계자들이 그 영상을 보고 연락해 올까요? 저희 탈락자들을 위해?"

왠지 간절한 그들의 눈빛에 진호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기 위해서 이런 행동을 한 거잖아. 아니야?"

패션 관계자뿐만 아니다.

처음 패션 위크 콜렉션에 초청되는 디자이너들. 뭐부터 해야 할지 모르는 그들이라면 이렇게 한 번 이라도 검증된 모델을 뽑을 수밖에 없다.

정곡이 찔린 탓인지 모델들이 하얗게 질렸다.

"죄, 죄송합니다!"

"아냐. 너희들이 잘되는 게 우선이지."

진호는 감동하는 모델들과 입을 떡 벌리는 피디를 보며 씩 웃었다.

6. 천만 영화

기이잉!

한국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 비즈니스석에 앉은 진호는 잠시 독일어 원서로 된 책을 덮으며 기지개를 켰다.

두두둑!

척추가 아름다운 소리를 냈다.

"도와드릴 게 있을까요, 손님?"

"아뇨, 괜찮습니다."

눈에 사심이 가득한 여승무원은 진하게 아쉬워했다.

"그…… 써클 오브 라이프 잘 봤어요."

소호 거리를 울렸던 라이온 킹 주제가.

그게 거의 1달 전 일이고, 생존자는 이제 2명만 남았다.

뉴욕패션위크가 코앞이다.

"하하. 감사합니다."

"다른 모델들은 좀 모자랐지만……."

"그랬나요? 많이 노력하라고 해야겠네요. 그래도 열 명 모두 멋진 모습으로 활동할 테니 많이 응원해 주세요."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 않으려는 모습에 여승무원은 돌아설 수 밖에 없었다.

진호는 그녀의 등을 보며 옅게 웃었다.

'최고 조회수 580만.'

스탠이 편집해 올린 영상의 조회수다.

"흠."

진호는 다시 책을 폈다.

-Ladies and gentleman.

비행기는 곧 인천 공항에 도착하였다.

"응. 엄마. 나 이제 한국 도착했어. 응. 괜찮지. 알았어요, 좀 있다가 봐요."

전화를 끊고 게이트를 나서던 진호는 살짝 놀랐다.

촤라라라라!

"진호 씨! 생에 처음으로 영화에 도전하셨는데 심정이 어떠십니까?"

"이진호 씨! 여기요! 여기 좀 봐 주세요!"

"누가 패션 위크의 어느 쇼에서는 건가요!"

"마크 제이콥스에서 컨택이 들어온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 쇼에서는 겁니까!"

아침 7시임에도 찾아온 6명 정도의 기자들이 눈이 부시도록 플래시를 터트린다.

'더 씨프'가 오늘 언론 시사회를 열기 때문이다.

진호는 속으로 웃었다.

'나도 이제 유명해지고 있네.'

분명 알리지 않고 입국했는데 기자들이 있다.

이제 언론에서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것이다.

* * *

시간이 촉박해 집에 들르지 못한 채 메이크업 등의 스타일링을 받은 진호는 바로 제작 발표회장으로 향했다.

"선생님!"

대기실에 도착한 진호는 바로 김애숙에게 안겼다.

"오구구. 밥은 잘 먹고 다녀?"

"그럼요. 선생님은요?"

"나야 못 먹고 다니지."

"왜요?"

"우리 진호 손맛이 그리워서?"

그녀의 두 눈에서 애정이 뚝뚝 떨어졌다. 진호는 배시시 웃었다. 대기실에 훈훈해졌다.

다른 배우들에게도 인사한 진호는 빈자리에 앉았다.

김주아 옆자리였다.

그녀가 옆구리를 쿡 찔렀다.

"그 써클 오브 라이프 이후에 탈락자들 화보 찍었다면서?"

"어? 그건 어떻게 아세요?"

이번 주에 나올 장면으로 극비인 이야기다.

소호에서 노래를 부른 후 패션 관계자들에게서 연락이 왔다. 사람들이 아는 하이패션 브랜드가 아니라 저가 브랜드로 발돋움 하려는 뉴욕의 도매스틱, 스트릿 패션 브랜드의 화보들이다.

화보가 발매된 이후 꽤 호평을 받았다.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야, 내가 패션 피플인 거 몰라?"

"이모."

"확!"

"누나가요?"

그녀는 코디네이터가 주는 대로 옷을 입는 사람이다.

"내가 어때서!"

"……네, 뭐. 그렇다고 할게요. 아하하. 와. 패션 센스 최고."

대기실에 웃음이 터졌고, 김주아는 주먹을 바르르 떨었다.

김애숙이 입을 열었다.

"진호야, 그런데 모델이 그렇게 돈을 많이 버니? 난 모델을 그렇게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인 줄 처음 알았잖니. 이억, 삼억. 어휴. 정말 그렇게 벌어?"

진호는 그 의문을 이해했다.

억 단위.

그건 A급의 연예인이 광고를 찍을 때나 받는 돈이고, 그들이 20 대였을 당시 한국에서는 모델은 있는지도 모르는 직업이었다.

그 때문에 한국인이 보는 모델은 언뜻 보면 참 돈을 못 버는 직업 같다.

"모델도 될 사람은 되는 거죠. 잘 나가는 사람은 잘 벌고, 못 나가는 사람은 못 벌고. 그래도 어느 정도 외모와 재능이 있으면 열흘에 몇 백 벌어요."

"어머, 그 정도야?"

진호는 놀랐다가 생각에 잠기는 사람들을 보며 옅게 웃었다.

현재 '모델, 뉴욕에 도전하다.'로 인해 모델이란 직업이 재조명되고 있다.

특히나 연예인을 꿈꾸는 10대의 아이들이 모델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JH에서 리서치 조사를 해서 나온 결과이기도 하고, 모델 파트에 지원하는 10대의 숫자가 거의 3배는 늘었다고 한다.

이 프로그램을 제작하며 의도 했던 결과들이 나오고 있었다.

"아, 시간 됐네. 자, 나갑시다!"

언론 시사회 겸 VIP 시사회는 영화관에서 열렸다.

기술 시사회는 이미 투자자들을 모아서 했고, 호평을 받았다.

시간이 없어 기술 시사회엔 참석 못했던 진호는 오늘에서야 완성본을 보게 되었다.

영화는 다음 주 월요일부터 전국 상영관에 걸릴 예정이다.

'와. 이게 이렇게 표현되는구나.'

생에 첫 영화. 감흥이 남달랐다.

드라마에서도 느꼈지만, 음향 효과가 입혀지자 영상이 몰라보게 풍성해졌다.

그래도 아쉬운 건 굉장히 많은 장면들이 삭제된 것과 소품이나 배우들 동선배치가 좀 미흡한 것이다.

'유리가면을 먼저 얻었더라면…… 그리고 정말 열심히 와이어 돌리고 격투도 했는데…… 쩝.'

그래도 예리콜을 위해 주목을 끌다 잡히는 자신의 마지막 신은 굉장히 좋았고, 엔딩 크레딧에 떡 박힌 이름은 묘하면서도 커다란 감동을 안겨 주었다.

이윽고 불이 켜지며 VIP들의 박수가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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