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폐인의 리셋라이프 5권 1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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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장이라고 해도 거창한 건 아니었다.
수염을 붙이고, 안경을 쓰고, 메이크업을 살짝 하고, 헤어나 옷 스타일링에 변화를 주고. 얼굴에 집중되는 시점을 분산시킨 것뿐이다.
"워후."
"오."
김윤식과 이재정은 엘리베이터 거울에 비치는 얼굴을 이리저리 돌려 보았다. 분장을 많이 하는 연기자로 오래 살아온 그들임에도 신기함을 금치 못했다.
분명 본인이 맞는데, 얼핏 봐서는 본인처럼 보이지 않는다.
김윤식은 돈 많은 사업가 중국인 아버지, 이재정은 텐션 높은 관광객 중국인 삼촌, 진호는 어리바리 중국인 대학생.
"이런 건 또 언제 배웠어?"
'괴도 루팡을 얻으면서요.'
"그냥 관심이 있어서 배운 것뿐 이에요. 그보다 윤식 아저씨는 불편하지 않으세요?"
김윤식이 입고 있는 옷은 진호가 준 것이다.
그가 이번 작품을 위해 체중을 감량했기에 사이즈는 맞았다.
맞지 않는 기장은 안으로 접어 옷핀과 얼기설기 바느질로 고정시켰다. [스킬 : 우리 동네 패셔니스타]가 마치 맞춤 정장처럼 핏을 맞춰 버렸다.
"너무 비싼 옷을 걸쳐서 그런지 근질근질하다."
김윤식은 태그호이어가 채워진 손목을 긁었다.
"돈도 많은 양반이 메이커 좀 입고 다니지."
"난 양주보다 소주 막걸리가 좋고, 백만 원짜리 셔츠보다 길거리 떨이 삼만 원 등산 바지가 좋다."
"네네. 어련하시겠습니까."
띵동!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는 소리가 들리며 문이 열렸다.
띠리리리링! 촤르륵!
시끌시끌, 우글우글.
진호는 처음 실제로 본 카지노의 풍경에 고개를 이리저리 돌렸다. 딱 카지노를 처음 온 어리바리 대학생 그 자체였다.
'한국인이 별로 없네.'
그들은 슬롯머신 앞에 앉았다.
이곳 카지노는 나이 제한이 다른 곳보다 적어서 다행히 들어올 수 있었다.
"이제부터 모든 대화는 영어로 한다."
눈이 초롱초롱 빛나는 김윤식이 비장하게 말하자 이재정과 진호는 웃음을 참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우라를 흐릿하게 지운 셋은 뱅글뱅글 돌아가는 슬롯머신의 버튼을 눌렀다.
이재정과 김윤식은 금세 슬롯머신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큰 재미를 느끼지 못한 진호는 일어섰다.
김윤식과 이재정은 손만 흔들었다.
진호는 느긋이 카지노 안을 돌아 다니며 카드 테이블이나 룰렛, 주사위 등을 구경하며 게임을 할 만한 테이블을 찾았다.
"흠."
'내가 도박을 별로 좋아하지 않나?'
딱 이거다라고 하고 싶은 게임이 없었다.
어차피 카지노에서 운영하는 모든 게임은 카지노 측이 이기게 설계되어 있다.
물론 따고자 한다면 딸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고, 호승심도 있지만 굳이 하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다.
눈썹을 긁적인 진호는 그냥 마음을 내려놓고는 구경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
그런데 의외로 플레이어들과 딜러의 눈치 싸움이 재밌게 느껴졌다. 어떻게든 이기려는 플레이어와 포커페이스지만 굉장히 많은 신호를 나타내는 딜러.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만큼 많은 스킬들의 합이 일으키는 시너지는 정말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엄청난 관찰력과 통찰력을 선물해 주었다.
한 블랙잭 테이블 뒤에 선 진호는 딜러와 플레이어들의 눈치 싸움을 보며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세 번째 버스트. 두 번째 이십? 아니 더블. 딜러 십육…… 아니 십칠. 다섯 번째 이십. 첫 번째는…… 왜, 블러핑이야?"
"아, 딜러 버스트했다."
"흠. 둘, 셋, 다섯. 플레이어 윈."
관찰하는 게 재밌다 보니 자연스럽게 카드도 외워 버렸다.
보통 리더기는 셋, 혹은 다섯 개의 카드 뭉치를 넣고 무작위 셔플을 한다.
그렇다 보니 카드를 외우는 게 쉽지 않은데, 그것도 1시간 정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구경하다 보니 외워져 버렸다.
[스킬 : 전국수석]과 [스킬 : 셜록의 후예]가 만나니 그걸 가능케 했다.
그렇다 보니 진호가 가상으로 이기는 확률은 점점 올라갔고, 카드가 반 이상 빠져나왔을 때 그 승률은 87퍼센트까지 올라갔다.
오늘 하루 죽치고 서 있다면 90 퍼센트까지 올릴 수 있을 듯 했다.
'이러면 굳이 그 스킬을 얻지 않아도…….'
"아니지. 그건 또 그것만의 메리트가 있지. 딜러 윈. 블랙잭."
진호가 그 말을 내뱉는 순간 그림 카드를 들고 있던 딜러가 자신몫의 카드를 뒤집었고, 정말 블랙 잭이 터졌다.
블랙잭을 완성 못한 모든 플레이어들은 칩이 수거되는 모습을 허망하게 지켜봐야 했다.
"그렇지."
"That's funny.(재밌네요.)."
옆을 돌아보니 금발의 혼혈 미인이 이쪽을 보며 흥미진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진호는 미안하다는 듯 웃으며 영어로 말했다.
"아, 제가 카지노 영업에 방해됐다면 죄송합니다."
다음 말을 이어가려던 여성이 눈을 동그랗게 떠졌다가 이내 낯빛을 차갑게 가라앉혔다.
"……어떻게 아셨죠?"
"한눈에 보여서? 그 이상은 영업 비밀입니다."
방금까지 묶었다가 다급히 풀어 정리한 듯한 헤어, 귀와 귀밑 목의 살짝 붉은 자국, 무의식적으로 얼굴로 올라오려다 멈춘 손, 스타일 링과 다른 단정한 옷매무새와 구두 등등. 그녀의 직업을 알아낼 만한 단서는 너무도 많았다.
그리고 한 30분 정도 중얼거리고 있을 때, 자신과 가끔 눈이 마주친 딜러가 테이블 아래를 만지더니 주위 모든 CCTV가 이쪽을 응시 했다는 게 결정적인 이유다.
아마 자신이 어떤 이에게 무슨 신호를 보내나 싶어 관찰을 하다가 직접 내려온 것일 터였다.
'카지노에는 독순 프로그램 같은 게 있다더니 정말이구나.'
카더라 통신인 줄로만 알았다.
"게임에 참가하실 생각인가요?"
"그러면 제가 옷깃만 만져도 끌려나갈 것 같은데. 아닌가요?"
"……변장을 하고 찾아올 만큼 불순한 손님이라면, 당연히 그래야죠."
진호는 광둥어로 말했다.
"같이 온 분들이 한국에서 아주 유명한 연기자라서 어쩔 수 없이 분장을 한 거예요. 소액이라도 기사가 나면 큰일 나니까."
"그러면 아예 오지 않으면 되는 것 아닌가요?"
"스릴 있잖아요."
어이없어 하는 그녀를 보며 진호는 싱긋 웃었다.
"아, 제 이름은 이진호입니다."
"……앨리에요."
"이름도 예쁘시네요. 마실 것 사 주실 거죠?"
"제가 왜?"
"그럼 게임 테이블에 앉을까요?"
"……."
"어차피 저 끌어내려고 오신 거잖아요. 제가 아무 짓도 안 했으니까 강제로는 끌어낼 수 없으니 이런 방식으로."
이게 먹히지 않으면 강제로 끌려 갈 터였다.
어차피 더 이상 구경도 할 수 없을 테니, 이런 미인과 대화를 나누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싶었다.
오늘 찍은 키스 신 때문인지 피가 끓고 있었다.
앨리는 한숨을 내뱉었다.
"어쩔 수 없군요. 가시죠."
"아, 잠시만요."
진호는 김윤식과 이재정에게 문자를 보냈다.
"됐어요, 가시죠."
"……이쪽으로."
둘이 간 곳은 카지노 위층의 중식 레스토랑이었다.
"액수는 상관하지 말고 아무거나 시키시면 됩니다."
"제가 정말 위험인물이었나 보네요."
"카지노 입장에서는."
독순 프로그램이 통역한 결과 승률이 80퍼센트를 넘었다.
51퍼센트만 되어도 끔찍한데, 80 퍼센트라면 말할 것도 없었다.
"그러면 맘 놓고 시켜도 되겠네요."
웨이터를 부른 진호는 장난스레 가장 비싼 코스 요리를 고르며 그녀를 살폈다.
'역시.'
아무렇지 않은 표정의 그녀는 같은 걸 하나 시켰다.
"술은 마오타이가 적당할 겁니다. 술 먼저주세요."
"예."
웨이터가 물러나자 진호는 그녀를 빤히 바라봤다.
"실례되는 질문일 수도 있는데, 혹시 여기 호텔 오너가 부모님이세요? 아니면 인척?"
'맞네?'
"……프로파일러?"
"아뇨. 그 시계요. 바쉐린 콘스탄틴. 오 년 전 스무 개 한정으로만 나온 에디션이잖아요."
개당 1억이 넘는 고가의 시계다.
지방시의 CEO가 차고 다니는 걸 봤다.
나이는 많아 봐야 스물여덟을 넘지 않아 보였는데, 대학을 졸업한 후 바로 입사했다고쳐도 이제 대리를 벗어나지 못했을 그녀가 사기에는 너무 고가의 제품이다. 그리고 코스 요리의 가격은 인당 한화로 80만 원을 넘겼다.
웬만큼 부자가 아니라면 흔들릴 수밖에 없는 액수다.
"제가 패션에 관심이 많거든요."
"……라스베이거스에서 왔어요?"
"말했잖아요. 한국에서 배우를 하고 있다고요. 모델도 겸하고 있어요."
진호의 말에도 그녀의 눈에 물든 의혹은 사라지지 않았다.
더 이상 해명할 이유가 없는 진호는 어깨를 으쓱이며 나오는 술 과 간단한 안주를 맞이했다. 웨이터는 마치 가품이 아니라는 듯 병마개를 직접 열어 주었다.
"오, 이게 귀빈주. 중국의 국주라는 마오타이인가요?"
그녀의 잔에 따라 주고 자신의 잔에 따라 들이켠 진호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럴 만하네."
마시기 전 콧속으로 빨려 들어온 향기, 입안을 가득 채웠던 향기, 목으로 넘긴 후 입안에 남은 향기. 모두 일품이었다.
"……당신. 정말 관심 없군요?"
"카지노에 관심이 있어야 하나요?"
관심을 가진다면 개인 혹은 다수와의 대결이 더 흥미 있었다. 치열할 수밖에 없는 심리 게임. 딱 진호 자신의 스타일이었다.
앨리는 심드렁한 진호의 표정을 보며 살짝 놀랐다.
블랙리스트에 등록된 수많은 사람을 봐 온 그녀에게 있어서 이런 유형은 처음이었다.
"돈에 관심이 없나요?"
"돈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저도 일확천금 좋아해요. 매주 복권도 사고. 그저 카지노에서 일확천금을 노릴 만큼 간절하지 않은 것뿐이죠."
"재밌네요."
"전 연상에게 큰 흥미 없습니다. 모든 남자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공주병은 혼자만 앓으세요."
굉장히 끌리는 스타일이지만, 좀많이 연상이라는 점이 마이너스가 됐다.
'서너 살 차이라면 몰라도 여섯 살은 좀…….'
진호의 그 진심 어린 표정에 어이없다는 듯 웃은 그녀가 눈을 빛냈다.
"그 외에 내게서 또 뭐가 보이죠?"
"귀찮아서 장신구를 잘 하지 않으면서도 약간은 완벽하고 싶다는 결벽증이 있다는 거, 애인 없이 지낸 지 최소 반년 정도된 것, 테니스를 좋아한다는 거? 아, 테니스는 저도 좋아해요."
그녀는 순간 발가벗겨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
무슨 행동을 해도 저 투명하고 맑은 눈동자에 모두 걸려 버릴 것 같다는 느낌이었다.
시선을 피하고자 급히 술을 들이 켠 그녀는 눈을 가늘게 떴다.
"아, 자존심 상하네."
"오늘 헤어지면 다시 만날 사이도 아닌데 반말은 하지 마시고요."
"다시 만날 사이가 아니니까 반말 할 수 있는 거지."
"아, 그러네. 반가워, 난 이진호야."
그녀는 헛웃음을 터트렸다. 정말 처음 만나 보는 유형의 남자였다.
"……앨리. 지금은 여기까지만."
"그러시든가 말든가. 그런데 얼마나 있어야 해? 한 시간? 두 시간? 아, 한 시간만 있다 가야 해? 그럼 그동안 편하게 쉬다 가."
"마술도 해?"
"아직은. 와, 이거 진짜 맛있네."
마술사 관련 스킬도 있다.
얻기가 굉장히 복잡하고 난해해서 문제지만 말이다.
진호는 중국의 김치 같은 짜차이만 먹는데도 술술 넘어가는 술에 오늘은 왠지 취해 버릴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너 진짜 재밌다?"
"에헤이, 관심은 보이지 말라니…… 아, 잠깐. 지금 하는 생각은 접어 둬. 핸드폰도 집어넣어."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데?"
"내 팬클럽에 올리려고 하는 거잖아. 씁, 안돼. 나 카지노 들어 간다?"
"……아하하하하하!"
진호는 주위 손님들에게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그냥 아저씨들 옆으로 갈걸.'
그놈의 키스가 문제였다.
지금도 눈이 절로 그녀의 입술만 찾아 움직이려고 했다.
"마카오에는 언제까지 있는 거야?"
'이래서 홧김에 키스한다는 말이 있는 거구나.'
자꾸 다가오고 있다.
그 무방비한 모습이, 아니 무방비하게 보이려는 모습이 남자의 성질을 툭툭 건드리고 있었다.
"너에게는 오늘까지지."
"그거 아쉽네. 아, 음식 나온다."
다행이었다.
진호는 냉큼 요리에 시선을 두었다.
요리를 맛본 진호는 이곳의 쉐프가 엄청나게 깐깐하고 뛰어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런 요리를 맛보는 건 언제나 환영이었고, 또 언제나 호승심을 가지게 했다.
'불 조절하고 소스가 정말 미쳤네.'
"잘 먹기까지 하네?"
"아, 좀."
"푸흐흐."
'대체 내가 뭘 했다고?'
사심이 눈에 가득하다.
전화번호를 물어보면 냉큼 대답 해 줄 것 같다.
"그런데 그렇게 다 먹는 건 예의가 아니야."
"이 맛있는 음식을 남긴다는 게 예의가 아냐. 음식에게도, 이 음식을 만들어 준 사람에게도. 그게 한국의 예절이야."
중국은 누군가에게 식사 대접을 받았을 때, 약간은 남기는 게 예의다. 대접해 준 음식은 너무 맛있지만, 난 이 음식을 다 먹을 정도로 몸과 마음이 가난하지 않다는 뜻이다.
중국인 특유의 허세다.
"……그렇구나. 그건 몰랐어."
"이제라도 알면 되지. 갈 시간 됐지?"
"그렇지……."
"이거."
진호는 옆에 둔 수첩에서 2장을 찢어 그녀에게 내밀었다.
식사 중간중간 적어 둔 것이다. 순간 기대했던 그녀는 뭔가 빼곡하게 적힌 글자에 다른 기대를 했다가 이내 실망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이, 이건?"
몽타주였다. 얼굴 생김새와 옷차림. 위치.
"카지노 입장이라면 알고는 있어야 할 것 같아서. 매 게임마다 신호 패턴을 달리해서 알아차리기 힘들었을 거야."
만약 그들이 정말 간절했다면 진호도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돈과 재미를 목적으로 팀을 이뤄 사기를 치고 있었다.
그것도 엄청난 숫자로 말이다.
"패턴의 종류는 가장 많은 팀이 스물 한 가지. 한 가지 패턴에 카드의 그림을 나타내는 네 가지 패턴이 또 있지. 그럼 수고해."
"……너 정말."
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일어난 그녀는 갈등하는 모습을 보이다 다급히 밖으로 나갔고, 진호는 느긋이 마지막 디저트를 시켰다.
"좀 아쉽기는 하네."
진호는 입맛을 다셨다.
"비켜요!"
빠르게 보안실로 달려간 그녀는 50대의 중년인에게 종이를 내밀었다.
"제가 맡았던 사람이 준 거예요. 블랙리스트에 올릴 팀이 있어요."
놀란 중년인은 다급히 종이를 보며 외쳤고, 정면에 있던 수십 개의 커다란 모니터가 그 사람들을 비췄다.
"프로그램 가동해!"
약 1시간이 지났다.
"……티, 팀이 맞습니다. 모, 모두 마카오 카지노 리스트에 없는 이들입니다."
직원의 말이 보안실을 침묵에 빠트렸다.
마카오 모든 카지노를 벗겨 먹을 새로운 전문가들을 자신들이 가장 먼저 발견한 것이다. 그것도 무려 세 팀을 말이다.
그들 모두 일행일 수 있었다. 카지노 리스트에 없는 세 팀이 하나의 카지노에 모였다. 우연으로 치기에는 너무공교롭다.
앨리는 다급히 입을 열었다.
"슬롯 쪽을 비춰 줘요! 제가 데리고 나간 그 사람과 같이 온 일행들!"
"네, 네!"
화면은 다급히 바뀌었고, 앨리는 낙담을 했다.
그 자리엔 다른 사람들이 있었다. 모든 슬롯과 카지노 내부를 훑어 봐도 마찬가지였다.
앨리는 입술을 핥았다.
'내가 그렇게 매력이 없어 보였다는 말이지?'
"다음엔 다를 거야, 진호."
분명 한국에서 온 연기자라고 했다.
"예?"
"아뇨. 그럼 저는 저들을 끌어내도록 할게요."
"……조심하십시오."
"가드들이 있잖아요."
휙 몸을 돌려 보안실을 나서는 그녀의 눈은 강렬하게 빛나고 있었다.